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자욱이 낀 날, 그날을 잊지 못한다. 구름으로 가려지지 않던 햇살이 조용히 너를 비출 때. 난 너를 보고 다시금 내 머릿속을 비집고 빠져나오는 너를 황급히 눌러버려야했다. 일년을 내리 길렀던 머리를 네 눈에 잘 보이려 잘랐다. 어색한 인사 한마디를 나누며 내 머리에 대한 반응을 기대했지만. 넌 언제나의 그 미소, 무언가를 숨기려드는 그 미소. 어색한 우리 사이에 무엇을 더 기대하냐 마음속으로 일갈하곤 마저 걸음을 옮기려던 그 때.


‘어 순붕이 맞지!? 머리 잘라서 못 알아봤네! 방학 잘 지냈어?’

조금 안심했다. 날 못 알아본 것 뿐이었다. 사실 당연하다. 나도 머리를 자르고 한동안 거울 속 남자애가 나라는 것에 적응하지 못했으니까. 조금 풀어진 너의 얼굴에, 안도했다. 너의 마음은 이제 더 부드러워졌구나. 다행이야.


다음 이야기를 안다. 이건 꿈이다. 오래간만에 꾸는 꿈이다. 너의 SNS를 염탐하다 잠들어버린 탓일까. 오래간만에 꾸는 꿈은 너의 꿈이다. 사실 나쁘지 않다. 오랜만에 꿈으로라도 얼굴 본다 싶어서 웃음만 나온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를 바꿀 수는 없다. 이 꿈은 언제나 똑같다. 다시 제 길을 벗어난 내 의식을 꿈 위로 되돌린다.


얼마 뒤. 난 충격적인 소식을 마주한다. 넌 너의 꿈을 이루겠다 떠나버린다. 오늘이 이 학교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친구들이 날 재촉한다.

‘얼른 고백 안하고 뭐하냐 이 고구마야. 차이든 말든 몇년을 좋아했는데 좀 해봐!’

마지막 인사다. 그동안 실수한게 있다면 미안했단 말, 너와 함께여서 즐거웠단 말, 응원한단 말, 마지막 한 마디. 한 마디 한 마디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 말. 널 좋아한단 말.


난 이 말을 하지못했단 걸 안다. 하지만 이건 꿈이지 기억이 아니다. 딱 한마디만 더 하면 된다. 딱 한 마디. 한 마디만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벌써 아침이란 생각에 귀찮음과 피곤함이 몰려온다. 어젯밤 꾼 꿈을 되새긴다. 언제나 너의 꿈을 꾸면 그렇다. 마지막 한 마디. 그 한 마디의 과거를 바꾸지 못해, 난 어젯밤도 끙끙대며 앓았다. 난 아직 널 좋아해. 못한 말 조용히 뱉어내며. 오늘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