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플롯은 머릿속에서 다 짜놨는데.



한 15살 쯤 되는 다미안이 아버지인 도노반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임페리얼 스콜라가 되었지만 막상 아버지와 가족들은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겨서, 건강한 자아를 생성하지 못 하고 언제나 남의 시선과 기대만 의식하고 거기에 부응하려고만 하는, 사회적 초자아의 가면만 남아서 말라가는 걸 써내고 싶다. 


그래도 이것이 자신의 존재이유고 자신이 이룬 업적이 자신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받침대라 다그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지만 생각을 읽는 아냐의 걱정과 배려로 간신히 자아를 붙잡으며 버티고 있고.


그러나 사실 아버지도 가족도 자신을 '다미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격체가 아니라 처음부터 '데스몬드'라는 집단의 일원으로서만 인식하고 있었을 뿐이고, 자신을 도와주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냐의 배려도 로이드가 아버지인 도노반과 가까워지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란 점을 눈치채고 완전히 정신이 붕괴해버리는 다미안을 쓰고 싶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자신을 수단으로서만 대했을 뿐,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는지를 의심하며 인간불신에 빠진 다미안에게 아냐가 사과하려 하지만 외려 증오를 느끼고 도망쳐버리는 다미안을 쓰고 싶다.


그러나 헨리 헨더슨 선생과의 면담 끝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외려 이제 서야 제대로 결정할 수 있고, 앞으로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 선택할 수 있으며 그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말에 각성해, 자신이 지금껏 내린 결정 중 데스몬드로서 내린 결정이 아니라 다미안이란 인간으로서 선택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확신에 찬 발걸음을 옮김.


그리고 미움 받아서 울고 있는 아냐를 찾아내 껴안으며 6살 때부터 좋아했고 자신이 내린 선택에 회의는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다고 고백하는 다미안을 쓰고 싶다.


그간 말라가던 다미안의 자아에 거대한 확신이 차 있음과, 그 결단이 아냐와 다미안이라는 오로지 단 두 사람을 위한 진심임을 읽어낸 아냐가 울음을 멈추지 못 하면서 꼭 껴안으며 서로 키스하는 걸로 소설을 끝내고 싶다.



그러나 난 석사졸업 논문 때문에 못 쓰겠지.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