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알아요, 근데.. 제가 지금 사고가 나가지고.. 네 교통사고요. 지금 병원이에요.


과실비율은 아직 모르겠는데… 보험사에서도 애매하게 얘기해가지고, 병원비가 얼마 나올지는 더 기다려봐야 알 것 같아요. 근데 차가 꽤 비싼 차라.. 과실 조금이라도 있으면 돈 엄청 깨질 것 같아요.


진짜 죄송해요, 월급 들어와도 병원비로 다 나갈텐데…"


[존나 창의적으로 가지가지하네 진짜 너, 내가 무슨 n모시기협이라도 되는 줄 알아? 연장되는 대출을 하고싶었음 친척한테 손을 벌리든지 했어야지, 니 사정이 그래서 어쩌라고?]


"다른 것도 아니고 다리 다친 거라 치료 못 하면 일도 못 해요..! 제발 한번만.."


[......다리?]


"네… 왜..그러시죠?"


[너 어디 병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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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왜 여기 올려고 그러지.. 미친년 아냐.. 그럴 여유 있으면 다른놈 돈이나 뜯으러 가든가, 오입질해줄 남자한테나 찾아가든가, 얼굴은 멀끔하면서 이런 짓이나 하고-- 아이고 사장님! 네, 오셨습니까.."


"됐고 이불 덮은거 걷어봐."


"아, 네.. 이, 이게.. 아윽.."


"새끼가 존나 답답하네, 비켜 봐."


"......"


"...잘 해놨네."


"네? 뭐라구요?"


"아니, 완전 망가졌다고."


"병원에서도 회복하려면 최소 5주는 더 있어야 한대요. 더 걸릴 수도 있고.."


"재수 더럽게 없게, 씨바..."


"죄송해요, 근데 이미 사고난 거 어쩔 수 없잖아요. 회사도 휴직해야 되고, 병원비 나가면 돈이--"


"존나 들겠지? 나도 알아, 안다고. 똑같은 얘기 두번 씨부리지 마, 기분 더러우니까."


"......"


"...야 우냐?"


"..아닙니다."


"뭐가 아냐. 아주 비 쫄딱맞은 쥐새끼마냥 고개는 움츠러들어가지고. 사내새끼가 모냥 빠지게.."


"......"


"...너, 몇 살이랬지?"


"스물셋..입니다."


"그럼 자식새끼들은 안 딸렸겠네?"


"......있어요. 딸 하나.."


".....속도위반?"


"......."


"생긴 건 여자같이 생겨갖고 나름 있을 건 다 있네."


"...그래서 저, 대출 기한은.."


"돈은 왜 빌렸어?"


"..네?"


"내 물음에 대답하면 나도 대출 어떻게 해줄지 대답해줄게. 처음에 우리 사무실에 와서, 너 급전 어쩌고 하면서 돈 빌려갔잖아. 나도 사정 따지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냥 던져줬었는데, 지금 한번 사정이나 듣자."


"......제가 사람을 아무나 믿고 다닌 탓이죠."


"보증?"


"그런 사정이 있었어요. 이제 더 묻지 말아주세요."


"난 더 묻고 싶은데."


"......."


"...그럼 이번 달 이자 알아서 잘 갚아보든가."


"알았어요! 말하면 되잖아요."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

.

.


 후우….


 처음 이 동네에 왔을 때 가족이 3명이었어요. 저, 아내, 그리고 딸.

 시작이야 뭐 속도위반이네 불량아들이네 욕을 들어먹더라도 이제 앞길이 막막하니까 이 일 저 일 다 하면서 살았죠. 아내도 그랬구요.


 그때 빚이라고 해봐야 전세 보증금으로 빌린 은행빚 몇천만원이 전부였거든요? 그래서 몇년 작심하고 뼈빠지게 일하면 좀 살만해지겠지 싶어서 직업학교도 가고 하면서 열심히 일을 했죠.


 근데 1년을 일해도 어째 빚이 계속 안 줄어들더라구요. 근데 그때는 바빠서 더 생각을 못했죠. 저야 그렇게 머리좋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냥 이자 늘어나는 거랑 딸내미 양육비 때문인가보다 싶어서 그냥 안 보고 살아야겠다 치고 덮어버렸죠.


 씨발.. 그때 좀만 더 생각했으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는데….


 그렇게 한 2년 지나서 딸내미를 어린이집을 보낼까 고민을 하면서 집에 있는데, 애가 말하는 걸 들은 거죠.

 엄마는 맨날 돈 따오겠다고 하는데 돌아오면 항상 아무것도 못 따오고, 대신 사과나 오렌지 같은 거 따오면 안 되겠느냐고.


 이해가 가세요? 그 녀석은 '따오겠다'는 게 무슨 시골 농사 짓는것마냥 돈을 어디 가서 수확해오는 줄 알았던 거예요.. 지 엄마가 어디 가서 돈을 나무에서 따오는 줄 알고...

 애가 뭘 알겠어요. 그 어린것이… 애는 무슨 죄냐구요...


 그렇죠, 도박했던 거죠.


 아뇨, 안 운다니까요! 아무튼 그러니까!



 그래서.. 방에서 자고 있는 애 엄마 깨워서 따졌죠. 너 도박했냐고.

 그러니까 미안하대요. 자기는 조금이라도 도움주려고 그랬다고. 다시는 안하겠다고 빌면서.


 어떡하겠어요.. 그렇다고 애 엄마한테 돈이 더 있는 것도 아니고, 벌어오는 일손 하나가 모자란데 그냥 약속 받는 걸로 끝냈죠.


 그리고서 그 다음날 일어나보니까 애 엄마는 딸내미도 내팽개치고 지 혼자 도망갔더라구요? 내가 참, 씨발.. 믿었던 내가 바보죠.


 그날 어떻게 정신차려서 애 엄마가 자기 명의 내 명의 다 해서 만든 도박빚을 다 모아보니까 돈이 몇 억 되더라구요. 진짜, 손 하나는 헤픈 여자였는데 도박도 아주 니미럴…


 그래서 사장님한테까지 손 빌린 거죠.


 그게 끝이에요. 됐습니까?


.

.

.


"그렇게 됐다고?"


"그래서 좆빠지게 돈 버는 동안에 교통사고나 나서 이렇게 병원비나 더 만들어내고.. 참 운도 더럽게 없는 놈이죠."


".......있지, 근데 그렇게 운 없는 건 아닌 것 같아."


"뭐, 제가요? 도망간 마누라 빚 대신 갚아주다가 애도 집에 내버려두고 병원 신세 진 이 몸뚱이가요?"


"하나를 생각 안했네."


"뭐가요."


"뭐긴, 그 많고 많은 곳들 중에서…"











"하필, 누나한테서 돈을 빌렸잖아?"


"뭐라구요?"


"왜? 놀랄 거 없잖아? 나 이제 겨우 서른이야. 계란 한 판. 누나라고 불려도 되잖아."


"아니, 그거 말하는 게 아니라."


"그러면 뭐. 나한테서 돈 빌린 게 운 좋은 거지 나쁜 거야?"


".......나쁜 거라고 하면 이자 늘릴 건가요?"


"아이고야… 벌써부터 세상에 찌들어가지고 처세술부터 쓰기는.. 진짜 너무 슬퍼서 어떡하니."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후후."


"다리 만지지 마세요..."


"전치 6주라고 했었나? 다행이네."


"뭐가 다행입니까? 일도 못 나가--"


"쉿."


"으..윽.."


"누나 지금 분위기 잡고 있잖아. 방해하면 못 써?"


"......."


"그건 그렇고 있잖아, 사고난 차, 비싼 차라고 했었지? 어떻게 생겼는데?"


"흰색 포르쉐요. 자세한 건 몰라요."


"....혹시 이 차야?"


"아..!"


"맞지?"


"그건.. 또 언제 아셨어요? 왜, 대신 잡아다가 합의금이라도 뜯어오시게요?"


"응? 누나가 왜?"









"어차피 이 사고, 내가 낸 건데."








"뭐..뭐라구요..?"


"아니, 아니다. 정확하게는 내가 아는 사람한테 사고 내게 시켰지. 우리 자기 차가 이렇게 이렇게 생겼으니까, 딱 다리 부분 다치게 차로 빵! 하고 박으라고."


"다..당신이..?"


"근데 뭐 사고가 내가 내고 싶은 만큼 내지겠어? 원래는 다리 한쪽만 살짝 다치게 해서 몇 주만 병원신세 지게 만들려고 했는데, 이게 그만 이렇게 됐네. 그건 누나가 대신 사과할게."


"대체 왜… 왜 이런 짓까지 하는 건데요..! 그동안 사람 시켜서 집 부수고 때리는 걸로는 모자랐습니까!?"


"음… 그거랑은 결이 조금 달라."


"그럼 원하는 게 뭔데요 대체."


"원하는 거? 간단해."


"....?"





"...자기가 나랑 결혼해줬으면 좋겠어."





"뭐, 뭐요?!"


"미안, 로맨틱한 대사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당신 미쳤어!?"


"어머, 말 이쁘게 해야지, 우리 자기? 누나 말 끝까지 들어봐. 누나가 시킨 사람이라고 했었잖아?"


"그게 뭐?"


"이 차, 네가 봤던 것처럼 가격 꽤 나가는 차거든. 만약에 과실 비율 조금만이라도 나오면 너 당장에 빚더미 왕창 늘어나는 거야. 우리 자기가 지금까지 열심히 갚았던 돈의 몇 배는 더 생겨난다고."


"......"


"근데 만약에.. 누나가 이 사고, 그냥 덮어버릴 수 있다면? 그럼 어떡할래?"


"...그래서, 빚 더 생기기 싫으면 당신한테 장가를 들라고?"


"자기, 머리 좋네! 잘 됐다, 이 참에 누나한테 장가들면 누나가 대학교도 보내줄게."


"꺼져! 당신한테 장가 드느니 차라리 빚 몇천 더 생기고 말지, 내가 당신이랑 살 것 같아?"


"어머, 어머, 항상 이래서 문제야, 자기는. 너무 충동적이라니까. 더 생각도 안 해보고 그렇게 내뱉으니까 속도위반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빚도 더 늘고, 사채도 마구 당겨 쓰는 거 아니야? 자기 딸이 왜 태어났는지 잊었어?"


"이 씨발년이!! 끄흑, 악…!"


"다리에 무리하지 마, 자기야. 일단 회복부터 해야지? 응?"


"개..같은..년..."


"미래의 아내한테 그런 말 하면 못써요~"


"아내는 씨팔, 당신이랑 결혼하느니 그냥 뒤져버리는 게 나아."


"음.. 내가 자기라면 그렇게 함부로 말 안 할텐데. 내가 왜 자기가 두 다리 다 다친거 보고 다행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어?"


"....뭐."


"매일매일 사랑하는 딸을 위해 열심히 땀흘리는 자기도 맘에 들지만.. 이렇게 병약한 모습으로 병실에 혼자 가련하게 누운 자기 모습도 맘에 들어."


"어쩌라고 씨발."


"근데 누나 걱정이야. 만약에 있잖아? 누군가가 지금 당장 자기 집에 몰래 들어가고 있으면 우리 자기는 뛰지도 걷지도 못해서 어떡해? 응?"


"식탁도 없는 우리 집에서 훔칠 게 뭐가 있는데? 니미, 집에 잔뜩 있는 바퀴벌레라도 훔쳐가고 싶으면 맘대로 해."


"왜 없어?"


"....?"


"자기 딸, 지금 몇 살이라고 했었지?"


"...!!!!"


"한 5살? 6살쯤 됐나? 그럼 괜찮네, 미취학 아동도 사들이는 곳이 꽤 많거든."


"미진, 미진이는 건드리지 마…"


"그 흰색 포르쉐 부딪친 차주가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났거든? 아끼던 차였는데 앞부분이 완전히 작살이 났다며? 아무리 내가 시킨 거라고 해도 지금 돈이라도 못 받으면 사람 하나 죽일 기세라니까. 네가 그렇게 버티겠다면야 그 녀석한테 딸이라도 주는 게 합리적이지 않아?"


"...그만해…"


"6살 정도 어린애면 얼마에 팔리더라? 기억이 안 나네. 근데 걔 하나만 팔면 차 수리비뿐만 아니고 빚까지 다 깨끗이 정리될 걸? 어떻게 생각해?


"그만..하라고…!"


"방법 없잖아? 우리 자기 다리도 아작났는데? 어쩔 수 없는 거야. 다리몽댕이 깨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자책할 것도 없이 그냥 편하게 여기에서 쉬다가 회복하면 돈 내고 나오면 돼! 물론 자기 딸내미 피 값이긴 하지만서도. 저 뭐야, 미진이랬나? 그래도 자기 아버지가 행복해지는 건데 거부할 딸이 어디 있겠--"


"그만하라고 씨발년아!!!!!!"




"......."



"....알았어."



"뭘 알았는데?"



"결혼..할..게. 내가 결혼하면..되잖아… 내가 장가들 테니까.. 제발 미진이는.. 미진이는 건들지 마…."


"......정말.. 누나랑 결혼해줄 거야?"


"마음대로 해.."


"그런 대답 하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


"...결..혼..하자. 나랑.."


"큭.. 킥킥.. 후훗.. 후후후… 흐하하하하!!!"


"......."


"하아아아… 자기가 직접 말해주니까 누나 너무 행복해. 사실 조금 장난쳐볼까 싶었는데, 자기 너무 불쌍해 보여서 여기까지만 할게."


"....윽...끅.."


"어머, 어머, 자기, 자기야아아… 울지 마, 울지 마, 다 큰 남자가 우는 거 아니야, 뚝! 착하지 우리 자기. 자 자, 누나가 닦아줄게."


"일단 결혼식은 나중에 하고, 우리 혼인신고부터 하러 갈까? 누나가 혼인신고서는 자기 이름까지 다 써놨거든? 아, 아직 그 도망친 년이랑 공식으로 이혼 안 했나, 그치! 아 뭐 그년 찾는 거야 일도 아니지. 빚 때문에 도망친 거는 시간 좀 걸리긴 해도 다 찾게 돼 있어."


".....이제 제발 가 줘… 나 이만큼 괴롭히면 됐잖아. 제발 좀 쉬게--"


"무슨 소리야?"


"....?!"


"이제 우린 연인인데. 애인인데. 부부인데. 어떻게 가버리라는 말을 할 수가 있어? 자기는 누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방금 결혼한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아.. 아니..! 아니야! 제발, 결혼할게, 진짜야, 진짜니까--"


"그럼 사랑한다고 말해줘."


"........"


"어서. 그럼 믿어줄게."


".......사랑..해, 결ㅎ--"


"더 크게."


"사ㄹ--"


"더 크게!"


"...사랑해!! 자기야 사랑해, 결혼하자!!!!"



"...후후."



"누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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