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남의 성적 결정권을 존중하라!! 인남에 대한 성적 착취 중단하라!!"


오늘도 마왕국 수도 광장에서는 몬붕이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몬붕이 주변에는 꽤 많은 수의 인간 남자들이 모여서 마찬가지로 피켓을 들고 구호를 따라 외치고 있었죠.


마왕국이 일부 극렬히 항거하는 교국 세력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대륙을 통일한 뒤,

인간, 특히 인간 남자들에게는 성적 결정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달콤하면서도 무참한 착정 지옥만이 인남들 앞에 펼쳐져있었죠.


사실 사는 것 자체는 교국 시절보다 훨씬 살만해 졌습니다. 

정력적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마물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짝의 사랑만 얻는다면 행복해했으니까요.

실질적으로 인남들의 생활에 큰 불편함이나 변화는 없었습니다. 

몇몇 인남들이 허리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마왕국이 통일하기전 혼란한 사회상에 비하면 과도한 성행위에 의한 요통과 골반통은 나은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어딜가나 반골은 있습니다.

몬붕군은 교국이 멀리 쫓겨가기 전 마지막으로 정규 절차를 밟아 양성된 교국 성기사단의 인재입니다. 

그는 주신의 가호를 받은 인간만이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극렬한 교단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인간은 인간과 함께해야 행복하다는 

인간중심의 사고관과 결혼관을 가진 순혈 인간주의자였습니다.

하지만 미쳐 피난가는 교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덜렁 마왕국 한복판에 남아버렸습니다.


실질적으로 교국은 패주하여 쫓겨간 상황이고 대륙은 모두 마왕의 통치하에 놓이게 된 상황.

그는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고민하다 '인남 인권 운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몬붕이에게 신의 한수로 작용하는데

그냥 몬무스에게 사회 주도권을 뺏겼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몇몇 심보 뒤틀린 인간 남자들,

그리고 몬붕이처럼 인간은 인간끼리 사귀어야 한다는 순혈 인간 주의자들이나,

아니면 아내와의 과도한 밤일에 허리가 나가버린 몇몇 유부남들이

"어? 이거 꽤 괜찮은거 아닌가?" 하고 찬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몬붕이는 꽤 많은 수의 인남들을 이끄는 인남 인권 운동가로써 급부상하게 됩니다.


물론 마왕국의 간부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알고 있었으나, 이미 대륙은 거의 통일이 끝난 상태고,

몬붕이가 직접적으로 물리적 소요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꽤 많은 인남들이 몬붕이의 말에 혹해서 함께 활동중이었기 때문에 굳이 무력을 행사하거나 진압하지 않고 놔두었습니다.


또 진압하기로 했더라도 쉽지 않을거란 계산도 있었습니다.


??? : "옳소 옳소~~"


인남들 사이에서 피켓을 들고 추임새를 넣는 이 몬무스 떄문인데요.

그녀는 솔피. 마왕국 수도 뒷골목에서 알아주는 힘꺠나 쓰는 양아치이자, 

사고뭉치인 그녀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인남인권운동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피켓을 들고 건성으로 추임새를 넣고 있는 솔피. 그녀의 시선은 몬붕이의 뒷덜미에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흐흐 목덜미 개꼴리는거 봐 그놈 OO을 XX해서 OO그냥...'


숙련된 몬무스라면 솔피가 왜 이 운동에 끼어든지는 바로 눈치챘겠지만, 어리숙한 몬붕이는 솔피의 흑심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죠.

솔피는 사실 몬붕이가 피켓들고 광장에 까불던 첫날부터 몬붕이를 점찍어 둔것입니다.


"야 쟤들 또 왔는데?"

"냅둬냅둬, 그래도 쟤네 저러는게 솔피가 사고치고 다니는거보단 낫지않냐?"

"하긴 그건그래 뭐 술 퍼마시고 때려부시고 다니는것도 아니고 그냥 얌전하게 소리만 좀 지르고 가니까."

"ㅇㅇ 좀 있다 갈거니까 내버려두라구. 위에서도 딱히 폭동이라도 일으키는게 아니면 놔두라고 했으니."


켄타우르스 자경단의 대화를 엿들어보면 아무래도 몬붕이의 가두시위는 신기한 구경거리 정도로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휴~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네 몬붕님 수고하셨습니다. 나중에 또 뵙죠."

"네~ 들어가세요."


슬슬 파하는 분위기의 가두시위대.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배웅하는 몬붕이에게 솔피가 다가옵니다.


"으흠흠.."

"아 솔피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야~ 정말 몬무스들이 이렇게 의식있고 깨어있기가 힘든데 솔피님은 참 열심이시네요."

"아 고마워요 몬붕님. 저 다름이 아니라 혹시 지금부터 일 없으시다면 저희집에서 식사라도.."


원래 솔피를 알고있는 몬무스들이라면 놀라 나자빠질 정도로 상냥한 말투로 솔피가 몬붕이에게 은근히 저녁을 권합니다.

솔피가 벼르고 별렸던 거사일이 바로 오늘이었죠.


"저녁 식사요? 아 정말 감사한데 이를 어쩌죠..."

"어머 무슨 일정이라도 있으신가요?"

"아 별게 아니구요. 다름이 아니라 저한테 인간 여자분 한분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집회 참가자분께 얘기를 들어서요"

"네?"


눈치없는 몬붕이는 태평합니다.


"아 그게 저한테 인간 여자분 한명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소개를 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사람끼리 만나야죠 하하"

"......"

"만나서 부부가 같이 운동을 이어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솔피씨한테도 소개시켜 드릴게요 하하."

"......."

"솔피씨?"


솔피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걸 둔감한 몬붕이도 알아차렸나봅니다.

의아해하며 솔피의 안색을 살피는 몬붕이.


우드득.


솔피가 털레털레 쥐고다니던 피켓이 으스러집니다.

부러지거나 쪼개지는게 아니고 가루로 화해서요.


"아이~ 씻팔~!"

"소..솔피씨?"






과연 몬붕이의 운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