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3편 4편


가끔씩 그런 날이 있다. 꿈자리가 좋아서 복권을 사러 갔는데 꽝인 날. 내가 그를 만난 날이 그런 날이었다.


나는 올해로 10살인, 가사용 안드로이드다. 나의 모델명은 LX-1098. 흔하디 흔한 보급형 모델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높은 가성비 등의 이유로 인기있어 올해로 20년째 생산되고 있는 모델이다. 뭐, 나한테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나는 그런 안드로이드였다. 단순히 집안일만을 목적으로 이용되는, 고장나면 버리는 그런 일회용품같은 신세였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쓰래기장에 홀로 앉아, 재활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사랑은 찾아왔다.



내가 버려지고 약 3시간 쯤 지났을 때였다.

"띠딕 띠딕" 

배터리 부족을 알리는 알림음이 울린다. 나는 소리를 듣고 배터리 잔량을 확인했다. 

남은 배터리 잔량이 10% 정도였다. 나는 절전모드로 전환되었다. 마치 죽음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 순간이었다.

길을 걷고 있던 그가 나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