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걷으면 포근한 햇살에 비치 당신의 모습이 좋아요.

당신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는,

비가온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하늘 너머를 걷는 기분이에요.

모든 순간 행복할 것만 같아도,항상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난 당신의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뻤어요.


세월은 흘러흘러,


아이가 생겼어요.

겁나고 무섭지만,잘  할수 있을 거에요.

너무 우울해 하지 말아요.

다 잘될거에요.우린 서로를 잘 알잖아요.


세월은 흘러흘러,


실망이에요,아이까지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난 화가 났어요.

그래서 무작정 집을 나가버렸죠,

나보다 그 사람이 더 좋았던 거냐구요,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부정당하는 기분 이었죠,

정말 끔찍한 기억이에요,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을만큼,


세월은 흘러흘러,


또 다시 집이에요.

결국,내가 돌아갈 곳은 여기 뿐이에요,

오해하지 마요,난 아직도 그때에 화가 다 안 풀렸어요,

죽을때까지 내 마음 한켠에 있을 깊은 구멍을 남겼어요,


하지만 나도,생각해보면 그리 좋은 남편은 아니었나봐요,

당신과 한 약속,하나도 지키지 못했으니까,

여전히 우린 서로를 몰랐던 거에요,

다시,차근히 알아갈 수 있겠죠?


시간은 흘러흘러,


매생이처럼 곱던 머리는 어느새 마른 멸치처럼 푸석푸석 해지고,

굽은 곳 없이 매끄러운 얼굴도 자글자글 주름져 못생겨져 버렸어요.

그런데,뭐 어때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걸,

난 못생겨져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고,

당신도 미남자랑 놀기에는 체력도,몸도 삭아버렸잖아요,

이제 못난 날 안아줄 사람은 당신밖에 없죠,

할머니인 당신을 아가씨라 불러줄 사람도 나밖에 없어요.


세월은 흘러흘러,


다시와본 이곳은 너무 춥네요,

곧 눈이 내리려나봐요,

기억해요?여기서 함께 눈을 맞으며 걸었던 그날?

아마 기억 안날거에요,앞에 내리는 눈이 뭔지도 모를텐데,

못난사람,내가 그렇게 잘 해줬는데,전부 잊어버린 건가요?

아쉽네요,내 이름 정도는 기억할 줄 알았는데,


세월은 흘러흘러,


당신은 차가운 지하에 누워,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보고 있을 거에요,

심장은 고동을 멈춰

차갑게 식어버린 당신,

그래도 난 여전히 당신 곁에 있을 거에요,

이번에는 약속을 어기지 않을게요.

언제나 당신 곁에서,

늘 설래는 마음으로,

매일 이자리에서 당신을 위한 연주를 할 거에요,

시끄럽다고만 하지 말아줘요,

나름 열심히 준비 한거니까.


세월은 흘러흘러,


미안해요,오늘은 쉬어야 겠어요,

심장이 꺼져가는게 느껴져요.

우리아이,많이 컸어요,당신같은 아내를 둬서 안심이에요.

딱 오늘만 쉴게요,내일은 더 좋은 곡으로 보답 할테니,

그때까지만,기다려줘요,


시간은 흘러,


당신을 찾아 왔어요.

당신을 사랑하는걸 멈출수 없어요.

왜냐하면,

사랑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