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무슨 일이야?”


“아니, 별 거 아니야. 그.. 너 이름이 뭐였지?”


“캡틴.. 이름으로 놀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미안해. 요새 생각할 게 좀 많아서 정신이 좀 멍해졌나봐. 한번만 더 알려줄 수 있을까?”


“됐어. 미안해 하지마. 평소에 캡틴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번엔 용서해줄게.”


“고마워. 그..”


“트리아이나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무기 이름인 트리아이나. 어떄, 외우기 쉽지?”


“그래, 맞아! 트리아이나. 그렇지. 트리아이나였어. 이걸 왜 까먹었을까?”


“..요즘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 좀 피곤해 보이는데.”


“안 쓰러질 정도로만 적당히 살고 있지. 트리아이나는 어때? 탐사는 잘 돼가?”


“안 쓰러질 정도로 사는 걸 ‘적당히’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데.. 아무튼, 탐사는 허탕이었어.”


“정말? 니가 웬일이야.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얘기 좀 들어봐. 그 술집 아저씨가..”



나는 애매하다. 크진 않지만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해 근근히 벌어 먹고 사는 사람. 인형처럼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 남는 시간에 짬짬히 만들어 가방에 다는 사람. 인간관계에는 관심이 적어 일이 끝나면 집에서 바늘과 천을 친구 삼아 사는 사람.


그게 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설정이 하나 더 붙은 참이다.


“캡틴! 듣고 있어?!”


“어어.. 듣고 있어. 별빛으로 빛나는 거대 문어를 만나서 어떻게 됐다고?”


“뭔 소리야! 또 멍 때렸지! 나 집에 간다!”


“그게 무슨 소리니, 트리아이나야.. 너 집 없어서 우리 집으로 오잖아..”


“그니까! 캡틴 집으로 가겠다고! 이런 가녀린 소녀를 물 속에 던져놓고 갈 셈이야?!”


“..가녀린 소녀는 500ml 생맥주로만 10만원을 채우지 않는다고 생각해. 대체 어디로 들어가는 거야.”


“어딜 만져! 소녀의 델리케이트 존을 함부로 만지다니, 제정신이야?!”


“만져지기 싫으면 그 델리케이트 존의 부피 좀 줄여봐. 오크통처럼 부푼 배 때문에 아까부터 기울어진 책상 된 거 안 보여?”


“흥, 바이오로이드는 살 안 찌거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면야. 내일은 어디로 갈 거야?”


“오늘 갔던 곳. 한 번만 더 가보려고.”


“거기? 완전 허탕이었다면서?”


“수심도 얕아서 몇 번 더 간다고 연료도 별로 안 빠지고, 무엇보다 내가 실수했던 걸 수도 있잖아.”


“..아까는 아저씨가 이상한 포인트 알려준 거 같다고 욕 엄청 하더니.”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시간도 늦었는데 슬슬 일어날까?”


“내일도 일찍 나가야 돼? 아직 11신데.”


“직장인은 이게 평균이야. 니가 느긋한 거고.”


“그러니까 그냥 나랑 같이 보물 찾으면서 살자니까?”


“불확실성에 인생을 갖다박고 싶진 않네요. 자, 일어나. 집에 가야지.”


“꺄악~ 납치당한다~ 읍읍!”


“한번만 더 그 소리해서 시티가드 불렀다간 다음부턴 일반쓰레기통이 니 새로운 집이 될거야. 알아 듣지?”


“네! 캡틴! 헤헤..”


“웃지 마. 욕 못 하니까.”


“에베베, 일부러 그런건데~ 아! 왜 때려!”



신체 나이 18살에 어디로 들어가는건지 술을 물처럼 마시는 보물탐사덕후 바이오로이드. 트리아이나라는 희한한 이름의 노란색 짐덩어리랑 살고 있는 괴짜. 그게 내 새로운 수식어다.


-----


얼떨결에 생긴 4일 연휴동안 할 게 없어서 써내려간 무지성 글싸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