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까지만 쓰고 이 시간에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그만둚

그러다 쓰려던 게 조금 아까워서 좀 풀어보려고.


써보려고 했던 건 그레고르랑 유리에 대한 얘기였음.


야심한 밤에 유리랑 그레고르가 둘이서 비밀 얘기를 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을 거임.

아쉽게도 섹스한 내용을 하는 건 아니고


둘이서 로보토미 지부에 내려간 그날에 대한 얘기를 하는거지.

지금의 해결사 사무소에 오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그녀의 선배였던 아야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마지막 시점에서 만났던 건 로보토미 지부의 선배 알렉스 본인이 맞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런 얘기를 야밤에 둘이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가,

딱 어느 시점에서 그레고르가 위화감을 느끼는 식.


그러다가 문득 유리와 바깥 바람을 쐬면서 담배를 피던 그레고르는 버스 앞면을 보게 되고.

그쯤에 매달린 방독면을 보게 됨.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머리가 인식을 못하는데,

이내 유리 쪽에서 먼저 황금사과라는 키워드를 얘기하는 거지.


유리의 시점에서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황금사과를 집었는지.

그레고르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서 그녀에게 해주던 얘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비루하고 비참하게 그저 살아가기만 하는 삶에는 과연 의미가 있던 것인지.

그냥 살아가는 거라고 얘기하던 그레고르는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런 것을 얘기하는 거임

이쯤에서 다들 눈치를 챘겠지만


유리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미 죽은 사람이고,

이건 그레고르의 꿈임


그레고르는 꿈속에서 유리와 만나서 얘기를 하는 거였고,

버스에 걸어둔 방독면은 그레고르가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는 키워드인거지.


하지만 문학 작품 속에서 나오는 꿈속의 등장인물은 단순한 망상 같은 게 아니지

유리의 유령 같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거고


이 단편 속의 유리도 원망을 내포한 말을 하기보다는 넉두리를 하면서

그레고르라는 사람이 단순히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것만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었으면 한다는 내용의 대화로 전개될 생각이었음

그리고 자신이 죽을 때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었던 당신이 죄책감을 품을 필요는 없다는 식


마지막에는 때가 되면,

그레고르의 마음 속에 진 응어리를 풀어낼 때가 되면

버스 앞의 방독면을 풀고 어디 묻어주면 줬겠다는 얘기로 끝낼까 싶었음



하지만 나이 먹어서 쓸 힘도 없다

옛날에는 자기만족만되면 열심히 썼는데




1장 다본지 2주가 넘어가는데

유리가 계속 눈에 밟혀서 망상 좀 하게되는듯

유리야 그곳에선 행복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