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준비를 마친 상태로 닥터가 알려준 수면실 앞에 도착한 리리스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노크했다.


똑똑


노크를 했음에도 안에서 대답이 들리지 않자 그녀는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다는 걸 인지한 리리스는 들어오면서 천천히 방을 둘러보았다


방안은 생각보다 넓었는데 2층 침대 3세트가 벽에 붙여져 ∏ 형태로 입구를 둘러싸고 있었고


중앙에는 3단 화분 진열대가 있었는데 층별로 식물들이 자리해 있었다.


화분에는 식물별로 이름을 적어 놓았는데 이걸 본 리리스는 세레스티아의 섬세함에 감사를 느꼈다.


잠자리의 위치는 정해져 있지 않았는지 리리스는 우측 침대의 1층을 쓰기로 했다.


침대 위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덜커덕 소리와 함께 문을 여는 소리가 나자 리리스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열고 들어온 이는 발할라의 대장인 레오나였는데 방을 왼쪽부터 보다가 리리스와 눈을 마주치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리리스 씨? 당신도 여기서 자나요?"



레오나의 질문에 리리스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답했다.



"오늘 닥터하고 상담해서요. 오늘부터 시작한다고 했거든요."


"그럼 내가 생각하는 인원들이 모두 모이는 건가..."



고운 이마를 살짝 찡그린 레오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레오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가 또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레오나와 같은 발할라 부대의 발키리였다.


방에 들어온 그녀는 진열대 위에 놓여 있는 화분들을 보더니 '와!'라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방 중앙으로 향했다.


그런 발키리의 뒤로 리앤, 티아멧, 유미가 기차처럼 일자로 줄을 서서 차례차례 들어왔다.



"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은데? 한 12평 되나? 그때 사령관과 키무라랑 같이 썼던 사무실보다 크네."



리앤은 들어오자마자 방에 대해 품평을 하고 있었고



"..."



티아멧은 별말 없이 멍하니 서 있었으며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겠죠?!"



유미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차지하려는 동물처럼 자신이 싸고 온 짐을 침대 위에 던졌다.


거기에 맞장구치듯 리앤도 자신의 짐을 리리스의 머리 위 2층 침대로 던졌고


그 순간 가만히 서 있던 티아멧도 재빨리 가까이 있던 침대에 자신의 짐을 던지며 영역표시를 했다.


그 셋의 모습을 본 발키리가 아차 했지만 이미 남은 자리는 중간벽에 붙어 있는 침대 한 세트밖에 없었다.


레오나는 그런 발키리를 한번 흘끗 보더니 2층에 짐을 휙 하고 던졌다.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쉰 발키리는 어쩔 수 없이 남은 침대로 다가갔다.



"2층…. 써보고 싶었는데..."



2층 침대에서 한번 자보고 싶었던 발키리였지만 이미 자리 경쟁은 끝났다.


자리를 선점하지 않은 과거의 자신을 탓하며 발키리는 가져온 물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발키리의 행동을 보며 나머지 인원들도 각자 위치로 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했다.


-


-


몇 분 뒤, 짐 정리가 끝나자 6명은 서로 말없이 자기 침대에 앉아 멀뚱멀뚱하게 화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불편한 침묵이 이어지자 참다못한 리리스가 서로 말문을 트게 하기 위해 먼저 입을 열었다.



"기왕 이렇게 모인 거 서로 수다 좀 떨어 볼까요? 저부터 하죠."



예전부터 오르카 호에서 소문처럼 떠도는 기괴한 현상 중에서 7개를 모아 바이오로이드들은 '오르카 호 7대 미스터리'라고


이름 붙였는데, 최근에 새로운 괴담이 추가되었다고 페로에게 들은바 있는 리리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르카 호 7대 미스터리 중에 비밀의 방에서 들려오는 비명 괴담은 알고 계시겠죠? 

 최근까지 없었는데 요즘 다시 돌고 있나 봐요.  이번엔 소리가 겹쳐서 들린다더군요."



최근에 복구된 리앤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리리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기존에 있던 대원들한테도 유명한 소문이라 그런지 얼굴에 긴장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레오나와 발키리가 순간 부자연스럽게 움찔하더니 이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


그걸 못 볼 리리스가 아니지만, 그 둘의 반응으로 보아 왜 이런 소문이 퍼졌는지 짐작 할 수 있었기에 

이 건은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기존에 있던 7대 미스터리 중 오르카 호의 모든 사진과 영상이 저장된 시크릿 네트워크는 페더 씨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최근에 하나가 추가되어 다시 7대 미스터리가 됐다고 해요."


"새로운 미스터리의 제목은 꿈속의 얼굴 없는 인간님."



리앤은 일관된 태도로 리리스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레오나와 발키리도 새로운 소문에 조금 흥미가 있었는지

시선은 리리스를 바라본 상태로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 와중에 티아멧과 유미는 근처에 있던 이불을 뒤집어서 쓴 채 얼굴만 내밀고 있었고

그걸 본 리리스는 다른 이들 모르게 마음속으로 웃었다.


자기 부대의 동생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와 반응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하는 이야기는 말만 괴담이고 실제로는 흉조가 아닌 길조로 여겨진다.



"우리 바이오로이드들이 꿈을 꿀 때 볼 수 있다고 해요. 기괴해 보이는 소문의 제목과는 달리,

 실제로는 꿈속에서 저희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부분들을 보듬어준다고 하더군요."


"요 며칠 새 저희 외에도 꿈을 꾸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세한 꿈의 내용은 기억이 안 나도

 이 사람이 나왔다는 건 기억했다고 해요."


"신비롭게도 그 꿈을 꾼 날에는 일이 잘 풀리고 자신이 바라는 염원이 이루어진다고 소문이 퍼졌죠."



리리스의 이야기가 끝나자 리앤은 눈을 반짝이면서 최근에 한 게임(스틸라인 온라인)으로 친해진 유미에게 접근했다.



"미스터리라면 내가 빠질 수 없지! 유미 양, 7대 미스터리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줄 수 있어?"



유미는 리앤의 요청에 흔쾌히 승낙한 듯 그녀의 침대로 넘어가 궁금한 것에 대해 알려 주었고



'얼굴 없는 인간이라니 차라리 사령관이 나와주신다면... 으읏!'



티아멧은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쓴 채 뒹굴뒹굴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으며


발키리와 레오나는 나머지 인원들이 못 듣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레오나가 이마를 짚고 있는 점이나 발키리의 양 볼이 빨개져 있는 거로 보아 무슨 일이 있던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니까...! 소리 좀 줄이라고 했잖아..."


"억울합니다! 물론 제 목소리가... 좀 크긴 했습니다만... 대장님도 만만치 않으셨..."



그렇게 서로 수다를 떨 거나 자신이 할 일을 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시계가 11시를 가리켰고 동시에 오르카 호의 스피커가 켜졌다.


딩동 댕동 딩동 댕동~


멸망 전 학교라는 곳에서 쓰인 종소리가 오르카 호 전체에 울려 퍼졌고 몇 초 뒤 벨 소리가 끝나자 지휘통제실에서 당직 근무자가 방송했다.



「아 아 지휘통제실에서 전파합니다. 현 시간부로 감시구역을 제외한 모든 구역은 소등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전파합니다...」



이 시간이 되면 필수업무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취침하라는 사령관의 요구에 닥터와 유미가 설치한 합작품이었다.


넓디넓은 오르카 호의 모든 곳에서 방송을 들을 수 있게 설계되어 듣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은 이는 없었다.


방송이 끝난 후 여섯 바이오로이드들이 침대에 누워 잘 준비를 마치자 티아멧이 말했다.



"소등할게요.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달칵


티아멧이 불을 끔과 동시에 시끌벅적했던 방안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마음이 편해지는 풀 내음을 맡으며 그녀들은 고요한 분위기에 취해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오늘 밤 자신들의 꿈에 소문의 얼굴 없는 인간님이 나와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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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주고 격려해줘서 감사함.


여기까지가 본편을 위한 프롤로그 및 빌드업이고,

주 내용은 저 여섯 바이오로이드들의 꿈속임.


인물당 적게는 두 편 많아도 네 편은 안 넘기기로 예정돼 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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