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됬다

스틸라인과 호라이즌의 대원들은 함 내에 올라타자마자 격납고에서 포탄들을 옮기기 시작했고, 시티가드 대원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고자 열심히 교통정리를 하고있다

무전을 통해 외부에 나와있던 부대들중 일부가 속속들이 오르카로 귀환하고있다는 브리핑이 계속해서 들어오고있다


그리고 나는 각 부대의 지휘관들과 함께 전투지휘실에서 이 모든 전황을 지켜보며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발할라의 정찰대원들이 그들의 군세를 분석한 결과, 타이런트 한기를 중심적인 전력으로 삼고 돌파하면서 다른 AGS로 그를 호위 겸 지원하고있는 방식인거같아"


"단 한기로 돌파력을 갖춘다니. 역시 괴물은 괴물이구만..."


"각하, 다른 부대들의 후퇴를 돕기위해 우리 스틸라인 2중대와 6중대가 전선유지를 자원하고있습니다."


"그건 절대 안돼. 타이런트는 고작 보병화력으로 어떻게 저지해볼수있는 놈이 아니야. 그랬다간 그저 개죽음이 될거야."


"그렇지만 이대로 뒀다가는 앞으로 1시간 이내에 이 곳 항구까지 도달할것입니다. 그럼 적어도 긴급 잠항으로 대피하시는게..."


"그러면 섬에 남겨진 인원들이 위험해. 안그래도 많은 인원들이 이 곳을 향해 후퇴하고있어. 그 상황에서 우리들만 대피해버리면 항구에 모인 인원들은 독안에 든 쥐가 되는거야.


"그럼 결국 그 자식을 처치하는 방법밖에 없잖아! 우리 둠브링어가 지금 당장 폭격으로...!"


"...둠브링어의 폭격은 그 위력이 너무 강해. 거기에다 자칫하면 숲 전체가 불에 휩싸이는 결과가 나올수도있어. 분명 휘말리는 희생자가 나오게될거야."


"그 정도의 희생도 감당하지못하고 징징거리기만 하면 어쩌잔거야!"


"메이! 각하앞에선 입조심해라!"


메이의 의견도 틀린건 아니다.

보병화력으로 시간벌기도 안통하고 호위AGS들 때문에 근거리에서 정밀 저격을 하기도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타이런트를 쓰러뜨릴 방법이 있다면, 둠브링어나 캐노니어같이 화력이 강한 제대로 찍어누르는 방법밖에는 없을것이다

여차하면...아군피해를 감안하고서라도 둠브링어의 폭격을 승인해야할 가능성도 검토해봐야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지막 보루인 캐노니어의 지휘관인 아스널쪽으로 눈을 돌렸다

평소와 같이 내색없는 무덤덤한 무표정을 짓고있었지만, 나는 그녀가 불안한듯 양손을 꽉 쥐고있다는 사실을 금세 눈치챌수 있었다

그야 저 숲 바깥에 자신의 부하인 레이븐이 나와있는 상황이니까 대장으로서는 신경을 안쓸래야 안 쓸수가 없는 상황이겠지

더군다나 그녀가 있는 장소까지 통신조차 연결되어 있지않다는점을 감안한다면, 과연 제대로 대피했을지조차 의문이다


"아스널? 괜찮아?"


"아 사령관. 물론 괜찮다. 심려끼쳐서 미안하군."


"아니 뭐...그러고보면 전방에 아직 철수가 덜 된 포격진지가 있었지?"


"그렇다. 하지만 이미 거기있는 대원들에게는 긴급철수명령을 내렸어." 


"혹시 지금부터 그곳을 다시 재정비해서 정밀포격을 실시하기까진 얼마나 걸릴거같아?"


"아직 바로 작전에 투입가능할수 있는 포들이 몇정정도 설치되어있다. 뭣하다면 우리 캐노니어 대원들의 포들도 정비를 마치기까지 고작 20분이면 될거다. 다만..."


"다만?"


"포각이 나오질 않는게 문제라는거지. 타이런트의 이동경로와 우리측 포병진지 사이의 지형이 미묘하게 맞아떨어지지않아서 포격을 하더라도 닫지가 않는다."


아뿔사...하필이면!

이렇게되면 캐노니어도 영락없이 무력화되는건가...


"포격의 각도가 맞아떨어질즘에는 놈이 이미 항구 바로 코앞까지 도달하고 난 뒤일것같군...면목없다 사령관."


"아니야, 그저 운이 나빴던거지."


"...제기랄...무언가로 놈을 유효사거리안으로 유인해 끌어들일수만 있다면...! 그대로 놈의 몸뚱아리에 고속도로 하나를 뚫어버릴수 있을텐데!"


분한듯이 책상을 내리치는 아스널

하지만 그런 유인작전을 실시한들 과연 타이런트가 순순히 낚여줄지도 의문이거니와, 그 유인작전에 참여한 인원들은 높은확률로 포격에 휘말릴것이다

...도저히 방법이 없는것일까...


그 순간 긴급호출이 들어왔다. 전방에서 대원들의 대피를 돕고있던 이그니스였다.


"이그니스! 그 곳의 상황은 좀 어때!"


"타이런트가 코앞까지 들이닥쳐서 위기 일발직전이었습니다. 그런데...그런데...!"


"뭣, 무슨 문제라도 생긴거야? 이그니스!"


이그니스는 말없이 캠을 돌려 저 숲 너머를 비췄다

그닥 멀지않은곳에서 타이런트가 거대한 몸체를 뽐내며 저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있었다

등을 타고 오르는 소름끼치는 괴성

놈에게 맨몸으로 쫓겨다니던 기억이 되살아나 몸서리가 쳐지려고 할때쯤, 나는 무언가 이상한걸 포착할수 있었다


타이런트의 외부 장갑에서 수류탄정도의 작은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나고있었다

그리고 타이런트는 그를 공격하는 어떤 무언가에게 저항하며 공중에다 대고 턱질을 하고있었다

자세히 바라보자 작은 물체가 타이런트 주위를 닿을듯 말듯 위태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스카이나이츠가 출격해서 놈을 저지하고있는건가 싶었지만, 그렇다기엔 그 움직임이 눈에 따라잡힐정도로 그렇게 빠르지가 못했었다


"이그니스, 혹시 줌인이 가능할까?"


"네 사령관님!"


이그니스의 바디캠의 화면이 서서히 확인되었다

천천히 들어나는 인간의 형상, 등에는 두개의 원통형 비행장치가 숨가쁘게 돌아가고있다

그 인간의 형체는 타이런트를 향해 작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쏘고있었고, 그것은 타이런트에게 피탄되고 몇초정도 뒤에 폭발하였다

저런 장치과 병기를 다루는 대원이 딱 한명이 있다


""레이븐!""


나와 아스널은 동시에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화면속에서 레이븐은 혼자서 타이런트 주위를 빙빙돌며 지속적으로 타이런트에게 폭탄을 던지며 시선을 끌고있었다

대피하라는 명령이 전달되지 못했으리라고는 예상했지만, 설마 저렇게 직접 맞서는 선택을 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위험해...어떻게든 저기서 빼내야겠어!"


"잠깐 사령관! 저걸봐라!"


분노에 찬듯한 괴성과 함께 타이런트가 천천히 몸의 방향을 옆으로 틀기 시작했다


"타이런트가 방향을 바꿨어...?"


"저 자식...다른건 다 제쳐두고 우선 레이븐부터 추격할셈인가본데...상황이 안좋은걸..."


"...아니다 사령관. 추격당하는게 아니야."


"뭐?"


"타이런트의 시선을 확실하게 끌어내자마자 전혀 주저없이 한 방향으로 향하고있어. 뭔가 미리 짜둔 계획이라도 있는것처럼 말이다. 내가보기엔 이건 아무래도 어딘가로 유인하는것같다고 생각하네만."


"유인? 하지만...어디로?"


"...사령관, 내가 방금전에 꺼냈던 이야기 기억하는가?"


"유인...인거같다고 했던거?"


"그 전에, 내가 놈이 어딘가로 유인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지않았었나."


"...포격진지! 그 유효사거리안으로 유인하고있다는거야?"


"그렇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다 사령관! 놈이 유효사거리안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정밀포격으로 곧바로 제압할수 있을거다! 소령도 그 점을 알기에 스스로 미끼를 자처한거일테지!"


"그렇다면 더 망설일틈이 없지! 퇴각하는 캐노니어 대원들에게 즉각 진지로 돌아가서 정밀포격을 준비시켜! 발할라와 호드는 타이런트의 뒤를 쫓으면서 놈을 호위하는 AGS를 각개격파하도록 해!"


정말 갑작스럽게 생긴 기회

바로 10분전까지만해도 꽉 틀어막혀 보이지않던 찰나에 실날같이 희망이 한줄기 비춰들어왔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레이븐이 스스로를 미끼로 던져 마련해준 기회다

이걸 놓치게된다면...그녀는 물론이고 우리 오르카 전체가 위험해질게 분명하겠지


막대한 사명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해서 언젠가 마이티가 들려줬던 바벨보다 더 무거운 중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난 사령관이다

이 오르카의 모두에게 의지가 되어야하는 사령관이다

정 중압감을 견디질 못하겠다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작은 목표 한가지만 생각하고있자


"어서 가자! 가서 우리의 레이븐언니를 구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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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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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님! 여긴 헌터입니다! 정밀포격의 준비는 마쳤습니다! 포격지시 대기중입니다!"


"여기는 칸, 타이런트를 추격하며 호위하던 AGS들을 전원 섬멸하였다."


타이런트를 쓰러뜨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건...


"레이븐이 좌표정보를 불러주기만 하면 모든게 끝날것이다."


아스널이 근엄하게 팔짱을 낀채 상황창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칸? 지금 위치는 대략적으로 어디지?"


"...지금은 숲을 벗어났다. 그리 멀지 않은곳에 주택단지가 보이는군. 내 기억에, 내일 저기서 파티를 열기로 하지않았었나?"


"주택가...과연 말이되는군 높은 건축물도 험한 산지형도 없이 넓고 평탄한 지형이니 포격도 방해없이 직격으로 꽂혀들어가겠어."


"꽤 제법이지않은가. 레이븐 소령도."


"...하지만 저기엔..."


문득 그녀가 열심히 꾸미고있었던 레이븐의 잡화점이 떠올랐다

그렇게나 며칠동안 고생하면서 만들던 곳인데...그녀는 오르카를 위해 아랑곧않고 타이런트를 주택가로 끌여들였다

...늘 철없는 장난만 치던 말괄량이 누나가 그런 희생을 할수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는걸...


"음, 좌표가 도착했다 사령관!"


아스널이 급하게 소리치켜 단말기의 화면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틈이 없다


"여기는 오르카, 지금부터 포격좌표를 전달하겠다! 좌표 X32 Y16 Z14. 포격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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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찣는듯한 포격음이 울려퍼지고

뒤이어 그에 못지않게 요란한 괴수가 쓰러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충격으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주택가를 한바탕 뒤덮은 바람에, 마치 안개가 자욱하게 낀 아침처럼 사방이 뿌옇게 흐린 상황이 되었다


"레이븐님! 무사하신가요! 레이븐님!"


타이런트 추격대중 하나였던 발키리가 앞장서서 먼지를 헤치며 현장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먼지안개너머에서는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않는다

발키리는 곧 어떠한 직감을 느끼곤 아...하고 작게 탄식하며 고개를 떨어트렸다

정황상 그녀는 마지막까지 타이런트와 가까운거리에서 그를 포격지점까지 유인하고 있었을테니, 최악의 경우엔 이미 포격에 휩쓸려 장렬하게 산화했다고해도 이상할것이 없다

그녀의 추측이 모두에게 전해지기라도 한건지 추격대들 사이에서 한층 가라앉은 침묵이 맴돌기 시작했다


"잠깐 이봐! 나 여기 살아있거든?!"


긴장이 막 풀려 미처 바로 대답하지 못했던 레이븐이 냅다 자신을 순교자취급하는 추적대들 사이에 불쑥 나타나 소리쳤다


"레이븐님! 무사하셨군요!"


"맞아. -콜록- 이 언니가 그렇게 쉽게 쓰러질리가 없잖아. 안 그래?"


"정말...저흰 영락없이 포격에 휘말린줄만 알고..."


"우후후후- 이 언니는 바보가 아니라구. 당연히 그에 대한 대책도 준비해놨었지. 자 이걸 보라구."


"음? 이건...더미 홀로그램이군요!"


"맞아. 미리 눈여겨 봐둔 포격지점에 가까워질때쯤 이걸 켜서 놈이 내 홀로그램 엉덩이에 홀려서 쫓아가는 사이에 나는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고 냅다 도망쳤지. 어때 꽤 좋은 아이디어 아니였어?"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이는 레이븐

변함없이 쾌활한 그녀를 따라 발키리를 비롯한 추격대들의 얼굴에도 안도와 웃음이 번져나갔다


"정말...잠시나마 진짜로 걱정했었습니다."


"후후후 이 언니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라는걸 이젠 잘 알겠지? 그래서 다른곳들은 좀 어때? 사령관은 괜찮은거지?"


"네, 덕분에 모두 무사합니다."


"좋았어! 그럼 내일 파티는 별탈없이 열리겠는걸!"


"그러고보면 바로 이 부근이었죠. 용케도 이 쪽으로 유인하시기로 결정하셨네요."


"음...별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일말의 확률에 걸고 도박을 해야하는 때도 있는거지 뭐. 결과적으론 다 잘됬-"


"?! 다들 머리 숙이세요!!!"


레이븐이 한참 말을하는 사이, 순식간에 발키리의 얼굴이 사색이 되더니 레이븐을 향해 몸을 던졌다

영문도 모른채 발키리에게 덮쳐져 땅을 구르는 레이븐

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 그녀의 눈앞에서 강렬한 빛줄기가 직선으로 쭉 뻗어나갔고, 뒤이어 어마어마한 굉음이 땅을 울렸다


그렇게 최후의 발악을 마친 타이런트는 그제서야 모든 동력이 정지된채 '진짜로' 쓰러졌다


"하...하아...설마 아직도 완벽히 파괴된 상태가 아니었을줄은...다들 괜찮은가요?"


"난 괜찮다!" "저도 괜찮아요-!"


다시 한번 뿌옇게 일은 먼지안개 너머에서 하나둘씩 대답이 들려오자 발키리는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갑자기 덮쳐서 놀라셨죠? 레이븐님은 괜찮으신가요?"


하지만 레이븐은 대답하지않았다

단지 빔이 뿜어져나간 방향을 향해 멍하게 뚫어져라 보고있을뿐이었다

그 표정은 흡사...멘탈이 나가버린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어...레이븐님? 무슨 일 있으신거에요?"


"...저...저...망할 자식..."


"레이븐님...?"


"...바로...저기에...그 파티장소가.....내 잡화점이 있었단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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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이건...꽤 가혹한걸..."


레이븐의 잡화점은 그야말로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채였다

계단턱에서 약 15cm위로는 원형을 도저히 알아볼수 없을정도로 모든게 다 박살난채 검게 그슬린 톱밥이되어 바닥을 나뒹굴고있었다

지원받은 물건들을 담아 정리해서 쌓아놨던 상자들도 골판지 조각 몇개만 남긴채 모두 증발해버린 뒤였다

그야말로 집이었던것 같은 불타는 무언가로 처참하게 변해버린 가게앞에 레이븐은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고 침울해하고 있었다


"음 뭐라고 해야할지...정말 유감이야 레이븐."


"사령관이 유감을 표할건 없어...마지막에 다 끝난줄알고 마음놓고 있던 내 실수인걸..."


"그 포격을 맞고 쓰러지고도 최후의 저항을 할수있을거라곤 그 누구도 예상 못하던 일이었어. 레이븐 탓이 아니야."


위로해주려고 꺼낸 말이었지만 레이븐의 텐션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더 이상의 말은 소용이 없을거라고 판단한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아 어깨를 끌어 감싸안아주며 토닥였다

어느새 레이븐은 조금 울먹거리고있었다


"모처럼 많이들 와서 도와줬었는데 말이야..."


"그러게 참 아쉽네."


"이 주택가로 유인할때 어쩌면하고 각오는 하고있었지만...진짜로 이렇게 되니까 꽤 속상한걸..."


"레이븐은 최선의 선택을 한거야. 덕분에 우리 오르카는 무사할수 있었는걸."


"그래도...에밀리가 즐거워하는 모습 꼭 보고싶었단말이야. 내일 파티에서 쭉 같이 있어주면서, 며칠간 소홀하게 대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생각이었는데에..."


"그런건 괜찮아 언니. 나도 알고있으니까."


갑작스레 들려온 에밀리의 목소이에 레이븐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어느 틈엔가 에밀리는 우리의 바로 앞에 서서 레이븐을 빤히 내려다 보고있었다


"대장이 말해줬어. 레이븐 언니가 나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기획했던것. 그리고 내가 위험하지 않게 직접 몸을 던져서 타이런트를 오르카한테서 떨어트려놓은것. 다 들었어."


"...에밀리..."


"난...그런줄도 모르고 언니가 날 싫어하게 된줄로만 알고 슬퍼헀었어. 언니가 그럴리가 없을텐데..."


에밀리는 레이븐 앞에 털썩 무릎을 꿇어 앉은뒤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오해해서 미안해 언니. 정말 좋아해."


"에-에밀리...!!"


레이븐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그렇게 안겨있었다

그리고 곧 에밀리를 꽉 끌어안고 일어서며 한바퀴 빙 돌고는 내려놓으며 활짝 웃었다


"아무렴! 내가 에밀리를 싫어할리가 없잖아! 나는 에밀리의 좋은 언니인걸! 그럼 어디 오늘은 여태껏 못다한 이야기 잔뜩잔뜩하러갈까?"


"그래. 여기 뒷수습은 사령관인 내가 처리할테니 레이븐과 에밀리는 신경쓰지말고 이만 먼저 들어가서 부족했던 자매토크시간이라도 가지라고,"


와아-하고 무미건조하지만 분명 즐거운 음색으로 탄성을 지르는 에밀리

레이븐은 내 쪽을 슬쩍 바라보며 윙크하며 '고마워'하고 입모양으로 조용히 말하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두 자매는 손을 맞잡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오르카를 향해 함께 돌아갔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