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운 채 '드라큘라' 를 읽던 흡혈귀 남자친구 루이가 짜증을 내며 책을 덮었다.


"왜, 오빠?"


"햇빛에 닿으면 불타 버리고, 마늘도 못 먹고, 고작 십자가 하나에 벌벌 떨고, 초대해주지 않으면 남의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잠도 관에서 자야 하고. 작가라는 인간이 흡혈귀한테 원수라도 졌나? 몇백 년을 묵었다는 괴물이 이렇게 약해빠져서야 되겠어?"


물론 은 알러지가 있다는 것 말고는 오빠에게 해당 사항이 없었다.


"하긴, 그건 그렇네.."


침대에 풀썩 주저앉은 나는 키가 40cm나 더 큰 루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럼 오빠는 흡혈귀라서 불편한 점 없어?"


"있지. 네가 다쳐서 피라도 흘리면 큰일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거짓말. 월경 중일 때도, 첫경험 때도 견딜 만하다며 잘만 참았으면서. 그렇게 생각하자니 웃음이 피식하고 나왔다. 그때 가만히 어깨를 내어주던 루이가 몸을 일으키더니, 그 커다란 손으로 내 목을 가볍게 감싸안았다.


"뭐-"


미처 묻기도 전에 그가 내 입술을 벌리며 달콤한 혀를 밀어넣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앞의 음흉한 흡혈귀에게 몸을 맡기고 한참이 지나서야, 끈끈한 실을 드리우며 루이의 입술이 떨어졌다.


"지금처럼 키스할 때 내가 리드해야 하는 거. 우리 설아 혀가 송곳니에 찔리면 안 되니까."


"뭐야. 진짜.."


나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사랑하는 애인의 가슴을 주먹으로 팡팡 두들겼다. 흡혈귀에겐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지만, 그는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며 연인의 장난어린 애교에 맞장구쳐 주었다.


그냥 흡혈귀 떡밥 도는 김에 외전처럼 써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