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얀순아."


"으, 응?"


"이거 수면제 아냐? 왜 이렇게 많아?"


"아니, 그게..."


곱슬머리가 귀여운 얀순이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얀붕이에게 쓰려고 어제 구해온 건데. 찬장에다가 두지말고 좀 더 안쪽에 숨길걸. 그러나 이제 와서 후회해도 이미 늦은 뒤였다.


얀붕이는 약을 내려놓고 얀순이를 이리저리 살폈다. 자상한 눈길에는 걱정이 묻어나 있었다.


"혹시 어디 아파? 괜찮아? 열은 없고?"


얀붕이가 걱정스레 건넨 말에 얀순이의 회색 뇌세포에 전류가 달렸다. 그래! 바로 그거야!


"아! 응! 그거야! 불면증! 그거 있어! 불면증이라고 약 준거야!"


"그래?"


의아한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얀붕이를 보면서 얀순이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이러면 얀붕이 납치감금 계획을 좀 더 뒤로 미루는 편이 나으려나.


하지만 뒤로 미룰 수록 얀붕이를 노리는 요망한 것들이 꼬리를 칠거란 생각이 드니까 이가 살짝 갈렸다. 감히 우리 착한 얀붕이가 거절하기 힘들다는 걸 알고 그 천박한 몸을 들이대? 역시 얀붕이를 위험한 밖에 놔둘 수는 없어. 우리 얀붕이는 나랑 24시간 함께 살아야 해. 내가 밥도 주고 화장실도 가게 해주고...


그런 생각을 하던 얀순이를 갑자기 확 껴안는 사람이 있었다.


얀붕이였다.


"빨리 알아채주지 못해서 미안. 니 남친인데. 그런 것도 모르고."


"응, 아니야... 괜찮...으니까..."


'아... 좋아...'


납치감금이고 뭐고 얀순이는 헤롱헤롱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얀붕이에게서는 항상 좋은 냄새가 났다. 마치 이 사람을 더 좋아하라는 듯이 얀순이의 취향에 딱 맞는 그런 냄새. 


한창 풀어진 얀순이의 귓가에 얀붕이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어디서 들었는데, 불면증에는 적당한 운동이 좋대."


"응?"


뭔가 의미심장한 뉘앙스에 얀순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렴풋한 이미지가 떠오를랑말랑 하고 있었다.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이 제일 좋다던데. 생각난 김에 지금 하자."


"야, 얀붕아? 잠깐만! 설마!? 아직 대낮인데, 꺅!? 얀붕아 내 말 좀,"


침실문이 열렸다 닫혔다.










얀붕이는 속으로 되뇌였다.


오늘도 무사히.


얀순이는 속으로 되뇌였다.


내일은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