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아타 휘하 오르카 시절,

철충을 상대로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는 제약 때문에

희생자가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으..나,

인간 기준으로도 극비전력인 닥터에, 블팬같은 전쟁 베테랑에

둠브링어같은 전략폭격 스쿼드,

심지어 매 순간 기적을 만들어내는 어느 너구리까지.

해상전력이 전무하다는 걸 제하면 국소 세력이라기에는

과분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음.

라비아타가 못나서 사망자가 나온 게 아니라,

선제공격을 당했을 때 방어전만 펼칠 수 있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망자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거지.


 그래서인지, 최후의 인간이 합류하는 시점부터

오르카 세력은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해.

사령관이 철충들에 대해 본능적으로

대처법을 떠올린다던가 하는 전략적 재능에 대한 암시는 있었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마침내 철충들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게 된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이후 '사망자 없음'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매 초 갈아치우며

큰 잠수함~무인도나 점령한 수준의 애들에서

철충을 박살내가며 육상에 거점을 둔

진정한 '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었음.


 단순히 전력이 강해진 것으로 끝났냐면 그것도 아님.

사령관이 길거리에 떠돌아다니던 소완을 발견하자마자 한 일이

"참치만 먹이는 애들은 질렸어!"

라며 메이드장~주방장으로 삼아버렸고,

잠시 [검열됨]지만 소완은 포티아나 아우로라를 휘하에 두고

오르카 호 전체의 급양 상태를 어느 세력에 비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까지 끌어올렸음.


  '밥 잘 멕여 주느냐?'가 일꾼들의 사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오늘 구내식당 메뉴가 뭔지 식단표 뒤적거려 본 라붕이들은 대충 알거임.


 

 당장 오늘 하루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덜어지고,

밥도 매 끼니 맛있는 걸로 배부르게 먹여주는 데다

좆간이면 어쩌나 하며 걱정했던 최후의 인간이 하루종일 하는 생각이란게

'어떻게 하면 얘네를 좀 더 잘 챙겨줄 수 있을까?'인데

이 때쯤부터 오르카 내 인원들은 '이 인간은 믿을 수 있다'라는

신뢰를 가지기 시작했을 거임.


 

 물론 사령관이 있는 것만 잘 관리했던 건 아님.

한 줌에 불과했던 세력을 운용해서 무적의 용이 지휘하는

호라이즌을 통째로 손에 넣었고,

오만함으로도, 재력으로도 인류 최고였던 앙헬 리오보로스의 무덤지기인

로크도 감화시켰음(이는 워울프와 세이렌, 트라이포스의 공이 컸지만,

모두 사령관의 오르카에 감화된 이들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할로윈 파크 패닉!]을 기점으로 이는 정점에 달하게 됨.

그 아르망조차 '테마파크를 보면 우리 사령관은 좆간이 될 것'이라며

진즉에 오르카 대원들 사이에서 신뢰도 MAX를 찍은 사령관을 상대로

테마파크에 대해 궁금해 할 때, 방문하려 할 때, 방문했을 때,

모두 앞을 가로막으며 '제발 들어가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게 되고,

  늘상 웃는 얼굴에 인간을 반가워하던 키르케조차도

C구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을 정도로

'마지막 인간'이 '구 인류'의 발자취를 답습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지.

하지만 모든 실정을 알게 되고도 구인류에게 동화되기는 커녕,

테마파크의 [기록말살됨]구역을 영원히 없애버리는 것으로

'나는 절대로 너희를 저버리거나 비인간적으로 대하지 않겠다'라는 신뢰를

휘하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심어주게 돼.



 이는 사령관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오르카 외부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어.

그래서인지 실제로 사령관을 직접 만나본 바이오로이드들은

큰 고민이나 갈등 없이 사령관에게 마음을 열어.

(이는 비단 사령관이 '인간이라서'가 아닐거라 생각함)

 그리고, 그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령관을 보고

그들의 세력을 통째로 사령관에게 위탁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났어.


 

 그렇게 점차 세력을 넓히는 '인간'이 있다는 것을

바이오로이드 집단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미 대륙의 펙스에서도 알게 되지.

이들은 '오르카는 우리에 비하면 한줌에 불과하니 어찌저찌 잘하면

인간 남성 표본을 얻어서 우리 주인님을 부활시킬 수 있을거야'

'혹은 우리 말을 잘 듣는 명령권자판기로 만들 수 있을거야'

라는 생각을 하는 아주 이성적으로 미친 놈들이었어.


 그런데 개중 한 명인 알파가 주인공 세력으로 투항해버려.

유심히 오르카 세력을 지켜봐 왔고,

'아 이 인간은 진짜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 거지.


         

           

 알파의 합류 이후로, 펙스 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오르카의 존재가 알려지게 돼.

슬레이프니르를 주축으로 한 아이돌 활동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알파와 오렌지에이드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었거든.


 이 때를 기점으로 펙스의 바이오로이드들 사이에서도

'오르카라는 세력이 있는데 그쪽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다더라' 라는 인식이 퍼지게 돼.

그래서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오르카 호에 전향 의사를 타진하게 되었어.

  또, 이 시점에서 사령관은

미 대륙을 거점으로 둔 바이오로이드 세력인 펙스의

'오렌지에이드 오메가'의 부관인 '유미'와도 연락이 닿게 됬지.


 사령관의 108계단 복지 컴보는 이걸로 끝난게 아니었어.

적당한 육상 거점이 확보되자, 전 바이오로이드들을 대상으로

세상 마지막 남은 생체딜도와의 데이트권을 추첨으로 뿌리고,

바이오로이드들이 체험해봤을 리가 만무한

초대형 복지시설인 아쿠아랜드를 건설하도록 지시해서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누릴 수 있게 해 주었지.

 심지어 그 와중에 잠입한 펙스의 쁘락치조차 감화(물리)시켜버리고,

역정보를 흘려 일부라고는 하지만 펙스의 전력을

말 그대로 일방적으로 박살내버리게 돼.


 이후 스토리 중 알바트로스가 사령관에게 조언을 하는 장면이 있어.

거기서 알바트로스는 다음과 같이 말해.

'레모네이드 적당히 모가지 따서 세력 흡수하셈 님 뭐함?'

'방주에만 짱박혀 있지 말고 AGS 잔뜩 만들어서 어택땅 찍으셈.'

(대충 축약한거라 알바트로스가 쓰레기처럼 보이지만

인게임에서는 나름 정중하게 말했음.)




 개발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장면을 집어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알바트로스같은 'AGS'가 이 말을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음.

알바트로스는 기계니까 오르카 호가 좀 승승장구 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펙스같은 대륙 세력에 비하면 '한 줌'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조언을 했다?

내가 볼 땐 '이렇게 하면 이길 거 같은데..'라는 가능성이

알바트로스 시점에서는 서서히 보이고 있는 거라 생각함.


 최근 이벤트에서도 압도적인 머릿수의 철충을 상대로

효율적인 치고빠지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오르카 호는 이미 병사 개개인의 수준이 정예에 달한 수준이야.

 앞으로는 어떻게 펙스 세력을 개박살내버릴지

오르카 세력의 동향에 주목하고 싶음.



늘 그렇듯 글 싸지르고 나면 수습하기가 어렵네

분명히 시작은

'오르카 애들이 반란을 할 이유가 없다' 였는데

좋은 밤 되셈


틀린 거 있으면 누가 댓글에 달아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