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띠링-"

알람 시계가 울렸다. 나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시간을 확인했다.


12월 29일 오전 8:30분.

곧 있으면 그녀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나는 헐래벌떡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준비를 마쳤다.


오전 8:56분.

나는 아슬아슬하게 그녀와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반갑게 인사해주었다.


"안녕! 기다렸어."


저 사랑스러운 눈, 아름다운 얼굴, 그녀의 얼굴은 교제를 시작하고서 여태까지 수없이 봐왔지만, 언제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는 곧 있으면 이런 그녀와 사랑의 약속을 하게 된다. 내가 오늘 그녀를 만난 이유도 그것이다. 그녀의 부모님에게, 결혼 약속을 받아내려고 한 것이다.


오전 9:20분.

우리는 그녀의 집에 도착했다.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었지만, 그녀의 집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부촌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촌에서 유독 눈에 띄는 집이 그녀의 집이었다. 하긴, 그녀는 국내 최고의 재벌 그룹의 셋째 딸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나는 그녀의 집에 들어갔다. 전에 그녀의 집에 왔을 때는 부모님을 만나지 못해 결혼 승낙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꼭 받는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집 안 풍경은 생각보다 더 화려했다. 100평이 넘는 듯 한 평수에, 온갖 화려한 가구들이 수를 놓았다. 그렇게 내가 집 안의 풍경에 압도되어 집을 살피던 중, 그녀의 아버님이 먼저 말을 걸었다.


"자네는.. 누구인가? 그리고 왜 옆에는 내 셋째 딸이 있는 거지? 설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의 아버님은 당황 한 듯한 모습이었으나, 이내 평정심을 찾고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가."

"아버님. 부탁입니ㄷ.."

"됐네, 여기까지 듣겠어. 연애는 허용하지. 그러나 결혼은 안 돼."


우리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하긴, 이미 예견되어 있는 일이었다. 나같이 평범한 남자가 이런 재벌 3세하고 결혼한다는 것은 에초에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결혼을 거절당하고, 2일 후, 밤에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오후 8:50분.

나는 그녀와 오랜만에 만나 데이트를 했다. 간만에 데이트라 즐겁게 놀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와중,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저..저기.. 나 내일.. 미국으로 유학가.."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부모님이 나와 그녀를 떨어트려 놓으려고 유학을 보내게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곧 있으면 헤어지니까.. 자기 집에서.. 하룻밤 자고 싶어.."


나는 그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미국으로 가기 전에, 사랑의 도피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오후 9:20분.

그렇게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비록 허름한 아파트였지만, 내부는 잘 꾸며져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나의 집에 온 적이 없었기에 나의 집을 보며 신기해했다. 서민의 집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눈으로 말이다. 평소같았으면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라고 생각이 드니, 사소한 행동 하나조차도 눈에 들어오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집에서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게임도 하고, 술도 마시며 대화도 나눴다. 그리고 그렇게 대화하던 도중, 그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나는 놀라서 그녀에게 물었더니, 그녀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이 시간이 지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내일이 되면 너를 못 본다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 그래서 말인데.. 너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같이 죽어서라도 너와 함께하고 싶어."


나는 그 말을 듣고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연인 사이라 해도, 동반자살하자는 것은 정말 많은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만약 우리가 자살이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렇게 끝나는 것이라고.

그렇게 끝나서, 고통스럽게 서로가 없는 하루를 반복하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편안 할 것이라고.





오전 1:20분.

우리는 옥상에 올라갔다.

그리고 서로 키스를 하고, 손을 잡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두 명의 천사가 되어 서로 평생 함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