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호와 함께 하는 바다 이야기. (그 바다이야기 아님ㅎ) 


감성돔




오르카 호의 점심 시간. 함장실. 소완이 정성껏 마련한 1인용 진수성찬을 보고 투덜거리는 사령관과 미리 점심을 먹고 함장실로 놀러온 용.





아… 야발. 질린다 진짜. 생선은 이제 그만 좀 보고 싶다.

음? 사령관. 반찬 투정이라니 어울리지 않는구려. 

용 왔어? 아니 내가 괜히 이러는 게 아닌 거 잘 알잖아. 아무리 우리가 잠수함 속에 산다고 하지만...

온 사방에 널린게 물고기니 물고기를 먹는 것이 당연하지 않소.

그니까아 온 사방이 물고기니깐 당연히 다른 게 먹고 싶다고오

나 원. 오늘따라 더욱 아이 같구려. 마리 소장이 보고 싶소?

아니요.

잘 생각했소. 반찬 투정을 멈추지 않으면 마리 소장이 이놈 할거요.

네.

흠. 꽤나 정갈하게 차려진 회 한 접시군. 소완이 심혈을 기울였을 터인데 반찬투정을 이리 해서야 그녀도 심란하겠소.

그래봐야 생선이잖아아.

그래봐야 생선이라니….. (우물우물) 음, 감성돔. 진미 중의 진미지.

먹기만 해도 아는 걸 보니 용도 어지간히 많이 먹었구나.

당연한 소리를. 바다를 업으로 하는 자가 물고기를 마다해서야 되겠소?

그러시겠죠….. 그나저나 이게 이름이 감성돔이라고? 

그렇소. 감성돔. 멸망 전에도 흔하게 볼 수 없던 생선이고, 또 참으로 재미난 생선이기도 하오.

생선에 재밌을 구석이 뭐가 있담.

이 감성돔이라는 녀석은 성전환을 한다오.

푸웁. 콜록 콜록 어어?…..

저런. 괜찮소?

아니, 생선이 성전환을…? 이거 그럼 트젠 물고기야?

뭐 그런 셈이구려.

왜? 어떻게? ...엥?

하나씩 질문해 줄 수 없소?

이게 무슨 소리요 무용양반??…..

흠. 일단 왜 성전환을 하는가. 성 전환을 하는 물고기가 여럿 있기에 공통적인 이유 보다는 감성돔에 한해서 말을 하자면-

트젠 물고기가 더 있어!?

멸망 전 밝혀진 종만 500종 이상이오.

엄멈메 세상에나.

감성돔에 한해서 말하자면 수컷으로 태어나 암컷으로 전환하는데, 수컷의 형태가 성체로 성장할 때 여러 면에서 유리하니 유년기에서 성체 까지는 수컷의 형태로 존재했다가, 가장 크기가 커졌을 때인 성체 상태에서 암컷으로 변해 더 많은 난자를 품어 유리한 번식을 하기 위해 성 전환을 하오.

호에에….

어떻게 하는가.  감성돔의 경우에는 날 때 부터 정소에 차후 난소의 역할을 하게 될 부분이 존재하오. 그리고 성체가 된 후 무리를 이루고 난 후에 만약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물고기가 더 많을 경우 성 호르몬의 분비량이 변화해 정소가 자극을 받아 퇴화해 난소만이 남게 된다오.

물고기도 계급이 있어?

쉽게 말해 크기가 곧 계급이오. 동물의 세계에선 힘이 곧 진리이니.

그럭쿠나.

이런 식으로 가장 강한 개체만이 수컷으로 남고, 나머지는 암놈이 되어 번식까지 이르게 된다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성체 감성돔은 그런 이유로 암컷이오.

신기하네. 혹시 암놈이었다가 숫놈이 되는 경우도 있어?

감성돔의 경우가 특이한 것이고 대부분은 암놈에서 숫놈으로 변하는 성 전환을 한다오.

자성선숙이라 하지. 감성돔은 숫놈에서 암놈으로 변하니 웅성선숙.

암놈에서 숫놈으로 변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야?

흥미를 가져주니 즐겁구려. 후후.

성 전환을 한다는데 어떻게 흥미가 안 생겨?

맞는 말이오. 무리에 숫놈의 역할을 하던 우두머리가 여러 이유로 무리에서 없어질 경우 가장 센 암놈이 숫놈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오. 가장 센 녀석만이 숫놈으로 남는다는건 자성선숙이나 우성선숙이나 마찬가지지.

우리 얘기 같네.

흠?

가장 센 존재만이 수컷으로 남아있는게 꼭 이 오르카 호 같잖아?

호오… 그렇게 생각하오?

엥?

사령관이 이곳의 유일한 수컷인 것에 불만은 전혀 없지만, 그대가 가장 센 존재 이기에 수컷으로 남는다는 것은 조금 의문이 드는걸.

 

그게 무슨 소릴까. 용? 하극상을 바라는 것일까?

하극상이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를. 단지 재미있는 놀이가 생각나서 하는 말이오.

웬… 그 가방은 뭐야? 어? 옷은 왜 벗어 갑자기?

이런 타이밍에 쓸 물건은 아니지만, 뭐 상관없지. 사령관. 우리는 포유류 이기에 물고기들처럼 한 몸에 수컷과 암컷의 특징을 같이 가지지는 않았소. 그러나 이렇게, 기술력의 정수를 허리에 착용해 주면. 으흣…..

…..뭐야 그거. 왜 시커먼 딜도를 허리에 차는거야?

나는 암컷이지만 수컷의 역할도 할 수 있게 되지. 자 사령관. 놀이의 시작이오. 이곳에서 자웅을 겨뤄 보는거요.

아니 뭔 소리래. 야야, 그거 달고 이쪽으로 오지마. 소리지른다? 용? 용님?


사령관이 암컷의 기쁨에 굴복하지 않는다면 오르카 호의 하나뿐인 수컷으로 영원히 인정해 드리리다. 하지만 만약 그대가 굴복한다면… 

후후, 후후후… 해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오늘 하루 만큼은 암컷으로 남아 주셔야겠소…!


야야야야야야야 무서운 소리 말고 저리 가! 콘스탄차! 얘들아! 자자자잠깐만! 뭐야 진짜로? 그걸로 날 찌르겠다고? 용 멈춰! 명령이야 멈춰!

거절하오!

아 맞다 너도 초창기 바이오로이드지! 

자아, 순순히 오늘 하루 암컷이 되어 주시오!! 블랙리버의 기술의 정점,

 나 무적의 용을 쉽게 꺾지는 못할 것이니!! 등짝, 등짝을 보자!!!

아아악!! 암컷으로 변/해/버/렷!!






닥터의 추가 설명




안녕 오빠! 오빠가 암컷이 되기 전에 감성돔 같은 특정 어류들이 성 전환을 하는 원리를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줄게!

I’ll Fuck you gentleman!!

알려주지 않아도 되니깐 살려줘 닥터!!

2019년 에리카 V 토드와 연구진들은  Bluehead wrasses(블루헤드 놀래기) 를 이용한 유전학 기술을 토대로 한 실험에서 이런 어류들의 성 전환을 유전자 단위에서 규명해 내는데 성공했어. 

*Stress, novel sex genes, and epigenetic reprogramming orchestrate socially controlled sex change - Science Advances지. 2019년 07월 발표.

이런 성 전환을 하는 어류들은 특정 환경에서의 스트레스, 자극을 받으면 난소나 정소의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는 식으로 한쪽 성의 발현을 억제하지. 

놀래기의 경우에는 앞에서 용 언니가 설명한 대로 우두머리 수컷이 없어질 때 암컷중 한 개체가 수컷으로 변하는데, 

연구진은 산호초 일대에 서식하는 블루헤드 놀래기 무리를 대상으로 인위적으로 우두머리 수컷을 무리에서 이탈시키는 등의 

인위적인 환경 자극을 가해 암컷 놀래기들의 수컷화를 유도했고, 

일련의 실험을 통해 우두머리 수컷이 없어진다는 환경의 자극이 암컷 놀래기들을 유전자 단위에서 자극하고 난소를 유지시켜주는 단백질의 형성을 DNA 단계에서 막아 난소를 몸 속에서 소멸하게끔 해 수컷으로의 성 전환을 이룬다고 연구진은 설명하고 있어.

이 논문에서 연구진들은 어류 뿐만이 아닌 우리 같은 포유류의 경우에도 개체들이 일정 성별을 유지하는 원리가 암, 수가 정해진 상태에서 반대로 변하려는 유전적 기질을 생식샘에서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 우리 포유류도 성 전환을 하는 물고기들 처럼 반대 성별로 변환하려는 기질을 억제하는 유전적 스위치를 끄는 등의 기술을 이용해 가변적인 성의 형태를 가질 수도 있다고 전하고 있어.

즉!

설명 다 했으면 제발 구해주지 않을래?!
 

용 언니가 지금 오빠에게 가하는 환경적 스트레스 작용으로 오빠 안에 숨어있던 암컷 스위치가 켜진다면, 나는 이제 오빠를 오빠가 아니라 언니로 부를수도 있을 거라는 말씀!

닥터, 닥터는 내가 오빠로 남는게 좋지 않겠니…?

흠. 조개 비비기도 꽤 흥미로운걸.

이런 니기미…..

뭐 용 언니가 오빠를 암컷으로 만들어도, 나중에 내가 수컷 스위치를 키는 방법을 알아내 돌려내면 되니 오빠는 암컷 생활을 잠시나마 즐겨주면 되겠네!

뭐? 안돼! 어디가 닥터!! 구해줘!! 닥터에모오오오오오오옹!!!











이 글을 다같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감성돔 활어회를 눈 앞에 두고 30분동안 감성돔의 신비로운 성 전환에 대해 열변을 토해주신 연구사님께 

바칩니다.  덕분에 감성돔이 씨발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써봄. 맛은 있더라 비싸서.

짧은 식견으로 쓴 글이라 오류 있을수 있으니 지적 환영.


참고문헌.

Stress, novel sex genes, and epigenetic reprogramming orchestrate socially controlled sex change

View ORCID ProfileErica V. Todd1,*,†, View ORCID ProfileOscar Ortega-Recalde1,*,†, View ORCID ProfileHui Liu1,†, View ORCID ProfileMelissa S. Lamm2, View ORCID ProfileKim M. Rutherford1, Hugh Cross1, View ORCID ProfileMichael A. Black3, Olga Kardailsky1, Jennifer A. Marshall Graves4, View ORCID ProfileTimothy A. Hore1,‡, View ORCID ProfileJohn R. Godwin2,‡ and View ORCID ProfileNeil J. Gemmell1,*,‡

Science Advances  10 Jul 2019:

Vol. 5, no. 7, eaaw7006

DOI: 10.1126/sciadv.aaw7006


해양수산부 블로그 포스트 :  물고기의 성전환을 유전학적으로 연구하다



반응 좋으면 충격! 눈깔 달린 해파리가 있다!? 혹은 다른 걸 써볼까 함.


재밌게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