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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얀붕이를 찾아온 손님은 추기경, 현 교도국 제2위의 권력자.


그런 그녀가 찾아온 이유는 창관에서 즐기기 위함이 아니였어


그 이유는 얼마전 내려온 신탁때문이였지


'길잡이를 보냈으니 그 빛를 따라 악의 축을 멸하라'


길잡이가 누구인가 격렬한 논의 끝에 그것은 낙인을 지닌 얀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지


반대가 엄청났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어.


예언의 악을 찾기 위해서는 낙인을 가진 얀붕이가 길을 찾아줘야했지


낙인은 악마를 찾는 힘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게 추기경이 얀붕이를 찾아온 이유였지


둘의 관계는 사실 껄끄러운 관계였어


현 성녀와 추기경은 한때 성녀를 정하는 시험인 콘클라베에서 경쟁한 상대였고, 즉 서로 정적이였지


하지만 사실 추기경은 한편으로는 성녀를 부러워하기도 했어


저렇게나 헌신적으로 지켜주는 호위를 자신은 갖지 못했으니까


얀붕이에게 몰래 자신의 사람이 된다면 차기 추기경으로 추대하겠다고 제안한적도 있지만 돌아온 것은 거절이였지


그렇게나 충정을 바쳤는데 낙인하나때문에 병신이 되어 창부로 추락한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지


자신의 것이 되었다면 반드시 지켜주었을텐데 말이야


아무튼 얀붕이는 추기경에 의해 신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됬어


물론 도중에 협박과 회유는 필수였지


길잡이가 될 얀붕이를 확보하자 교도국은 즉시 원정대를 꾸렸어


얄궂게도 원정대에는 얀붕이와 껄끄러운 관계인 성녀와 기사단장인 대공녀, 이단심문관과 추기경까지 다 있었지


사실상 교도국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한 셈이였어


신이 직접 경고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긴거지


오랜만에 얀붕이를 재회한 대공녀는 길길이 날뛰며 얀붕이를 몰아붙였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더러운 발을 다시 들이냐면서


죽일듯이 달려드는 대공녀를 추기경이 겨우 중재했지


그렇게 낙인이 인도하는 방향을 따라 거대한 규모의 원정대가 출발했어


말이 원정대지 사실상 군대수준이였어


그런데 도중에 문제가 생겼지


평지로 이동할때는 마차가 있으니 별 문제가 안됬는데, 


험지로 나가자 말을 타야만 했는데 얀붕이가 문제였어


고문으로 몸이 작살이 난대다가 힘줄까지 끊겨 자력으로 말을 타는것은 상상도 못했지


오랜시간 걷는건 더욱 힘들었지


그나마 둘이 타면서 등받이를 해주는게 방법이였는데,


여기서 추기경과 대공녀간의  불화가 시작되었지


서로 자신의 말에 태우겠다며  싸움이 난거야


껄끄러운 관계인데 뭘 굳이 태우려그러냐며 주장하는 추기경


오히려 그렇기에 자신손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주장하는 대공녀


서로 자기의 본심조차 깨닫지 못하고 의미없는 논쟁이 이어졌어


성녀는 이 모든것을 방관하기만 했지


결국 얀붕이의 선택에 맡기게 하자. 얀붕이는 그나마 덜 부담스러운 추기경을 선택했지


내심 승자의 미소를 짓는 추기경,


그리고 얀붕이를 잠시 쏘아보더니 돌아가는 대공녀


그렇게 원정은 시작부터 삐걱거렸지


얀붕이는 가는 내내 고생을 했어


후유증도 심한데 밖에서 고생까지 하니 비유가 아니라 진짜 죽기직전까지 갔지


상황이 심각해지자 성녀까지 나서 신성력을 써 치료했지만 결국 고열이 심해져 몸조차 갸누지못한 얀붕이


가는 숨을 쌕쌕거리며 의식조차 없는채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여있었어


사실 통증이 워낙 심해서 평소부터 정기적으로 마약과 술을 복용했던 얀붕이


하루는 기사들 몰래 숨어 마약을 피고 있었는데,


그걸 대공녀에게 딱 들켜버렸지


그녀는 그저 얀붕이가 타락해 마약을 하는것이라 여기고


얀붕이에게서 마약을 빼앗아 땅바닥에 뿌려버렸어


매도와 폭언도 빼놓지 않았지


의지할 마약까지 없어졌으니 몸상태가 더 심해지다가 지금에 이른것이였지


그제야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것을 깨닫은 대공녀,


그녀는 내심 지금 매우 복잡한 심경이였어


처음 창관에서 얀붕이를 재회했을때 그 모든 삶을 포기한듯한 눈이 잊혀지지 않았지


더러운 창부, 배신자, 악마의 낙윤,


넌 나를 속였어, 내 믿음을 기만했어


용서못해, 평생토록 대가를 치르게 만들꺼야


하지만,


하지만,


정말로 지금 자신앞에 죽어가고 있는 작은 소년이,


그렇게 극악무도한 악마의 자식일까?


극악무도한 악마는 저렇게 초라하게 떨지않아


말좀 탔다고 숨이 꼴까닥 넘어가지도 않는다고


그리고 악마가 그렇게 상냥하게 웃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생각한 내 심장을 녹일수 있을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렇다면 왜 나한테까지 숨긴거야?


모르겠어 나는........


그러니 일어나줘, 


일어나서 내게 그 답을 말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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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의 증세는 가까스로 호전되었어


며칠을 추스르고 나자, 어느정도 이동도 가능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아졌지


그런데 얀붕이는 대신 이번에 다른 종류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지


손등의 낙인이 빛과 함께 통증을 만들어내는거야


그곳은 목표 방향으로 이동할수록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지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을씨년스러운 숲,


악마가 분명 이곳에 있었어


기사들은 말에 내려 숲을 포위하고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가기 시작했지


모두가 숨을 죽이며 악마를 찾는데 집중했어


그리고 마침내 악마와 마주한 성녀일행,


거대한 용을 닮은 악마는 인간들의 습격에 당황한 눈치였어


아직 충분히 힘을 모으지 못했는데 지금싸우면 개죽음이였어


그런데 주의깊게 상황을 보던 악마는, 갑자기 얀붕이를 지켜보더니 실성한듯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지


긴박한 대치상황에 터져나오는 악마의 광소,


결국 성녀는 호통을 치며 악마에게 뭐가 그리 우습냐며 묻지


긴장된 기색은 사라지고 자신만만해진 악마,


갑자기 얀붕이에게 질문을 날리지


"어이 용사, 성검은 어디다가 팔아먹고 온거지? 


그리고 왜 그 잘난 신성력은 한줌도 느껴지지 않는거지? 


아니 그냥 서있는것조차 힘들어보이는데?"  


악마의 한마디에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듯 차가워졌지


정적속에 한 기사가 소리쳤어


얀붕이는 용사가 아니라 악마의 자식이라고, 손의 낙인이 그 증거라고


그 말에 배꼽을 잡고 다시 박장대소하는 악마,


그의 인생동안 이렇게나 우스운 모습은 처음이였지


동요하는 기사들, 그런 기사들에게 악마는 쐐기를 박지


"언제부터 성흔이 악마의 낙인이 된거냐, 

나는 그런 구닥다리에 촌스러운 무늬따윈 질색이라고.

믿기지 않으면 돌아가서 성검이라도 뽑아보던지 말이야,

물론 그 몸으로 들 수가 있다면 말이지!"


얀붕이를 한껏 조롱하던 악마는 날개를 펼치고 재빨리 비상하여 도망쳤지,


아무리 병신이라 해도 용사는 무서운 상대였으니 말이야


충격에 빠져있던 기사들과 사제들은 그제야 신성마법을 날리지만,


그것으로 악마를 잡기에는 무리였지


남겨진 것은 진실에 충격받은 기사들과 성녀일행,


그리고 허탈한 웃음만을 흘리고 있는 얀붕이였지


모두가 할 말을 잊은채 그저 얀붕이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지


정적을 깨듯이, 얀붕이의 한마디 목소리가 울렸어


이전의 우울함따윈 찾을 수 없는, 즐겁고 명량한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이질적으로 느껴졌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어요?"


대공녀의 눈에 비친것은 정말 오랫동안 보는 얀붕이의 미소.


"빨리 뽑아보고 싶은데, 그 성검이란거"


하지만 그것은 지독히도 비틀려있는 미소였던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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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국으로 귀환한 성녀일행,


얀붕이는 악마의 말대로 성검을 뽑았어,


힘줄이 잘려 무거운것을 들지 못했기에 검자루를 쥐기만 했는데도,


성흔이 빛나며 검이 저절로 빠져버렸지


신전은 용사의 탄생을 알리면서도 어떻게든 진실을 은폐하려 했어


얀붕이는 그것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


대신 성검의 힘을 사용해 몸을 회복하는데 전념했지


다만 이 회복은 결코 공짜가 아니였어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 그것도 힘줄이 여기저기 끊긴 몸을 원래대로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막대한 수명,


고문과 겹쳐 소진된 수명때문에 얀붕이가 느끼기에도 자신의 수명은 얼마남지 않은것 같았어


아마 악마와 싸운다면 남은것마저 다 소진되겠지


그날 이후로, 얀붕이는 성녀와 대공녀와 단 한마디도 나눈적이 없었어


그러다 마침내, 성녀가 자신을 찾아온 거야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


한때는 한낮 호위기사였지만, 이번에는 세계를 구하는 용사로서 대면하게 된거지


이제 성녀인 그녀조차 얀붕이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어


입술을 달싹이던 성녀의 첫 질문은 의외의 것이였지


지금 남은 당신의 수명이 얼마이냐고


얀붕이는 대충 7년정도는 버틸순 있을것이라 답했지.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어 힘을 더 쓴다면 거기까진 예상은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지


그 말에 성녀의 눈이 흔들렸어,


하지만 이내 각오를 다졌는지 결국 본심을 토해냈지


당신이 이 싸움을 책임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모든것은 우리의 업보, 


또한 용사인 당신을 알아보기는 커녕 폐인으로 만들어버린것은 나의 과오,


우리들의 잘못을 위해 더 이상 당신이 희생되서는 안된다고


이것은 자신만의 뜻이 아닌 기사단장, 추기경, 이단심문관등 모든이가 동의한것


이런 소리를 하는 나 자신 스스로가 뻔뻔스럽고 혐오스럽지만,


제발 죽지 말아줘


우리들의 앞에서 사라지지 말아줘


당신을 보면 마치 별똥별같아


자신을 스스로 태워서 주위를 찬란하게 빛내는 그런 별


하지만 내게 정말 필요한 건, 


짧게 빛나고 스러지는 유성이 아니라 나를 항상 비춰줄 샛별이야!


단 한번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성녀가 그제야 무너지며,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진심을 와르르 쏟아냈지


그래, 그녀는 질투했던거야


사랑하는 이를 옆에 두었음에도,


결코 이루어질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그리고 그의 사랑을 독차지할 대공녀를


신에 대한 믿음? 교도국의 율법?


그딴건 그저 다 핑계였어


차라리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완전히 산산조각으로 부숴서 볼품없는 별 부스러기가 되버린다면


그땐 망설임없이 미련을 버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어째서 너는 그 잔해조차 이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걸까?







후회는 다음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듯

빨리 대공녀 후회파트 쓰고 싶다

생각만해도 불알이 떨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