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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LGBT도 영어권 표현 고쳐야 할 필요 있다고 느껴. 모든 성소수자가 밖에서 성소수자 용어를 남용하는 건 아니지만!


먼저 대내적 문제. 성소수자 집단 내에서도 영어권 표현은 매우 생소하며 쓰는 사람이 드물어. 누군가는 그런 용어가 성소수자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해. 근데 말이야, 당장 오픈챗방에 널린 "게이 단톡방"에 들어가서 바이로맨틱 호모섹슈얼이라고 하면 태반이 못 알아듣는다. 이런 것만 해도 영어권 성소수자 지칭용어가 성소수자 집단 내에서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어.


무엇보다도 성소수자 문제는 공론화가 절실한 사안이야. 설사 성소수자 영어권 용어를 잘 아는 성소수자들끼리 소통이 편해질련진 몰라도, 그 전에 성소수자 바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지금 행동파 사이에서 주로 쓰이는 영어권 표현 그대로 바깥으로 움직이는 것은 더더욱 안 되고. 왜? 사람들이 새로운 용어를 습득해가면서까지 성소수자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야.


공론화 전에 낯선 성소수자 용어를 우리 사회와 언어에 맞게 바꾸는 건, 이런 용어들은커녕 동성애조차도 아직 낯선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로서 우리가 해나가야 마땅한 일이지. 성전환자, 동성애자가 우리 사회에서 '논바이너리', '팬섹슈얼', '안드로진'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고 이해될 수 있었던 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쉬운 개념이 한몫했어. 무물보살에 나온 샛별 씨, 아마 1020 성소수자라면 다들 알겠지. 뭐라고 하더라? 성소수자인 나조차도 거부감이 느껴지는 표현, 하물며 비성소수자는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봐. 나 같았어도 정신병자 취급해. 샛별 개인의 화법적 문제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존재했고, 그런 단어를 화자가 쓸 수 있었다면 좀 달랐겠지.


따라서 대한민국의 성소수자는 게이/레즈비언이 아니라 동성애자,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성전환자, 인터섹스가 아니라 제 3의 성별 보유자가 되는 방향이 나을 거야. 아직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고쳐지지 않은 영어권 표현이 많아. 작은 화면에서 성소챈을 보는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아마 사회에서 보다 빠르게 확산할 잠재력이 있는 "쉬운 성소수자 용어" 만들기가 아닐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