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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17화


1. 잘자요


주차장에 완벽하게 주차를 끝낸 뒤에 난 뒷자석에서 자고있는 유미를 바라봤다. 유미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지 조용히 자다가 가끔씩 실실 웃어댔다. 안수민한테 나는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면서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보낸뒤 아주 조용하게 문을 열었다. 유미의 그 행복한 꿈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안수민 또한 유미를 바라보고서는 천천히 차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짜 귀엽다...


박소한: 누굴 닮았는지...


안수민 <하르페이아>: 딱 봐도 모르겠어요?


박소한: 유미 깰라 조용히 해요.


나는 어느때보다도 조용히 뒷문을 열고 유미를 팔로 안아 들어올렸다. 유미가 내 품에 안겨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평온하게 자고 있는 걸 본 나는 정말로 세상을 다 가진 듯판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집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13층에 멈췄고, 문이 열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집 문에는 누르면 요란한 소리를 내는 도어락 하나가 떡 하니 내 집을 지키고 있었다는걸 알아차렸고, 나는 엘레베이터에서 안수민을 막아섰다.


박소한: ...문 열어놓을 테니까 잠깐만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지 마요.


안수민은 조심스럽게 나한테서 안유미를 안았다. 나는 유미가 내 품에서 벗어나자마자 우리집 앞에 있는 도어락으로 달려가 도어락을 누구보다 빠르게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었다. 나는 안수민이 보이도록 엘리베이터로 손을 까딱여 준비가 됬다는 신호를 보냈다. 안수민은 내 손짓을 확인하고는 총총 우리집 안으로 나와 함께 들어갔다. 안수민은 유미를 안고 조용히 2층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놨다. 침실 문을 닫은 뒤가 되서야, 편하게 숨을 쉴 수가 있었다.


박소한: 하아... 암살작전도 이렇게 숨못쉬고 하진 않는데...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래도 안깨어났으니 다행이네요.


박소한: 우리도 씻고 자요. 안피곤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졸리긴 하네요 하암...


나는 옷장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잘 준비를 했다. 그때, 내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그것들은 나와 안수민, 그리고 유미의 사진이 담겨져 있었다. 안수민과 유미는 사진 속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나는 어색하고 굳은 얼굴을 일부로 펴서 웃고 있는듯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표정들은 날이 어두워질수록 반대로 점점더 밝아지더니, 안수민과 입을 맞출 때에는 어느때보다도 자연스럽고, 행복한 표정이였다. 나는 그 사진을 보고는 조금 창피해져서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아름다운 안수민을 보니, 사진이 잘 찍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가장 잘 찍힌 사진 하나를 지갑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진들도 옷장 밑 물건 보관함에서 액자들을 꺼네 하나하나 집어넣기 시작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사진 잘 찍혔네요?


안수민은 내 뒤에서 고개를 쏙 하고 뺀 뒤에 사진을 보면서 실실 웃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다.


박소한: ..! 어, 언제 온거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쪽이 사진보면서 히죽거린것부터 봤죠.


박소한: 아니 히죽거리진 않았는데... 이거 거실 TV 밑에 가져다 놔요.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액자들만 안수민한테 건네줬다. 안수민도 내 기분을 이해했는지 액자를 건네받아 밖으로 나갔다. 지갑에 있는 사진을 보니, 안유미가 활짝 웃으면서 나를 안겨있었다. 생각을 해보니 예전에 안수민이 유미가 8살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나 또한 거실로 나가 안수민한테 물어봤다.


박소한: 저기요 수민씨.


안수민 <하르페이아>: 네?


박소한: 유미 8살이라면서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옙


박소한: 초등학교 안가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게... 또래 애들보다 말을 좀 어눌하게 해서 1년만 늦게 보낼려구요. 그래도 괜찮을거 같아서...


안유미의 말이 조금 어눌한건 사실이다. 유미는 항상 나를 아저씨가 아닌 아찌라고 혀가 짧은듯한 어투로 말을 했고, 문장을 완벽하게 말하질 못했다. 하지만 1년 늦게 들어가게 된다면 유미, 그리고 안수민 또한 받을수 있는 피해가 많이 있다. 내일부터는 안유미를 한번 가르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소한: 1년 늦게 보내면 피곤한 일만 넘칠거니까 그냥 이번 1년은 나랑 홈스쿨링 하고 내년에 학교 보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짜로 괜찮을까요?


박소한: 딸이 엄마 닮아서 책이나 많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내복을 입은 뒤 쇼파에 앉아 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안수민은 침실로 올라가질 않고 계단 위에서 빤히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박소한: ...안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쪽은 왜 침실로 안오는 거에요?


박소한: 아니 아직 이런건...


안수민 <하르페이아>: 나참... 좋아한다고 밝힌사람이... 빨리 들어와요!


안수민은 쇼파에 있는 나를 이끌고 침실까지 들어간 뒤에 내 몸을 침대로 집어던졌다. 유미가 옆에서 자고 있었기에 아무 소리도 낼수가 없었다. 안수민은 내 옆에 꼭 붙어 부비적거리며 이불 안으로 같이 들어왔다. 침대에는 포근한 복숭아향이 코 끝을 자극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이것도 나쁘진 않죠?


박소한: ...자기나 해요.


우리는 그렇게 몇분동안 침대에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 한 의자에 또다시 나는 묶여있었다. 앞에는 미스 세이프티의 얼굴이 보였다. 또 다시 악몽이 찾아왔다. 나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미스 세이프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박소한: 으윽! 익.... 이거 풀어줘! 이걸...


항상 나는 이런 악몽을 꾸면 정신이 사나워지고 눈 앞에 있는 미스 세이프티를 보며 소리를 쳤었다. 하지만 이젠... 미스 세이프티한테 더이상의 악감정이 생겨나질 않았다. 이번에는... 힘을 풀고 의자에 묶여진 매듭을 찾아 내 몸을 묶고 있는 줄을 더듬어봤다. 그리고, 나는 끊어져있는 줄 하나를 발견했고, 손으로 그 줄을 조금씩 조금씩 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몸을 압박하던 줄은 점점 더 느슨해지더니, 결국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미스 세이프티한테 천천히 걸어갔다. 미스 세이프티의 목소리는 내가 다가갈수록 더더욱 격력해졌고, 몸은 격렬하게 떨었다. 나는 미스세이프티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미스 세이프티를 용서했다.


박소한: ...내가... 용서해줄게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내가... 내가 더 미안해요...


나는 미스 세이프티를 꼬옥 안았다. 미스 세이프티의 떨림이 멈췄고, 모든 바이오로이드, 아니 사람처럼 그녀의 맥박이 느껴졌다. 따뜻한 바람이 내 주위를 감쌌고, 어딘가에서 밝은 빛이 우리를 삼켰다. 다시 눈을 떠보니 나는 옛 우리집의 식탁에 앉아 있었고, 내 옆자리에는 내가 제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엄마: ...드디어 만나보네... 꿈속에서


박소한: 엄마? 엄마!


나는 옆에 앉아있던 엄마를 보고서는 엄마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웠던 엄마의 향수냄새가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아빠: 이거 섭섭하네? 난 안보고 싶었던거니?


아빠도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들겼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 내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눴다. 내가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리고...


박소한: 그리고... 나 좋아하는 사람도 생겼어요.


엄마: 음? 진짜? 우리 소한이 대단하네~ 여자친구도 생기고.


박소한: 솔직히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요. 그 느낌만은 확실해요.


아빠: 그럼 아들? 그 여자를 항상 지켜줘. 그 감정을 점점더 부풀리면, 어떤 느낌인지 확실해질거야.


엄마: 아들, 미안하지만... 이제 그 여자 쪽으로 갈 시간이야. 나중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박소한: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마지막으로 한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엄마, 아빠: 당연하지! 


나는 엄마와 아빠를 꼭 안았다. 정말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엄마와 아빠의 품속에 안겨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 곳은, 포근한 침대 이불 안이였다. 내가 몸을 부스럭거리며 움직이자 안수민도 서서히 눈을 떠 나와 눈을 마주쳤다.


박소한: 잘 잤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우웅~ 


안수민은 기지개를 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두같이 빵빵해진 안수민의 볼을 만진뒤,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으으~ 뭐하는 거에요...


박소한:아, 기분 나빴나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건 아니고...


나는 씩 웃은 뒤 계속해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머리가 펄럭이면서 안수민의 머리에서 항상 나는 복숭아향이 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만해요 이제... 아침밥 뭐 먹을 거에요?


박소한: 뭐... 간단하게 샐러드랑 볶음밥으로 해먹죠 뭐. 


2. 수학공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내려갔다. 냉장고에 있는 양배추와 토마토, 치즈랑 베이컨, 드레싱 소스를 섞어 간단하게 샐러드와 간편 볶음밥 포장용기를 뜯어 후라이팬에 볶아 그릇에 내왔다. 안수민도 유미랑 같이 내려와 수저를 놓고나서 우리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박소한: ...유미야.


안유미: 뇸뇸... 음? 아찌 왜?


박소한: 오늘 유미 아저씨랑 공부좀 하자. 쉽게 알려줄게.


안유미: 웅! 조아! 공부할래 공부!


박소한: 되게 좋아하네... 그렇게 좋아?


안수민 <하르페이아>: 사실 공부같은거는 별로 해본적이 없어서...


우리는 밥을 후딱 먹어치우고 설거지까지 싹다 끝냈다. 유미는 우리가 정리를 하는동안 쇼파에 앉아 매지컬 모모를 보고 있었다. 매지컬 모모가 끝나자마자 나는 TV를 끄고 유미 옆에 앉았다. 우선 가장 기초적인 수학부터 해줘야 될 것 같았다. 덧셈에 대한 문제 몇개를 머릿속으로 생각 한 뒤에 유미한테 물어봤다.


박소한: 유미야.


안유미: 웅?


박소한: 쉬운 것부터 하자. 혹시 130+70은 뭐야?


안유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우와 많아!


박소한: 아니 많긴 한데... 그럼 30+45는 뭘까?


안유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아찌! 이것도 많아!


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안유미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자신의 열 손가락이 쫙 펴진 후로는 더이상의 수를 셀수 없어 많다고 나한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럼...


박소한: 그럼 유미야... 5+6은 뭐야?


안유미: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우와! 


박소한: 그것도 많아?


안유미는 내 대답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래도 긍정적인거 하나는 보기 좋았다. 안수민은 멀리서 물을 마시며 우리 둘을 바라보다 참지 못하고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이리 와봐 유미야! 내가 가르쳐 볼테니까!


박소한: 어떻게 가르치게요? 잘 안될거 같은데?


안수민 <하르페이아>: 과연 그럴까요? 제가 한번 보여드리죠!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나는 안수민의 패기에 조금 당황해했지만, 유미가 그렇게 수학을 잘 할수 없을거 같아 입으로 꺼내선 안되는 말을 꺼냈다.


박소한: 하! 그렇게 잘 가르키면 다음주에 내가 시험 하나 볼테니까! 그거 다 맞으면 수민씨 하고싶은거 하나 해드릴게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짜요? 저 그럼 바다에 놀러가요 바다!


안유미: 우와! 바다 조아조아!


박소한: 마음대로 해요. 엄청 어렵게 할거니까.


그렇게 안수민은 하나하나 유미한테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세세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7일동안의 사칙연산 학습작전은 시작됬다.


1일차


안수민 <하르페이아>: 유미야 사과 두개랑 사과 네개를 먹으면 총 몇개를 먹은걸까?


안유미: 여섯개!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럼 사과 열개랑 사과 한개를 먹으면 몇개를 먹은거지?


안유미: 어, 어음...


안수민 <하르페이아>: 열한개야. 유미야. 열 다음은 열하나고, 이렇게 똑같이 열둘, 열셋 이렇게 올라가는 거야 알겠지?


안유미: 웅! 웅!


...


2일차


안수민 <하르페이아>: 유미야 엄마가 사과를 10개를 가지고 있는데 유미가 3개를 가져가면 몇개지?


안유미: 일곱개! 일곱개!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렇지! 뺄셈은 그렇게 하는거야 알겠지?


안유미: 알겠어! 알거 같아!


박소한: 벌써 뺄셈을 배우고 있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두고봐요! 제가 꼭 유미 사칙연산 다 할수 있게 할거에요! 그나저나 소한씨 이거 사주실수 있나요?


박소한: 뭔데요... 비키니랑 아동용 수영복?


안수민 <하르페이아>: 네!


박소한: 하이고... 알겠으니까 가르쳐 보기나 해요.


...


3일차


안수민 <하르페이아>: 유미야 엄마가 사과 3개가 담겨진 바구니 2개를 들고 있으면 몇개지?


안유미: 음... 6개?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럼 바구니 3개는?


안유미: 9개!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렇지 그게 곱셈이야! 유미 엄마랑 구구단이라는거 해볼래?


안유미: 오오! 재밌을거 같아! 해볼래 해볼래!


...


4일차


안수민 <하르페이아>: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7X2?


안유미: 14!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8X5?


안수민 <하르페이아>: 40!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되자! 9X6?


안유미: 54!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박소한: 우와... 며칠만에 구구단을 외워?


...


5일차


안수민 <하르페이아>: 유미야, 나눗셈은 뭔지 아니?


안유미: 곱셈의 반대!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렇지! 그럼 쉬운거 하나 해보자. 엄마가 사과 15개를 가지고 있는데 바구니 3개에 똑같이 담을려면 몇개씩 담아야 할까?


안유미: 3개를 몇개를 곱해야되지... 5개?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이구! 맞았어 유미야! 대단한데?


안유미: 히히... 유미 똑똑해?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이고~ 당연하지! 유미 대단해! 그럼 다른거도 해볼까?


...


6일차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럼 유미야 조금 어려운거 해보자 2X3+6은 얼말까?


안유미: 음... 6 더하기 6은 12!


안수민 <하르페이아>: 오오! 좋아! 그럼 유미야! 3+4X2는?


안유미: 어어... 14?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게 유미야... 곱셈과 나눗셈을 먼저 하고 덧셈이랑 뺄셈을 하는거야.


안유미: 곱셉이랑 나눗셈 중에서는 뭘 먼저해?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건 아무거나 먼저해도 괜찮아. 그럼 다시한번 풀어볼까?


안유미: 그럼... 3 더하기 8이니까... 11?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렇지! 맞았어 유미야! 이거지!


...


7일차 


아침에 안수민은 당당하게 유미를 데리고 와서 시험지를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간단한 덧셈, 뺄셈, 나눗셈, 곱셈, 마지막으로 사칙연산까지 각 3문제씩 해서 문제를 냈다. 안유미는 한문제 한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4X4-12÷3에 망설임 없이 12라고 쓴 걸 본 나는 머리가 아찔했다.


박소한: ...말도 안돼.


안수민 <하르페이아>: 유미가 누굴 닮아서 이렇게 똑똑한지 모르겠네요?


박소한: 하아... 내일 출발해야되니까 짐이나 싸요.


나는 머리가 아찔했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어쩔수 없이 가방을 사라고 했다. 그리고 그때, 긴급안내문자가 내 휴대폰으로 한통이 왔다, 내용은 이러했다.


'재난 안전 문자

충유시 7월 27일~8월30일 갑작스런 장마로 인해 해수욕장 폐쇠


7월 26일 오전 11시 26분'


안수민 <하르페이아>: 이게 뭐에요?


안수민은 내 핸드폰을 보더니 재난 안전 문자에 대해 확인하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원래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약속은 지킬려고 했던 내 얼굴에는 미안함이 묻어나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럼... 우리 바다 못가요?


박소한: 미, 미안해요...


안유미: 아찌! 왜그래? 나 많이 틀렸어?


박소한: 그, 그게... 우리 바다에 못 갈거 같애...


안유미: 엥?! 왜? 나 바다 가고 싶은데에에~


우리는 그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었다. 아무런 대책도 생각이 나지 않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서 나는 베란다 밖으로 나갔다.


3. 꿩 대신 닭


박소한: 자, 잠시만요! 이 집 풀옵션으로 샀는데... 수영장 옵션도 봤던거 같은데...


나는 베란다에서 미친듯이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작동시킬수 있는 것을 찾아보다가 버튼을 하나 발견했다. 버튼을 눌러보니 '우웅~'거리는 소리와 함께 베란다 바닥이 없어지고 수영장 하나가 뿅하고 나타났다. 안수민과 유미는 입을 떡 벌리면서 베란다로 달려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이, 이게 뭐에요?


박소한: 헉... 헉... 찾았어요! 수영장 옵션!


안유미: 우와! 아찌 집에 수영장도 있어! 


박소한: 우선 이걸로 만족해주면 안될까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우...우와... 집에 수영장도 있어... 다, 당장 옷 갈아입고 오자 유미야!


박소한: 좋아하니까 다행이네...


안수민은 유미를 데리고 수영복으로 갈아입히러 화장실로 데려갔다. 나는 그때동안 베란다 옆에 있는 의자랑 파라솔 하나를 꺼네 수영장 옆에다가 내어왔다. 그리고 나 또한 간단하게 먼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주방에서 주스 몇잔을 꺼내 온 뒤에 썬크림을 바른 후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해수욕장처럼 크고 넓은 모래사장은 없었지만, 그래도 쉬는것 하나만큼은 충유시 해수욕장에게 지지않았다. 의자에 앉아 쥬스 한모금을 쪼옥 마시며 휴식을 취하다가 안수민의 목소리가 들려 얼굴을 들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한씨!


박소한: 다입었...푸웁!


나는 안수민의 수영복을 보고나서 입안에 있는 메론쥬스를 분무기마냥 뿜어댔다. 안수민은 US비키니를 입고 최대한 요망한 포즈를 잡고 서있었다. 다행이도 유미는 치마 수영복을 입고 안수민의 손을 잡으며 헤벌레 웃고 있었다.


박소한: 뭐 그런 수영복을 입고 와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에에?!  소한씨가 좋아할줄 알았는데?


박소한: 다른 사람들이 못보는 곳에서 살아가지고 다행이지! 이런거 다시는 입지마요!


안유미: 우와 물! 다이비잉!


안유미는 수영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물속에서 힘차게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안수민도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 유미랑 같이 놀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의자에 기대어 썬탠이나 하고 있었지만, 어느순간부터 나한테서 오는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졌다.


안유미: ...아찌도 들어와! 같이 놀자!


박소한: 아, 아저씨는 별로 물 안 좋아해.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짜! 소한씨도 들어와요!


안수민은 물속에서 나와 내 의자로 다가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좀 들어와서 같이 놀면 안되요?


박소한: 둘이서도 재밌게 노는구만...


안수민은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더니 내 의자 뒤로 걸어갔다. 그리고서는 내 의자를 힘껏 밀기 시작했다.


박소한: 어? 어어? 어어! 이거 뭐야!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한씨도... 조금만... 놀아요옷!


안수민은 의자를 들어올려 나를 수영장 안으로 집어던졌다.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는 물밑으로 떨어졌다. 약간 안수민이 괘씸해서 약간의 시간을 가진뒤, 수영을 못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박소한: 나... 수영 못해요! ...살려줘요! 살려줘!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머! 소한씨!


안수민은 물앞으로 다가와 덤벙거리는 나를 향해 다가왔다. 안수민은 수영장 앞에서 쪼그려 앉아 발을 동동 굴렸다. 그리고, 포세이돈마냥 물 위로 튀어올라 안수민의 팔을 잡고 물귀신마냥 수영장으로 안수민을 끌어당겼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꺄악! 


박소한: 그쪽도 당해봐요!


안수민과 나는 다시 물속으로 '첨벙!'하고나서는 물위로 둘다 튀어나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뭐하는 거에요?!


박소한: 깜짝 놀랐죠? 하하! 표정좀 봐!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짜 괘씸해!


안수민은 물을 밀어 내 얼굴에 엄청난 양의 물을 떨어뜨렸다. 우리는 그 길로 물속에서 엄청 재밌게 놀았다.


4. 가정방문


유미랑 안수미랑 재밌게 놀다가 무슨 기분나쁜 시선이 느껴져 넓게 펼쳐진 창문을 바라봤더니 무엇인가가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다.


박소한: 저... 저게 뭐야!


무엇인가가 날고 있었다. 새라기엔 너무 크고, 비행기라기엔 너무 가까웠다. 그리고, 너무 익숙한 모습이였다. 그것은... 스카이 아이돌즈였다!


박소한: 엄마야! 왜 여기 온거에요!


안유미: 어머! 전대장!


슬레이프니르: ...재밌네... 재밌어...


흐레스벨그: 아, 안녕하세요...


슬레이프니르와 스카이 아이돌즈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혐오하는 눈빛이 아닌 흐뭇한 모습으로 우리를 지켜보면서 날고 있었다.


박소한: 아파트에서 그렇게 날고 있으면 오해 받으니까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와요!


블랙하운드: 아... 네!


스카이 아이돌즈는 밑으로 점점더 내려가더니 조금 있다가 초인종이 울렸다. 


박소한: 어이고 이거... 무슨 일이에요?


슬레이프니르: 우리 하르페이아한테 좀 전해주고싶은 물건들이 있어서...


그리폰: 오오~ 집 좋네? 인간, 좀 잘 사나봐?


스카이 아이돌즈는 집으로 들어오면서 큰 철제가방 하나를 같이 가지고 들어왔다.


박소한: 그건 뭐에요? 되게 큰데?


슬레이프니르: 혹시라도 몰라서 하르페이아 전용 전투복이랑 무기들... 힘들게 구해온거야.


박소한: 아니, 뭔 무기를 우리집에 들고와요? 이거 필요 없으니까 도로... 가져... 가요! 으윽... 뭐 이렇게 무거워!


나는 철제가방을 들고 다시 돌려주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무거워 어찌 옮길 수가 없었다. 슬레이프니르는 한심한듯 나를 쳐다보고서는 철제가방을 쑥 들어올렸다. 유미랑 안수민도 간단하게 베란다에서 몸을 닦은 뒤 나를 따라왔다.


슬레이프니르: 그냥 받아. 당신도 필요할수 있으니까.


안유미: 우와! 하늘색 머리 언니 모모 열쇠고리 가지고 있어! 언니 모모 좋아해?


흐레스벨그: 어...어! 조, 좋아해!


안유미: 이리와 언니! 나랑 놀자!


블랙하운드: 가, 같이가!


안유미는 흐레스벨그랑 블랙하운드를 데리고 침실로 올라갔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 올라왔어?


슬레이프니르: ...옷 이쁘네?


안수민 <하르페이아>: 고, 고마워! 이거 내가 구해본건데... 그나저나 커피나 한잔 마실래?


슬레이프니르: 됬어... 그냥 이거 전해주려고 온거야. 그나저나 다행이네 그런 사람 만나서...


안수민 <하르페이아>: 저기... 미안해... 나 이 사람이랑 계속 있고 싶어...


슬레이프니르: 됬어... 더이상 감시 안할거야. 저 사람 따라다니는것도 파파라치가 블랙하운드 따라다니는거랑 똑같은 느낌 드니까...


안수민 <하르페이아>: 무슨 뜻이야?


슬레이프니르: 쓸모 없는 짓이라고! 캐도캐도 보이는게 없으니까! ...이만 가볼게. 흐레스벨그! 블랙 하운드! 그만 가자!


스카이 아이돌즈는 문 앞에서 우리와 작별 인사를 했다.


흐레스벨그: 오, 오늘 정말 즐거웠어 유미야! 다음에 다시 놀자!


안유미: 모모 천재 언니 짱좋아! 그... 블랙하운드? 언니도 다음에 같이 놀자!


블랙하운드: 좋아 좋아! 나중에 다시 만나자!


박소한: 뭐... 나중에 다시 한번 봐야 되겠는데?


슬레이프니르: 시간 나면 다시 만나지 뭐. 그럼 이만 가볼게.


슬레이프니르는 우리에게 손짓을 한번 한 뒤 문을 닫았다. 날이 어느새 어두워져 하늘이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집에 메론이랑 먹을게 좀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 장볼 필요가 있다는게 떠올랐다. 나는 안수민을 불러세웠다.


박소한: 수민씨!


안수민이 황금색 머리를 찰랑거리며 뒤를 돌았다. 그녀의 가슴 또한 뽀잉거리면서 관성의 법칙을 증명한 걸 본 나는 정신이 나갈거만 같았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왜요?


박소한: 으어... 장이나 보게 옷 갈아입어요 당장!


안수민과 유미는 그대로 화장실에 가서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밖으로 나왔다. 나 또한 2층에서 동시에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장볼 준비를 했다.


========17화 끝========

17화 끝!

진짜 글 볼때마다 맞춤법 틀리는거 보면 너무 부끄럽네요... 오늘도 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신) 야발... 박소한 집 구조를 그려서 사진 첨부를 해볼려고 해도 안되요 잉잉... 어떻게 해야되는 건가요...

됫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