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방전 상태에서 회복.


한패를 시작한 발단은 2020년 말 페이트 시리즈 특별방송 보고 있다가 월희 PV 깜짝등판한 거였음. '와 이게 진짜 나오네' 싶었고, 프로그래머 분이 한패를 하든 안 하든 뜯어 보겠다고 하시길래 내가 그때 되면 스크립트를 달라고 했다.


그러고 8월 26일 발매일에 뜯어서 분량 확인해 보니까, 일반적인 풀프라이스 미연시 정도 되는 분량이길래 (대강 원문 120만~140만자쯤?) '혼자서 1달컷 되겠네' 싶어서 시작했다. 이미 풀프 미연시 번역 1달컷은 몇 차례 실제로 했으니 자연스럽게 나온 판단이었다. 다만 정발판이 나올 확률을 매우 높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정발 예고하면 바로 포기할 작정이었다. 근데 안 나오고 웬 3억 얘기만 돌더라.


사실 나는 스위치 없찐이고 에뮬 돌릴 만한 PC도 안 갖고 있어서 정작 한패 만들어도 못 쓴다. 그냥 순수히 하고 싶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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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단독작업한 거랑 분량 비교

MUSICUS!(뮤지쿠스) : 1,211,436 문자, 33일 걸림(이것만 원문이 아니라 번역문 기준)


빛의 바다의 아페이리아 : 1,412,064 문자, 38일 걸림



BALDR SKY Dive 1+2 : 2,638,403 문자, 90일 걸림


월희 리메이크 1편 : 1,116,207 문자, 3.4mb, 26일 걸림


*뮤지쿠스 빼곤 다 원문에서 스크립트 기호 등 다 빼서 센 수치.



페그오 작업 분량이랑 비교

내가 작업한 페그오 전체 분량 12.9mb


2부 5-2장 0.8mb

2부 6장 전체 1.8mb


월희 리메이크 1편 3.4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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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경과


2021년 8월 26일 19:00쯤에 작업 개시

2021년 9월 08일 15:00쯤에 알퀘이드 루트 완료. 약 12일 20시간 걸림

2021년 9월 22일 00:00쯤에 시엘 루트 완료. 약 13일 9시간 걸림


총 번역 작업 시간 약 26일 5시간 걸림


이후 시스템 텍스트 작업, 식질 체크, 영상 체크, 알파테스트 및 총검수 작업을

10월 3일 오전 04:00경까지 했음.


총 한패 작업 시간 약 37일 9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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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환경, 과정

노트북, 플4 슬림, 모니터 1개로 함.



사용 툴은 Notepad++ → VScode. 이번 월희 작업 파일은 모든 스토리가 한꺼번에 든 통짜라서 노트패드++론 중간부터 텍스트량을 감당 못 하더라. 결국 렉을 못 버티고 vscode로 갈아탈 수밖에 없었다.


갖고 있는 플4 슬림에다 DL판 먼저 사서 실시간으로 플레이하며 번역했다. 사진에 있는 패키지판은 작업 시작하고 며칠 더 있다 도착함..


처음엔 집에 하나 있는 모니터를 플4에 할당하고 노트북으로 번역했는데, 한 나흘 그러니까 노트북 반사광이 너무 심해서 눈이 나갈 것 같길래 리모트 플레이로 전환했다. 화질구지로 플레이하는 게 아쉽지만 내 눈이 더 소중했다.


그러면서 번역하는 중간에 본격적으로 식질 작업, 영상 작업도 개시했다. 식질할 부분의 번역, 가사 번역은 내가 했다. 리테이크를 꽤 했는데 그래도 꿋꿋하게 해 준 작업해 준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


번역 마친 후에는 한패 테스트빌드 적용한 버전 있는 기기를 원격으로 빌려서 알파테스트 작업을 개시했다. 알파테스트 당시 임시로 사용한 폰트는 실제 배포용 폰트랑 다른데, 원형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발굴된 배포용 폰트가 바로 'Noto Serif KR'다. 상당히 잘 맞아떨어져서 흡족하다.


알파테스트는 달빠인 내 친구 불러다 알퀘이드 루트를 맡기고, 나는 처음부터 시작해서 시엘 루트 먼저 체크한 다음 알퀘이드 루트를 체크했다. 사실상 처음부터 끝까지 재플레이하면서 추가 교정한 셈인데 역시 이렇게 해야만 보이는 것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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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전부 혼자 했고, 기계번역이나 월희 구판 복붙 등은 안 이용함.


우선 번역기는 써 봤자 방해만 됨. 일본어가 국내 만만한 언어 1위인 데다, 요즘 번역기 성능이 좋아져서 '번역기 돌리고 다듬으면 되는 거 아님?' 식 사고를 하는 사람이 많다. 그게 크게 나쁘다곤 안 하겠지만, 그것도 번역기에 휘둘리지 않을 사람이거나 최소 일본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해야 말이 되는 거지, 진짜로 일본어 아예 모르는 사람이 하면 번역기가 내는 오역과 부자연스러운 어투, 표현에 휘둘리기만 한다.

그리고 내 경우는 솔직히 번역기 돌려서 다듬는 시간보다 쌩으로 쓰는 게 더 빠르고 편하다. 솔직히 번역기 문장 체크하는 시간이 아깝다. 원문이 바로 보이고 그냥 해석되는데 그걸 왜 써야 할까? 쓸데없는 공정 하나를 추가할 이유가 없다.



구판 복붙은 구판 한패한 사람을 선구자로 존중할지언정 굳이 번역을 참고할 필요성은 느끼지 않았음.

애초에 나스는 문장 자체가 성장했다. 구판 월희/페스나 시절만 보고 나스체라 별로라고 까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데, 현 나스는 문장 자체가 매우 직관적으로 변했다. 당연히 월희 리메이크의 문장도 그렇다. 알퀘이드 루트는 플롯 자체는 같지만 세부가 많이 달라졌고, 시엘 루트는 그냥 새로 써놓은 수준이다. 이런데 무슨 참고를 해야 할까?

더군다나 참고한다손 쳐도 솔직히 참고하고 받아적는 데 드는 공정이 번거롭고 시간 잡아먹는 짓일 뿐이다. 이 점은 위쪽이랑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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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방침 등은 다른 글에서 간결하게 썼던 것 같고, 진짜 자잘하게 남은 것만 설명해 봄.


다른 글 1

https://arca.live/b/yuzusoft/35319992


다른 글 2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ypemoon&no=8167944


//「なに、長男なのに知らないの? そりゃクマった。やっぱり妹サンの方が実権にぎってるワケ?」

「뭐야, 장남인데 몰라? 그거 곰란한데. 역시 여동생이 실권 쥐고 있어?」


곰란한데는 오타 아님



시엘 트루 엔딩 명칭 '白日の碧'은 단순히 쓰면 백일의 벽인데, 벽이란 단어가 단일로 보기엔 영 생소해서 백일의 벽천으로 번역함. 벽천이 실제로 언급되기도 하고, Ciel 자체가 나스의 착각에서 비롯된 작명이라지만 하늘이란 뜻도 있기 때문에 적절하다 판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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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희 구판과 리메이크의 차이점

월희 구판이랑 리메이크랑 거의 차이 없지 않나?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


하지만 이게 괜히 리메이크가 아니라서 그림, 음악만 새로워진 게 아니고 사실상 새로 썼는데, 나는 이래서 월희 리메이크를 구판이랑 사실상 떼어 놓고 다른 작품이라 봄. 업데이트가 기본인 나스인데 구판에만 얽매일 수는 없을 거 아님?


나스의 문장 자체도 기존에 비해 훨씬 직관적이고 깔끔하게 변했되, 특유의 그 맛을 잃지 않아서 몰입도랑 재미 자체는 보장할 수 있음.


또 연출도 동인겜이던 구판이랑 당연하게 완전히 달라졌는데, 마밤보다는 약간 힘을 뺀 느낌이 있어도 일본 비주얼 노벨 전체로 보면 충분히 탑급이다. 나스 글이랑 연출이 맞물려서 상당한 몰입도를 줌.


알퀘이드 루트는 큰 줄기는 구판하고 같아도 세부는 많이 달라졌고, 시엘 루트는 그냥 새로 쓴 수준. 신규 캐릭터도 여럿 생겼음.


기존 캐릭터 성우 변경에는 큰 불만 없음. 연기에 크게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색다른 맛이 있어서 좋았음. 어차피 구판 원작 자체는 노보이스였잖아..



또 플로 차트란 기능이 생겨서 기존 월희, 페스나에서 부조리하게 뒤지던 것도 쉽게쉽게 차트 점프로 쉽게 만회 가능해짐. 선택지도 별로 안 어려우니까 가능하면 공략 안 보고 배드 꼴박하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봄.


배드 엔드에 나오는 게 시에루 선생님이 아니라 시엘 선생님으로 바뀜. 솔직히 시엘센세 코너 보는 재미도 있으니 더더욱 공략 안 보는 걸 권장하고픔. 공략 힌트도 여기서 다 알려 준다.



리메이크 1편은 알퀘이드, 시엘 루트만 있고, 나머지는 몽땅 2편으로 미뤄 버린 게 흠이다. 나도 토오노 가 루트 보고 싶은데 올림픽 실화냐? 그래서 솔직히 2%? 50%? 부족한 감이 든다. 사츠키, 미오 루트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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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이라고 써 놨는데 실제론 별로 안 긴 것 같다. 아무튼 월희 후기는 이쯤에서 진짜로 마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