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아, 너는 참 이상한 습관이 있는거 같아”

“습관?”

“응, 뭘 선택하려하면 항상 오른쪽만 고르더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난, 너의 애인인걸”


나는 중학교때까지의 기억을 잃었다.

이상하게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나쁜 소문이 학교에 퍼져, 비관한 나머지 자살을 시도했다고 얀순이가 내게 말해주었다.

머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깨어났을 때 기억이 없어 방황하는 날, 전의 애인이라는 얀순이가 도와주어서 이렇게 버티고 있다.


얀순이는 참 특이한 여자다.

인기도 많으면서 맨날 나같은 음침한 애랑 어울려주고.

습관이란것도 대화 내용이 필요해 그냥 말한거겠지.

솔직히 얀순이의 친구들이 얀순이에게 나를 흉볼 때 정말로 쪽팔린다.

하지만, 얀순이는 이런 나를 소꿉친구랍시고 항상 옹호해줘서 고마울 뿐이다.


나도 중학생 때까지는 나름 야구부에 인기도 많았다는데, 왜 그런 소문이 났던걸까?

점점 자신감도 줄어들고, 혼자 겉돌게 되니 어느새 내 주변엔 얀순이 혼자 남았다.

고마울 따름이다. 난 그녀에게 있어 짐일 뿐인데,,


“얀붕아! 너 사물함 비밀번호가 뭐야? 잠깐 물건 숨길게 있어서..”

“응? 0226. 어차피 잘 안 쓰는거 너가 써”

“저번에 자건거 자물쇠도 0226이더니, 다 똑같네?”

“뭐, 내 생일이기도 하고 외우기도 편해서”

“흐응..♡ 바보같은 습관♡”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4개로 이루어진 비밀번호가 주변에 넘쳐나서”

“나라고 다 똑같게 하지는...”

“하지는?”

“했던거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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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이는 왜 자꾸 잘 때 불을 켜고 자는거야?”

“불?”

“응, 환하게 켜고 자잖아”

그녀가 이걸 어떻게 아는거지?


“뭐,, 습관이지?”

“불키고 자면 안좋데. 얀붕이 야구할 때 참 멋졌는데♡”

“옛날 일인 걸 뭐.. 다음부턴 불 끄고 자려고 노력할게”


“야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이제 야구는 안해?”

“응, 그렇게 됐네”

“나 야구 가르쳐주면 안될까?”

“그거라면 나 말고 우리반에 야구부 주장도 있겠다, 걔한테”

“얀붕이가 가르쳐주면 안 돼?”


찐따인 나는 그녀가 이렇게 다가오기만 해도 설렌다.

순순히 호의로 나에게 잘해주는 걸 텐데, 죄책감이 든다.

“그,그래.. 연락하면..”

“좋아! 근데, 몰아붙이면 다 오케이라고 하는것도 고쳐야해?”

“알겠어..”


하나하나 내게 신경 써주는 그녀가 점점 좋아진다.


“얀순아, 내 곁에 남아줘서 정말로 고마워”

“으응, 난 너의 여자친구인데. 당연한거지”

“과거의 나는 어쨰서 너같은 아름다운 애를 두고 자살할 생각을 했을까?”

“그니깐! 내가 얀붕이에게 유일하게 섭섭한 점이야!”

“그래도 네가 있는 학교로 전학까지 왔고, 이제는 쭉 함께하자. 살아난 남은 인생, 너를 생각할게.”

“나도 항상 얀붕이만을 생각해♡”

“사랑해, 얀순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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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제대로 차려입고 나왔네!”

“아무래도, 밖에서 만나는 거니깐. 너도 참 이쁘게 입었다”

“그래? 헤헤.. 오랬만이다. 이렇게 둘이서 밖에서 따로 만나는건”


“그래? 내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친구들도 참 나빠! 고등학생이 됐다고 연락을 다 끊어버리고! 역시 나밖에 없지?”

“그니깐 말이다. 사실 기억도 안나는 애들이긴 한데”


“게다가 얀붕이는 순애도 참 좋아했는데. 그 계집애, 어쩜 그렇게 돌아설 수 있니?”

“응? 너라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그랬어?”

“얀붕이는 눈에 딱 띄였어. 맨날 순애만 보면 말 더듬고, 손 덜덜”

“크큭. 따라하지마”

“듣기로는 순애가 나쁜 소문 퍼트렸다는데, 진짜일까?”


“내가 순애가 잘 기억이 안나서..”

“근데, 소문 이후로 한 번도 곁에 안왔지?”

“응, 너 말고 내게 기억을 잃은 후 와준 사람은 없었어”

“참, 나도 어이없어서. 얀붕이가 몰카범일 리가 없잖아.”

“과거의 내가 정말로 그랬을까?”


“전혀 그렇지 않아! 얀붕이는 참 성실하고 얼마나 멋졌는데.. 나도 멀리서 항상.. 어쨌든! 도와주려 했는데 도저히 증거를 못 찾겠더라. 미안”

“멀리서?, 아니지. 미안할게 어딨어, 그냥 곁에 남아줘서 고맙다.”

“응, 난 애인이니깐”


방긋 웃어주는 그녀가 고마울 따름이다.


“내가 말한데로 핸드폰 번호는 바꿨지?”

“응, 바로 바꿨어”

“다행이다”

“다행이라니?”

“아니, 뭐 나쁜 내용의 문자가 올까봐..”

“걱정해줘서 고맙네”

“그럼 야구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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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선택해봐 왼쪽? 오른쪽?”

하교하는 길, 얀순이가 또 달라붙어온다.


“난 당연히 오른..”

‘얀붕아, 넌 참 이상한 습관이 있는 것 같아.’

아,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왼쪽!”

“후훗♡ 얀붕이는 참 알기 쉬워”

“알기 쉽다니?”

“비.밀. 아, 참고로 왼쪽은 나랑 데이트하기야.”


자꾸 설레게 하는 그녀가 귀엽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한쪽 볼을 잡고, 가볍게 그녀의 얼굴에 입을 가져다댄다.


“아...”

얕은 숨을 쉬며 볼을 붉히곤, 쑥스러운 눈빛을 날 향해 오는 순애가 아름다워, 입을 포갠다.

짧은 키스.


짧은 시간과 반대로, 그녀는 오랫동안 황홀감에 빠져있었다.


“사랑해, 얀붕아”

“얀순아, 나도 사랑해. 항상 고마울 뿐이야.”

“내가 원했던 미래가 이렇게..”

“연인인데 언젠간 이렇게 됐을거야. 차근차근, 함께해가자.”

“응! 우리는 연인이니깐!!”


-따르르릉


“누구야?”

“잠깐 봐볼게, 응? 모르는 번호인데?”

“어디 잠깐 봐봐”


잠시 내 핸드폰을 가져가던 얀순이는 번호를 보자마자 얼굴을 굳히고는 종료하고 차단해버렸다.


“갑자기 왜 그래? 아는 사이야?”

“아니아니아니,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

“참 귀엽단 말이야~?”

그녀를 와락 안는다.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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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오늘일을 복기한다.

얀순이.

참 이쁘고 날 신경써주는 여자친구.

나를 너무 잘 알아서, 사소한 습관부터 커다란 실수까지 커버해주는 멋진 여자.

나는 참 행운아다. 그런 여자를 만날 수 있어서.


생각이 이어가던중, 점심 즈음에 왔던 전화가 생각난다.

“결국 뭐였을까..”


호기심에 차단을 풀어 전화를 걸어본다.

이상하면 바로 끊던지 해야지.

얀순이가 그런 표정을 짓는건 처음 봤기에,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뚜- 뚜-


“역시 스팸번호인가?”


전화를 받지 않아 종료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철컥-


“여보세요?”


옛된 여자의 목소리다. 누구지?


“아, 여보세요?”

“!!! 혹시 얀붕이니??”


내 이름을 알고 있다? 스팸 번호가 아닌건가?


“네, 제가 얀붕이입니다만..”

“얀붕아, 얀붕아!! 괜찮은거야? 지금 어디야? 얀붕아!!”


속사포로 크게 허겁지겁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무심코 눈살을 찡그리며 수화기에서 귀를 땐다.


“죄송하지만,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무슨 소리야? 나 순애야. 순애!”

“순애라면.. 혹시 제 소문을 퍼트린..?”


“소문이라니? 아아-! 근데 그 소문 얀붕이랑 전혀 연관 없었잖아. 몰카범이 바로 잡혀서.. 애초에 지금 괜찮은거야?”

“괜찮다니 무슨 말인가요? 저는 분명, 자살시도를 해서..”

“왜 그래? 혹시 지금 위험한 상황이야? 얀순이가 곁에 있어? 자살시도라니? 얀붕이 너, 지금 실종상태잖아!”


실종이라니? 여기는 내 집이고, 부모님은 해외여행 중이라고,,


“얀순이를 피해다니다가 연락이 끊겨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애초에 여자친구한테까지 비밀로 하다니, 너무했어! 내가.. 내가.. 흑.. 흐윽..”


여자친구라니? 내 여자친구는 얀순이인데...


“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제가 실종이라뇨? 저는 이 집에서..”


잠깐, 생각해보니 집에 내 물건이 잔뜩 있지만, 침대나 컴퓨터같은 큰 물건이 없었다,

속옷류, 필기구 등 소모품만 내 것이였지, 대형 물건, 앨범 같은건 전혀...

아니, 애초에 부모님이 연락을 안하는 것도 말이 안돼.

내가 이걸 왜 몰랐지? 여긴 그럼 어디야? 나는 무엇을 당하고 있던거지?


-끼이이익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장롱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얀붕이, 이번에는 좀 오래 걸렸네?”

“얀순아...?”

“순애 고 계집애는 참 독해. 어쩜 이렇게 매번 알아채고, 찾으려 하는거지?”

“얀순아, 나 무서워..”


“무서워할 필요없어, 일어나면 다시 시작일거니깐♡”

“저리가...”

“또!!!!!!!!!!!!!!!!!!!”


갑자기 소리지르는 그녀가 두려워 뒷걸음질을 친다.


“항상!!!!!! 항상!!!!!!!!! 도망만 다녀!!!!!!!!! 다시 시작해야해. 얀붕이는 나만 바라 봐야하니깐♡”


충격이 나를 덮친다.

몸을 갸눌 수 없다.


“아, 아 여보세요?”

“얀붕이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이제 좀 사라져줬으면 좋겠는데. 왜 자꾸 우리 사랑을 방해하는거야? 이상하게 너랑만 얘기하면 얀붕이 기억이 돌아와. 사랑이라니, 믿을 수 없어. 아니, 있으면 안돼. 짜증나 너. 한 번만. 단 한 번만 더 방해하면, 얀붕이도 무사하지 못할거니깐 알아서 사라져있어.”

“경찰에 이미 신고했어, 얀붕이를 돌려줘!”

“흥, 다신 안만나면 좋겠네”


“얀붕아-! 얀붕아-!” 

그녀의 외침을 들으며 서서히 눈이 감겼다.


“일어나면 다시 날 여자친구라 해줘야해?♡ 이번엔 키스까지밖에 못갔네. 저번에는 이어졌는데. 물론, 첫키스는 맞아. 내 처음의 모든걸 너가 앗아갔으니깐. 우리의 결실이 맺히면 그때는 기억을 안 잃어도 괜찮겠지?♡♡ 그치? ♡♡”

“왜,, 이런,, 짓을..”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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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종합 : https://arca.live/b/yandere/20758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