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이후로 사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얀데레가 보고싶다


동네에서 길을 걷다가 마주친 얀데레가 나를 보면서 자기를

기억하냐며 초등학교 같은반 친구였다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거임


사실 나는 누군지 전혀 기억도 안나고 저런 애가 있었나

생각했지만 반이랑 이름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걸 보면

맞는가 싶어서 적당히 맞장구를 쳐줬어


그렇게 그 일을 계기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이후에도

몇번 만나기까지 했지만 솔직히 누군지도 모르겠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고 동창들한테도 몇번 물어봤는데

전혀 모르겠다는거야


얀데레는 나를 만날 때 마다 잠깐 커피숍에서 만나더라도

힘을 빡줘서 꾸미고 나오거나 계속해서 나한테 들이대는데

 그게 너무 부답스럽기도 했고 동창이 아닌것도 거의 

기정사실인지라 얀데레를 집으로 배웅해주던 날 

얀데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네가 누군지 기억도 안난다


그러니까 이제 이렇게 만나는건 그만두자


그래도 가끔 연락 할테니까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고



그렇게 할 말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조용히 

내 얘기를 듣고있던 얀데레는 싱긋 가볍게 웃더니

자기 스마트폰에 초등학교때 찍은 사진이 있으니 잠깐

와보라는거야 


얀데레의 유혹에 속아넘어간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얀데레한테 다가가기 시작했고 너무 손쉽고 허무하게

핸드백에서 스마트폰 대신 전기충격기로 지져졌어




"자기야 아직도 기억 못하는거야? 아무튼 자기 학교에서도

받아쓰기 못한다고 맨날 혼났었는데.. 그래도 그럴 수 있어

다시 한번 해볼까? 이번에는 확실하게 가는거야? 자~"


의자에 꽁꽁 묶인 채 얀데레의 애정이 듬뿍 담긴 망치질로

두 발의 발톱은 모조리 찌그러져 일그러지고 너덜너덜해진

발톱을 얀데레가 쑤욱 뽑아내며 내게 말하고 있었어



처음에 첫 단추를 잘 못 꿰어버려 얀데레에게 침을 뱉으며

쌍욕을 박았던 나는 손톱 무릎 갈비뼈 옆구리 하나 성한 곳 

없이 얀데레의 분이 풀리기 직전까지 두들겨맞아 완치는

고사하고 치료가 가능하기는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어



솔직한게 잘못한 것인가 내가 그 때 무슨 이상한 말이라도

뱉어야 했었나 얘가 진짜 내 동창인가 나는 얀데레가 

고문을 할 때 마다 머릿속에서 얀데레의 입맛에 맞는 

시나리오를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얀데레가 새끼발톱을 뽑아내며 내게 마지막 기회를 준 순간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었어


"우리 1학년때 부터 6학년때 까지 같은 반, 같은 자리였잖아 

너랑 나랑 그렇게 사이가 좋아서 애들이 질투한답시고 맨날 

둘이 사귄다고 놀려대서 짜증났었는데 그치? 


그리고 우리 매일 하교할 때 들렀던 그 문방구 기억나?

거기서 슬러쉬 한손에 꼭 쥐고 서로 맛 바꿔가면서 마셨던거

생각난다.. 맞아! 우리 병아리도 길렀었잖아! 학교 앞 

병아리 기억나지? 그 때 네 병아리가 죽어서 많이 

울었었잖아 뒷산에 묻으면서 같이 눈물 콧물 범벅되고

많이 슬펐는데


나 그리고 그게 너무 기억에 잘 남는거 있지?

우리 수학여행가서 캠프파이어 했던 날 기억나?

다들 캠프파이어에 정신팔려있던 사이에 우리는 

그 뒤에 으슥한 곳에서 tv에 나온 드라마 키스신

따라한다고 했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왕창 깨졌던거? 


맞아, 우리 졸업식 때 중학교도 같은 곳으로 가기로해서

참 기뻤었는데 내가 멋대로 다른곳으로 전학을 가버려서

많이 외롭고 슬펐지? 이제 화 좀 풀렸어? 내가 진짜 미안해

내가 죽일놈인가봐 그러니까 이제 용서해줄 수 있어..?"



이젠 내가 지어낸건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는지 그 

판단력조차 가물가물했지만 얀데레는 내 이야기를 듣고

매우 흡족해 했어


묶여있던 나를 풀어주고 한참을 세게 껴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드디어 기억이 돌아왔다며 기뻐하고 있었어


그리곤 미리 챙겨둔 초등학교 졸업 앨범을 보여주면서

얀데레와 같이 추억에 빠지기 시작해


그 앨범에 들어있던 얀데레의 사진들은 어딘가 억지로

붙어있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얀데레와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사진을 볼 때 마다 정확하게 기억이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