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 데이즈4






"각하. 이번의 수색조 구성입니다. 확인해주십시오."




오늘도 어김없이 외부수색을위한 인원이 편성된다.




오르카호 내부에서 꾸준히 자원을 생산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충당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




마리가 가져온 보고서를 확인하고 허가했다는 의미로 도장을 찍는다.




"브라우니들한테 복귀할때 방역 철저히 하라고해 저번처럼 새면 골치아파져"




"단단히 주의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확실히 지휘관, 그중에서도 직속상관인 마리가 직접 주의를 주는이상 제아무리 브라우니라도 신경을 쓰긴할 것이다.










... 쓰겠지?




전처럼 검고 윤기나는 벌레 한마리가 들어와서 오르카호 내부가 뒤집히는일은 없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가진 사령관이었다고한다.


-----





--오르카호내부, 주방--






오늘도 오르카호의 주방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출격과 복귀시간이 항상 다른이들이 있는데다가 오르카호 내부에서 상주하는 인원들조차도 업무내용에따라선 제시간에 식사하는게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르카호의 주방은 사령관의 식사를 담당하는 소완이나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의 식사전반을 책임지는포티아 외에도 본인들이 직접 요리가 가능한 인원은 각자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 먹을수 있도록 상시 개방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 자신이 먹고싶은 음식을 하느라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에 요정이 한명이 추가되는건 그녀들의 입장에선 그다지 신기한 일이 아니였다.




'아쿠아가 맛있게 먹을만한 음식이 뭐가있을까요'




신선한 보관실에서 재료를 꺼내기전 무엇을 만들어야할지 고민하는 레아,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이전에 사색에 빠진 아쿠아를 위해서 일을 너무 열심히 해버린 나머지 아쿠아가 자기일을 뺏어갔다면서 삐졌기 때문이다.




생각에 잠긴 탓일까, 그런 그녀에게 접근하는 이를 눈치채는게 생각보다 늦어버렸다.




"이런곳에서 사색하는 요정이라니, 주방에서 별일을 다보는거 같사옵니다."




"?!"




"주방은 소첩의 구역이옵니다. 그리 놀라실 필요가 있사온지?"




갑작스럽게 말을건 소완으로인해 살짝 놀라버린 레아였고 소완은 그런 레아에게 이곳이 주방이라는것을 다시 상기시킨다.




"미안해요, 잠시 생각에 잠겨있어서 실례를 저질렀어요"




"괜찮사옵니다, 그것보다 어인일로 이곳에서 사색에 잠겨있었사온지?"




부끄러운일을 저질렀다면서 사과하는 레아와 그것을 받아들이며 다시한번 물어보는 소완




"아쿠아를 위해 간식을 만들어주려고했는데 무엇을 만들어줘야 할지 고민이 되서요"




스스로 고민한끝에 답을 내놓지 못한것을 떠올렸는지. 눈앞의 전문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 레아였고




고민을 들은 소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 누구도 생각하지못한 의외의 답변을 꺼내놓았다.




'그러고 보니 요정 자매들에게는 도움받은일이 있었지요.. 그렇다면..'




"주인님의 식사준비시간까진 잠시 여유가 있사옵니다."




"소첩에게 맡겨주신다면 레아양의 고민도 손쉽게 해결할수 있다고 사료됩니다만 어떠하신지요?"




확실히 요리사인 소완에게 맡긴다면 레아의 고민도 손쉽게 해결이 될 것이다.




"...."




그러나 소완이 승선한지 얼마 안됐을때 일어난 사건 사고를 들었던 레아는 쉽사리 승낙하지 못하였고,




"걱정하지 마시지요, 주인님과 약속한게 있사오니 제가 직접 만든 요리에는 불미스러운일이 없을것이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소완은 레아의 모습을보고 속내를 쉬이 눈치 챌 수 있었는지 그녀의 생각에 답하듯이 말을 이었다.




"소완씨,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소첩이 답할 수있는 범위내에서라면 얼마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친절한 소완을보고 경계를 거두기 어려웠던 레아는 한가지 질문을 꺼냈고. 소완은 그것에 친절히 답하기 시작하였다.





------



--과거, 오르카호 내부, 회의실--





회의를 앞두고 긴장감이 부풀어오른다.




"... 주인님께서 부르셨다고 들었는데?"




"그렇사옵니다."




"그런데말이야?"




"언니.."




"어째서 네가 여기있는걸까? 너도 해충인걸까? 응?응?응?"




"그것은 소첩이 주인님께 '부탁' 드렸기 때문이옵니다."




사령관과 관련되면 성격이 이상하게 뒤틀리기 시작하는 리제와 음흉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두사람이 만났다.




이전 여름 휴가당시 소완의 계략에 여러번빠진 리제였지만 이제와서 새삼스래 그사실을 깨달은것은 아니였다.




적개심만 따지고보자면 사사건건 충돌하는 리리스와 있을때가 더욱 심한것이였으니까 말이다.




단지 그녀의 심사가 불편한이유는 단 하나그저 사랑하는 주인님께서 불렀다고 생각했것만 그것이 다른이의 부름이였다는 사실에 짜증났을뿐이다.




"자 둘다 그만."




이미 흉흉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중재를 시작하는 사령관




"요청을 한건 소완이지만 판단은 내가했어 그러니까 거기까지해둬 리제"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럼 소완 설명 부탁할게"




"알겠사옵니다, 두 분을 불러주십사 하고 요청한이유는 부탁드릴것이 있기 때문이옵니다."




'왠일로 솔직하게 나오시네요..'




한발짝 뒤에서 조용히 관망하던 다프네는 의외로 목적을 쉽게 밝히는 소완에게 놀랐으나 그 기색을 쉬이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살벌한 분위기를 내뿜는 리제덕분에 시선이 다프네에게 쏠리지 않았다는점도 있으리라.




"얼마전 탐색에서 복귀한 소대가 있사옵니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물건이 꽤나 많았기 때문에 짐작이 가능하실거라 생각되옵니다."




"그 소대에서 가져온 물건에서 문제가 발생했사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 부탁을좀 하려고해"




소완의 브리핑이 시작되고 거기에 사령관은 약간의 추임새를 넣는다. 그저 순수한 의도로 얘기하였으나 예상외의 효과가 발생했다.




"하겠어요, 주인님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잠깐 언니, 아무리그래도 얘기는 들어봐야.."




"조용히 하렴 다프네, 주인님께서 하시는 부탁을 거부해야할 이유가 없잖아?.. 아니면 너는 언니를 방해하는 해충인거니? 응?"




그저 주인님에게 지나치게 심취해있는 리제가 앞뒤안가리고 덥썩 물어버린것이다.




리제의 그러한 반응에 다프네가 곤란해하며 상식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미 사고가 어긋나기시작한 리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뭘하면되는거죠 주인님?, 뭘하면 되는거야 소완? 빨리 말해"




"...."




'이렇게 쉽게 진행될거라고는 생각 못했사옵니다만...'




자신의 생각과 달리 지나치게 이야기가 쉽게진행된나머지 말문을 잃어버린 소완




그런 소완을 의외라는듯이 쳐다보던 사령관이 이야기를 마저 진행하기 시작한다.




"하던 이야기 계속할게, 탐색조가 가져온 물건에서 오르카호 내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의 생물을 몇개 발견했어"




"대부분 방역단계에서 걸러지지 않나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생물이라는 단어에 당연한 의문을 표하는 다프네.




사실 오르카호의 인원들이 수시로 바깥을 다녀오는 만큼 위생문제가 발생하기 쉬우나. 오히려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승선하기 이전에 철저하게 검사 하는 시설이 있었다.




그러나 방금 사령관의 말에서 유추하자면 그런 방역/검열 시설이 의도치않게 뚫렸다는 이야기가된다.




"아 물론 대부분은 처리했어, 알이나 유충도 확실하게 처리했지. 그런데 딱 하나 해결 못한 녀석이있어."




"워낙 재빠른데 검은색이라서 그런가 찾기도 쉽지 않더라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다프네의 눈과 리제의 실력이라면 믿고 맡길수 있지않을까 해서"




"할게요!"




그런 다프네를위해 보충설명을 하는 사령관과 당연하다는 듯이 즉답하는 리제.




"이 문제는 오르카호 주방팀 전원의 총의라 봐도 무방하옵니다."




"주방팀 전원이요?"




"본디 주방이라하는것은 무엇보다도 청결에 신경써야 하는곳, 그런곳에 어둡고 습한곳을 좋아하는 벌레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 유지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아..."




주방이라는 곳은 소완의 말대로 청결에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곳중 하나다. 관리가 소홀해지면 소홀해질수록 사용하는 이들뿐아니라 그곳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섭취하는 모든이들에게까지 악영향이 끼치기 때문이리라.




그런 사실을 깨달은 다프네는 어째서 소완이 솔직하게 나오는지 이해가 되었고.




"그렇게 되면 주방을이용하는자 전원이 힘들어지게 되옵니다. 그렇기에 부탁드리겠사옵니다."




"나도 이렇게 부탁할게, 생각보다 엄청 중요한일이야"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최대한 노력해보겠사옵니다."




진지한 얼굴로 부탁해오는 소완과 사령관의 태도를 보게된 착하디 착한 다프네는 두사람을보고나서 차마 거절하지 못하였다.




"수색범위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인데.. 그 미안.."




그런 그녀에게 잔인한 대답을 하는 사령관




"네?.. 오르카호 전체를요?...."




사령관이 가볍게 꺼낸 말과는다르게 지나치게 넓은 수색범위 말이 수색범위지 사실상 오르카호 전체를 이잡듯 뒤져야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것을 본 다프네는 리제와 달리 상식적인 모습을 보이며 얼굴이 새파래졌고, 그런 다프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는 사령관과 소완이였다.





------



--현재, 오르카호 내부, 정원--






결국 아쿠아를 위한 선물은 소완이 만들게 되었다.




먹는 사람입장에선 초일류라고해도 좋은 요리사가 만든 음식인만큼 불평불만이 나올리가 만무했고, 그렇게 맛있게 먹으며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 아쿠아를보며 소완에게 맡긴게 정답이었다고 생각한 레아였다.




"그에서 아브네 어니가 마리야.."




"입안에 있는건 다 삼키고 얘기하세요,보기 흉해요 "




우물거리며 이야기하려는 아쿠아와 그런동생을 나무라는 레아, 제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은 귀염둥이 막내동생이라지만 올바른 예절을 가르치는것만큼은 반드시 필요한 만큼 꾸짖을때는 꾸짖는 편이였다. 그런 레아의 이야기를듣고 입안에 있던 음식을 꿀꺽 하고 삼킨 아쿠아는 말을 계속한다.




"다프네 언니랑 리제언니가 오르카호 내부를 3일동안 쉬지않고 뒤졌단말이야"




"세상에... 3일씩이나 찾아다녔다고요?"




"오히려 3일밖에 안걸린거지, 크기도 엄청 크잖아?"




"그 이후에 다프네언니가 눈이 아프다면서 안약을 챙겨서 다니더라고"




워낙에 대사건이였던지라 아직도 벌레 이야기만나오면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수두룩했다.




오르카호의 범위자체가 지나치게 넓엇던탓에 무식한 방법을 사용 할 수 밖에없었다.




다프네가 수색을 마친곳에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을 주둔시켜 철저하게 방역과 검열에 신경썼고




마침내 다프네가 문제가 되는 검고 윤기나는 벌레를 발견하는것과 동시에 뛰쳐나간 리제가 벌레를 두동강 내는것으로 가장 큰 문제중 하나가 해결.




이후 이틀간 추가 수색을 펼친결과 알과 유충이 없다는것을 확인하였고 그렇게 두사람의 임무가 종료되었다고한다.




덕분에 삼일간 지나치게 눈을 혹사한 다프네는 긴시간 눈을 쉬게해줄수 밖에 없었기에 다른일에 차질이 생길뻔했고, 그런 그녀를 대신해 일을 맡았던 이들은 상상을 초월한 업무량을보더니 그런 다프네를향해 존경어린 눈빛을 보내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소완씨가 순순히 부탁을 들어주었던거군요.'




요리사인 소완으로써는 어려운일을 처리해준 페어리 자매를 생각해서 호의를 보인것이였지만 평소의 행실로인해 본인도 모르는곳에서 오해를 사버린것이였다.




'다음에 소완씨를 보면 사과드려야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소완을 잠시라도 의심했던것을 반성하는 레아.




'그건 그렇고 제가 승선하기 이전의 일이라지만 아무말도 없었다니... 주인님께도 한마디 해야겠네요'




그리고 레아가 승선하기 이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땐 다른이들의 실수때문에 엄한 동생들이 혹사당했다는걸 알게된 레아는 추후 경애하는 주인님에게 단단히 따지기로 마음먹었다고한다.

-----------------


까맣고 재빠른 그녀석은 집에서나오는 작은게아니라 야생에서 서식하는 좀 커다란 녀석들을 얘기함.

사실 한마리 뿐이였지만 암/수 판단이안된 상황에서 그것을 발견한 주방팀이 뒤집어졌고 소완을 대표로 일을 진행하게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환풍구 같은곳은 닥터를 비롯한 공순이팀들이 머리굴려서 대비책을 쳐놨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