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35살 커리어우먼, 딸은 15살 중2인거임

아버지는 임신중일때 사고로 죽어서 딸은 얼굴도 기억 못해

사진이라도 있으면 얼굴은 알긴 알겠지만엄마는 그 일 자체가 트라우마인것도 있고 사랑없이 가족간의 정략결혼 비슷한 식으로 진행된거라 굳이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던거야

그래서 딸이 자기 집이 남들관 조금 다르단걸 깨닫게 될때쯤엔 집에 아버지의 흔적 같은건 하나도 없었어


하지만 딸은 거기에 대해 결핍감 같은건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엄마는 딸을 열심히 키운거임

아장아장 여아장일때는 보모나 친가쪽에 맡길때도 있었지만

딸이 유치원에 들어가서부터는 일은 일대로 열심히하면서 저녁엔 하루도 빠짐없이 집에 돌아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냈어

회사사람들도 사정을 아니까 회사에서 눈치보거나 트러블도 없었지 야근만 안할뿐이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좋은 실적을 냈거든

그렇게 애지중지 하면서 키운 딸이 어느덧 예쁘게 15살까지 자랐는데 결국 일이 터진거야

사춘기가 온거지

집에 오면 항상 빵끗빵끗 웃어주던 아이가 어느날부터 돌아와도 인사도 없이 문도 잠그고 자기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거야

저녁때는 그래도 같이 밥을 먹었지만, 서로 이야기를 해보려해도 뚝뚝 끊어지고 딸은 다 먹자마자 바로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고그런 일상이 반복되다보니 엄마는 미치겠는거야

딸도 이제 어느정도 자랐으니 자기 생활이 있는거겠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엄마는 지금까지 딸만을 위해서 살아온거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힘든 생활도 딸을 위해 버텨온건데 그런 딸이 자기를 무시하니까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오르는거야

날이 갈수록 우울하기만하고 업무효율도 떨어지고 집에 돌아올때는 오늘은 딸과 제대로 얘기할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여전히 방문은 굳게 닫혀있는거지

결국 참다 못한 엄마는 방문을 열어제끼...지는 잠겨있어서 못하고 문앞에 귀를 가져다댔어

거기서 들리는건 딸의 흐트러진 목소리와 무언가 질척거리는 소리, 목소리를 참고 있는건지 정말 미세하게 들렸지만 엄마는 딸이 지금 뭘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어

엄마는 조금 충격을 받았지만, 사춘기니까 그럴수 있다 생각했어 그런데 그 뒤에 들리는 딸의 목소리에 자기 귀를 의심했지

"엄마... 엄마.. 아앗...."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방문에서 떨어졌어, 그리고 딸이 눈치챌까 조심스럽게 숨을 가다듬었지

그날 엄마는 처음으로 딸과 저녁시간을 보내지 않고 오늘 회식이라는 쪽지와 함께 식사만 차려둔채로 집에서 나왔어

마침 그날은 부서회식이라서 뒤늦게나마 엄마도 참가한거야

저녁은 늘 딸이랑만 보내다보니 부서사람들은 되게 의외라는 듯이 엄마를 봤어 하지만 이런 날이 언제 또 있겠냐며 사람들은 살뜰하게 엄마를 챙겨줬지

엄마도 이런 자리가 오랜만이기도 하니 조금 들뜬 마음에 술도 주는 대로 다 받아마시고 딸 때문에 힘들단 얘기도 하면서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냈어

그후 집으로 돌아오는데 회식장소가 집까지 차로 5-10분 거리밖에 안되기도 했고 취기에 이상한 패기도 생기고 평소 운전에는 자신이 있던 엄마라서 음주운전을 하게된거야

그게 문제였지 버스와의 충돌사고였어 엄마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게 됐어

딸은 그제서야 자기가 엄마한테 차갑게 대했던 걸 후회하는거야엄마가 이렇게 된건 다 자기탓이라고, 자기가 엄마한테 잘못된 감정을 품어서 하느님이 벌을 내린거라고 생각했어

딸은 엄마가 깨어날때까지 매일 옆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기도했어

'다시는 엄마한테 이상한 감정을 품지않을게요 엄마말도 잘듣고 앞으론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할게요 꼭 잘해드릴게요 제발 엄마를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딸의 기도가 통한걸까 이대로 쭉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과 달리 엄마는 다행히도 몇주만에 눈을 떴어

딸은 너무 기쁜 마음에 엄마를 와락 끌어안고 울었지 깨어나서 다행이라며 다시는 엄마를 못보는줄 알았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깨어난 엄마가 입을 열자마자 딸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어

"언니는..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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