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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의 지하상가 그곳엔 얀붕이가 있었다.

얀붕이네 타로점은 상당히 집요하게 타로점을 치는것으로 유명했는데 가령 장난삼아 속궁합을 물어본 커플들에게 여자의 남자 경험수를 점쳐내거나

남자가 전여친에게 돈이나 빌려먹는 양아치라는 것을 점괘로 밝혀내는 날이면 거의 죽을때 까지 맞는게 일상일 정도로 평이 안좋은 가게였다.

그런 그의 최대 인생업적이라 칭할것은 친인척에게 사정하며 빌린 돈으로 차린 타로점 뿐이였다.


학창시절 우연한 계기로 카드를 통해 타인의 심리를 유추해내는 재주가 있다는것을 알게 된 후 카드는 그의 인생이 되었다.

얀붕이의 유일한 밥줄은 탐정사무소에서 그의 재주를 통해 불륜조사를 하청받아 처리하는 것이 전부라 그의 인생 만족도는 최저점을 찍고있었다.

평소처럼 타로가게에 앉아 노트북으로 불륜조사를 하던 그때 가게안으로 롱패딩을 입은 귀여운 얼굴을 한 여고생이 들어왔다.


가끔 조조 영화시간이 애매하게 남으면 이런식으로 찾아오는 여고생 한 둘 정돈 봤지만 밤 9시에 혼자 찾아오는 학생 손님은 흔치 않았기에 얀붕이는

불륜조사나 하던 노트북을 황급히 닫아버렸다.


"아..안녕하세요.."


쑥스러워하며 인사하는 그녀가 연애 고민상담을 하겠거니 하며 카드를 꺼내던 얀붕이는 예상밖의 말에 손을 멈췄다.


"저..기억 안나세요?"


가장 최근에 이성을 만났을땐 탐정사무소에서 일당 받고 나오다가 불륜이 들통났던 여성의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병원에 실려갔던 기억뿐이라

그녀를 단번에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5분, 얀붕이는 헛기침을 하며 일단 자리에 앉지 않게냐고 학생에게 권유하였다.

쭈뼛거리며 의자에 앉는 소녀에게 얀붕이는 솔직한 마음으로 최근 일이 많아서 기억이 안난다고 말하며 한번 타로로 유추해볼테니 맞는지 

답변만 해달라 부탁했다.

그 사이 그는 자신의 불륜조사로 인한 피해를 입은 가정의 자녀가 아니길 하늘에 대고 빌었다.


일단 얀붕이는 그녀에게 우리가 어디서 만났는지 알아보자며 카드 3장을 뽑았다.

카드는 탑, 달, 뒤집힌 상인이 나왔다. 얀붕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우리 병원 같은곳에서 처음 만났던가?"


얀붕이의 물음에 그녀는 그새 얼굴이 빨갛게 되어 고개를 숙인채 머리를 끄덕였다.

아마 최근에 병원 신세를 졌을때 마주쳤던거 같았다.


얀붕이는 그런 반응이 너무 귀여웠지만 그녀가 이곳에 찾아온 경위는 알 수 없었기에 다시 카드를 섞고 2장의 카드를 뽑았다.

카드는 뒤집힌 절제와 연인 카드가 나왔다. 아마 불확실하지만 한눈에 본인이 얀붕이에게 반한것이 아닐까 확인하려는 마음에 찾아온것 같았다.

반응도 궁금하기도 하여 카드의 점괘대로 첫눈에 반해서 찾아온거 아니냔 질문을 툭 던졌고 아니라고 단박에 화를 낼 줄 알았던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채 손가락을 매만지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아마 그녀는 간호사에게 물어 내가 주소지로 해뒀던 가게로 찾아온 것 같았다. 얀붕이도 그런 그녀가 나쁘지 않았지만 그녀가 아직 나이도 어리고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더 좋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아저씨처럼 설교를 시작했다.


"저한텐 아저씨 뿐인데 진짜에요"


그녀의 얼굴에 비친 표정에는 무언가 확념이 있었기에 얀붕이의 특기인 연애운으로 기분 잡쳐놓기를 하여 그녀의 헛된 기대를 꺽어 두기로 했다.

카드를 한장 뽑고 일부러 최악의 연애운이라 말하려 했던 얀붕이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뽑은 카드는 뒤집힌 악마였다. 연인들에게서야 뒤집힌 악마카드가 나오면 고비끝에 찬란한 희망을 볼 수 있겠다 말했겠지만 사귀지도 않는 사이에서

이런 카드가 나온다면 사귀는 과정이 매우 순탄치 않을 것이란 소리였다. 최대한 점괘 설명을 안좋게 하였지만 그녀의 얼굴속에선 온통 만족밖에 보이지 않았다.


10시에 상가가 문을 닫기에 가게를 닫아야 한다고 그녀를 내쫓다싶이 쫓아내버리고 얀붕이는 힘없이 의자에 앉게 되었다.

이내 철없는 소녀의 사랑을 제대로 거절하지 못한 자신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하던일을 마저 끝내려고 노트북을 켰다.

그때 갑자기 메신저의 알림소리가 울렸다.


'아직 기한이 많이 남았을텐데?'


사무소의 재촉 메세지인줄 알고 메신저를 확인한 순간 처음보는 이름으로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아저씨 이거 제 번호에요UwU]

메세지에는 한손으로 눈을 가린채 손가락 하트를 표시한 그녀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아마 간호사에게 사정사정해서 주소지와 내 연락처마저 받아간 모양이였다.

이내 그녀의 연락처를 차단할까 고민했지만 귀여운 여동생 하나 생겼거니 하는 마음으로 그녀와 소소한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서로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가게 정리를 마치고 집에 거의 다왔을 무렵 한 메세지가 도착했다.

[아 편의점 앞쪽 맨홀 살짝 들려있으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세여ㅎㅎㅎ]

메시지를 보며 걷던 얀붕이는 이내 고개를 들어 집앞 편의점을 슥 보게 되었다. 너무 당연하게 자신의 집앞 편의점을 말하는 거라 생각한 무의식적 행동이였다.

이내 얀붕이는 착각이라 생각하였지만 편의점 앞 맨홀이 살짝 들려있는게 눈에 들어오며 주의를 살펴보게 되었다.

그녀가 혹시 이 주변에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고 인기척을 찾으려 애썼지만 편의점내의 졸고 있는 주인 아저씨만 보일뿐 주변에 인기척은 없었다.

갑작스런 한기가 목 뒷덜미를 타고 오르는 느낌을 느낀 얀붕이는 기분을 떨쳐내려 황급히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얀붕이는 본인의 원룸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그녀의 연락처를 차단한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성인인 자신이 자신보다 나이도 어린 꼬맹이한테 겁을 먹었다는게 분했던 얀붕이는 그녀의 지금 행동이 기분나쁘니 하지말라고 메세지를 보내려 차단을 푼 찰나

부재중 메시지300건 이상이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메세지의 내용은 처음엔 자신의 행동이 기분나빴는지 미안하다는 내용이였지만 이후 지금 문앞이니 문좀 열어달라는 메세지가 갱신되고 있었다.


[앗 아저씨 이제 보는구나ㅎㅎ 나 걱정했어요 다시는 나 무시하지 말아줘?]


메세지를 받은 얀붕이씨는 겁먹은채 인터폰으로 현관앞을 보았지만 어떠한 인기척도 느낄수 없었다. 이후 메신저 알림과 함께 계단쪽에서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처럼 저녁 굶고 그냥자지 말고 현관앞에 아저씨 좋아하는걸로 도시락 만든거 뒀으니까 꼭 다 드세요 잘자요:p]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침대에 던진후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얀붕이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엉금엉금 기어 배란다 창문밖을 살펴보았다.

창밖의 주차장에서 손을 흔들고 폴짝 튀며 반기는 그녀를 밝견하게 된 얀붕이는 지금까지 사냥 하는 입장에서 살던 자신이 사냥 당한다는 공포감을 느끼게 되었다.


*근데 왜캐 귀엽지 얀데레 원래 무서운 그런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