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 https://arca.live/b/lastorigin/1507448 




 “이번 작전 목표는 히나를 확보하는 것이다.”

맥켄지의 말에 바이킹이 콧웃음을 쳤다.

“맥,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아. 뭔 수로 덴세츠제 전투 바이오로이드를 확보하는 건데? 덴세츠사에 가서 돈다발 던져주고 하나 달라고 하면 되려나?”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이미 본사에서는 문의를 해본 상태야. 파나마의 유령회사를 통해 경비용으로 구입시도를 해보았대. 물건 팔아준다는데 싫다는 곳이 어딨냐는 것이었지. 결론은 덴세츠가 그런 회사였다는 거야.”

“일단 외부적으로 공표된 이유는 국회의 수출허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라곤 하지만 실제로는 기밀의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겠지.”

맥켄지의 말에 벨이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그래서 계획을 변경해서 우리가 투입되는 거야. 만일 돈을 주고 살 수 없다면 강제로라도 빼앗아오는 거지.”

“언제부터 우리가 용병이 아니라 도적단이 된 거지?”

캐슬은 팔짱을 끼며 비꼬았다.

“나는 도둑보다는 에스포나지적인 강탈이라는 단어를 선호하네.”

리오가 레이저포인터를 들며 일어섰다.

“그동안 우리는 항구를 오가는 덴세츠 소유의 배와 화물차를 조사해왔어. 그 결과 덴세츠는 계획된 스케쥴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 그리고 그 화물차중 하나가 주기적으로 육자대의 기지에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

리오는 화면에 육자대 기지의 위성사진을 띄웠다. 사진에는 기지에 들어가고 있는 화물차가 찍혀있었다.

“이 차량은 매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루트를 지나간다. 토요하시시의 항구에서 도쿄도의 타치카와 기지로 이동하는 루트다. 아마도 히나를 수송하는 차량이겠지. 우리는 이 차량을 노린다. 덴세츠가 방심하고 있는 덕분에 일은 쉬워질 거야.”

“작전은 간단하다. 차를 멈추고, 히나를 확보하고 우리는 증거를 인멸한 다음 히나와 함께 사라진다.”

“맥, 이참에 히나를 둘 확보하면 어떨까?”

브리핑을 들은 바이킹의 말이었다.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뭔 소리야. 하나는 섹스돌로 쓰게?”

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듯 말했다.

“아니, 하나를 더 구해서 그걸 토모라 속이면 우리는 미국행 프리패스 아냐? 그 간단한 걸 왜 몰랐나 싶어서.”

“바이킹, 지금…”

맥켄지는 한숨을 쉬었다.

“맥, 내가 대신 답해줄게.”

벨은 맥켄지의 어깨를 토닥이며 바이킹에게로 다가갔다.

“바이킹, 너는 블랙리버 사람들이 자기들이 만든 바이오로이드와 타사가 만든 바이오로이드도 구별 못할 줄 알았어? 히나를 토모로 속였다가 들키면 미국행이 아니라 지옥행 프리패스야. 그리고 확실히 구별이 된다고. 봐봐.”

벨은 바이킹에게 두 사진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토모였고 하나는 히나였다.

“똑같은데.”

바이킹의 말에 벨은 바이킹의 정수리를 때렸다.

“아얏!”

“눈 똑바로 뜨고 봐. 히나는 토모를 닮은 거지 잘 보면 많은 곳이 달라.”

“결국 토모는 또 별개란 이야긴가.”

“그런 거지. 헛소리 말고 작전을 제대로 짤 생각이나 해.”

“작전? 뻔한 거잖아. 다들 영화 안봤어? 수송차량을 어떻게 습격하는지는 뻔하잖아.”

바이킹은 당당하게 말했다.


“바이킹, 이거 괜찮은 거죠?”

안전벨트를 붙잡은 요크셔가 말했다. 바이킹과 요크셔가 탄 트럭은 빠른 속도로 뒤로 달리고 있었다.

“우리쪽이 훨씬 무거워. 우리가 받는 충격보다 저쪽이 받을 충격이 더 클거야.”

바이킹은 화물칸을 바라보며 말했다. 화물칸에는 최대 하중 이상의 기름이 실려있었다. 차와 기름의 무게를 합치면 5톤이 넘었다.

“바이킹! 충격량은 서로 같아요! 무게가 달라서 힘이!...”

요크셔는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을 말하려 했다. 긴 물리적인 수식이 가득한 내용이었지만 그것을 말할 겨를은 없었다. 큰 소리와 함께 차가 진동했다. 5톤이 넘는 하중이 옆으로 밀려나갈 정도의 충격이었다.

벨의 타이밍은 정확했다. 트럭이 차도로 나서자 수송차량이 정면으로 트럭의 옆면을 들이받은 것이었다. 요크셔와 바이킹은 충격에 정신을 잃을 겨를도 없었다. 두 차가 멈추자 둘은 차문을 박차고 내렸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뒤쪽에서 밴이 도착했다. 밴에서는 방독마스크를 쓴 맥켄지와 브라우니, 캐슬과 크로아상이 내려 멈춰선 수송차량으로 달려왔다.

차량은 현금수송차량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의 대형 밴이었다. 운전석과 수송칸이 분리된 형태였지만 겉으로는 하나로 이어져 있는 방식이었다. 충격으로 인해 차의 앞부분은 완전히 찌그러졌지만 다행히 수송칸은 별 다른 피해가 없었다.

“요크셔, 바이킹! 운전자 확인해!”

요크셔는 운전석을 겨누고 바이킹은 문으로 다가갔다. 유리창으로는 운전자가 보이지 않았다. 요크셔의 엄호속에 바이킹이 운전석 문을 열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핸들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다. 이 충격에도 안타깝게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핸들에서는 남자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운전자 확인! 생존여부는 확인되지 않음!”

바이킹은 권총을 꺼내들어 운전자를 겨누었다.

“바이킹! 무기는 사용 금지다! 어디까지나 이건 ‘사고’로 남긴다!”

맥켄지의 말에 바이킹은 총구를 내렸다. 그리고는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고 머리를 살짝 들어올린 다음 핸들을 향해 머리를 내리쳤다. 클락션이 울렸다.

“운전자 무력화 확인!”

바이킹의 말을 들은 맥켄지는 바이킹에게 캔을 하나 던졌다. 안전핀이 달린 그것에는 자석으로 된 흡착판이 붙어있었다.

크로아상은 손에 휴대용 용접기를 들고 있었다. 수송차량의 화물칸 옆에 선 그는 용접기로 화물칸에 구멍을 내었다. 그동안 요크셔와 맥켄지는 브라우니와 캐슬과 함께 수송차의 뒤에 섰다.

“구멍 냈음! 바이킹!”

크로아상이 물러나자 바이킹은 크로아상이 낸 구멍에 손에 든 캔을 붙였다.

“스모크 인 더 홀!”

바이킹이 안전핀을 당기자 흡착판이 붙은 바닥쪽으로 연기가 흘러나갔다. 연기는 흡착판 덕분에 밖으로 새지 않고 구멍을 통해 수송칸 안쪽으로 흘러들어갔다. 수송칸에서 벽을 두들기는 소리가 울렸다. 안에 탄 누군가가 저항을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소리는 잦아들었다.

맥켄지와 캐슬은 문고리를 붙잡았다. 문에는 숫자 패드가 달려있었다. 맥켄지는 빠르게 숫자패드에 암호를 입력했다. 위성으로 확인한 암호였다. 1,2,3,4,5.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넘어갈만한 번호였다.

잠금이 풀리자 맥켄지와 캐슬은 문을 열었다. 다른 대원들은 수송칸 안에 총을 겨누었지만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욱한 흰 연기가 흘러나왔다. 수면가스였다. 리오가 가져온 검사로 흡입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던 가스였다. 이런 작업에는 이만큼 좋은 것도 없었다.

“전원 침묵!”

수송칸에 진입한 요크셔가 외쳤다. 수송칸에는 수개의 히나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모두 똑같은 모습이라 살짝 불쾌하기도 했다.

“아무거나 하나 챙겨!”

맥켄지의 외침에 요크셔는 가까운 히나의 양어깨에 팔을 넣고 들어올렸다. 겉보기보다 가벼운 무게였다.

한편 크로아상과 바이킹은 밴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끌고왔다. 사고로 위장하기 위한 시체였다. 정확히는 바이오로이드의 시체였다. 하나는 여성형, 하나는 남성형이었다. 크로아상이 여성형 바이오로이드의 시체를 바닥에 내려놓자 쓰러진 히나를 받아든 캐슬은 그 옆에 히나를 내려놓았다. 능숙한 솜씨로 캐슬이 히나가 입고 있는 전투복을 벗기자 크로아상은 그 옷을 죽은 바이오로이드의 시체에 입혔다.

모두 사고로 위장하기 위한 계책이었다. 바이킹은 남성형 바이오로이드를 끌고가 자신이 몰았던 트럭의 운전석에 앉히고 핸들에 머리를 기대게 했다. 차에서 내린 바이킹은 발로 트럭의 범퍼를 거세게 걷어찼다. 정확히 에어백 센서가 있는 곳이었다. 에어백이 터진 것을 확인한 바이킹은 수송차량의 뒷편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어느새 옷을 바꿔입힌 바이오로이드 시체를 수송칸에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적당히 바이오로이드를 던진 요크셔는 수송칸에서 뛰어내려 수송칸의 문을 닫았다.

-현재 지역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었어. 경찰이 출동할 예정이다. 빠르게 장소를 정리해.

벨의 무전이었다. 마침 일이 거의 끝난 참이었다. 맥켄지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하나 꺼냈다.

“전원 철수 준비!”

그렇게 말한 맥켄지는 밴으로 달려가는 다른 대원들과는 다르게 트럭으로 향해 걸어갔다. 트럭의 주유구에는 미리 준비한 천이 걸려있었다. 라이터에 불을 붙인 맥켄지는 천천히 그 천에 라이터를 가져갔다.

주유구에 불이 붙은 걸 확인한 맥켄지는 자신쪽으로 다가오는 밴으로 달려갔다. 밴에 타기 전, 그녀는 불에 타오르는 트럭을 보았다. 트럭에 담긴 기름이면 화끈하게 불타오를 것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사고였다.

“출발해!”

차문을 닫고 자리에 앉은 맥켄지가 외쳤다. 크로아상이 액셀레이터를 밟자 차는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차에 탄 모두가 방독마스크를 벗었다.

“전원 수고했어. 이렇게만 일이 항상 돌아가면 얼마나 좋아.”

맥켄지는 뒤쪽에 누워 있는 히나를 바라보았다. 토모처럼 생겼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기묘한 모습의 바이오로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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