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지워지고 나서 세번째 반복..)


[.. 하양아. 나, 조금 생각해 봤어. 음.. 그거 말이야, 사귀는거.]

[어땠냐고? 글쎄, 어땠을 것 같아?]

[아니, 울지마, 하양아.. 나 아직 아무말도 안 했잖아.]

[.. 그치, 나를 봐줘. 그리고 잘 봐.]

[내 얼굴이 어때? 너 만큼 뜨겁지 않니?]

[그럼 내가 어떤 대답을 할까?]

[.....]

[.. 맞아 하양아. 정답이야.]

[난.. 그 이탈-]

삐이이익-

"으아아악!!"

쿵-

알람의 날카로운 소리에 나는 엄청난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떨어졌다. 사실, 그것 때문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바닥에 부딪힌 머리를 거칠게 문지르며 내가 왜 망할 알람을 설정했는지 기억하려 애썼다.

'내일은 놀이공원 가자.'

".. 아."

나는 정신 없이 나갈 준비를 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청바지, 그리고 그다지 튀지 않는 검은 티셔츠. 나는 오랜만에 거울을 보았다. 여전히 머리는 검었고, 눈은 반짝이고. 얼굴은 그나마 성숙해졌으나 티가나지 않는 듯 했다. 나는 조용히 옆방에 잠든 언니에게 다가갔다. 어쩌피 아빠는 없을테니까. 나는 언니를 흔들어 반쯤 깨웠다.

"언니, 언니. 나 친구랑 놀이공원 다녀올게. 응?"

"으음.. 놀이 공원..?"

"응. 그래서 조금 늦을 것 같기는 한데.. 가도 되?"

"으음....."

언니는 잠이 덜깬 탓에 생각을 오래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언니는 내 볼에 키스를 하고는 뒤돌아 대답했다.

".. 다녀와.."

"응, 다녀올게."

나는 그 말에 바로 현관으로 향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만나기로 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나는 그만 흥분되는 기분에 달리기 시작했다.

"헉.. 헉.."

부웅-

부웅-

나는 정류장에 거의 다 도착하고는 핸드폰의 진동을 느끼고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백하양.'

"....."

[- 그 이탈 좋아.]

"아아 진짜!"

하필 생각나서는..! 나는 그 기억에 주변 사람들 상관없이 소리를 질렀다.

부우웅-

"아."

나는 성내는듯이 울리는 핸드폰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차영아. 어디야?"

"너는?"

"나? 난 버스 정류장인데-"

나는 버스 정류장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자 하양이 말을 멈추었다. 나는 정류장 안을 보다가 바로 옆에 있는 하양과 눈을 마주했다.

"어, 하양 안녕!"

"응.. 차영아 안녕.."

하양은 얼이 빠진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동안 하양의 옷 차림을 보았다. 푸른 빛의 블라우스에, 흰색 스커트. 하양과 잘 어울린다는 말은 할 필요도 없었다. 어쩌피 잘 어울리는거 말해서 뭐하나.

"옷 잘 입었네?"

"어? 응, 고마워.."

나는 하양 바로 옆에 앉았다. 하양은 조금 웃으며 입을 열었다.

".. 놀랐어, 길가에서 소리지르던 사람이 차영이라서.."

"윽.. 그건, 뭐.. 놀랐다면 미안!"

나는 조그맣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 라고 중얼거리며 노선을 보았다.

"여기서 어디로 가야해?"

"음.. 일단 5분 후에 오는 버스 타고 가야해."

"그래서 도착 시간이... 음.. 1시간 30분..?"

"원래 놀이공원은 좀 멀잖아."

"그래.. 그렇긴 하지.."

"앗, 저 버스야. 저 버스 타면 돼."

"응."

나는 버스의 문이 열리자마자 올라타서 뒤를 돌아 하양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어.."

하양은 잠시 내 손을 바라보더니 이내 손을 잡고 올라왔다. 버스 비용을 내고 나는 자리를 살펴보았다. 2명분 자리가 있었지만, 1개의 자리에 낯선 사람이 타고있었고, 남은 자리는 1명분 자리 딱 하나였다. 나는 거기에 하양을 반 강제로 앉혔다. 하양은 내 돌발행동에 놀란듯했다.

"어? 차영아?"

"이따가 자리 나면 같이 앉자."

그래. 이럴때 강차영, 네 튼튼한 두 다리가 존재하는거야. 나는 하양의 자리 바로 옆의 손잡이를 잡고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하양의 이야기)


달그락-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엄마가 밥을 준비하는 소리다.

'.. 일어나기 싫은데...'

엄마의 얼굴을 맞이하기가 싫어졌다. 아직 약속에 대한 이야기도 안했는데.

'또 마주해야해?'

조금은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도, 차영과의 약속이니까.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달칵-

문이 열렸다. 나는 이불을 덮은채로 미동조차하지 않았다.

".. 하양아?"

"...."

".. 나와서 밥 먹을래?"

간만의 따뜻한 어조였다. 그래도 나는 그 어조가 사납게 바뀐다는 것을 안다.

"....."

"하양아, 많이 힘드니?"

"....."

나는 불편함에 조금 부스럭거리고는 아무말도 안했다.

턱-

엄마의 손이 내 팔 위에 올라왔다. 엄마의 손길은 간만에 따뜻했다. 그래도 나는 그 손길이 차가워진다는 것을 안다.

".. 하양아, 엄마가 미안해.. 힘들었지?"

"....."

'안다고. 엄마의 미안함.'

'.. 전부 다 알아.'

".. 알아."

나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나왔다. 엄마는 조금 놀란듯 이야기를 안하더니 입을 열었다.

"... 하양아, 엄마가.. 하양이 좋아하는 계란말이도 해놨어.. 그러니까.. 일어나서 아침먹자. 응?"

'아아..'

엄마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이해했다. 엄마가 아파하니까. 나는 안쓰러움에 침대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섰다. 엄마는 그 행동에 또 웃는다.

"...."

나는 아무말없이 방을 나갔다. 그리고 탁자에 앉아 아무말없이 밥을 먹었다. 엄마는 뒤따라나와 나처럼 아무말없이 밥을 먹었다. 나는 밥을 먹던 도중 지금이 아니면 말할 수 없을까봐 입을 열었다.

".. 나 친구랑 놀이공원 갈거야."

"어..? 집에 안있을거니?"

"응."

"그래.. 누구랑?"

"차영이라고, 있어."

"차영이 어머님이랑 같이 가는거니?"

"아니. 차영이랑 둘이서만."

"어? 그, 그럼 엄마랑-"

"싫어. 둘이 갈거야."

나는 꽤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조금 충격을 먹은듯 했다.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이니 놀랄법도 하다. 사실, 나도 놀랐다. 엄마를 똑바로 쳐다보고서 이야기 할 수 있었다니. 엄마는 조금 상처를 받은듯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 그래.."

차갑게 굴면. 엄마가 쉽게 놔주는구나. 근데.

'.. 불편해.'

마음은 좀 많이 불편했다.

.

"자!"

나는 차영이 손을 내미는 것을 보았다. 차영은 오늘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내게 손을 뻗었다.

"어..."

그러니까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그 아침속의 기억은, 금방 잊혀져버린듯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편안함에 휩싸여 차영의 손을 잡았다. 내가 차영의 손을 잡으니 차영은 또 따뜻하게 웃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