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 어느덧 다가온 라붕의 시술 당일.

그 시간동안 소문이랑 소문은 다 났는지 어째 라붕을 보는 대원들의 눈이 조금 달라졌다.

정확하게는 이전에는 그저 수상하지만 세상 착한 사람을 보는 눈이였다면 지금은 그저 한없이 라붕을 존경하는 눈으로 보고있었다.

라붕이 어쩌다 식당에 들렸을때에는 호드의 대원들이 같이 밥을 먹자며 그를 끌고갔을 정도이니 말다했다.

그리고 지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라붕은 드디어 시술을 받기 위해 닥터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페어리 시리즈의 다프네와 리제가 기다리고있었고 닥터도 준비가 다 끝났다며 그를 불렀다.

"너무 긴장하지마 라붕오빠."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닥터양."

"히힛, 물론 이 초 천재 미소녀 과학자를 믿어!"

닥터의 말을 끝으로 라붕은 편안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








지독한 꿈이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오래된 거울을 보고있는 기분이다.

어릴적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던 시절, 나는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와 풀 위로 지나가는 바람소리 하늘 위에 펼쳐진 별들의 향연.

어떤게 어느 별인지도, 어떤 별을 어떻게 이어야지 별자리가 완성되는지도 모르던 그 시절.

이런 아이가 있었구나.

나는 그저 멀리서 별을 보며 웃고있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제법 예쁜 심상세계로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정체모를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내 키의 몇배나 되는 높이의 바위에 한 노인이 앉아 소년과 별하늘을 바라보고있었다.

"당신은..."

"음? 오 이런 내가 자기소개를 깜빡했나? 이거 실례했군, 읏챠!"

기합소리와 함께 바위에서 뛰어내리는 노인, 바위와 지면까지의 높이가 제법 있었음에도 소리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내려왔다.

"살아온 세월이 이 두손으로는 셀 수가 없기에 그만큼 나를 부르는 이름은 수없이 많지, 그나마 나도 마음에들고 가장 보편적으로 불린 이름을 고르자면 그래, 외신이 좋겠군!!"

"외...신?"

"크흠, 다시 소개하지 나는 무수히 많은 세계의 관측자이자 관리자 이르기를 세계의 밖에서 지켜보는자 흔히들 외신, 아우터 갓이라 부르는 존재일세."

그렇게 장황하게 자신을 소개한 외신은 이내 손가락을 튕겨 각종 테이블과 찻잔을 꺼냈다.

"자, 어서 앉게나."

솔직히 앉으면 돌아올 수 없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도망치는건 불강능해 보였고, 별 수 없이 나는 외신이 소환한 테이블에 합석했다.

"후릅- 후, 그래 이 세계에서의 삶은 마음에 드나?"

노인... 자신을 외신이라 소개한 남자는 찻잔에 차를 채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나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투성이였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이 우주는 내가 원래 살았던 세계를 기준으로 수없이 많은 평행세계, 어쩌면 인류가 도달했을지도 모르는 세계를 만들어 냈으며 이 세계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그 뒤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질문의 내용이나 말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있는 무언가가 나를 이 세계로 전생시킨거 같았다. 

"흠... 슬슬 시간이 다되가는군. 그럼 소년, 이 질문을 끝으로 나는 가보겠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정도가 되었을 무렵, 외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채비를 했다. 애초에 지금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도 룰 위반이라나 뭐라나... 여하튼 외신은 나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소년, 지금 살아바는 그곳에선 좋아하는 사람은 생겼나?"

"...."

좋아하는 사람... 솔직히 없다고는 못하겠다. 그도그럴게 나는 오르카의 모두를 좋아하고있다.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이런 불품없는 나를 받아준 그곳이 좋다. 

그래, 이 질문에는 이 대답이 어울린다. 간단명료한 대답. 

"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모두를 만날 수 있었어요."

"후훗... 카카카카캇!!! 마음에 들었다 소년, 이건 내가주는 선물이다."

외신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이마를 툭 쳤다. 착각이겠지만, 그 순간 내 몸에 무엇인가 따뜻한것이 들어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에 볼때에는 조금 더 길게 이야기 해보자고!"

그렇게 말하면서 외신은 저 멀리있는 숲으로 걸어나갔다. 외신이 떠나고 별하늘이 보이는 들판에 나는 아직 이곳에 남아있다.

오래된 거울은 이제 더이상 어린 시절의 나를 비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온정을 알게된 소년은 이제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른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이 풍경을 아직 나는 눈에 담고 싶었다.






무사히 시술이 끝나고, 나는 한동안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닥터는 아마 빠르면 이번주 안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조금 불편한게 있다면...

"자, 도련님 어서 주무세요."

나를 압도하는 덩치와 키, 옷 뒤로도 알 수 있는 묵직함과 풍만함을 지닌 가슴, 예쁘게 땋은 머리카락과 조금씩 보이는 동물 귀.

프리가, 일찍이 내가 서약한 얼마 안되는 캐릭터이자 한동안 내 일상생활을 도와주기 위해 사령관이 닥터에게 부탁해 재생산한 바이오로이드.

그런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있었다.

"...조금 있다가 잘게요."

"흐음... 에잇!!"

"자... 잠깐 프리ㄱㅏ!!"

내가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나를 껴안은 프리가, 그녀의 품은 어머니의 품과 같이 따뜻했고 그녀의 풍만한 가슴은 세상 그 어느것보다도 부드러웠다. 무엇보다 그녀의 머릿결에서 올라오는 향기... 왜인지 그리운 냄새가 났다.

프리가가 주인과의 스킨쉽을 통해 교감을 나누는건 그녀의 소개문을 통해 알고는 있었다만... 전에도 말했듯이 그저 글로만 경험하는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그 궤를 달리한다.

"...응애..."

"후훗, 자... 도련님 이대로 같이 자도록하죠."

아무래도 한동안은 고생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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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각성한 라붕! 아마 몇화 내로 감마랑 싸우는 내용을 적을 수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