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기상 방송이 흘러나온다.


사실 심해를 떠돌아다니는 오르카호의 특성상 밤낮의 구분이 매우어렵지만 이곳에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예 없는것은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사실상 밤낮의 구분이 불가능하다는걸 고려하면 이 아침을 알리는 기상 방송은 매우 고마운 존재라는것이 내 주장이다.




전날밤에 야근을 한게 아니라면 말이다.




절대로 새벽까지 일하다가 간신히 잠들었는데 저 기상나팔이 울려서 그나마 남은 수면시간이 줄어든것에 짜증이 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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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호 내부 정원 구역-


오늘의 오르카호 정원구역에는 이슬비가 내리고있었다.




얼마전 간호업무로 바쁜 다프네를 대신하여 레아가 다프네의 업무를 대신하기로 하면서 레아가 아침 업무에 참가한것은 좋았으나




아쿠아가 급작스럽게 출격조에 포함되면서 수분 공급 역할까지 레아가 떠맡았기 때문이다.




비를 뿌리는것은 레아의 주특기이므로 아쿠아의 몫을 대신 떠맡는것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오늘의 근무도 2명이 없는걸 고려하더라도 생각보다 상황이 괜찮은 편이었다.




리제의 기분이 극도로 안좋다는것을 빼면말이다.






"어째서 아쿠아가 주인님의 부름을 받은거죠?"




"주인님이 필요했으니까 부르신거겠죠. 새삼스럽게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어요?"




"그치만... 싸움이라면 오히려 저를 부르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쿠아가 주인님께 무슨 수작을 부린거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어요!.. "




유독 주인님과 관련되면 자매고뭐고 눈에 뵈는게 없는 동생 리제가 막내인 아쿠아를 향해 질투심을 불태우기 시작한것이 오늘의 가장 큰 문제였다.




"리제, 이 언니도 참는데 한계가 있어요? 적당히 하고 일에 집중하도록해요 알겠죠?"




"그래... 아쿠아 그아이도 결국은 주인님을 노리는 해충이였던거야.. 그래 햇!!....."




콰앙 하는소리와 함께 작은 번개 한줄기가 내려친다.




그와 동시에 리제의 마지막 한마디는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레아의 엄포에도불구하고 동생을향해 계속해서 질투심을 불태우며 중얼거린것이 결정타였다.




"다른이면 몰라도 동생을 상대로 질투심을 불태우다니. 이 언니는 리제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어요. 잠시 반성하세요"




화가 잔뜩난 레아가 다시 업무로 돌아감과 동시에 검게 그을린채로 바닥에 쓰러진 리제가 다시 정신을 차리는데는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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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호 외부, 야간 수색조--





"안녕 아쿠아가 왔어!"




정말 간만에, 첫출격이라고해도 믿을정도로 긴시간의 기다림끝에 잡은 기회인지 매우 신이난 아쿠아가 밝은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서오세요 아쿠아씨,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아쿠아를 반겨주는것은 최근 레아와 함께 오르카호에 승선한 이그니스였다.




"우와"




"아쿠아씨?"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자마자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감탄사, 그리고 그것에 의문을 표하는 이그니스였으나 이후 나오는 한마디는 그녀를 당혹케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한마디였다.




"레아 언니보다 큰건 처음 봤어"




"아쿠아씨?!"




"아쿠아씨, 이그니스 씨를 놀리면 나쁜아이에요, 나쁜아이는 모모가 혼내줄수 밖에 없어요?"




아쿠아가 아무생각없이 뱉은 한마디에 당황하다못해 울상을 짓는 이그니스, 그리고 그런 두 바이오로이드를 보며 웃으면서 가볍게 얘기하는 모모였다.




"자 그럼 출발 전에 작전 내용에 대해서 설명할게요, 다들 사령관님한테 들어서 알테니 간략히 요약할게요?"




출발직전, 다시 한번 작전의 내용을 상기시키는 모모, 그리고 그것을 들으며 자신들이 맡은임무에대해 되새기는 아쿠아와 이그니스.




간단하게 요약하면 3명이서 야간에 섬을 수색하며 발견하는것들을 전부 챙겨서 가지고 오는것이였다. 그것이 바이오로이드건 장비건, 자원이건간에말이다.




첫날밤은 매우 간단했다. 초입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아직 철충들이 눈치를 채지못한것인지, 중장비를 짊어진 이그니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적은수의 철충과 조우하거나 아예 만나지 못하는시간이 더 길었을정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둘째날 밤부터 발생했다. 케미컬 칙이라 불리우는 녀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일이 대판 꼬이기 시작 한 것이다.




"케미컬 칙입니다! 장비가 부식되고 있어요! 이대로는 오래 못버팁니다!"




다급하게 외치는 이그니스, 아무리 이그니스의 장갑이 아무리 튼튼하고 적응성 높기로는 알아준다지만 부식액에대한 저항능력까지는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괜찮아! 아쿠아가 해결할게!"




불행중 다행으로 아쿠아가 빠르게 움직여 소독액으로 이그니스를 세척해낸거 까지는 좋았다. 소독액이 이그니스를 완전히 적셔버렸다는점만 빼면말이다.




물론 효과는 확실했다. 대부분의 부식액이 깔끔하게 씻겨나가다 못해 더이상 장비에 피해를 주는일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소독액이 씻어내기 전에 부식액이 피해를 누적시키는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거기에 이그니스가 계속 물에 젖어있어야만 하는 탓에 장시간 활동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



"아무래도 수색은 오늘부로 종료해야 될거 같네요, 모모가 부족해서 죄송해요"




결국 모모는 셋째날이되서 퇴각이라는 판단을 내릴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두 바이오로이드는 그런 모모의 판단에 동의하고 있었다.




"아닙니다,저 부식액을 계속견디는게 무리인 제가 죄송 할 따름입니다. 설마 그렇게 많이나오고도 저만큼이나 남아있을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나도 소독액이 거의다 떨어졌어, 이 이상은 세척 못해"




눈앞에 무리지어있는 케미컬 칙들 그러나 그 뒤가 부풀어있다못해 부식액이 계속해서 세어나와 주변의 철충들까지 녹여내는모습을 보고있자니 도무지 저것을 뚫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저 특이한 케미컬 칙은 정말 튼튼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그니스의 불꽃이나 모모의 요술봉(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쿠아가 봤을땐 흉악한 미사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부식액을 이용하면 처리가 가능하긴 했으나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문제가 발생했고 무엇보다 둘쨋날 밤부터 계속해서 부식액에 시달려온 이그니스의 중장비가 드디어 한계에 달해버린것이다.




이그니스 본인의 부상을 다소 감내한다면 뚫지 못할일은 없었을것이나, 설상가상으로 아쿠아가 준비해온 소독액까지 다 떨어진게 주요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겹쳐 모모는 철수하기로 마음먹었고 아쿠아와 이그니스도 여기에 찬동하여 철수할 준비를 하고있었다.




때문에 셋 모두 수풀속에 숨어 자신들을 노리는 흉수를 눈치채지 못하였고,




그 결과 마지막의 마지막순간에 예상치못한 굉음과 함께 화약으로 뜨겁게 달궈진 탄환이 누군가의 피와 살점을 뿌려내는 재액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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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호 내부, 수복실--





"죄송합니다...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됐는데..."




누구보다도 침울해하는 이그니스. 그녀에게 있어서 이번임무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처음으로 오르카호에 승선한이후 정식으로 받은 출격임무였기 때문이다.




물론 칙 스나이퍼라 불리는 철충의 은폐를 눈치챈이가 없는 이상은 잘잘못을 따질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있기에, 그리고 누구보다도 그녀에게 도움을 많이받았기에 이그니스는 더욱 더 침통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그니스 씨도 많이 피로 하실텐데 가서 뒤는 저한테 맡기고 푹 쉬도록 하세요."




"하지만, 아쿠아씨가 이렇게 다친건 전부 제탓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제가.."




"간호하는이가 편안하지않고 불안해한다면, 환자는 오히려 더욱 쉬지 못하는법이 랍니다. 어서 가서 쉬도록하세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런 이그니스에게 돌아가라고 완곡히 권유하는 다프네와 자기 잘못은 자기가 책임진다면서 간호를 자청한 이그니스였으나 결국 이 언쟁은 다프네의 승리로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되었다.




...




오른쪽 어깨가 크게 상해서 돌아온 아쿠아를 처음봤을때 누구보다도 초조했던것은 다프네였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덕분에 침착하고 빠르게 대응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지금 아쿠아의 모습은 겉으로 봤을때는 크게 문제가 없어보였다.




아쿠아의 부상은 생각만큼 심하지 않았다. 아무렴 이전에 레프리콘1020한테 혼나던 브라우니2022의 부상을 생각하면 이정도 상처는 생각보다 깊지 않은편에 속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보다 깊지않을뿐,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상처인만큼 고통과 통증은 꽤나 클것이니 약을 미리 준비해두는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다프네는 아쿠아를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려던 찰나.




"어머. 이그니스 씨가 떨어뜨린건가?"




바닥에 떨어져있던 작은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주워든 다프네는 이리저리 돌려보다 조그맣게 쓰여있는 세글자를 발견하고는 조심스레 다이어리를 열어보았다.






....


"으응..."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신을 차리니 오르카호 내부에 돌아와 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아있음에 안심하던 찰나 쓰러지기전의 기억이 떠오르려했다.




뺨에 피와 골수가 튀고 뒤늦게 고통이 몰려왔다, 충격에 몸이 휘청거리고 그대로 기절할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가 끝날때까지 아쿠아는 버텨냈다.




남아있던 모든 철충들이 덤벼들었으나 모모의 대활약과 이그니스의 분전덕분에 적의 케미컬칙이 폭발하면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었고, 그 덕분에 전투가 빨리 끝나 호송이 앞당겨 졌기 때문이다.




콰앙 하는 굉음과함께 자신의 뺨에 따뜻한 피와 살점, 그리고 골수가 들러붙은 느낌은 최악이였다. 어깨에 서늘한 바람이 들어와 뼈와 속살을 훑고 지나갈때의 그 느낌은 종종 꿈에나와 자신을 괴롭힐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쿠아는 어렴풋이 남아있는 작전을 완수했다라는 기억에 대해 안도감을 가졌고




그와 동시에 불안한 마음이 생겨났다.




평소와 달리 신나서 달려나갔건만 이런 볼썽사나운모습으로 언니들을 마주한다면 분명 그자리에서 부끄럽고 창피해서 울어버릴지도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찰나. 다프네언니가 작은 다이어리를 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아니지? 아니겠지?'




당황한나머지 다친것도 잊어버리고 급하게 몸을 뒤져본 결과, 저 작은 다이어리가 자신의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자신의 것임을 확신하는것과 동시에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러버리며 다프네에게 뛰어드는 아쿠아였다.




"잠깐 언니 지금 뭘 보고 있는거야!"




"얘도 참, 몸도 다친애가 그렇게 움직이면 못써요"




다프네의 손에서 작은 다이어리를 낚아채는 아쿠아였으나 정작 다프네는 그런 아쿠아를 꾸짖기는 커녕 다친몸으로 무리하게 움직이는게 아닌가 걱정하기 바뻤다.




"봐...봤지? 이거 본거지? 본거맞지?!"




부끄러운 내용이라도 적혀있었는지 얼굴이 빨개지다못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모습을보고 다프네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아니 방금 주운거라서 누구 물건인가 확인하고 있었어, 혹시 보면 안되는 내용이라도 있었니?"




당연히 거짓말, 아쿠아가 잠들어있는사이 최근 있었던 일은 전부 다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동생을 차마 울릴수는 없으니 다프네는 아주 작은 거짓말을 하나 하기로 했다.



동생을 위한 언니의 배려였다.



"언니는 몰라도 돼. 나 잘거야...."



당황해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어느쪽이든간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위해 불을 부풀린채 작은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아쿠아



"그래, 아플땐 푹자야 빨리낫지 자 이리오렴"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걱정해주는 다프네를 상대로 차마 심통을 부리지 못하고 조용히 다프네를 따라가 잠들기 시작한 아쿠아였다.



'언젠가 언니들앞에서 그날 있었던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때 까지 기다릴게, 좋은 꿈 꾸려무나 아쿠아'



열심히 노력하는 동생의 비밀을 지켜주기위해 가볍게 미소지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가볍게 잠자리를 정리해주는 다프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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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의 기록일지--




2xxx/09/09




오늘도 아침에 일찍일어나서 정원식물들에게 물을 줬다.


다프네언니와 레아 언니가 출격해서 리제언니와 단둘이 있었다. 무서웠다.






2xxx/09/10


주인님이 오더니 야간작전에 나도 포함됐으니 출격준비를 하라고 했다.


드디어 주인님이 나에게도 기회를 주셨다! 나도 언니들보다 뛰어난점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말로 증명 할 것이다.


근데 주인님이랑 단둘이 얘기한걸 리제언니가 알면 화낼거같다. 무조건 비밀로하자




2xxx/09/11




정찰도중 소규모 철충부대와 조우했다.


수가 적어서 매우쉬웠다, 부식액을 생각보다 많이썼다.




2xxx/09/12




오늘은 이그니스씨의 장비가 녹기전에 빠르게 씻어내느라 정신없었다.


녹색으로 덮인녀석말고 크게 부푼녀석도 있었는데 이그니스씨가 불을 붙이니까 펑하고 터졌다.


내가 뿌린물이나 모모씨의 요술봉엔 그냥 조용히 무너져 내렸는데 정말 이상한 녀석이다.




2xxx/09/13




요 이틀간 이그니스씨를 씻어내면서 알아낸 사실이 하나있다.


장비가 녹기전에 빠르게 씻어내는 이일은 언니들도 못하는일인게 틀림 없을거란 점이다!


레아 언니한테 자랑하면 잘됐다며 칭찬해 줄 것 이다. 착한 다프네 언니도 웃으면서 칭찬해 줄 것 같다. 리제 언니는.... 그냥 모르겠다.


이대로 안다치고 무사히 돌아가서 언니들한테 나도 언니들처럼 다른사람들이랑 함께 싸울수있다고 자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