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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정략결혼 2~3 - 얀데레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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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이다. 그녀와 살아오던 모든 흔적과 그녀와 함께 골라왔던 수많은 가구들, 우리 가족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찍었던 가족사진까지 앞으로 일주일 딸 아이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슬슬 준비하여야 할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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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햇빛이 나를 달콤했던 꿈에서 악몽같은 현실로 나를 이끈다. 일어나니 온 몸 곳곳에서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아마도 평소와 다르게 딱딱한 소파에서 잠을 청하여서 일 것이다. 굳은 몸을 억지로 움직여 가벼운 세안을 한다.


차디찬 물결이 내 뺨을 지날때마다, 전 날의 악몽이 나를 덥쳐온다.


기분이 나쁘다. 역겹다. 죽이고 싶다. 내가 보는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으면 하는 마음이 뇌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감내하여야 한다.

아직 나의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그녀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필요할 것이다. 


그떄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녀의 역겹고 이면적인 모습을 이를 갈면서 묵묵히 참아내면 되는 것이다.


"아빠, 좋은아침이에요!"


아침을 분주하게 준비하던 중 귀여운 목소리와 함께 서율이가 나의 바지를 톡톡 잡아당기며 수줍게 인사하였다.

안아달라고 요청하는 서율이만의 어리광을 부리는 작은 사인이다.


"좋은 아침이네, 공주님?"


가볍게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은 뒤 볼에 입맞춤을 하고는 머리를 쓰담아 준다. 서율이는 기분이 좋은듯 팔로 나의 목을 

감싸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빠, 엄마가 아직 일어나지 안않어요. 빨리 아빠가 깨우러 가야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 동시에 서율이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진다. 

서율이의 표정이 나빠지는 것을 본 나는 곧바로 아이를 꼭 안으면서 작은 부탁을 하였다.


"아빠가 지금 아침 준비를 하느라 엄마를 꺠우지 못 할것 같은데. 우리 공주님한테 부탁 좀 할까?"


"네, 아빠 부탁이면 뭐든 좋아요!"


아이가 들어가고 1분쯤 지났을가 그녀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식탁으로 앉았다. 도대체 무슨 낮짝으로 내 앞에서 저리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을 하는 도중에 그녀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역겨운 괴물의 소리였다.



"아... 안녕 여보, 좋은아침이네?"


그녀의 물음에 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그녀의 앞에 매일 먹던 아침 식사를 내어줬다. 그녀의 식사를 차리기는 죽기 보다 싫었으나

서율이가 의심을 할 수도 있기에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맛이 좋네.. 고마워"


그녀가 눈물을 눈에 글썽이며 나를 보며 웃는다.


역겨운년 나에게 그 엿같은 면상을 보이지 말란 말이야.


"악어의 눈물은 보이는게 아니라 최대한 숨기는 거야. 이 걸레년아"


***


서율이에게 아빠의 행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온 신경을 아이에게 쏟았다.


집안일을 당분간 접어두고 아이와 여가시간을 보내며 즐기었다. 애견카페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의 취향을 알 수도 있었고

소파에 앉아 아이의 유치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었다.

서율이는 평소와 같지 않은 나의 열정적인 관심에 행복해하듯 내내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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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서율이 너무 행복해요! 하느님께서 서율이의 소원을 들어주신 것이 분명해요!"


참 착하고 순한 아이이다. 겨우 이정도의 관심에도 이렇게나 행복해 하는데 도대체 나는 이때까지 무엇을 해왔던 것인가.

나 자신을 자책하며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천천히 머리 정리를 하면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 사실대로 말하면.. 아직 하느님은 소원을 전부 이뤄주시지는 않았어요."


"음, 그게 무슨 말일까나? 분명 하느님이 이루어 주셨다고 말했잖아?"


"맞긴한데.. 그게.. 그"


"하느님께 부탁하기가 어려운 거라면, 아빠에게 말해보렴.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아빠가 들어줄게"


말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딸에게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였다. 가벼운 소원일 것이다.


뭐 케이크를 한 조각 가득 먹고 싶다거나, 놀이 장난감을 사달라는 그런 귀여운 소원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아이는 나의 예상을 뒤집듯, 나에게 딸은 꽤나 충격적인 말을 하였다.


"서율이는.. 우리 가족이 영원히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엄마랑 아빠랑 서율이랑 이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단다. 아빠랑 엄마랑 꼭 오래오래 살아야지?"


"저...정말요?! 아빠, 서율이 지금 너무 행복해요. 생일 선물은 필요 없어요. 그 소원만 들어주시면 서율이 이번 생일 선물은 

안 받을게요. 꼭 들어주실거죠?"


"물론이지. 아빠가 약속 어기는거 본적 없지? 자 착한아이는 꿈을 꿔야 할 시간이네? 빨리 코 하자"


"네, 서율이는 착한 아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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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잠을 재우고 방에서 나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들었다.


서율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끋은 담배였지만 왠지 오늘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다.


서율이는 소원을 이룰 것이다. 가족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소박한 꿈 그것이 딸의 꿈이다.


난 최선을 다해서 그 꿈을 이룰 것이다.


물론 아빠의 역할은 여지까지 아빠의 행세를 하는 대체품인 내가 아니라 그녀의 친아버지이겠지 만 



***


이제는 떠날 나의 보금자리를 둘러 보며 짐을 쌌다. 짐을 싸던중 하나의 그림액자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딸 아이가 유치원 시간에 그렸던 '행복한 우리 가족' 이라는 그림 이었다.


나는 이제 이 그림에 존재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 액자에 들어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행복한 우리 가족이다.


나는 이 시간 부로 그녀의 아버지가 아니기 떄문이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서 나가려는 순간 팔에 이물감이 들었다.




"자...잠깐 잠시 이야기 좀 하자... 나가지마.. 제발"


그것이다. 나의 행복한 일생을 모두 깨부신것, 그것은 바로 나의 아내였던 것이다.


"난, 너하고 할 이야기 따위는 이미 전부 불태워 버렸으니까 내 앞에서 당장 꺼져"


내가 그런 말을 할수록 그녀는 나를 놓지 않겠다는듯 더욱 강하게 나의 손목을 조여왔다.


"나... 정말 노력했어. 너한테 사과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단 말이야 도대체 무엇을 해야 너에게 용서받을 수 가 있는거야...

제발 한번만 알려줘. 응?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무조건 할게."


"...물론 니가 나에게 속죄하고 용서받는 방법은 있어"


"그...그러면 제발 알려줘! 나...진짜 얀붕이에게 용서 받고 싶어요. 응? 제발.. 제발 알려주세요"


나의 한마디에 그녀는 해답을 찾은듯이 그 우울한 얼굴은 온데간데 없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대답을 구하였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 한 것일까. 개같은년


"당장 서율이 친아빠 찾은 다음에 내가 뒤질떄까지 그 새끼랑 행복하게 살아 그것만이 네가 나에게 속죄하는 방법이야."


"어...얀붕아 잠깐만 그건 안돼 그건 안된다고 기다려 기다려..제발...흑...기다려줘 여보... 내가 잘못했어 제발 기다려줘요.."


곧바로 나에게 손을 뻗는 그녀를 밀치고는 집에서 나와 거리를 미친듯이 달렸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발은 신발을 신지 않아 이미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매우 행복했다. 이걸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난 결국 나의 딸 서율이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