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음집



며칠 전, 아메리카 대륙 북서쪽, 알래스카 구 앵커리지 지역. 레모네이드 알파의 본거지. 어느덧 오르카 호에 새로운 인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그녀에게까지 전해진듯 하다.




"새로운 인간의 발견이라... 흥미롭네요."




일곱 명의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 중, 7인의 회장의 부활에 가장 반대했던, 반대를 넘어 배신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고 있던 레모네이드 알파.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들의 베이스가 된 인간 '안나 보르비예프'가 유일하게 직접 탄생시킨 존재이며, 그녀가 바라는 펙스 회장들의 완전한 파멸이 그녀의 모듈 가장 깊숙한 곳에 각인되어 진정한 목적이자 하달 받은 명령으로 입력되어있기 떄문이었다.




"이 인간이라면, 펙스 콘소시엄의 완전한 파멸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죠."


"근데... 이제 아무래도 좋은거 아닌가요? 회장 7인 모두 더는 살릴 수도 없고... 시신도 이미 매장해버렸잖아요. 알파님께서 안나 박사님께 받은 명령은... 더는 수행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그녀의 부관 오렌지에이드가 알파를 살짝 걱정하듯이 여러 마디를 섞어가면서 말했다. 오렌지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안나 박사를 씨받이로 쓴 사악한 이들은 이제 더는 살릴 수도 없고, 그 충격으로 목을 매달은 델타, 그리고 그것을 보고 심장발작으로 뒤따라간 오메가까지. 회장을 살리려 했던 충성파들 역시 감마를 제외하면 모두 죽었기에, 펙스 콘소시엄이 예전과 같은 부활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펙스가 완전히 없어진건 아니잖아요. 그 회장들의 흔적들이 모두 지워지지 않는 이상... 안나 박사님께선 편안히 눈을 감으실 수 없어요..."


"알파님..."


"일단 연락을 넣어는 봐야죠. 오르카 호로 통신을 넣어봐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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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오르카 호 함교.




"공용 채널로 데이터 수신...! 이건...? 레모네이드 알파?"



"레모네이드 알파? 또 다른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가 어째서 우리한테?"


"사령관님께 보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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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다른 레모네이드라고? 감마 그 년이 아니라?"


"그렇습니다... 서방님의 업무를 지체시킨 것에 먼저 사과드리옵니다..."


"아 씨... 또 어떤 년이지... 일단 연결 해 봐."




오르카 호로 수신된 레모네이드 알파의 통신이 오르카 호 함교에 연결되었고, 사령관은 감마 이후 또 다른 새로운 레모네이드 개체를 확인하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전 펙스 콘소시엄의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중 하나인 레모네이드 알파라고 해요."


"...오르카 저항군을 이끌고 있는 사령관이자, 이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간이다... 대체 목적이 뭐냐..."




오르카의 사령관에게 있어선 자신과 오르카에게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리고 싶지 않았다. 여전히 숨기고 싶은 치부이자 하필이면 처음으로 만났던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가 난폭하고 파괴적인 성향을 가진 감마였기에, 알파 역시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내심 경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계심이 사라지는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께요. 절 좀 도와주셨으면 해요. 펙스 콘소시엄의 완전한 파멸을 말이죠."


"...뭐라고? 펙스의 완전한 파멸?"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네 놈이 있는 곳을 파멸시키는걸 도와달라니.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




로열 아스널은 아직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는지 살짝 위협조로 쏘아붙였다. 하지만 그런 위협에 움츠러들 알파가 아니었다.




"방금 말한 그대로에요. 펙스 콘소시엄의 완전한 파멸. 없어져야 할 다른 레모네이드 개체들도 있고 말이죠."


"흐음... 혹시 그 없어져야 할 레모네이드 중에... 감마도 있는가?"


"물론이죠. 델타와 오메가와 똑같은 충성파였으니, 지금 현재 가장 위험한 세력인 포세이돈 인더스트리가 최중요 표적이에요."


"오호라...! 이거 마침 잘 됐군... 그 놈들한텐 안 좋은 무언가가 있었는데 말이야... 크흐흐흐..."


"...서방님...?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인것 같습니다... 먼저 회의를 진행하고..."


"아니아니. 됐어. 그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지. 근데... 흐흐흠..."


"... 받아들이는데... 갑자기 뭐죠?"




자신의 제안을 너무 빨리 흔쾌히 받아들이는 사령관의 모습에 살짝 의구심을 품은 알파. 그리고 그의 왠지 모를 음흉해보이는 눈매에서 무언가 이상한 눈초리를 느꼈다.




"알파라고 했나? 자세히 보니 꽤 좋은 몸을 가졌는데... 먼저 우리한테 합류하고 같이 길게 얘기라도 해보자고."


"네? 갑자기 뭐라고 하셨죠?"


"못 알아들은건가? 먼저 우리한테 합류하고 얼굴을 같이 맞대고 제대로 얘기해보자고 했다."


"...잠시만요... 설마... 다른 목적이 있는건 아니죠...?"




레모네이드 알파가 담당하는 칠죄종은 색욕. 자신의 제안을 너무나도 빠르게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고, 이는 곧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그의 마음과 시선이 자신의 제안은 둘째치고, 자신의 얼굴 밑에 있는 흉부지방에 집중이 되있음을 알아챘다.




"...인간의 절대적인 명령권으로 명령하겠다. 고분고분하게 우리 오르카 저항군으로 합류해라."




역시 알파의 추측이 정확히 맞아떨어진건지, 그녀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에게 얘기하자 대놓고 탄로가 났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표정이 싹 변하는 사령관의 모습이 화면 너머로 보였다. 그리고는 언제나 항상 그가 사용하던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를 부릴 수 있는 명령권. 이 명령권이 화면 너머 레모네이드 알파에게 향했다. 하지만...




"... 마음이 바뀌었어요. 당신하고는 같이 일을 할 수가 없겠군요."


"ㅁ, 뭐라고!?"




당연히 사령관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바이오로이드라면 모든 이들을 자기 마음대로 굴릴 수 있는 수족으로 생각했으며,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명령권이라는 존재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사용해왔기 때문. 하지만 레모네이드 알파는 달랐다. 특수한 목적으로 생산된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였기에 뇌파상으로 명령을 할수 있는 명령권이 통하는건 오로지 그녀가 담당하고 있던 클로버 산업의 회장. 단 한명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를 알리가 없던 사령관은 당연히 자신의 명령권을 무시한 그녀에 대해 놀랄 수 밖에 없었고...




"야!! 난 인간이라고!! 바이오로이드라면 이 인간님이 내리는 명령이라면 따르는게 맞잖아!!"


"...그 정도의 유치하고도 얕은 지식으로 오늘까지 그 오르카 저항군을 이끌고 다녔다니... 운이 좋은건지 충신이 없는건지 헷갈리는군요. 당신이 사용하려는 그 명령권이라는건 주인 없는 바이오로이드에게만 해당되는거에요. 전 프로그램상 저의 주인이 있긴 있거든요."


"... 사실입니다... 레모네이드 감마도 비슷한 경우로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회장의 명령이 아니면 다른 인간님의 명령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발!!!"


"흐흠... 아무튼... 당신의 그런 모습을 보면 저나 베타나 자발적인 의지로 오르카 저항군에 합류 할 일은 없을것 같군요. 잘 가요. 우린 만난 적 없는겁니다."


"야! 기다려!!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치지직.-'




사령관이 어떻게든 통신을 붙잡아보려 했지만, 알파 측에선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어버렸다.




"... 이런 시발...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는거지..."


"알파님... 저 인간님은... 왠지 모르게 위험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 자체가 안 좋았어요..."


"네... 저도 느꼈어요... 저 인간이 지휘하고 있는 오르카 저항군... 경계해두는게 좋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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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사령관... 일단 진정해라..."


"시발!!! 내가 진정 안 하게 생겼어!!"


"서방님...!!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뭐...?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날 거부해?"


"오빠 그러면 이건 어떨까?"




통신을 지켜보던 닥터가 살며시 사령관에게 제안을 하나 건넸다.




"아까 알파 저 여자가 그랬잖아. 자기나 베타나 합류할 일은 없을꺼라고. 나의 얕은 지식이 맞다면, 펙스 콘소시엄의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들은 총 7명이고, 그 중에 회장의 부활을 기준으로 반대를 하는 파가 저 알파와 베타라는 개체였을거야."


"그게 뭐! 요점이나 말해!!"


"무슨 말인지 이해 했습니다. 그러니까... 꿩 대신 닭 아니오? 서방님. 레모네이드 베타를 찾아보는건 어떠십니까."


"호오... 다른걸 건드려 보자 이거군."




방금까지 극대노를 하고 있던 사람이 맞다싶을 정도로 사령관의 기분이 시시각각 바뀌었고, 무적의 용을 비롯한 지휘관 바이오로이드들도 이런 사령관의 모습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화가 가라앉음에 안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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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북미 대륙 어딘가의 레모네이드 베타의 주둔지.




"베타님! 큰일 났습니다! 미상의 바이오로이드 부대가 저희 부대에 침공을...!"


"네...!? 그게 갑자기 무슨??"




결국 오르카 반란군의 조사 끝에 알아낸 레모네이드 베타의 주둔지는 오르카 반란군의 거대한 침공을 받았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공격에 오르카 답지 않게 공세 상태를 쭉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른 대피하셔야 합니다! 이대로 있다간..."



'타아앙!!'



"크억...!!"




다급히 보고를 올리고 있던 미스세이프티 개체가 베타가 보는 앞에서 쓰러졌고, 이내 콘스탄챠 S2 416 개체가 장총을 겨누면서 베타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인간님께서 지휘하시는 오르카 저항군입니다. 당신에게 용무가 있으니 저항하지 말고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대체 어째서...?? 우리를..."




그녀의 케스토스 히마스는 알파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전투보단 정보전에 특화되어 있었으며, 본인의 성격 또한 심약한 성격이었기에 제대로 저항도 해보지 못 하고 그렇게 레모네이드 베타는 허무하게 오르카 반란군에 끌려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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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재 시점으로부터 약 20분 전.




"알파님... 베타님께 아무리 신호를 보내지만 도저히 신호를 받지 않습니다."




금일 당직을 서고 있는 이그니스 개체가 계속해서 레모네이드 베타에게 통신을 보내고 있지만 어떠한 답장도 받지 못 했다.




"이상하네요... 베타가 통신을 받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잠깐만요... 저기... 혹시 알파님... 설마...?"


"네? 갑자기 무슨 말이죠?"




순간 오렌지에이드가 불길한 무언가를 직감한건지 알파에게 입을 떼려는 순간,




"음...? 이 신호는... 오르카 호에서 온 통신입니다."


"아앗...! 오르카 호...!!"


"오르카에서...? 으으음... 일단 받아봐요."




오르카 반란군에서 온 신호라는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경악하는 오렌지에이드를 보자, 레모네이드 알파는 오렌지에이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지레짐작을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오르카 호에서 보내는 통신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치직- 여어. 레모네이드 알파. 며칠 만이지? 크크큭..."


"... 무슨 일이죠...? 당신과는 더는 할 얘기가 없을텐데..."




오르카에서 통신을 보내 온 곳은 함교가 아닌 어두운 배경을 하고 있는 전혀 다른 장소였다.




"사실은 말이야... 너에게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을 당한 이후로 내가 요 며칠동안 해온게 있어서 말이지... 너희들에게 보여줄게 있어. 짜자쟌~!"


"...우우웁... 우웁..."


"...!!!! 베타...!!!"


"이... 이럴수가...!!"


"어... 어째서... 베타님이..."




사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령관이 화면 너머의 모습을 보여주자... 알파, 오렌지, 이그니스 3명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나체 상태로 온 몸에 무수히 많은 멍 자국들을 보이면서 두 손이 뒤로 결박 당한 상태에서 입에 재갈을 물린채로, 다리는 살짝 벌어진 상태에서 다리 사이 음부 속에서 피와 뿌옇게 허연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상태로 의자에 앉혀져있는... 한 눈에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눈물을 흘리는 레모네이드 베타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대체...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에요!! 베타에게 대체 무슨 죄가 있는거냐구요!!"


"무슨 죄라... 쳐다보는걸로 꼽주고 감히 인간이 내리는 명령을 보기 좋게 무시한 누군가를 동료로 두고 있던 죄이려나?"


"... 지금 이게 내 탓이란 말이에요...??"



"어라? 뭐 찔리는거라도 있나보지? 하하핫... 그래도 수확은 있어서 다행이야. 이 베타라는 년은 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더군. 유럽 프랑스에 주인이 없는 무수히 많은 바이오로이드가 있다라... 이거 정말 좋은 정보인데?"


"뭐라구요...? 지금... 대체 뭘 할 작정이에요...?"



"귓구멍이 쳐 썩었냐 이 썅년아!! 너같은 빡대가리도 이 정도는 알겠지. 그 주인이 없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있는 프랑스에 가서... 내가 뭘 할지 말이야... 크흐흐흐흐..."
"필요한 정보는 다 얻은것 같은데... 이 베타라는 년은 이제 쓸모가 없지? 야. 들어와라."




화면 속 사령관이 말을 꺼내자. 한 바이오로이드 개체가 들어왔다. 하지만 일반적인 복장이 아닌, SM클럽의 여왕이나 입을법한 본디지에, 가죽 장갑, 그리고 목 위로는 얼굴 전체를 모두 가리는 전체 마스크까지 착용한, 마치 사형 집행인의 모습을 한듯한 신원 미상의 바이오로이드 한 개체가 어둠 속에서 베타의 옆으로 다가왔다.
사실 말이 신원 미상이지, 목 밑으로 살짝 보이는 노란 빛의 머리카락과 한쪽 손에 가지고 있는 익숙한 모양의 전기 채찍까지. 자세히 보면 이 사형 집행인의 정체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잠깐... 대체 뭘 하려는거에요...?"


"뭘 하려하냐고? 여기 있는 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는, 사형 집행인은 베타의 입에 물린 재갈을 뽑아버리고는 물을 채운 양동이를 가져와 레모네이드 베타에게 무자비하게 쏟아부어댔다.



'촤아악!!'



"흐아으윽!!!!!! 하아아... 하아아..."



'파지지직!!'




그리고는 사형 집행인의 손에 든 전기채찍이 서서히 가동되기 시작했다.




"잠깐...!! 지금...! 지금 뭘 하려는거에요!! 제발!! 제발 멈춰요!!"


"뭐??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거야? 감히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에게?"


"으윽...!!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베타를... 베타를 살려줘요!!"


"인간님!! 이렇게 부탁할께요!! 제발... 제발 베타님을 살려주세요!!"


"베타님은 아무런 잘못도 없잖습니까!!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레모네이드 베타가 이대로 죽을 위기에 처하자, 알파와 오렌지, 이그니스까지 전부 어떻게든 사령관에게 매달려서 부탁을 하였다. 그 말을 들은 사령관은...




"푸흡...!! 흐하하하!! 그래! 진작에 그렇게 나왔어야지!! 그래 뭐. 조금이라도 피를 덜 묻히는게 중요하지."


"하아아...!! 살려주시는... 건가요...?"


"라고 할뻔~!!!!"




세 개체의 간절함이 화면 속 너머 사령관에게 다행히 닿은걸까. 사령관은 이들의 비굴한 모습에 몹시 흡족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알파는 자존심을 살짝 굽혀서라도 베타를 살리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 안도감은 순식간에 절망감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



'파지지지지직!!!!!!'




"꺄아아아아아아악!!!!!!!!!!!!"




사령관의 비열한 웃음기와 함께 핑거 스냅을 한번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형 집행인은 가지고 있던 전기채찍을 물이 잔뜩 묻은 레모네이드 베타의 몸을 무자비하게 지져댔다.




"베타!!! 베타아아아아!!!!!!!"


"안돼!!!!"


"아앗... 아아..."




결국 레모네이드 베타는 오르카 호 깊고 어두운 어딘가에서 자비없는 전기고문으로 목숨을 잃었고, 이 장면을 더는 볼수 없던 알파는 고개를 떨궈버렸고, 오렌지에이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필 이 날 운 없이 당직근무를 서던 이그니스는 지금 자신의 앞에 일어난 모든 모습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초점이 풀려버린 눈으로 화면 너머를 응시할 뿐이었다.




"대체... 대체 왜... 이렇게까지..."


"베타님... 베타님..."




전기충격이 끝나고, 사형 집행인은 그대로 신고있던 가죽 하이힐로 베타를 발로 차서 쓰러뜨렸고, 이내 화면 가까이로 가서 목 위에 쓰고 있던 전체 마스크를 벗었다. 역시 알파의 예상대로 공진의 알렉산드라였으며, 사령관을 따라 화면 너머의 이들을 한번 비웃어 준 다음 그대로 유유히 퇴장하였다.




"그러게 말이야. 처음부터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일이 이렇게 됐을까?"


"...!!"




눈 앞에서 벌어진 동료의 죽음에 알파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화면 속 사령관을 응시했지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령관은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와서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 해도 소용 없어. 유럽에서 전력을 증강시키는데 성공하면 제일 처음으로 네 년들부터 죽여줄테니까. 그때까지 목이나 잘 닦고 기다리도록 해. 다음에 보자고."




처음부터 끝까지 세 개체를 일방적으로 농락한 오르카 반란군의 일방적인 통신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으윽... 으흐흑...!!!"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흐흐흑... 베타님..."




이그니스는 지금 자신들의 앞에 벌어진 일들이 너무 기가 막히고 자신의 이해 영역을 뛰어넘어서인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고, 알파와 오렌지는 눈 앞에서 동료가 무참히 살해되었다는 슬픔에 결국 눈물을 쏟아내버렸다.





"알파님... 저... 저 너무 무서워요... 흐흑...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인간님이... 저런... 저런 극악무도한 자라니..."


"저 자는... 저 자는 너무나도 위험해요..."


"어떻게 하죠... 저희는... 저희는 이제..."




오르카의 사령관이 했던 말. 유럽으로 가서 전력을 증강한다는 말은 정황상 유럽을 점령했던 레모네이드 델타의 세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 분명하다. 극악무도한 성격의 소유자인 오르카의 사령관이 델타의 세력까지 가지게 된다면... 레모네이드 알파의 힘으로는 그들을 절대로 당해낼수 없을 것이다.




"알파님... 저희... 감마님에게 이 사실을 알려봐요..."


"감마에게요...?"


"네... 저 인간님의 성격상 분명히 감마님과 어우러지지는 못 할 성격이에요...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만큼은 감마님의 힘을 빌리는게 좋을것 같아요..."


"흐으읍... 어쩔수 없죠... 하지만... 감마가 제 통신을 받을지..."




알파는 떨리는 손과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 같은 먹먹한 가슴과 목메임을 어떻게든 잠재워 가면서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함선에 통신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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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감마... 당신에게... 부탁을 하고 싶어요... 제발...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할테니까!!"


"대체 무슨 일이냐. 알파!"


"저 자가... 레모네이드 알파?"


"으응...?? 저... 저 분은... 설마...?"


"아? 그래. 내가 찾은 또 다른 인간이다. 어찌저찌해서 우리 포세이돈을 이끄는 새로운 회장이지."


"감마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인 레모네이드 알파라고 했나. 이야기는 대충 들었다. 어째서 우리에게 통신을 보냈는지, 자초지종 설명을 해줄수 있나?"


"아... 알겠어요... 당신에 대해선... 나중에 묻도록 할께요..."




펙스 콘소시엄의 새로운 회장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인간을 본 레모네이드 알파였지만, 역시나 뇌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회장이어서 그랬던걸까. 자신의 모듈 깊숙한 곳에 심어져있던 안나 박사의 명령이 되살아나긴 했지만, 이례적으로 이를 자신의 자발적인 의지로 억누를 수가 있었다. 아무튼 이를 토대로 며칠 전부터 지금 시점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있는 그대로를 말해주었고...




"이런 시발!!!!!!!!!!"



'콰아아앙!!!!'



당장 오늘만 해도 오르카 반란군에서 퇴출 당한 이들을 구출해온 것으로 오르카의 사령관에게 진절머리가 난 상황이었는데, 악행의 정도를 또 다시 갱신한 것을 들은 감마는 책상 하나를 주먹으로 내리쳤고, 책상은 중앙으로 내려앉았다.




"아니 대체... 대체 그 사령관 놈은 어떻게 되먹은 놈인거죠?? 알파! 그게 진짜 전부 사실이에요??"




멀린이 너무나도 기가 막혀서인지 알파에게 재차 물어봤지만, 알파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하아아... 이젠 진짜 질렸어..."


"미친 놈이야... 저건 인간도 아냐... 인간의 탈을 쓴 악마야..."




메이는 의자 하나에 앉아 머리를 싸맸고, 레오나도 적잖게 충격을 받았는지 벽에 기대고 미간을 손으로 짚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사령관의 행보에 화가 난 것은 바로 회장이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전쟁 포로를 죽여버리고, 이를 조롱하는 등, 마치 살인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 회장의 눈에 비춰졌고, 겨우 이 분노를 억눌러가며 화면 속 알파에게 말을 건넸다.




"레모네이드 알파라고 했나. 우리에게 무슨 부탁을 하고 싶은건지 확실히 말을 해줄수 있나."


"... 그 사령관을... 오르카 호의 사령관을... 죽여주세요..."




화면 너머 레모네이드 알파에게서 뜨겁게 흐르는 눈물과 비통한 분노가 회장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대에게 들어야 할 정보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부탁건데, 그대와 실제로 접선을 원한다. 가능한가?"


"...네? 부탁이요...? 저한테요?"




회장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알파는 슬퍼하면서도 당혹감을 느꼈다. 며칠 전 그 사령관과는 다르게 무려 인간이라는 자가 자신에게 되도 않는 명령도 아니고, 무려 부탁을 한 것이다.




"저기... 당신... 인간 아닌가요? 근데 어째서 바이오로이드인 저에게 부탁을..."


"나에겐 이쪽 세계의 인간들의 뇌파가 없다. 그렇기에 너희들에게 그 명령권이라는걸 쓸 수가 없어. 더군다나 그대는 우리 포세이돈 소속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지금 우리는 공적인 자리에서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더 부탁하겠다. 그대와 실제로 접선 할 것을 원한다. 가능한가. 레모네이드 알파."


"아아..."




알파 정도의 머리라면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그 감마가 이런 인간과 함께 있는 것인지. 그리고 회장의 인품과 능력까지. 그녀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지금 포세이돈의 회장은 자신이 무너뜨리려 했던 그 7인의 회장과는 그리고 오르카의 사령관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는 것을.




"... 좋아요. 이야기 할 것들이 많을테니... 자세한건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죠. 알래스카 지역의 구 앵커리지 지역이 저의 본거지에요. 이 곳으로 와주세요."


"다들 들었지? 항로를 북동쪽으로 돌려놔라. 내일 알래스카로 출항한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정말로..."




불행 중 다행으로 알파 일행이 흘리던 절망 속의 눈물은 안도의 눈물로 바뀔 수 있었고, 그렇게 한반도에서의 밤은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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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벌써 10화가 되는건가... 어디까지 갈진 나도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