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 씨. 자는 거야?"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퍼뜩 잠에서 깨었다. 의자에 앉은 채로 졸았나.


"화장실 가서 세수하고 와. 일 끝났으면 들어가고."


정직원인 이희연씨가 내 책상에 믹스커피를 놓아주었다. 역시 알고 있었나?


"아닙니다. 버틸 수 있습니다."


현재 시간 오전 3시. 슬슬 졸릴 시간이긴 하다. 근데 들어가라니. 택시비로 하루치 일당을 다 날리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그래. 수고."


사무실에는 우리 둘 밖에 없다. 쌀쌀한 늦가을이라 추워서라도 안 잘 법 한데... 꼴사납게 졸아버렸다.


"... 뭘 그렇게 빤히 봐?"


"네? 예쁘셔서요."


졸려서 그런건지, 바라보던 걸 들켜서 그런 건지 본심이 나와버렸다.


"나 같이 배 나오고 추레한 여자가 취향이야? 좋은 여자를 만나야지."


얼굴이 빨개진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척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저를 제대로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사람이 취향입니다."


귀까지 빨개진 그녀는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1.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기간은 1달, 필요인원 1명. MFC, C++ 기능 개발 및 최적화 작업... 식대 및 차비 제공."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금액도 나쁘지 않고, 이전에 의뢰한 이력으로 보아 마찰이나 잡음도 없는 깔끔한 곳인 것 같고.


중학교 때 부터 프로그램을 배웠고, 덕분에 대학교 들어와서 프로그램 코딩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이제한이나 이력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현재시각 새벽 2시. 회사 홈페이지를 이용해 지원하고, 나머지 지원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어떤 곳에서 새벽 2시에 신청을 넣는 거야.


돈이 부족하다. 다음주인 중간고사보다도, 당장 생활비와 다음학기 등록금이 문제다.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치는 대학이라 지원이 거의 끊겼고, 학자금 대출을 하려고 해도 집 자체의 소득분위는 높아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까...


"ㅈ 된 거지 뭐."


그래서 1학년 때 부터 프리랜서 일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개인으로 뛰다가, 돈을 받을 때 마다 마찰이 있어서 아예 회사에 소속되었다. 받는 금액의 10% 정도만 떼어가는 거면 양심적인 거 아닐까.


사실 이번 일은 맡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달랑 한명만 요구하는 경우는 돈이 크지 않다. 맡고 싶지 않았는데, 팀원이 하나도 안 남게 되었으니 방법이 없다.


왜냐면... 이전에 있던 일에서 뒤통수를 거하게 맞았다. 실제로 돌아가는 알고리즘을 짜는 프로그래머는 나 혼자고, UI, 그래픽 디자이너, 서브 프로그래머를 하나씩 둬서 4명이 한 팀이었다. 3년차 팀장으로서 각자 기여도에 맞게 금액 배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에 안 들었나보지. 세명이 합심해서 회사에 지급정지 요청을 걸었고, 자기들끼리 작당해서 금액이 공평하지 않다고 윗선에 보고했다. 아직 싸우는 중인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저것들이랑 같이 일할 일은 없겠지.


그래서 2달을 투자했던 프리랜서 일이 터지고 나니 돈이 없다. 그래서 한 명이서 들어갈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넣고 있는 것이다.


"하아..."


한숨을 쉬며 책을 머릿속에 쑤셔넣고 있었다. 전자공학 책은 왜 이렇게 두꺼운거냐.


[띵동]


새벽 3시 쯤에 사내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새벽 3시에 누가?


[신청이 수락되었습니다.]


진짜? 아니 어떤 미친 회사가 3시에 프리랜서 채용을 해? 담당자 퇴근 안 했어? 너무 블랙기업 아니야?


그러고 있는데 이어서 메시지가 왔다.


[언제부터 근무 가능하십니까?]


펜으로 노트를 찍으며 고민했다. 중간고사 기간이랑 생각하면...


[아, 이력서 잘 보았습니다. 이전부터 알고리즘 구현과 제작에 대해 숙달되어있는 것으로 보여 바로 요청하였습니다. 기간과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추가로 지불할 수도 있습니다. 확인하시는 대로 연락 바랍니다.]


이어지는 메시지까지 확인하자 고민은 짧았다.


[내일 회사로 찾아뵙겠습니다.]


개인 노트북이랑 일할거 챙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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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올렸던 썰을 창작물로 재구성해서 올려보려고 합니다.

반응에 따라서 연재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회사 일 하다가 쉬면서 틈틈히 쓸거라 비정기 연재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썰 :  https://arca.live/b/lovelove/44918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