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까지 땔감(코딩)을 하다 퇴근하는 프로그래머 얀붕이

얀붕이네 회사는 최근 프로젝트 마무리를 위해 풀 크런치 모드로 들어갔고

이걸 고치면 저기서 터지고 저걸 다시 고치면 또 이상한 데서 다시 터지는

디버깅을 하다 겨우 퇴근 할 수 있었지

그렇게 택시를 잡아 기사님에게 도착하면 깨워달라 말한 후 얀붕이는 잠깐 눈을 붙혀


그런데 웬걸 일어나 보니 회색 공간에 라우터랑 모뎀 서버 등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공간에 와있는 거야

'시발 이젠 꿈에서도 땔감일을 해야 해?' 라고 생각하는 얀붕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웬 사람 하나가 책상에 컴퓨터를 두고 씨름을 하고 있는게 보였어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사람은 허리띠에 레X불 탄창을 둘러메고 있었고 책상 위에는 카페인 알약 책상 주위엔 몬x터 캔이 굴러다니고 있었지.


낮선 공간에 떨어진 얀붕이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모습에 말을 걸었지


"여기가 어디에요?"


그러자 중성적인 외모의 퀭한 사람이 얀붕이를 보고는 말해


"제발 디버깅좀 도와주세요......"


사정을 들어 보니 이 불쌍해 보이는 몰골의 사람은 하급 창조신이고


요즘은 세상을 다 코딩으로 세상을 마치 프로그램 마냥 구현한다는 내용이였지


좀 믿겨지지 않는 말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얀붕이였지만


"그쪽 세상에도 역사나 종교에 기록된 다른 사람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나요?"


라고 물어보는 신 


얀붕이는 긍정했지


"그거 그쪽 창조신이 아직 컴퓨터가 없을 때 손으로 직쩝 써가며 구현한 거라 오타가 나서 그래요"


라는 좀 어이가 터진 이야기를 듣지


여튼 그래서 중급 신 진급을 앞두고 프로젝트를 마무리 해야 하는데 마지막 디버깅 과정이 영 순탄치 않다고 하고는


자기는 아직 하급 신이라 테스터로 쓰일 리소스도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얀붕이를 불러 왔다고 했어


얀붕이는 이 불쌍해 보이는 동일업계  종사자를 도와주기로 해


"아이~ 씻팔 괄호 처리를 왜 이따구로 해요! 이러니까 구분이 안 되지!"


"아니 이 9중첩 반복문은 뭐에요 블랙홀이라도 구현할 생각이에요????"


"여기 이 파트는 너무나도 꼬여서 돌리면 에드워드 오빠... 라고 하겠네!"


"성문에 경비 메소드를 호출해야 하는데 왜 몬스터를 호출하는 거에요 대체..."


어찌저찌 해서 검수율 99%로 마무리를 지은 얀붕이와 신


신은 감사의 의미로 지금 구현한 세계를 여행해보지 않겠냐 제안을 하지


속내는 나머지 1%를 얀붕이가 여행하며 찾아내주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그걸 얀붕이가 모를리 없었지


거절하려던 그때, 신이 한가지 원하는 능력을 가진 채로 여행하게 해 주겠다고 하자


내심 게임을 좋아하던 얀붕이는 구미가 당겨 수락하게 되지


얀붕이를 이제 자기가 구현한 세계로 보낸 뒤 신이 모니터를 다시 보기 시작해


"아 스킬 설정을 잘못했네, 얀붕이 스킬이 중첩되겠는걸.... 뭐 알아서 하겠지?"


잠시 후 구현한 세계에서 눈을 뜬 얀붕이


인벤토리를 보니 신이 남긴 쪽지라는 아이템이 있고 


읽어보니 현재 이 세계에는  자기가 특별히 구현한 8명의 존재들이 있다고 적혀있어


이들을 만나 특별한 문제가 있는 지의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원하는 능력을 스킬에 넣어 뒀으니 확인해 보라는 것을 끝으로 쪽지가 끝나


얀붕이는 스킬 창을 보니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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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명: "아...아 이것은 ~~ 이라는 것이다"


설명: ~~에 구현화할 대상을 넣은 채 말을 하게 되면

지구에 존재하는 물질이나 사물을 현 세계에 구현화 합니다

추가로 스킬의 시전자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우오오오옷 얀붕쿤 스고이' 버프가 걸리게 됩니다


버프 내용: 호감도 증가 비율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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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씻팔 스킬 시전이 왜이리 쪽팔리는거야 하고 투덜대며 


처음으로는 깐프가 산다는 숲 속으로 향했어


판타지에서나 볼수 있다는 오만하지만 아름다운 외모에 활을 굉장히 잘 다루는 종족이 기대가 되었거든


엘프의 숲 입구에 도착하자


얀붕이 발치에 화살이 후두둑 박히며 누군가가 소리쳐


"움직이지 마라! 여기엔 무슨 일로 왔나!"


그리고 나무 아래로 어떤 인영이 하나 떨어지는게 보였지


긴 금발에 뾰좍한 귀 연녹색 에메랄드빛 눈동자 호리호리한 몸ㅁ.... 

엥? 생각보다 더 말랐는데 


"꺄아아악"


나무 아래로 떨어지던 엘프 소녀는 그만 중심을 잃고 바닥이랑 박치기를 시전해 버렸어..


"어..! 괜찮으세요?"


걱정된 얀붕이는 가까이 다가가 엎어져 있는 소녀에게 말을 걸었지


'꼬르르르륵'


소녀의 배에서 배가 비어 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어


"저.. 저기, 배고프신가요?" 


"네............"


소녀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해


인벤토리에 있던 간단한 먹을거리를 주자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그녀


간단한 식사가 끝난 후 그녀에게 소개를 부탁했어


그녀의 이름은 엘순이, 이곳 숲 엘프 부족 촌장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지


듣자마자 이름 알고리즘을 한국식으로 하지 말걸 하며 후회하는 얀붕이였어


그래도 도와준 답례라며 마을을 소개 시켜 주겠다는 엘순이


엘프 마을은 어떨까 하며 내심 기대를 하던 얀붕이는 마을에 도착해


나무위에 엮인 자연의 소재를 만든 숲과 하나인 마을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멋진 곳이였어


근데 엘프들 상태가 좀 이상했어


호리호리하지만 민첩하고 날랜 종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하다 못해 피골이 상접한 수준이였거든


엘순이의 집에서 촌장에게 사정을 듣고서야 얀붕이는 이게 어찌 된 일인지 이해했어


엘순이의 아버지인 촌장은 마을을 부흥시키기 위해서


마을 인구를 늘리기로 했어


인구는 계획대로 늘어났지만 문제가 하나 발생해


식량 생산량에 비해 소비량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거지


엘프의 숲의 땅은 비옥해서 무얼 경작해서 심기보다는 그냥 씨를 뿌리고 자라는 작물을 수확했고


결정적으로 작물들도 야생의 상태 그대로인 것이 많아 수확량은 더 떨어졌어 


그러니 마을이 아사 직전까지 몰리게 돼


얀붕이는 이 사실을 듣고서는 '그 스킬'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촌장님, 엘순이를 빌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가 해결책을 찾아 보겠습니다."


다음 날, 엘순이와 함께 작물 재배 구역에 온 얀붕이


"아...아 이것은 질소 비료라는 것이다"


얀붕이가 스킬을 시전하자 20KG짜리 푸대에 담긴 질소 비료가 뿅 하고 생성되었어


"오 이게 진짜 되네"


순간 엘순이는 전기에 감전된 듯한 느낌을 받았어


저 '질소 비료' 라는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 말을 하는 얀붕이가 굉장히 멋있고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거든


"좋아 그럼 다음은 아...아 이것은 '농기구' 라는 것이다"


얀붕이의 앞에 호미,곡괭이,삽,낫,쟁기 등이 후두둑 하고 떨어졌어


이제 엘순이는 번개에 맞은 듯한 느낌이였어 이제는 얀붕이가 엘프 신화의 '미의 신'이라는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거든


"마지막으로 아...아 이것은 '품종 개량' 이라는 것이다"


얀붕이 앞에 씨알이 굵은 감자 통통한 옥수수 큼직한 무 등 현대에서 볼 법한 야채들이 나타났어


이제 엘순이는 서 있기 힘들 정도가 되었어


우리가 척수 반사라고 무릎을 때리면 다리가 들리는 것처럼


엘순이의 자궁이 아ㅋㅋ 이건 못참지 하고 '자궁 반사' 작용을 하기 시작했거든


이미 엘순이의 자궁은  아 난씨 뭐해 빨리 와서 일이나 쳐 해 하고는 난자를 배출하기 시작했어 


엘순이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한 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어


"저.. 저기 얀붕님은 왜 이걸 저희 마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시지 않는 건가요..?"


그러자 얀붕이는 설명을 해 줘 


현재 식량 부족으로 촌장의 위선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걸 촌장님과 네가 주민들에게 직접 가르쳐 주어서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다시 얻는 게 좋을거 같다 라고


이 말을 들은 엘순이는 속으로 생각하지


이 남자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반드시 내 것으로 해야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엘순이의 마움속에선 핑크빛과 검은색의 거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기 시작해버렸어


그렇게 땅을 밭으로 일구고 비료를 뿌린 뒤에 가져온 작물들을 심는 작업이 시작되었어


얀붕이는 밭일을 많이 해 보진 않았지만 무언가를 가꾸는 일은 보람찬 일이였지


그리고 그걸 옆에서 본 촌장과 엘순이는 주민들에게 도구와 작물을 나눠 주며 마을 주민들에게 따라 해줄 것을 부탁해


다만 밭 일을 하는 중 자꾸 엘순이가 스킨십이라며 밀착하고 추근대는 이유를 둔탱이 얀붕이는 잘 몰랐지


몇 달이 지나자 마을에는 마을 주민들이 먹고도 남을 만큼 풍족하게 식량을 만들 수 있었고 


남은 식량은 이웃 마을 엘프들에게 나누어 주었어


그러자 이웃 마을들의 촌장들을 고마움을 표하며 엘순이 마을의 촌장을 부족들의 장으로 추대해 주었어


엘순이는 너무나도 행복했어


앞으로 이렇게 사랑하는 얀붕이 옆에서 계속 밭일을 하며 지낼 수 있다면 더 부러울 것이 없었거든


이걸 모를 리가 없는 촌장은 얀붕이랑 엘순이를 불러서 셋이 이야기를 해


"우리 마을이 이렇게 된 것은 전부 얀붕이의 덕택이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하지만 부디 이 촌장의 부탁을 한 가지만 더 들어줄 수 없겠나."


얀붕이는 말씀해 보시라고 했지


"내가 슬하에 아들이 없어 늘 후게자를 고민해 왔다네, 마침 내 딸 엘순이가 그대를 좋아하는 듯 하니

혼례를 하여 앞으로 엘프 부족들을 이끌어 주는건 어떻겠나."


얀붕이는 엘순이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듣고는 놀라서 엘순이를 쳐다보지


"부디 안된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엘순이는 얼굴이 빨개진 채 눈물이 살짝 맺힌 표정으로 말해


얀붕이는 이게 왠 떡인가 싶다가도 아직 신이 준 과제가 17명이나 남았기 때문에 거절해


촌장은 못내 아쉬워 했지만 얀붕이가 아직 사명이 남았다는 말에 그 일이 끝나고 다시 와서 대답을 해 달라고 하지


다행히 촌장과 얀붕이는 얀붕이가 거절의 말을 할 때 얀순이의 표정을 보지 못했어


날은 지나 얀붕이가 다시 떠나기로 한 전 날


깐프 마을은 조촐한 축제를 열어 얀붕이를 위한 송별회를 열지 


송별회가 끝난 늦은 밤 


엘순이는 얀붕이의 방을 두드려


"얀붕 님 일어나 있으신가요?"


"응 들어와"


엘순이가 들어온 이유는 하나였어


엘프들의 결혼식은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서로 꺾어 평생 서로가 서로의 반쪽이라는 걸 확인하지


나뭇가지를 가져와서 얀붕이가 갖고 있으라고 꼭 나중에 돌아와서 둘이서 이걸 꺾자는 엘순이


이것마저 거절하면 얀붕이는 꺾이는건 내가 될 까봐 수락하고는 인벤토리에 나뭇가지를 넣어


그러자 엘순이는 얀붕이의 입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말해


"엘프는 평생 서로만을 보는 종족, 그대가 엘프가 아니더라도 이 나뭇가지를 받은 이상 그 법도에 따라야 합니다."


얀붕이는 아직 결혼식도 아닌데 왜 벌써 이러지 싶지만 키스의 흥분때문에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되고 얀붕이는 마을의 배웅을 뒤로 한 채 떠나


뭔가 뒤통수가 간지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혼자가 된 기분을 만끽하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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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나뭇가지는 꺾인 채로 드렸답니다."

"우린 세계수에서 태어나고 자란 존재, 그 나뭇가지가 있다면 얀붕 님이 무엇을 하는지 전부 알수 있습니다."

"엘프가 아니니 그 사실도 모르시지만 말이지요 흐윽... 으으그윽"


아침까지도 얀붕이가 누워 잠을 청했던 침대에서 반대편 나뭇가지를 꼭 잡은 채 나머지 한손으로는 사타구니 사이를 찌걱거리는 엘순이의 독백


물론 얀붕이는 그 독백을 들을 수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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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야생 옥수수 

오른쪽은 우리가 아는 그 옥수수

품종개량이 엄청난 거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