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부족해 계속 두근거리는 심장.

지금 나에겐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1분만 버티면 상자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때마침 찾아온 상자를 노리는 또 다른 자.


나는 긴장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 섬에선 죽거나 죽일 뿐이다.


할 수 있을까?

PVP 악세 세팅도 안 한 내가?

과연 저 자를 꺾을 수 있을까?

기회는 한번 뿐이다.


녀석의 노래가 끝나면 문은 열리겠지.

문이 열리는 그순간을 노려 곧 바로 나이트메어를 날려서 기절시킨다!


'좋아! 녀석의 노래가 끝났다!'


손가락이 나이트메어 스킬키를 누르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뭐지...? 미뉴에트 범위가 닿지 않았나...?'


그게 아니다.

미뉴에트라고 내가 착각했던 저 곡은 공명의 노래였다...!


순간 안도했다.

왜?

녀석은 아직도 상자를 노리고, 나는 녀석을 죽이지 못했는데?


아니,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는 순간 둘 중 하나는 이곳에서 죽게 된다.

그리고 그 죽음이 내게도 오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니 나는 안도하고 있는 것이다.

필연적인 죽음의 선고를 유예하여 안도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심장이 더욱 쿵쾅거렸다.

다음이다.

다음은 진짜로 온다.


'녀석의 미뉴에트 곡이 시작됐다...!'


죽음의 장송곡이 울려퍼진다.

녀석도 두번의 실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엔 정말로 문이 열릴 것이다.


미뉴에트가 끝나자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자마자 나이트메어를 던지면 안 된다.

이러한 게임들은 분명 덩굴이 사라지는 중에 스킬을 던지면 벽에 막히는 판정이 발생하리라 생각했다.


즉, 덩굴이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나는 던져야했다.

초조하고 급했지만 안정을 되찾아야 했다.


덩굴이 사라지자 스킬키가 발동한 나이트메어를 빠르게 던졌다!


슈팟ㅡ!


팅!


'이럴 수가...!'


덩굴이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지만 투명벽에 막혀버렸다..!

내가 조급했던 것이다!!


녀석도 나의 존재를 깨달았다.

자신을 죽일려고 하는 존재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뒤로 회피기를 시전한 상대는 곧 바로 나에게 스킬을 퍼붓겠지.


스치면 즉사다..!

체방따리인 나의 몸으로 녀석의 일격은 막을 수 없다!


뇌리에 스친 결론은 오직 하나.

내가 죽기 전에 녀석을 빠르게 죽인다.

그것이 암살자, 리퍼란 존재.


나는 순식간에 적에게 도약해 단검을 난도질했다.


파바바바밧!


녀석이 회피기로 한번 반응했지만 이후 속공은 예측하지 못했는지 나의 공격을 모두 맞게 되었다.


'좋아! 이거라면 먹힌다..! 이길 수 있다!'


그때 녀석은 입을 열었다.


죽기 직전의 유언인가?

들어주도록 하지.


"ㄴㄴ"


뭐라고...?

하지만 나의 몸은 돌진으로 인한 반동으로 이미 녀석에게 공격을 하고 있었다.

멈추지 못한 나는 녀석의 숨을 끊어버렸다.


ㄴㄴ...? 무슨 의미지?


이 섬에선 죽거나 죽일 뿐이 아니였나?


찝찝함을 남긴 채 나는 승리의 보상을 만끽했다.


더는 방해꾼이 나타나지 않겠지.

이 상자는 내가 접수하겠다.


하지만 뭐지...?

이 찝찝함은?


녀석은 거점 부활로 시체마저 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더욱 불안해지고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상자가 열렸다.


띠리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