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라오를 좋아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갑자기 라오 세계관에 떨어져서?

그건 사소한 문제였다. 왜 과거형이냐면....

"이 사람...인간이 아닌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사람에게서는 뇌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뭐랄까...AGS를 보는 느낌?"

뭐지? 콘스탄챠가 농담하는건가? 아까까지 팔팔하게 살아있던 인간인뎁쇼?

그래서 정밀 검사를 한 결과...난 진짜 인간이 아니었다. 몸 전체가 기계로 이루어진 일종의 안드로이드였다.

".........실화냐....."

아무튼 나는 일단 오르카호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물론 난 인간이 아니니 다른 소설처럼 부사령관 그딴 건 안했지만.

'뭐...나야 잘 할 자신 없었으니 다행이긴 한데......난 뭐지...몸 전체가 기계니까 바이오로이드는 아니고...인간과 똑같이 생긴 AGS라니 들어본 적도 없는데....'

오르카호의 작은 방을 얻은 나는 한동안 방안에 틀어박혔다.

바이오로이드들의 경계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보내는 하루하루.

'난 로봇 3원칙조차 적용이 안 되어 있는데 그냥 사령관 패고 나갈까...'

그렇게 백수처럼 보내던 어느날....

"여! 직접 만나는건 처음이군요! 제 이름은 Mr. 알프레드! 만나서 반갑습니다! 로이드군!!"

방 앞에 찾아온 AGS Mr. 알프레드. 손을 내밀길래 나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오야?"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잡은 나와 알프레드.

"아무렇지도 않군요."

"네?"

"아. 사실 제가 유기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래서 극소량의 단백질도 직접 만지지 못하는데..."

그 말에 나는 극도로 우울해졌다. 이제는 인정해야했다. 나는 인간이 아니라 몸 전체가 기계인 로봇이라는 것을...

"괜찮으십니까? 로이드군?"

"괜찮습니다.."

"고민이 있어보이는군요! 이 Mr. 알프레드에게 털어놓으세요! 걱정말고!"

나는 알프레드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물론 완벽하게 솔직히 털어놓으면 미친 로봇으로 알 가능성이 있으니 약간 꾸며서.

"저런...며칠 전까진 당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고요?"

"네....."

"가끔 있지요. 고생 많았군요. 로이드군. 크흑! 비극이군요! 자신이 인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안드로이드고 바이오로이드와 AGS 중 어디인지 정하지도 못한 채 방황하는 소년이라..."

"......"

"걱정마시길! 이 Mr. 알프레드가 당신의 듬직한 선배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선배..요?"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셔도 좋습니다! 아니면 둘 다 고르셔도 상관없고요! 일단 철충이라는 적과 싸우는 동료니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아...감사합니다..."

"교류의 기본은 인사! 일단 모두에게 인사하러 갑시다! 우선 AGS 부터 가볼까요? 왜냐하면 제가 AGS니까요!"

그렇게 나의 오르카호 일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두 번째 인간으로 전이했더니 안드로이드가 된 라붕이가 보고 싶었다. 2화를 쓸 일은 없겠지.

AGS와의 일상물을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