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나가던 아저씨는 아이의 말에 당황한듯 대답했다.


허나 지금 돌아간다면 화가라고 할수없겠지 하는 생각에 그는 종이를 꺼낸다.


그리고는 몇차례 손에 들린 펜을 휘둘러 간단한 그림을 그려낸다.


"자 여기있다!"




"이게 뭐에요! 우리집에 이 애를 데려갔다간 우리 가족이 굶어죽을거라고요! 다시 그려줘요!"


"흐음, 그러니?"


화가는 아이의 반응에 재미있어하면서 다시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몇분이 흘렀을까, 그는 완성한 그림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아저씨! 이건 꼴리는 몬무스가 아니라 배신자잖아요! 제가 사는 곳에 배신자는 필요없어요! 다시 그려주세요!"


아이의 당찬 대답에 놀란 화가는 다시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린다.


몇차례 구슬땀을 흘리던 그는 이윽고 그림을 완성했다.


"자, 이번에는 만족했니?"




"우엑, 이게 무슨 냄새에요? 청소안한 닭장 냄새가 그림에서 나는거 같아요! 이런걸 집에 가져갈수는 없다고요! 다시 그려줘요!"


"그러니?"


3번이나 거절당했건만 화가는 화가 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의 두 눈은 기필코 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그림을 그리겠다는 열정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새로 꺼낸 종이를 화가는 오랫동안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다.


그러다, 얼마전 시장에서 산 보라색 볼펜을 꺼내들어 그림을 그려낸다.


마치 어렸을 때의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돈이 목적이 아닌 정말 순수하게 원하는 그림을 그렸을 때처럼 말이다.


전신이 땀으로 다 젖은 후에야 완성한 그 그림을 남자는 아이에게 건낸다.



"와! 엄청 아름다운 몬무스에요! 아저씨는 천재 화가라고요! 정말 고마워요!"


꼬마는 몇번이나 그렇게 말하고는 바짓춤을 내리며 뒷골목 안으로 사라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희미한 탁탁 소리가 화가의 귀를 두드린다.


그는 한 아이의 동심을 지켰다는 생각에 미소지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