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이 듬뿍!



1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675381



  “지금부터 제 2회 오르카 요리대회를 시작한다!”

많은 바이오로이드의 앞에서 사령관이 말했다.

“주제는 바로 이 해물비빔소스다! 이 해물비빔소스를 맛있게 만드는 것이 이 요리대회의 목적이다! 이건 오르카호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항이니 모두들 열심히 요리를 하도록!”

사령관이 말을 마치고 공을 울리자 바이오로이드들이 일사분란하게 요리를 시작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사령관은 해물비빔소스를 한입 먹었다. 브라우니들의 말과는 다르게 사령관의 입맛에는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졌다.

“요리 종료!”

1시간의 조리시간이 끝나자 사령관은 다시 공을 울렸다. 각 참가자는 요리를 테이블에 올려주었다.

“첫 참가자는 바로! 블랙 리리스입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스프리건은 마이크를 들고와 중계를 시작했다. 그보다는 왜 수영복인 걸까. 왜 스프리건은 평소의 복장으로 진행을 하지 못하는 건가 사령관은 궁금했지만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블랙 리리스 선수의 요리는 바로… 어라?”

테이블로 다가간 스프리건은 이상하다는 듯 요리를 바라보았다. 사령관도 스프리건의 옆에서 요리를 보았다. 그것은 요리가 아닌 통조림 그대로였다.

“주인님을 위해 어떤 것이 제일 맛있는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입니다.”

블랙리리스는 통조림의 뚜껑을 가볍게 따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스프리건과 사령관은 얼굴을 통조림에 가까이했다.

“그냥 해물비빔소스 아냐? 허업!”

고개를 든 사령관은 갑자기 옷을 벗은 리리스를 보며 날숨을 들이삼켰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제 몸이 아닐까요?”

요염한 포즈를 취하며 블랙 리리스는 통조림을 들어 자신의 몸에 해물비빔소스를 부었다. 붉은색 액체는 이름과는 다르게 매우 흰 블랙 리리스의 피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사령관은 그 모습을 보며 침을 삼켰다. 해물비빔소스가 아니라 블랙 리리스의 아름다운 여체를 보며 흘리는 침이었다.

“어떠신가요? 침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죠?”

블랙 리리스는 유혹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이 대회는 자신의 승리라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그게… 리리스. 말 안했던가? 심사위원은 내가 아냐…”

“어어…”

사령관이 뒤로 물러서자 그 뒤에 서있던 발키리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어쩌다보니 심사를 맡게 된 발키리입니다. 사령관님, 이걸 시식해보면 되는 겁니까?”

발키리는 한숨을 쉬며 숟가락을 집어들었다.

“발키리. 우리는 리리스의 의도대로 먹어야 하지 않을까? 숟가락보다는 혀로 직접 햝는 편이 나을 거야.”

사령관의 말에 발키리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블랙 리리스에게 다가갔다.

“주, 주인님? 제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데요? 주인님? 쮸인님!”

당황하는 블랙 리리스와는 다르게 발키리는 무뚝뚝하게 블랙 리리스의 몸에 묻은 소스를 혀로 날름 햝았다.

“맛은 당연하지만 통조림의 맛과는 다를 바가 없네요. 다만 왜인지 짠 맛이 듭니다. 제대로 된 요리를 위해서는 좀 더 개량의 여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10점.”

“왜 10점이야!”

사령관은 지난번 대회를 떠올리며 태클을 걸면서도 반쯤 단념했다.

“역시 퍼포먼스 점수인가요! 첫 시작부터 예상도 못한 강렬한 요리가 나왔습니다!”

사령관의 태클에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스프리건이 끼어들었다. 그 순간, 사령관은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이 조용히 대회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대체 얼마나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이 틈을 노리고 사령관을 유혹하려 했던 건가.

“다음 참여자는 바로! 이 사건의 주범인 브라우니들의 지휘관인! 불굴의 마리 대장입니다! 과연 마리는 이 고난에도 불굴하고 있을 것인가!”

스프리건이 열심히 외쳤지만 호응은 없었다. 오히려 몇몇은 마리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리 역시 테이블에 통조림 하나만을 올려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리… 만일 너도 몸에 해물비빔소스를 뿌릴 거라면 미리 말해줘.”

이미 한번 당한 사령관이었다. 두번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두번 연속으로 똑같은 것을 보고 싶지는 않… 아니 사실 보고는 싶었긴 했다.

“각하, 저는 이 대회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마리는 알 수 없는 말로 운을 뗐다.

“이 해물비빔소스의 어디가 맛이 없다는 거죠? 저는 이 해물비빔소스의 본연의 맛이야말로 해물비빔소스의 극이라 생각합니다.”

마리는 그렇게 말하며 데워진 즉석밥을 꺼내 흰 쌀밥 위에 해물비빔소스를 부었다. 발키리는 말없이 밥을 들어 한입 먹었다.

“으음. 맨날 먹던 해물비빔소스의 그맛이군요. 이걸 요리라 해야 할까요. 10점입니다.”

발키리는 10점밖에 모르는 것인가. 10점 만점의 9점은 한발이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아니, 그러면 대회의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사령관은 걱정만 들기 시작했다.

“이건 또? 발키리씨는 다시 10점을 주었습니다! 만점의 연발! 이제 앞으로가 기대되는데요? 과연 10점을 넘을 10점이 나올 것인가! 아니면 그보다 못한 요리가 나올 것인가!”

스프리건은 다음 참여자에게로 달려갔다.

“다음은 바로 하치코와 LRL! 대회에 얼마 없는 팀 참가자입니다! 과연 하치코는 이번에도 미트파이를 낼 것인가!”

“필멸자들이여! 짐들이 그대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결단코 그렇지 않도다! 짐이 준비한 요리는 바로 해물 빵조림이노라!”

LRL은 자랑스럽게 외치며 테이블에 요리를 내려놓았다. 해물 빵조림.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모를 요리였다. 빵조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빵인가. 아니면 조림인가. 둘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 그보다 왜 테이블에 놓인 건 미트파이란 말인가.

“파이란 그릇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에요. 통조림을 이미지해서 파이를 만들어서 통조림이 아니라 빵조림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안에는 해물비빔소스와 참치를 섞어서 고기를 대신했죠.”

하치코가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결국 해물으로 만든 미트파이란 것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까지의 참가자중에 유일하게 요리를 한 팀이라는 것이었다. 발키리는 파이 한조각을 집어먹었다.

“오! 맛있네요! 이건 10점입니다!”

발키리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보다는 그렇게 좋은 평가임에도 10점이라니, 발키리는 알 수 없었다.

“잠깐! 이 팀은 실격이다!”

발키리와는 달리 사령관은 불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LRL! 이 요리에는 참치 몇캔이 사용되었지?”

“바로 2캔이노라! 양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지!”

“바보! 참치 2캔이면 얼마나 되는 건지 알아? 영양을 200개나 교환할 수 있다고!”

삼안 영업소에서는 참치 1캔을 영양 100개로 바꿔주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영양 1개의 기준을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참치는 음식이자 동시에 귀한 자원이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밥 한끼에 참치 2캔이면 우리는 금방 거지가 될 거야! 이 요리는 아무튼 실격이야!”

“사령관은 바보!”

LRL은 울먹이며 외쳤다.

“LRL, 울지 말아요. 울면 가슴이 안커져요. 이 빵조림 먹고 웃어요.”

하치코는 LRL을 토닥이며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사령관은 순식간에 쓰레기가 되었다. LRL에게 사과할 틈도 없었다. 그가 어버버하는 틈에 스프리건이 끼어들었다.

“예상 못한 전개가 계속됩니다! 하지만 대회는 멈출 수 없죠! 다음 참가자는 바로!”

“주인님, 이제 소첩의 음식을 드실 때가 되었습니다.”

소완은 테이블에 작은 통조림을 하나 내려놓았다.

“소완, 다시 말하지만 심사위원은 내가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저는 리리스처럼 추하게 알몸을 내보일 생각이 없습니다. 요리사에게는 자신의 나체가 아니라 바로 이 요리야 말로 자신의 알몸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지만 소완이 내려놓은 통조림은 해물비빔소스와 다를 것 하나 없었다. 사령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조림을 들어보았다.

“소완, 설마 너도 이 본연의 맛이야말로 진짜의 맛이니 뭐니 하는 것은 아니겠지?”

“주인님, 소첩을 의심하시는 것이옵니까? 소첩은 진짜 요리를 만들었사옵니다. 발키리씨. 한번 드셔보시옵소서.”

사령관은 의심하는 눈치로 옆의 발키리에게 건네주었다. 발키리가 건네받은 통조림을 따자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분명 사령관이 들었을 때는 적당히 미지근한 캔이었다. 대체 무슨 기술인건가 물어보고 싶었다.

“아, 이거 맛있네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에요.”

정체불명의 해물비빔소스를 먹은 발키리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보나마나 10점이겠지.

“평소에 주인님께 해드리던 해물 비빔 소스를 응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캔은 특별히 보온성을 강화한 커스터마이징된 캔을 특별히 닥터씨에게 부탁해서 만들어보았습니다. 어떻습니까? 놀랬죠!”

“네. 정말 놀라운 맛이네요. 100점 만점에 100점 드리겠습니다.”

“?”

발키리의 말에 사령관은 당황했다. 10점 만점이 아니라 100점이 만점이었다니. 그정도로 별로였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사령관이었다. 사령관은 자신이 심사위원이 아닌 것이 계속해서 아쉬워지고 있었다.

“이거 반전입니다! 소완씨의 점수가 단독 선두로 달려가는데요! 다음 참가자는 다들 생소하실수도 있는 신입 바이오로이드입니다!”

“사령관님, 잘 부탁드립니다.”

정장을 입은 레모네이드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는 다르게 테이블 앞에 서있었다. 등 뒤에 비장의 요리라도 숨기고 있는 것인가. OL의 농후한 요리를 사령관은 기대하며 레모네이드에게 다가갔다.

“다른 아이들은 사령관님에게 음식을 줄 수 없는 것을 보고 대회장을 나서더라고요. 저는 그정도로 멘탈이 약하지 않답니다. 저는 제 자매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이 요리를 준비했습니다.”

레모네이드는 테이블위에 올라타며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는 통조림을 따 자신의 무릎에 부었다. 레모네이드의 스타킹을 타고 붉은 해물비빔소스가 흘러내렸다.

“자, 사령관님. 무릎을 꿇고 이 요리를 제 발과 함께 햝으시죠.

“파란의 전개! 과연 사령관님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발키리는 이 요리를 먹게 될 것인가! 5분 후에 계속됩니다!”

“5분도 걸리지 않아.”

사령관은 시키지도 않은 알몸을 하고 바로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부터는 내가 심사위원이다!”

멋진 말을 남긴 사령관은 레모네이드의 발을 열심히 햝기 시작했다.

“만점이야! 촵촵촵! 만점! 촵촵!”

“보셨습니까? 오르카호의 여러분들! 이것이 바로 사령관님을 매혹하는 요리랍니다!”

색욕의 바이오로이드 앞에서 사령관은 참을 수 없었다. 사령관의 혀는 발에서 종아리로, 무릎에서 허벅지로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레모네이드의 고간에 닿기전, 사령관은 정신을 차린 듯, 햝기를 멈추고 일어섰다.

“현 시간부로 제 2회 오르카호 요리대회는 레모네이드 알파의 승리로 결정한다!”

사령관은 그 말을 남기고는 레모네이드 알파를 안아들고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어… 축하합니다?...”

스프리건을 포함한 일동은 멍하니 사라지는 사령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협상은 역시나 진전이 없었다. 사령관의 기획이었던 요리대회는 레모네이드와의 섹스라는 성과밖에 얻지 못한채 끝나버렸고 브라우니들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함교를 포기할 리도 없었다.

“레이더에 뭔가가 떴슴다!”

브라우니 IW238Q의 말이었다. 브라우니들은 레이더 화면으로 다가갔다.

“이건!”

브라우니 FOS2354는 경악했다.

“별의 아이다!”

“방위 12시, 거리 3000야드임다! 거리는 계속 가까워지고 있슴다!”

바닷속은 시계가 좋지 못했다. 지상이었다면 아마도 별의 아이를 볼 수 있었을 것이었지만 심해에서는 검은 바다밖에 보이지 않았다.

“당장 이 해역에서 도망쳐야 함다!”

브라우니 IW238Q가 외쳤다. 당연했다. 별의 아이들을 상대로 지금의 오르카호는 전면전으로 이길 수 없었다. 철충도 엄청난 대부대를 보내서 간신히 잡은 상대였다.

“아님다! 우리는 이길 수 있슴다!”

브라우니 12843이 말했다. 그녀의 일련번호가 말해주듯, 그녀는 오랜 세월을 보낸 원로 브라우니였다.

“과거에 기록에 따르면 증기선으로 별의 아이를 내쫓았다고 함다! 우리의 오르카호는 그 증기선보다도 거대함다! 우리는 이길 수 있슴다! 오르카호를 긴급부상 하는 검다!”

브라우니 12843의 말에 브라우니들은 웅성거렸다. 하지만 그녀들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급부상함다! 함내 전원은 뭔가를 붙잡는 검다!”

오르카호는 수면을 향해 고속으로 항해하기 시작했다. 심도가 낮아지며 바깥의 바다도 점차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먼 곳에 있는 별의 아이의 모습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별의 아이임다!”

“겁먹지 않는 검다! 다같이 주문을 외우는 검다! 이야 이야 크툴루 파탄!”

정체불명의 주문을 브라우니 12643이 외치자 그 주문은 전염병처럼 브라우니들에게 퍼져나갔다.

“이야 이야 크툴루 파탄!”

“이야 이야 크툴루 파탄!”

오르카호의 선두가 수면을 박차고 올랐다. 함교에서 물위의 모습이 드러났다. 검은 하늘에는 보라색의 거체가 떠있었다. 별의 아이. 그들은 그것을 그렇게 불렀다. 심해생물이 덩치가 커진다면 저런 모습일까. 흐린 두 눈은 오르카호를 똑똑히 바라보고 있었다.

“히익!”

브라우니들은 그 모습을 보자 공포에 질렸다. 누구도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브라우니! 당장 심해로 잠항해!

인터폰으로 사령관의 외침이 들려왔다.

-브라우니! 문 열어!

사령관은 다시 외쳤지만 브라우니들은 사령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리는 할 수있슴다! 모두들 외치는 검다! 이야 이야 크툴루 파탄!”

“이야 이야 크툴루 파탄임다!”

“전속력 앞으로! 충각으로 별의 아이를 박살내는 검다!”

“이야 이야 크툴루 파탄!”

“모두들 정신 차려!”
“이야 이야 크툴루 파탄!”

브라우니의 외침속에 사령관의 외침은 묻혀갔다. 그렇게 용감한 브라우니들은 본능적인 공포를 이겨내고 별의 아이에게 충각돌진을 했다.



“저는 운이 좋았어요. 비상용 탈출선에서 가까워서 빠르게 탈출할 수 있었으니까요.”

브라우니 KM532F2의 증언이다.

“두 눈을 손으로 가렸지만 그래도 오르카호가 별의 아이와 부딪히는 그 광경은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어요. 처음 오르카호를 보았을 때는 이것보다 강력한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그렇게도 가볍게 바스러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기록에 따르면 당시 오르카호에서 탈출한 바이오로이드는 브라우니 KM532F2를 제외하고는 전원 사망하였다고 한다. 당시 오르카호 함내에 있던 최후의 인류 마저도.

어쩌면 인류의 부활은 이제 PECS의 수장을 살리려는 레모네이드의 남은 6자매들에게 달려있을 지도 모른다.


-bad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