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화  2화


리리스와 리제.

 

오르카에서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삼인방 중 양대산맥. 과거에는 나머지 한 자리에 소완이 들어갔었지만. 최근에 소완이 

부드러워지고 난 뒤부터는 앨리스나 메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작 당사자들은 그리 상관하지 않는 것 같지만.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사령관인 나로서는 리제와 리리스만큼 머리 아픈 콤비가 또 없다. 만나기만 하면 서로 

으르렁거리고,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허구한 날 싸우는 등, 오르카 내부에서 시티가드의 일이 줄지 않는 이유의 7할은 이 둘의 

탓이다.

 

“버튼 눌러, 스토커! 주인님이 보고 계시잖아!”

“이미 눌렀어! 지금 전주 나오고 있는 거 안 보여?”

 

그런 둘이, 지금 서로 어깨를 맞대고 무대에 서 있었다. 심지어 화면도 보지 않고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공포가 엄습해왔다. 

괌에서 타이런트를 만났을 때도 멀쩡했던 다리가, 완전히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 수 있을 텐데~♩”

 

세상에.

 

“처음엔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 수만 있다면~♪

 하지만 끝없는 기다림에 이제 난 지쳐 가나 봐~♫”

 

오 맙소사.

 

““한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오~♪♩

  나를 바라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 텐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 짝사랑을 표현한 애절한 가사. 감성 충만한 목소리가 어울린 완벽한 무대였다. 다만...

 

“다른 누구도 아닌 너희가 그걸 부르면 좀 많이 위험하다고!!! 시티가드! 세이프티? 케르베로스? 리엔? 아무도 없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도움을 청할 수 있을 만한 녀석은 없었다. 통신기로 아무나 호출하려고 하던 중, 옆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주인님, 비명이 들려서 왔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소완!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저기 무대에-”

“무대? 아아, 과연...후훗.”

“소완?”

“우후후후후후후...아하하하하하!!!!”

 

갑자기 입을 가리고 포복절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히 사건의 원인이 소완이니, 소완에게 뭔가 방책이 

있을 것 같았는데 왜 이러지?

 

“소완?! 넌 또 왜 이래! 소완!”

“아하하...송구하옵니다, 주인님. 무대 위에 저 둘이 너무 안쓰러워 보인 나머지 웃음이 나왔습니다. 승부는 이미 났는데도 집착하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꼴사납군요.”

“애초에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너 찌개에 뭘 넣은 거야?! 술이라도 넣었어? 당장 불어!”

“글쎄요? 뭐, 그러니까, 그게, 아마 아우로라양의 피를 살짝 넣기는 한 거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분명히 양은 조절하고, 허브도 

 넣어서, 그러니까, 주인님만 살짝 취하시고, 나머지 분들은 영향이 없을 정도로만 섞기는 한 거 같습니다...만?”

“아니, 정 반대잖아! 나만 멀쩡하고 나머지는 죄다 맛이 갔고! 애초에 아우로라의 피는 최음 효관데 왜-아니, 애초에 넌 왜 취한 건데!”

“어라라~?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손이 모자라서 하치코 양에게 마무리를 부탁한 게 문제인 것이었을까요?”

 

머리가 아파서 의자에 주저앉은 채 한숨을 쉬었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소완은 아마 남들이 나와 파티를 준비하는 동안 자신은 

주방에서 조리만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와 다른 인원이 먹을 안주에 아우로라의 피를 섞었다. 분명히 

발렌타인 이후로 금지했을 텐데? 어찌 되었건, 피를 찌개에 섞고, 나에게만 그 효과가 통하도록 무언가 약초를 썼을 것이다. 원래부터 한약에 관한 책도 읽고 있었으니, 남성에게 잘 통하는 약재라도 찾아본 건가? 문제는, 일손이 딸린 나머지, 과정 일부를 하치코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하치코는 당연하게도 재료를 잘못 넣었고, 약효의 대상은 물론, 약효 그 자체도 뭔가 많이 꼬여버렸다. 무리는 

아니다. 뭘 만들던 미트파이가 나오는 그 솜씨는 소완에게도 미지의 영역이었으니.

 

“그래서 지금 이 모양 이 꼴이란 말이지...환장하겠네. 하다못해 콘스탄챠나 라비아타 같은 녀석들이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산 넘어 산이다. 소완이라면 어떤 약초를 넣었는지 알 수도 있지만, 방금 본 상태에서는 어림도 없을 것 같고, 하치코에게 뭘 넣었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한의학책을 뒤지기에는 내 지식과 시간이 부족하고, 닥터는 이미 방에서 취침 중일 것이다.

 

“하여간 뭔가 파티가 열렸다 하면 곱게 끝나는 일이 없어!”

“쿠후후, 확실이 그렇긴 하군요. 뭐, 이런 왁자지껄한 것도 나름 오르카답기는 하지 않나요?”

“으아, 깜짝이야! 알프레드? 여기에는 왜 왔어? 그리고 왜 코어만 있는 거야?”

“그게...바닐라 양이 캐노니어 여러분들을 숙소로 모시는 중에 만나서, 얼굴이 붉길래 혹시 취한 것 아니냐고 가볍게 말을 건넸을 

 뿐인데, 말없이 총을 꺼내시고는 쏘시는 바람에...”

 

아이고 바닐라야. 그걸 참지를 못하고...그래도 팔다리에 쏜 건 잘 했네. 그나저나 ‘얼굴이 붉었다’라.

 

“말없이 총을 꺼냈다는 점도 그렇고, 역시 바닐라도 약간 취한 건가? 많이 먹지는 않아서 약발이 늦게 돈 모양이네. 그렇다면 

 콘스탄챠도 취해서 뻗어 있을 텐데, 이거 답이 없는데?”

“확실히, 그 두 분이 없으면 질서를 유지하는 게 힘드니까요. 제 분석에 따르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여기에 가만히 앉아 계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만?”

“내 방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사령관님이 홀로 방으로 돌아가시는 중에 취한 앨리스 양이나 아스널 양이 

 나타난다면 어떨 거 같습니까? 차라리 여기라면 보는 눈도 있고, 취하긴 했어도 리리스 양과 리제 양이 사령관님을 지키시긴 할 

 거 아닙니까. 다른 분들이 단체로 사령관님에게 달려든다 해도, 지금은 여기가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럼 그 둘을 데리고 내 방으로 돌아가면?”

“리제 양과 리리스 양을요? 그건 안될 말씀이죠! 지금은 강당의 다른 분들을 경계하느라 얌전하시지만, 그 둘만 데리고 으슥한 곳에 

 가시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은, 비유하자면 참호전 같은 느낌입니다. 다른 분들이 

 사령관님에게 달려들기에는 리제 양과 리리스 양이 문제지만, 그 두 분이 달려들기에는 나머지 분들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죠.”

“결국, 내가 이 가시방석 위에 있는 게 더 큰 사고를 막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거구만...”

 

오늘로만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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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Under pressure-Queen

리제와 리리스 : 인형의 꿈-일기예보 (링크는 러브홀릭의 리메이크 버전)


아 제발 내 손가락아 내용 진도를 팍팍 빼지 못할거면 쓸데없이 분량을 늘리지 말랬더니

왜 분량조절 망해가지고 한 화 더 하게 만들어



다음화가 진짜 마지막


외전은 아직 남아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