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진짜 인생후기임


- 한패 시작하게 된 계기


2018년 12월이었음. 진짜 아직도 생생하네.

19년 4월 공군 입대가 이미 결정난 상황이었고, 남은 시간은 딱 5개월.

기말고사를 끝내고 갑자기 드는 쎄한 느낌이 있었음. 


아마 군대 갔다 온 사람은 알 것 같고.

지금 군대를 앞두고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이겠지 ㅋㅋㅋㅋ 수고하셔요 땡큐포유어서비스~~~



암튼 여기서 뭔가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그래서 그냥 시작했음. 

눈 앞에 보이는 거 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할 만한 거.

물론 시발 현실적은 개뿔이고 맨땅에 헤딩해가면서 내놓게 됐다만, 아무튼 이게 계기였음.


이후에 뭐 여차저차 해서 엄청나게 많은 한패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담갔고...

덕분에 돈도 꽤 쓰고 시간도 꽤 쓰고 즐겁기도 했음.


영상으로 참가할 때는 거의 조건 없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을 다 받아주는 편이긴 한데

(시뮬라크르, 키마텐, 미아게테, 코노소라, 화앨2, 월희 등등)


번역으로 참가할 때 보통 세 개 다 해당되면 작업함.


- 내가 해서 재미있었는가?

남이 아무리 띵작이라 해도(ex. 마브러브) 내가 해서 재미없으면 안 함

다시 말하면 내가 안 한 게임은 번역하지 않음.


- 내가 번역하는 데 재미있겠는가?

관심 있는 부분 TMI가 많은가? 이게 주요 관건임. 내가 판타지류 잘 안 건드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기도 하고. 

까놓고 말해서 설정놀음은 관심 없음. 실제 학문에서 얼마나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를 망라했는지가 중요함. 

분야는 중요치 않음. 어차피 다 논문이나 신용 가능한 문헌 베이스로 찾아볼 준비 돼 있으니까.

레리프, 마이테츠, 사쿠시 전부 다 이 부류임. 나로호도 이 이유로 재미있게 했고.


- 견적이 나오는가?

아무리 재밌고 번역 즐거워 보여도 견적 안 나오면 작업 안 함.

누키타시가 이 틀에서 걸렸음. 세간의 인식마냥 완전히 못 할 작품은 아닌데, 겁나 비효율적인 작업이 될 거임.



번외. 

하츠유키 사쿠라는 나도 재미있게 했지만 반쯤 의뢰로 한 구석이 있음.

아마 이유가 없었다면 굳이 번역까진 안 했을 작품일거임.



1. 레리프(2018.12-2019.11)



아쉬움도 많고 즐거움도 많았던 작품. 번역부터 프로그래밍까지 1인 작업으로 해서 ㄹㅇ 개빡셌음. 난 문과야십새기야

군입대 이후에는 서피스 반입해서 선임한테 안 들키게 몰래몰래 열심히 번역했음. 다행히 부대도 미군부대라 좀 분위기 편했고... 

이병부터 일병까지 추억 쌓아준 작품.


게임 자체가 재밌느냐 하면 애매하고... 잔잔한 서사 속에서 뭔가 메시지를 주는 부분이 있음. 최고 단점은 게임이 미완성이란 것.

레리프 안 하고 그냥 트라이먼트 하는 게 압도적 상위호환일 거라 생각함.



2. 마이테츠(2020.1~2020.9)



이 한패가 등장한 건 순전히 군대 덕분인듯. 아마 사회였으면 절대 안 했을 것 같음. 상병 1호봉부터 병장 2호봉까지 달렸음.

초반에는 레리프처럼 혼자 다 했다가 추가 번역자, 프로그래머, 이미지 들어와서 처음으로 팀작업했음.


캐릭터의 매력은 나쁘지 않은데 서사가 너무 언밸런스함. 극한의 유치함. 극한의 TMI. 

TMI는 즐깁니다만 저 유치함은 아니네요...ㅡㅡ;;


그나마 추천할 수 있는 루트는 하치로쿠와 폴레트임. 서사가 그나마 괜찮음.



3. 아트리(2020.8~2020.12)



말년병장 등골 뽑아먹은 작품. 콘노 아스타란 작가의 농후한 민달팽이같은 엑기스를 즐겨보세요.

내가 여태껏 한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 중 하나였음 가감없이.



4. 백일몽의 청사진(2020.10)



아트리 깨작깨작 작업하는 와중 굴러 들어온 풀프겜. 맡은 파트는 케이스2.

가장 재미있는 파트는 케이스1이라 생각하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가장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파트는 케이스2였음.

케이스1은 일본 근대소설 읽으면서 정신 침식되는 느낌이 되게 강해서 과몰입하면 나까지 정신나갈거같았음.



5. 푸른 저편의 포리듬(2020.11?~2021.1)



웰메이드 캐러게. 11월 즈음?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겨울 들어갈 즈음 아오카나팀 난입해서 막타치고 튀었음.

공정률 90%에서 지지부진하다 어찌어찌 나왔으니 결과론적으로 오케이인듯.

초반부 지루해서 평가는 갈리겠지만 내가 꼽는 가장 재미있는 게임 중 하나였음. 


난 대가리깨져도 미사키지지하니까 나머지 다 꺼지셈.



6. 하츠유키 사쿠라(2021.2)



노조무랑 요루 맡았음. 하츠유키 총대의 간곡한 부탁으로 최고의 역자를 영입했습니다.



다들 백일몽을 최단기록이라 하는데 사실 실 작업기간은 하츠유키가 압도적으로 짧음. 28일인가 27일 걸렸던가.

개인적으로는 번역도 합의사항 머충 정하고 속전속결로 갈겨서 꽤 날림이지 싶은데 평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함.

욕 자유롭게 쓸 수 있던 덕분에 속시원하게 씨발놈 갈기고왔음. ㄹㅇ 개꿀잼임


니이지마 문장력은 모르겠고 그냥 줜내유치했음. 이봐 고스트의 왕이다 이게 뭐야;;

노조무랑 요루 맡은 건 서사가 좋아서. 타네자키가 아니어도 요루는 애착이 가는 캐릭터임.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니이지마의 진심은 역시 코이카케나 마녀사랑1기가 아닌가 싶음.



7. 사쿠라의 시(2021.3~2021.8)




한패 시작하기 전 최우선적으로 번역하고 싶은 2개 작품 중 하나였음. (사쿠시/나로호)

나로호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하나 완성했으니까 썩 좋은 인생이었네 시발


철학 파트. 그냥 현학적인 티 내려고 대충 써갈긴 거였다면 나도 그냥 어랍쇼하고 넘어갔을 텐데, 

의외로 꽤 잘 구성되어 있어서 즐겁게 번역했음. 이게 스카지란 라이터를 정말 좋아하게 된 이유기도 하고.


초기 빌드에서 번역 퀄리티 에러 나와서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긴 했음. 신경 쓴다고 신경 썼는데 하필이면.

저 때 개인적인 문제도 겹쳐서 진짜 머리숱 엄청 빠졌고.


일단 1.2버전에서 앵간한 큰 문제는 다 잡은 것 같으니 문제 없을거임. 

이후 올 테스트플레이하면서 재검수하고 사쿠각 기반으로 용어나 문장 몇 개 다듬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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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전체적으로 잡고 있는 건


사쿠라의 각 체험판

예익의 유스티아

밤을 헤매는 우리들의 미아교실


이 세 작품이고, 올해 내로 전부 처리하고 싶음. 희망사항이긴 한데.


여기다 앞으로 추가작업 예정된 건


아오카나 영상 재작업

아트리 번역/영상(미정) 재작업

레리프 업데이트

사쿠시-사쿠각 용어통일 및 재검수


이 정도 생각하고 있음. 예정이니까 갑자기 예고 없이 취소될 수도 있음.

여기에 아마 별 일이 없는 이상 사쿠각 본편까지만 손 대고 대규모 번역은 어지간하면 피할 것 같음.


지난 방학 중에 학교 관련해서 심하게 번아웃된 이후로 

한패든 학교든 거의 일정에 끌려가는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졌거든.

확고한 목표가 사라지니까 ㄹㅇ 방황하게 되더라.


지금도 실시간으로 등록금 낭비하면서 수업 안 듣고 혼자 이딴 글 싸고 있음.

중간고사 언젠지도 몰라. 이러다 시험도 제끼는거아님? ㅋㅋ 뭐 알바아니고


이런 생활 두 달이나 하다 보니까 

일단 내 인생부터 궤도 올려놔야겠더라고.


뭐 말은 이래도 게임보다는 번역이 더 재밌는 지경에 왔으니

시간 조지게 쳐먹는 야겜이 아니더라도 영상매체나 소설 위주로 번역을 할 수도 있는데.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아무튼 번역 접기 전에 이런 거 한번 해 보고 싶어서 써 놓음.


다들 열심히 작업한 한패 즐겁게 해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