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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쟤도 진짜 요령 없다니까. 저렇게 쓰러질 때까지 버티고 있으면 누가 알아주나?”

 

뒷짐을 진 채 복도를 걸어가던 트리아이나가 닥터에게 말을 걸었다. 어깨에 걸치고 있는 이불을 감싼 모습이 퍽 처량해 보였다.

 

닥터는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내가 자세한 건 모르지만 쟤, 미래를 볼 수 있다면서? 그럼 자기가 저렇게 될 것도 알고 있었을 거 아냐.”

 

“그렇겠지.”

 

“그럼 미리미리 쉬고 그래야지, 저러고 열심히 산다고 쓰러진 사령관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 허 참.”

 

닥터는 반쯤 뜬 눈으로 트리아이나를 노려보았다.

 

“쉴 수 있으면 쉬어보라고 하지 그래.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오빠 생각만 날 텐데 어디 오죽 뒤척였겠어? 밤잠 설쳐도 골백번은 설쳤을 거다.”

 

“에헤이, 그러면 쓰나. 나처럼 사령관을 딱 믿고 마음 편하게! 응? 그래야지.”

 

“모험가라는 인간이 그리 단순해도 돼?”

 

“박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나라도 단순하게 생각해야지.”

 

트리아이나는 걸치고 있는 이불을 가슴께로 모은 채 닥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성큼성큼 걷는 발걸음 소리가 복도 벽에 부딫혀 울렸다.

 

“에취!”

 

기침 소리도 함께.

 

“...그러니까 누가 그런 경영 수영복을 한겨울에 입고 다니래.”

 

“수, 수중 모험가는 언제나 준비를 하고 있어야... 에, 에에에취!!”

 

“...요령 없는 인간은 여기 있었구만.”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닥터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시릿한 코끝. 입동(立冬)을 지난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긴팔을 입고 다닐 날씨가 되었다.

 

닥터의 패널에 적혀 있는 날짜는 11월과 12월의 사이를 가리켰다. 

 

‘이쯤이면 눈이 내릴 때도 됐지.’

 

인간이 사라지면서 원래대로 되돌아온 자연은, 그제서야 인간이 만든 시계에 맞춰 째깍째깍 돌아갔다.

 

“와쳐 오브 네이쳐 쪽에서 준 기상 예보에 따르면 내일부터 눈이 내린데. 그렇게 얇은 옷 입고 추운 한반도에서 시간 보낼 거 아니면 빨리 잠수정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

 

“아래라면... 푸흐흐흣!”

 

“남반구 말이야... 거기는 지금 그 옷이랑 딱 어울리는 날씨겠네.”

 

호주 인근의 절대방위지역도 이젠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오세아니아에 남아 있는 철충은 거대 AGS들이 전부 잡아먹었고, 더 이상 먹을 게 없어진 AGS들은 그대로 수면 상태에 들어갔다.

 

그 덕에 사막화가 진행되던 호주 내륙도 점차 푸르게 변했고, 사람들이 살만한 곳도 늘어났다.

 

그중에 공기 좋고 물 맑은 곳 하나 찾아 겨울까지 버티는 것. 트리아이나 같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인간 없이 겨울을 나는 방법이었다.

 

“어차피 오빠 상태도 당분간은 저대로 일 것 같으니까 앞으로 얼마 동안은 연락 없을 거야. 묘지 공략도 우리쪽 잠수정으로만 해볼 테니까.”

 

“그럼 이제 난 안 와도 된다는 거지?”

 

“응. 방금 막 마지막 팀을 제외하고 전부 다 복귀했다는 얘기가 들어왔거든. 이 정도 이동량은 여기서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후우, 다행이구만. 그런데 지금 바로 가야 해?”

 

트리아이나는 복도 한쪽에 나있는 창문을 가리켰다. 거기엔 큼지막한 보름달과 수천 개의 별이 일제히 반짝이는 밤하늘이 바다 위에 느즈막히 걸려 있었다.

 

“나 야간운전하기는 싫은데. 위험하잖아.”

 

“야간운전은 무슨. 추워서 그러는 거 티 나.”

 

“...그래?”

 

닥터가 미간을 손으로 집으며 말했다.

 

“하 참, 무슨 바이오로이드가 냉혈 동물도 아니고 왜 이렇게 예민해. 뱀도 아니고.”

 

패널로 시설 내의 남는 방을 찾아본 닥터는 몇 번 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더니 7F라 적혀 있는 층에서 멈췄다.

 

“이쪽에 임직원 숙소가 있으니까 거기 가서 자. 필요한 거 있으면 알아서 찾아다니시고.”

 

“그 정도면 충분하지. 나도 이런 시기에 감 내놔라 대추 내놔라 할 만큼 철면피는 아니라고.”

 

“이미 숙소를 요청한 것부터 철면피인 것 같은데.”

 

사람 한 명을 들인다는 건 그 뒤처리까지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미 트리아이나를 한 번 들여보낸 적 있던 닥터였기에, 그녀가 한 번 자리를 깔면 얼마나 많은 잡동사니들을 보물이랍시고 꺼내 가지고 오는 지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사령관 때문에 생각해야 할 거리가 많은데.

 

속으로 나오는 한탄을 삼키며 입을 쩝쩝거리는 닥터였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그 지랄하면 안 된다? 전에 가지고 온 이상한 오파츠 때문에 다프네 언니들이 녹 부스러기를 얼마나 많이 쓸었는지 알아?”

 

“...무, 물론이지. 말했잖아? 나도 그렇게 철면피는 아니라고.”

 

“후우... 그럼 됐어. 나는 지금 상황 보고 받아야 하니까 알아서 들어가. 가는 길이 좀 복잡하긴 할 텐데 벽에 있는 화살표 보고 가면 될 거야.”

 

“복잡하다고? 후후, 나를 뭐로 보고 그런 섭섭한 말씀을. 나 트리아이나야. 최고의 모험가...”

 

“한 번만 더 헛소리하면 그냥 아예 내쫓아버린다?”

 

“넵.”

 

허리에서 뚝 소리가 날 정도로 칼 같은 인사를 한 다음, 트리아이나는 발을 돌려 닥터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사람이 없는 한밤 중이었기에 또각거리는 소리와 이불이 슬슬 쓸리는 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

 

“아, 맞다. 닥터?”

 

그러던 중, 소리가 우두커니 멈췄다.

 

“내가 헛소리 한 번만 더 하면 내쫓는다 했지?”

 

“아니, 별 건 아닌데.”

 

복도의 그림자 속에서 트리아이나가 멎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너무 걱정하고 그러지는 마.”

 

“......”

 

“왜, 너도 봤잖아? 사령관이 나 같은 수중 탐사용 바이오로이드를 어떻게 우주로 보내줬는지. 너한테는 그게 별 거 아닌 거였을 수도 있지만, 나한테는 한평생 불가능한 일이었어.”

 

트리아이나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다 알잖아? 저 사람, 그런 불가능한 일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란 거. 그러니까 이번에도 기적처럼 다시 일어날 거야.”

 

“...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근거라, 거... 참, 언제 봐도 박사님처럼 말한다니까. 그래도 뭐, 근거가 없지는 않아.”

 

“뭔데?”

 

트리아이나는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가슴을 쫙 폈다.

 

“감.”

 

“...뭐?”

 

“모험가의 감. 내가 이걸로 위험을 피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데. 믿어도 될 거야.”

 

그리 말하며 트리아이나는 이가 보이게 환히 미소를 지었다.

 

감이라. 그렇게 비이성적인 것을 믿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닥터는 잘 안다.

 

밝은 미래를 바라면 그에 상동하는 기대가 따른다. 기대가 따른다는 것은 실패에 대한 기회비용을 키우는 행위다. 그렇기에 알 수 없는 것에 패를 거는 행위는 성공의 가능성을 실패와 동등하게 맞추는 멍청한 짓이다.

 

50 대 50. 언제나 성공의 가능성을 100으로 고정하며 살아온 그녀에겐 0과 다를 바 없는 위험이었다.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50도 충분히 큰 숫자 아닐까,

 

“언니는 언제 봐도 모험가처럼 말하네.”

 

“아무렴. 그 정도는 해야 언니 노릇 하는 거 아니겠어?”

닥터는 가볍게 숨을 뱉으며 트리아이나에게 손짓했다.

 

“왜?”

 

“왜는 뭔 왜야. 빨리 가서 자라고. 언니.”

 

자기 딴에는 얼른 들어가라는 의미로 휘저은 것인데 트리아이나는 이리 오란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얼굴이 화끈해진 트리아이나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자기 숙소로 향했다. 복도 끝에서 오른쪽으로 꺾을 때 발목이 접질려 허우적대던 모습도 꽤나 웃겼다.

 

‘저기선 왼쪽으로 가야 하는데.’

 

그래도 이게 얼마만에 웃어본 건가.

 

태생이 글자 속에 파묻힐 팔자로 태어난 자신이었기에 평생 웃을 일이 손에 꼽혔다. 그런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해주는 것을 보면 과연 언니 노릇은 톡톡히 하는 사람이구나, 그리 생각했다.

 

언니가 이토록 많은데 동생 취급 받아본 적이 언제였나,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가던 닥터는 얼마 남지 않은 지휘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런 사소로운 생각이 사라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닥... 닥터?”

 

지난밤 동안 벌어진 일에 아연실색한 닥터에게 트리아이나가 물었다.

 

“내 잠수정... 없어졌는데?”

 

 

 

*

 

 

 

“으으, 삭신이 쑤신다. 쑤셔...”

 

콰직!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고블린의 사체 위로 미호의 총구가 쑤셔 박혔다.

 

프사이 섹션 수복 작업에 열중하던 미호와 불가사리, 스틸 드라코가 바닥에 남아 있는 잔여물들을 쓰레기봉투에 주워 담으며 투덜거렸다.

 

“하아... 이 며칠 동안 푹 썩히고 하수구 물에 우려다 놓은 것 같은 냄새... 이젠 정들 것 같아.”

 

“으으, 미호, 그거 들썩이지마. 안 그러면 안에 있는 냄새가 더...”

 

푸슉!

 

부풀어 오른 사체에서 가스 빠지는 소리가 났다. 액체인지 기체인지 모를 누런 것이 허공으로 뿜어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야, 야야야야 그거 빨리 내려놔!”

 

“......”

 

답이 없는 미호.

 

“미호?”

 

“선 채로 기절했어!”

 

옆에 있던 스틸 드라코가 마스크가 벗겨지는 것도 모른 채로 쓰러지는 미호를 향해 달려나갔다. 다행히 드라코는 미호의 기다란 양갈래 머리카락이 바닥의 분비물에 닿기 전에 그녀를 구해낼 수 있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산처럼 쌓여 있는 부패물 속에 파묻힐 뻔했으니 구했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리라.

 

“미호! 정신 차려! 이대로 죽으면 안 돼!”

 

“나... 나 아직 안 죽었어...”

 

“불가사리! 미호가 숨을 안 셔!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전에 배웠던 그 심폐 소생술이란 거 해야 하는 거야?”

 

불가사리가 미간을 짚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하고 싶으면 해줘 봐라. 니가 인공호흡 해주면 기겁하면서 일어날...”

 

“알았어!”

 

“... 드라코?”

 

스틸 드라코가 자신의 묵직한 강철 방패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그걸로 뭐하게?”

 

“전에 배웠어! 심폐소생술이란 건 가슴을 엄청 쎄게 눌러야 한다고! 그러니까 미호를 살리려면 엄청 쎄게 눌러줘야...”

 

“야, 야야야야! 그거로 내려 찍으면 나도 죽어!”

 

“어, 살아났다.”

 

겁에 질린 듯 구겨져 있던 얼굴은 일어나는 미호와 함께 화색이 돌았다.

 

다 죽어가는 사람이 이렇게 벌떡 일어나다니, 삼도천이란 게 있다면 엄청 얕은 강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심폐소생술이 정말 개쩌는 능력이던가.

 

‘... 역시.’

 

아직 흉부 압박은 하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벌떡 일어나는 기술이라.

 

심폐 소생술에서 ‘심폐’가 뭔지는 몰라도 ‘소생’이라는 단어는 사령관과 엘라가 했던 카드 놀이를 보면서 몇 번 들었던 적이 있었다.

 

‘소생’이란 게 ‘부활’과 비슷한 뜻이니 필시 이 심폐 소생술이라는 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대단한 기술이겠구나.

 

‘사령관은 대단해.’

 

그런 기술을 알려준 사령관을 생각하니 잔뜩 신이 나는 스틸 드라코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 그가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생각하니 금세 암울해진다.

 

“... 히잉. 미호, 불가사리, 우리 빨리 하고 나가자.”

 

“뭐야, 갑자기 웃다가 이젠 또 왜 갑자기 울어?”

 

“나 안 울어. 바보야.”

 

“......그래라. 그럼.”

 

바보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틸 드라코에게 들을 말인가?

 

미적거리는 둘을 대신해 어깨에 한가득 유기물 덩어리를 짊어 메고 있던 불가사리가 탄식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도저히 눈 뜨고 못 봐주겠군.”

 

결국 바르그가 들썩이는 입꼬리를 간신히 붙잡으며 끼어들었다.

 

“불평할 시간 있으면 한 마리라도 더 수거해라. 놈들이 이걸 회수해가면 지금까지 죽인 게 헛수고가 된다.”

 

“네, 네, 이걸 저놈들이 가지고 가면 유기물 재생 코드로 다시 되살려서 보낸다는 거죠? 잘 압니다. 알아요.”

 

“알면 움직여라. 작전을 시작한 것도 이제 고작 13시간 지났다. 벌써 지쳐 쓰러지는 놈은 버리고 간다.”

 

제 몸집의 세 배는 되어보이는 봉투를 들고 소각장으로 향하는 바르그가 노란 눈을 부릅뜨며 호통쳤다.

 

한 뼘 조금 넘는 고양이 귀가 씰룩거리는 꼴이 가히 짐승의 왕이라. 난생 처음 자신에게 고압적으로 구는 상대를 만난 스틸 드라코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미호의 등 뒤로 숨으며 궁시렁겨렸다.

 

“... 엄마 보고 싶다. 우리 엄마는 저렇게 안 시켰는데.”

 

“동감이야. 드라코.”

 

“시끄럽다. 입을 놀릴 시간이 있으면 저쪽에 널려있는 것들부터 가지고 와라. 구획을 나눠줄 테니 각자 할당량을 채우도록.”

 

“... 완전 시키는 거 체질이구만.”

 

미호가 입을 댓발 내밀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고블린 시체들을 모았다.

 

“허울 뿐이라지만 지휘관 역할은 할 생각이다. 누구들 덕분에 일의 효율이 아주 개판이 나서 말이지.”

 

“‘개’판은 무슨. 개는 우리보다 자기가 더 닮았으면서.”

 

스틸 드라코가 쫑긋거리는 바르그의 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드라코의 손가락을 본 미호가 옆에서 동조해주며 한껏 그녀를 부추겼다.

 

게다가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들어주는 불가사리까지. 일은 나름 잘한다지만, 저렇게 군기 빠진 바이오로이드는 바르그의 인생 전체에 걸쳐 처음이었다. 

 

아니, 자기들끼리 떠드는 모습을 보자면 대테러용 바이오로이드는커녕 모의고사 5등급 받고 좋아하는 어느 바보 여고생들을 보는 기분이다.

 

속으로 절로 나오는 탄식에 바르그의 두통이 진해진다.

 

‘......여제님.’

 

제가 이러고 삽니다.

 

입꼬리가 들썩이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시키는 일은 더럽게 미적거리면서 재잘재잘 여고생들마냥 떠들고 있는 이 셋의 게으름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벌써 목을 벴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싸움은 더럽게 잘한다. 깡도 보통이 아닌 것이, 고블린의 촉수가 속눈썹을 스치고 지나도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았다.

 

싸움에 잔뼈가 굵어도 아름드리 나무 몸둥아리마냥 굵으니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

 

결국 이번에도 참는 건 바르그였다.

 

“... 이봐, AI”

 

[네, 말씀하십시오. 바르그 님.]

 

바르그는 머리를 짚은 손으로 곁에 있는 드론을 불렀다.

 

“다음 공세가 올 기미가 보이면 바로 나에게 말해라. 저 느렁뱅이들의 감보단 네 녀석이 더 믿음직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스캔 가능 구획까지 탐지를 시작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드론이 파란 날개를 파닥이며 바르그의 시야 너머로 사라졌다.

 

자신을 오메가 섹션의 담당 인공지능이라 소개한 AI 소체. 처음 만났을 때는 ‘안녕하십니까, 세상이여.’ 같은 이상한 소리나 지껄이고 다녔지만, 바르그의 ‘교육’ 덕분에 이제는 퍽 공손해진 놈이다.

 

‘그래도 저것들에 비하면 말은 잘 들으니 다행이군.’

 

삐빅-

 

바르그의 패널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닥터의 연락이었다.

 

“상황은 좀 어때?”

 

“나쁘진 않다. 적들의 공습 패턴도 이젠 눈에 익는군. 저쪽 AI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만한 전술적 데이터가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너무 방심하지 마. 저렇게 보여도 4.5세대 인공지능이야. 멸망 전을 기준으로 잡아도 오파츠급 물건이라고.”

 

“그래봤자 백 년 동안 무덤에 쳐박혀 있던 데이터 덩어리다. 겁먹을 필요 없다.”

 

콰직!

 

바르그가 거대한 대검으로 쌓여 있던 고블린의 살점을 뭉게버리며 말했다.

 

“제아무리 오파츠급 인공지능이라 해도 이성도 없는 고깃덩어리로 펼칠 수 있는 건 인해전술이 한계겠지. 실제로도 지금까지 그것 이외의 방식으로 덤벼오진 못했다.”

 

“얘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걸 수도 있잖아.”

 

“그걸 확인하려면 들어가야 한다. 아니면 없는 시간 쪼개서 놈의 전략 분석이나 할 생각인가?”

 

“말은 잘하네.”

 

“말은 내가 가장 못하는 것 중에 하나다.”

 

바르그는 뭉친 어깨를 풀어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벽 삼아 기대고 앉은 대검은 이미 수천 마리 고블린의 체액으로 뒤덮여 있어 본래의 색을 잃어버렸다.

 

그녀의 옷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 중에서 그나마 떼가 덜 탄 부위가 있었다. 바르그는 거기에 담겨 있는 녹음기를 꺼내 이어폰을 꽂은 뒤 자신의 귀에 걸었다.

 

“그래, 조금 쉬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머니까.”

 

“......”

 

“내 말 안 들려?”

 

“들린다.”

 

바르그는 눈을 감고 주변을 느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코끝을 자극하는 비릿한 피냄새. 빠르게 뛰는 심장이 점차 잦아들고 후들거리는 팔의 근육도 다시금 팽팽해진다.

 

전투 후에 느낄 수 있는 고요함.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에 되려 낯설게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오빠랑은 무슨 거래를 한 거야?”

 

“......”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 걱정하진 마. 한밤 중이기도 하고 통신 채널도 이미 돌려놨으니까.”

 

조금 뜬금없는 화두에 바르그가 코를 흥 풀었다.

 

“내가 왜 그걸 말해줘야 하나.”

 

“신뢰 형성 단계의 일종이라고 하자고. 신뢰가 없으면 나도 지휘 못해.”

 

“그런 사소한 것에 연연해 하는 걸 보니 아직 애송이로군.”

 

“좀 더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거라고 해줘.”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대화.

 

이대로 내버려두면 자기 사연을 말할 때까지 계속 물어볼 게 뻔하다.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통신망이라 마음대로 끌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닥터의 말대로, 바르그는 좀 더 효율적인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틀어 놓았던 녹음기를 멈춘 다음에 말했다.

 

“... 내 어머니에 대한 일이다.”

 

“어머니?”

 

느닷없이 날아든 갑작스러운 단어에 패널 너머가 한동안 잠잠했다.

 

“개인적인 일이니 캐묻지 마라. 더 이상 말해줄 생각도 없으니까.”

 

“의외네? 생긴 거 보면 피도 눈물도 없게 생겼는데 생각보다 낭만 있는 바이오로이드였구나.”

 

“......”

 

자신의 기억을 낭만 따위로 격하시키지 마라.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바르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질문에 나름대로 대꾸도 해줬고, 형식적인 대답도 해줬으니 무시할 권리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꺼내는 것도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녀가 아는 한, 이런 주제로 대화가 시작되면 상대는 십중팔구는 더 깊게 파내려가고 싶어 한다.

 

바이오로이드의 어머니.

 

그게 어느 연구실의 연구원일지, 아니면 자본주의적인 관계로 얽힌 주인일지, 그것도 아니면 우연히 만난 일면식도 없는 인간일지, 그만큼 흥미롭고 우스운 주제도 없으니까.

 

“... 뭐,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닥터는 대수롭지 않은 어투로 대답했다.

 

“별로 궁금한 내용은 아닌가 보지?”

 

“이제 와서 뭘 낯간지럽게 그런 걸 궁금해 하겠어. 여기 있는 병원만 해도 애엄마 될 바이오로이드들이 수두룩 한데. 당장 내일 출산 예정인 사람도 있다고.”

 

“......”

 

“하아, 그거 생각하면 빨리 자야 하는데 오빠 때문에 잘 수도 없고... 뭐, 딴 닥터가 알아서 해주겠지.”

 

“... 어머니라.”

 

그러고 보니 이곳 병원에는 산부인과도 있다고 했었지.

 

살면서 산부인과라는 곳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바르그였다. 주인이었던 마리아 리오보로스는 남편은 있었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했고, 그녀가 죽여야 했던 표적 역시 이런 곳과 어울리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단지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장소. 그런 곳이 바로 옆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닭살이 돋았다.

 

“아, 맞다. 이거 내가 말해줬다는 건 비밀인데, 혹시 내일 출산하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

 

몰라도 상관 없는 내용이다. 작전과는 하등 관계 없는 화제.

 

그런데 작전과 상관 없다는 건, 알아도 상관 없다는 뜻 아닐까?

 

“... 누군데.”

 

결국 뭉근한 호기심에 져버린 바르그였다.

 

“홍련 언니.”

 

“홍련?”

 

“지금쯤이면 아주 배가 빵빵해져서 아기가 언제 자기 배를 찰지 잠도 못 자고 두근거리고 있을 걸? 어디 보자... 10개월 하고도 조금 넘었으니까 애도 건강할 거야.”

 

닥터가 진료 차트를 사락사락 넘기며 말했다.

 

“진통 주기도 인간하고 동일하고, 초음파 검사도 예쁘게 나왔고. 뭐 하면 애 얼굴 사진도 보여줄까? 어린 애가 벌써부터 자기 엄마 닮아서 잘생겼거든.”

 

“신경 꺼라.”

 

“에이, 너무 쌀쌀맞게 하지 말고. 안 그래도 거기 있는 언니들은 다 한 번씩 보고 갔다고.”

 

닥터의 말에 바르그가 고개를 돌려 세 명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자기들끼리 떠들썩거리며 쓰레기를 주워담고 있는 모습. 그녀가 바라던 군기나 잘 차려진 격식 같은 건 없었지만, 나름대로 근심을 숨기고 있는 어른스러움이 엿보였다.

 

이를 테면 힘들다고 노래를 부르지만 절대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안 하는 거나, 반나절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투지를 불태우는 등의 모습들 말이다.

 

그제야 바르그는 닥터가 홍련 얘기를 꺼낸 이유를 알아챘다.

 

“그러니까 같이 데리고 간 언니들 잘 좀 챙겨줘. 자기 동생이 태어나는 날인데 얼굴도 못 보고 끈적이는 살덩어리들만 만지고 있잖아.”

 

“... 왜 이런 얘기를 하나 했더니 그 부탁을 하고 싶어서였군.”

 

“후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마음대로 생각해.”

 

“내가 죄책감이라도 느끼길 바라나?”

 

“아니. 거기에 가겠다 한 사람들은 언니들이야. 크기도 크고 숨을 만한 엄폐물도 많은 게 딱 도시 같은 지형이니까 시가전 선수들인 자기들이 가야겠다 해서 간 거지.”

 

파르르르. 드론의 날개 떨리는 소리.

 

고개를 올려다 보니 작은 새 크기의 드론 하나가 큼지막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오르카 호의 카메라 드론. 이윽고 드론은 멀찍이서 고블린의 시체를 수거하며 투덜대고 있는 세 명을 가리켰다.

 

“지금은 저렇게 보여도 오빠가 쓰러졌을 때 엄청 울었어. 다른 언니들보다 조금 더. 몽구스라는 팀 자체가 원래 좀 그렇거든.”

 

“무슨 뜻이지?”

 

“스틸라인은 물량전, 특수 작전 및 암살 기동은 발할라, 화력전은 캐노니어랑 아머드 메이든. 그에 비해 몽구스는 딱히 특출난 점이 없었지.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카메라 드론의 눈이 바르그를 향했다.

 

“오빠를 위해 해준 것도 특출난 게 없었다는 거야.”

 

“......”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상관 없어. 본인들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든.”

 

“... 그래서?”

 

“죄책감 같은 거 느끼라고 하진 않아. 대신 조금은 불쌍하게 생각해줘. 몸 아픈 건 잘 참아도 마음 아픈 건 못 참는 언니들이거든.”

 

카메라 드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르그에게 동조를 요구했다. 바르그는 말없이 저 멀리서 투닥이고 있는 세 명을 지켜봤다.

 

양쪽 뺨에 생긴 자상, 부러진 뼈 근처로 푸르스름하게 올라온 멍, 삐걱이며 걷는 발걸음.

 

그 동안 별 것 아니라 생각하며 무시해왔던 것들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저격수라면 못 해도 수백 미터 밖에서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데 미호가 싸우는 방식은 마치 지근거리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격투술 같았다.

 

저격총의 총구를 적의 입 속에 박아놓고 격발하는 방식이라던가, 총의 반동을 이용해 개머리판으로 때리는 타격술, 저격수에겐 필요 없는 아크로바틱한 움직임. 전쟁의 승패와 상관 없이 깨끗해야 할 저격수의 몸은 지금 온갖 상흔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스틸 드라코와 불가사리도 마찬가지. 방패병이라면 응당 전방에서 가해지는 데미지를 견뎌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게 된다. 하지만 저기 있는 스틸 드라코는 방패를 메이스처럼 휘두르며 적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에 집중했다.

 

두꺼운 벽을 부수기 위해 만들어졌을 불가사리의 파일 벙커는 끝이 뾰족하게 연마되어 있었다. 폭발의 반동만으로 적을 타격할 수 없을 땐 그 말뚝 자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게 깎아 놓은 것이다.

 

이성적이지 못한 싸움 방식이다. 비효율적인 전투술이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군용 바이오로이드는 바르그가 아는 한 아무도 없었다.

 

딱 하나.

 

죽도록 절박한 바이오로이드만을 제외하고.

 

태생에 맞지 않는 전투법, 그럼에도 그것의 달인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무슨 일을 겪어온 것일까.

 

“... 닥터.”

 

“왜?”

 

“오미크론 섹션의 구획 정렬표를 보내라. 섹션의 심부에 도달하기 위한 루트를 계산해야한다.”

 

“루트는 이미 계산해놨는데... 갑자기 왜?”

 

“그럼 다행이군.”

 

바르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술을 씹었다.

 

“뭐?”

 

“지휘관 노릇이나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저 애들을 무시하고 있던 모양이다.”

 

이건 동정심이 아니다.

 

억지로 만들어진 죄책감도 아니고, 굳이 그녀의 언어로 풀어 쓰자면 쓸데 없는 참견이다.

 

그러니까, 구태여 몇 가지 잡스러운 것들을 더해 말하자면.

 

“간만에 몸 좀 풀어야겠어.”

 

호기심이다.

 

여제를 향한 자신의 충성심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저들의 비정상적인 아픔.

 

눈이 부시도록 소름이 끼치는 통증에 대한 호기심.

 

“이봐!”

 

으득거리며 목을 푼 바르그가 세 명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부터는 잠시 휴식한다!”

 

“응? 갑자기?”

 

“과도한 움직임은 전투에 악영향을 준다. 제대로 쉬는 것도 격투술의 연장이니 갈고 닦아라.”

 

“그냥 네가 쉬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고?”

 

역시, 말하는 여전히 뽄세는 개판이다.

 

하지만 이젠 이전처럼 거슬리지 않았다.

 

바르그는 두 대검을 등 뒤에 매단 채 다리를 풀었다.

 

“그럼 나는 주변을 정찰하고 오도록 하지.”

 

“얼마나?”

 

“필요한 만큼.”

 

그 말을 끝으로 바르그는 섹션의 건너편으로 발을 굴렀다.

 

쿵!

 

순식간에 사라진 신형. 바닥에 남긴 균열 위로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그녀는 몸을 내달리며 동시에 닥터가 보낸 오미크론 섹션의 지도를 눈에 익혔다.

 

“전체 길이 3.4 km. 적대적 개체 500기 이상. 예상 소요 시간은 120분으로 잡겠다.”

 

“야, 야야야! 지금 뭐하는 거야!”

 

“닥터, 루트 안에 남아 있는 고블린 개체를 산출할 수 있겠나?”

 

“총 552마리! 오차 범위는 5% 내외. 그런데 그건 왜-”

 

“552? 몸풀기로 적당하군.”

 

입술이 달싹거린다. 잔잔해진 폐가 다시 세차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팽팽해진 근육은 일제히 놔진 고무줄처럼 순식간에 수축해 다리를 움직였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바람.

 

코끝에 느껴지는 비릿내.

 

무거운 대검의 파찰음. 고인 대기 속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싸움의 징조다. 허나 그녀가 지금까지 가지지 못했던 미지의 전조였다.

 

“아니, 갑자기 왜 급발진이야! 너 혼자 가서 뭐하겠다고? 싸우려면 같이 싸워! 그편이 더 안전하니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뭐?”

 

심장이 뛰었던 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렇게 두근거렸던 적은 없었다.

 

“저 애들이, 자기 동생이 태어나는 모습을 직접 본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지 않나?”

 

자기 태생을 부정해야 할 만큼 절박했던 바이오로이드가, 행복한 얼굴을 지은다면 거기엔 무슨 감정이 서려 있을까?

 

한 명의 어머니가 탄생하는 것은, 그걸 옆에서 축하해준다는 것은, 어떤 감격일까?

 

거기엔 기쁨이 있을까?

 

웃음이, 눈물이 있을까?

 

-우리 바르그.

 

바르그는 자신의 녹음기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의 보물. 나의 귀염둥이.

 

그녀의 주인이 생전 그녀에게 해주었던 말들.

 

자신를 세상에 있게 해준 사람이 해주었던 따스한 낱말의 조합.

 

-우리 강아지.

 

그 사람도 자신이 만들어졌을 때,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까?

 

“...... 하.”

 

그럴 리가 없겠지.

 

천하의 악인이었다. 죄 없는 사람을 수도 없이 죽이고, 죽게 내버려둔 죄인이다. 그런 냉혈한이 고작 자신을 위해 웃어주었을 리가 없다.

 

그녀의 미소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가?

 

“하하하하!”

 

웃지 않았어도 좋다. 되려 경멸스러워 해도 좋다. 세상이 무어라 손가락질 하든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단지 상상할 수 있으면,

 

그 미소를 저 느렁뱅이 세 명의 얼굴을 통해 떠올릴 수 있다면 좋다.

 

쾅!

 

바르그가 오미크론 섹션으로 향하는 입구를 발로 거세게 걷어찼다.

 

“자, 괴물들아!!”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수백의 붉은 눈동자가 번쩍였다.

 

-사람?사람?사람?사람?사람?사람?사람?사람?사람?

 

-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죽여줘

 

수십 년 간 살아있는 것의 향취를 맡아본 적 없던 살덩어리들이 난생 처음 맡는 인간의 체취를 따라 몸을 날렸다.

 

찰칵.

 

“오냐.”

 

거센 파도처럼 밀려드는 고블린들을 바라보며, 바르그는 검자루를 고쳐 쥐었다.

 

그 느렁뱅이들이 자기 동생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한 시라도 빨리 임무를 끝내야 한다.

 

팔 근육 전체를 수축시키며 몸을 웅크린 바르그가 단숨에 검을 뽑아 내질렀고,

 

“내 기꺼이 죽여주마.”

 

수십 마리의 고블린이 일격에 쓰러졌다.

 

 

 

*

 

 

 

바르그도 이번 화만큼은 멋지게 나와도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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