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다.
철충의 습격이 없는건 좋다. 평화로운 것도 좋다. 하지만 존나게 심심하다. 매일 바이오로이드와 떡치는 생활도 하루이틀이지 매일마다 떡만 쳐대니 이젠 내가 인간인지 살아있는 고기딜도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주인님! 앨리스가 왔답니다."
앨리스가 문을 두드렸다.
"애미"
삑
사령관실 의자에 설치된 버튼을 눌렀다. 순식간에 바닥이 꺼지면서 그 밑으로 떨어졌다. 앨리스에게 잡히면 난 좆된다. 그녀와 떡을 친다는 것은 교미가 아닌 착정의 영역, 더스트로 강화된 신체로도 피로에 쩔어 다음 날 하루종일 지친 상태로 있어야 한다.
"주인니임?"
위에서 앨리스가 사령관실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백날 찾는다고 한들 날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비밀통로는 나를 제외하고는 이것을 만든 닥터와 포츈 말고는 모르기 때문이다.
곧이어 앨리스가 사령관실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위로 올라갔다. 역시나 앨리스가 없었다.
"성능 확실하구만"
역시 닥터와 포츈이야
"성능 확실하네요."
등 뒤에서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띠용?"
"정자물총이나 꺼내세요."
그 직후, 나는 달렸다. 더스트로 강화된 신체로도 무리가 올만큼 나는 거세게 달렸다.
"어머나? 술래잡기 인가요?"
앨리스가 따라온다. 달리는 와중에 나는 앨리스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냈다. 앨리스에게서 벗어날 방법과 내 심심함을 풀어낼 방법을
"앨리스! 스톱!"
끼긱, 어찌나 빠르게 달린 것일까, 앨리스가 멈추자 바닥과의 마찰로 불똥이 튀었다. 내 앞에 선 앨리스는 의문을 담은 눈으로 날 바라봤다.
"좋아, 우리 재밌는 놀이 한번 해볼까?"
*
"지금부터 제 1회 오르카호 술래잡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르카호의 수많은 바이오로이드가 환호했다.
흡사 광기에 빠진 듯한 모습의 그녀들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난 병신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