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lovelove/58793577?target=nickname&keyword=JJ&p=1


위 링크에서 말한 제 팬픽의 일부를 가져온 것입니다. 설정을 몰라도 제목에 나온 정보만으로도 큰 무리없이 이해가 가능합니다   아마도요. (정말 모르는게 있으면 댓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남자화자

여자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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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고 있는걸까. 코앞까지 다가온 윌리엄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남자라면, 보통 내가 이러는 걸 막았을텐데. 지금 이 사람은 그러지 않았다. 무언가가 그렇게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는 걸, 자신은 진작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 앞에서 느껴지는 그의 숨결이,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뜨거워지는 그의 온기가, 맞닿아있는 몸으로 부터 전해져는 그의 고동이. 이 상황은 절대 꿈 같은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설령, 이게 꿈이라고 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깨지 않았으면 했다.


자신은 두 눈을 감았다. 다가올 입술의 감촉에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첫키스는 어떤 느낌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래 애들을 따라서 읽었었던 연애 소설에서, 퍼스트 키스는 마치 입안 가득히 달콤한 케이크와 같은 맛이 난다고 했다. 아무래도 서양 쪽에서 들어온 소설이라, 케이크를 먹어보지 못한 자신에게 있어서는 조금 이해가 안되었지만, 그래도 달콤하다는 것은 알아들었다. 실제로도 그럴까? 아마, 곳 알게될 것이었다.


저 하늘너머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듯,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날이면, 불꽃놀이를 놓치지 않으려 눈을 때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불꽃놀이 보다도 이 순간의 체험이 더 중요했다. 조금이라도 더, 더 강하게.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기에, 나는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것 대신. 그와의 입맞춤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술에는 가을밤의 차가운 공기만이 느껴질 뿐, 바라고 있던 따듯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의아해진 나는, 조심스레 눈을 떴고. 그런 자신의 눈 앞에는, 절망과 공포에 찬 눈으로, 소리 없이 절규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아마다 씨가 있었다. 그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자신의 등골에도 오한이 타고 올라왔다. 그의 표정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다. 이 직후에 벌어질 일들이 마치 생생하게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손을 뻗었다. 그가 내 곁에서 떠나지 않게, 그의 온기를 계속 느낄 수 있게. 하지만, 그는 그런 자신의 손보다도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빛 한 줄기 없는 어둠 속으로,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짙은 그림자가 진 나무들 사이의 숲 속으로. 그는 그렇게 도망쳤다. 무엇으로 부터 도망친 것인지는, 내 눈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신은 그런 그를 뒤늦게 쫓아가는데 전념했을 뿐이었다.


자신은 달렸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자신은 달렸다. 그를 놓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은 달렸다. 계속해서 달렸다.


숲 속으로 들어간 자신의 몸을, 날카로운 나뭇가지들이 긁었다. 숲 속에 우거져 있던 나무와, 그 수만큼 자신이 가는 길 앞에 넘치는 나뭇가지들은, 마치 그에게 가지 못하는 것처럼 막아세우는 것만 같았다. 자신은 그런 나뭇가지들을 손으로 헤치고, 달리기 힘들어 발에 신고 있던 게타(나막신)까지 벗어가면서, 돌과 가시를 밟은 발에 상처가 나도, 그가 선물해주었던 소중히 여기고 싶었던 기모노가 찢어져 자신의 맨 살갗이 들어나도.


자신은, 계속해서 달렸다.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상태로 그를 보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상태로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계속. 계속. 그의 흔적을 따라서 숲 속을 내달렸다. 그의 고동을 생각하며, 그의 온기를 생각하며, 그의 숨결을 생각하며. 그것으로 자신은 맨살갗에 스쳐지나가는 통증과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면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자신은, 발견할 수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유일하게 달빛이 내려쬐는 나무 아래에서, 고개를 올려 달을 바라보며 자리잡은 그의 모습을.


그것을 보자, 일단은 자신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가 아직 떠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일단은. 자신은 그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평소 때라면 다르게 다가오는 자신을 눈치채 시선을 보냈을텐데, 지금의 그는 멍하니 달만을 올려다보면서,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은 계속해서 다가갔고, 그의 앞에 섰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다. 마음에 맴돌던 불안감이 다시금 수면 위로 서서히 올라오며, 주변의 공기는 한층 서늘해지는 것만 같았다.


"윌리엄."


그 공기가 싫었기에, 그 공기를 깨고 싶어. 자신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불안감은 더욱 가속하면서 올라온다.


"…윌리엄…"


다시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도 그는 묵묵히 달만을 올려다보며 반응하지 않았다. 불안감이 자신의 온 몸을 감싸려던 그 순간-


"아마다 씨!"


그 말에, 마침내 그가 자신에게 반응했다.


"…미야후지…"


마치 죽어가는 사람처럼, 힘 없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그.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요시카라고 불러주지 않았다.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그의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에. 자신은 손에 한번 힘을 줘 꽉 쥔 다음, 마음을 다잡고 그에게 말했다.


"…걱정했잖아요. 왜 뛰쳐나가고 그래요."


그의 손을 잡으며 그렇게 말한다. 그와 동시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그를 안심하게 해주려고 했다. 잡은 그의 손에서는 식은땀이 흠뻑 묻어있었다. 자신은 그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손은 자신의 손보다 크고, 따듯하고, 거칠었다. 손바닥 사이에 난 생채기들은 그가 다시금 군인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주고 있었다. 자신은 그 손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부서지기 쉬운 조각품을 다루듯이, 조심히.


그것을 반복하고 있으면, 그가 고개를 숙이더니. 평소의 날카롭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았다.


"…미야후지…"


"네, 아마다 씨."


그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그 순간-


"죽여버리겠어."


그의 두 눈동자에 명백한 살기가 맴돌며, 직후. 자신은 그의 손에 밀쳐져 뒤로 넘어져 하늘을 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던 자신의 위로, 그가 배위에 올라탄다. 그리고서, 그의 커다란 두 손이 자신의 목에 감기고. 이내, 감겨진 손에 성인 어른의 무시무시한 악력이 느껴지며 자신의 목이 조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리에 피가 몰리는 느낌과 함께 열이 오르며, 켁켁거리는 자신의 신음소리와 함께 내 시야는 점점 흐릿해져갔다. 하지만, 흐릿해져가는 시야에서. 풍경은 알아볼 수 없게 흐려져도, 자신의 목을 조르는 남자의 얼굴과 표정만큼은 흐려지지 않고. 자신의 눈에 선명하게 새겨져만 간다.


그의 눈은 초점을 잃어버린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확실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고. 그의 두 눈은 자신을 향한 살기가 진하게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살기 사이로는 자신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소름끼치고 끔찍한 무언가가 더 숨어들어 있었다. 누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설령 직접 당하는 자신에게 물어본다고 하면. 아마도, 다른 말 없이 두렵다는 표현 외에는 무엇이 적당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목이 조여오는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뱉는 이 상황에도.


자신은 어째서인지 이 상황이, 두렵거나 무섭거나. 하지 않았다.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은. 그저 덤덤히, 그를 올려다본채로. 간간히 신음소리만을 뱉어낸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그가 입은 연다.


"…너는, 일본인…"


그 말 사이로, 가릴 수 없는 떨림이 섞여들어왔다.


"…나는, 미국인…!"


그 말 사이로, 공포에 젖은 아마다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너는   나는   정의 …! "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답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스스로를 억지로 정당화하는 것 같아서. 그것이 틀렸음을 암에도, 어떻게든 이성을 놓지 않으려. 스스로가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나는   너를 !"


그 필사적이고 처량한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죽인다아아아아아아아-!!!"


자신은, 아무 말 없이.


희미해져가는 시야 속에서, 그의 왼뺨에 자신의 오른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이 사람이라면, 나는 죽어도 상관없을지 몰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의 눈에는 살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초점을 잃어버린 눈동자는, 다시금 확실한 초점을 찾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힘을 주었던 그의 손은, 점점 그 힘이 약해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가여운 사람의 뺨을 계속 쓰다듬어준다. 그러자, 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자신의 얼굴에 떨어진다. 이내, 그의 얼굴에선 자신을 향해 죄책감과, 스스로를 향한 강한 혐오감이 돌기 시작해, 이내 그는 자신의 위에서 벗어나 근처 나무 한 그루의 옆으로 가더니, 나무를 짚고 주저앉아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향해지는 터무니없을 혐오감의 작용 때문일까, 그는 이때까지 먹은 것들을 모조리 게워낸다. 위장에 남아있던 위액마저도 토해낼 기세로 그는 한동안 토악질을 계속하더니, 더 이상 위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인지. 그의 토악질이 멈추었다.


자신은 그런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그걸 알고 있던 자신은, 그의 토악질이 끝날 때까지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이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


"우 아아 우윽 !!!"


위에는 더 이상 내용물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데도, 그는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자,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발작하듯, 비명과 함께 주변의 나뭇가지라든지, 나무에 주먹을 날리기 시작한다. 나뭇가지는 그의 주먹에 턱없이 꺽여나갔지만, 나무는 꺽여나가는 일 따위 없이. 그저 그의 손을 되려 망가트릴 뿐이었다. 주변의 나무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그의 손에서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찢겨나간 살갗 사이로 피또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선 주먹으로도 안됐던 것인지, 그는 이젠 자신의 머리를 나무에 대고 찍기 시작한다.


그 순간이었다, 자신이 나서서 그를 막기 시작한 건.


"그러지 마요!"


"으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그를 뒤에서 팔으로 안아 막지만, 그는 계속해서 나무에 머리를 찍는다. 이마에서는 이미 피가 흐르고 있었고, 나무에도 피가 흥건하게 묻어내리기 시작했다. 자신은 마력을 전개해, 동물의 귀와 꼬리를 드러낸 뒤 그를 나무에서 떨어트려놨다. 마력으로 강화된 위치의 근력은 제 아무리 성인 남성 군인이라도 당해내지 못했고, 그렇게 자신은 그를 나무에서 떨어트려 땅바닥에 눕혔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이 그의 배 위에 올라타 그의 양팔을 잡으며 외쳤다.


"그만해요! 그만하라구요!"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마에서 흥건한 피를 흘리는 그를, 자신은 필사적으로 막았다. 다시 일어나려는 그를, 필사적으로 땅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했다. 계속, 계속, 계속. 그러다, 이내 그의 비명소리가 흐느낌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았을 때. 자신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


길을 잃어버린 소년처럼, 어찌할 줄 모르는 아이처럼. 그는 한가득 눈물을 흘렸다. 그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저지른 일에 대한 회한과 죄책감이 자신에게까지 느껴졌다. 자신은 그 모습에, 그의 상체를 일으켜세워 그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 사이에 품으며 말했다.


"괜찮아."


마치, 아이에게 엄마가 다독여주듯. 자신보다 몇 배는 커다란 그의 등을 토닥여주며, 자신은 그 말을 반복했다. 자신의 가슴이 눈물로 젖는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기모노를 고정하던 끈이 풀려, 기모노 사이로 자신의 몸이 훤히 드러나 있다는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자신은 그저, 그를 품에 품고. 등과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 여긴, 전장이야 "


그가 말하면, 내가 정정한다.


"아니야. 여긴, 전장이 아니야."


"하지만   아까   펑, 하면서   터졌는걸   그 때처럼   주변이 온통, 폭발하면서   불바다에   사람들이 "


"아니야. 아무도 죽지 않았어. 당신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


"무서워 너무, 무서워 "


그의 양팔이 자신의 허리를 감싼다. 그것과 동시에, 자신은 더욱 강하게 그를 안는다.


" 미안해   나는   미안해 !"


"쉬이   괜찮아   괜찮아   착하지 "


나는, 계속 그를 쓰다듬었다.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치. 그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때까지.


몇 초일까, 아니면 몇 분? 몇 시간인가? 모르겠다. 그저 나는, 품에 있는 그의 온기와 그의 울음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달은 아직, 하늘에 떠있다는 걸 알았다. 새벽은 되지 않았었다.


울음을 그친 그는, 서서히 자신에게서 떨어졌다. 자신도, 그에게서 떨어졌고. 이내 그는 다시 일어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굉장히 여러 감정이 오가는 표정으로 자신을 지켜보던 그는, 입만을 뻥긋거리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던 자신의 뇌리에, 무엇인가가 순간 반짝여. 그에게 말한다.


" 아마다 씨?"


" "


"...신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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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등 뒤로 커다란 몸에서 오는 온기가 느껴졌다. 등을 돌려 온기가 오는 쪽을 바라보면, 커다란 그 사람의 등이 있었다. 딱히, 그와 몸을 섞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 둘 다 제대로 옷 입고 자고 있었고. 자신은 그를 깨우지 않게 조심스레 일어나, 그를 바라보았다. 어젯밤 그의 몸에 난 상처들은 자신의 마법으로 치료해 사라진지 오래였지만, 몸 곳곳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흉터 자국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다. 


자신은 그의 얼굴에 손을 얹어, 그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머리카락 뒤에 있던 그의 눈썹이 드러나며 그가 표정을 약간 찡그리며 움찔한다. 몸을 가볍게 흔드는 그 모습과 숨을 내쉬는 그 모습마저 자신은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럽다고 여겨버렸다.


" 정말로 중증일지도 "


일전에 꿈에서 사카모토 씨에게 들었던 그 말, 사실은 나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싶었다, 밤에 잠에 들 때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을까 눈을 감기가 싫었다, 그가 자신의 요리를 맛있다고 해줄 때에는 기뻐서 하늘로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어느순간 나의 일상에 윌리엄 아마다라는 존재는 빠져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원하면 원할 수록, 더욱 간절하게 원하는. 가슴을 간지럽히는 무언가를 느끼며 말이다.


" 귀여워."


곤히 잠든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 남자한테 귀엽다는 말이 무슨 소리냐 싶었지만. 아마다 씨에겐 귀여운 점이 있었다. 든든한 어른의 표상인 아마다 씨였지만, 그런 아마다 씨는 한편으로는 섬세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라든지, 조용하게 거실에서 책을 읽으며 독서를 하는 모습이라든지, 동물에게도 상냥하게 대하고, 청소와 요리, 빨래를 포함해 집안일에 전체적으로 가정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어서.


그걸 옆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뭐랄까... 저 사람을 내가 생각하던 거랑은 달리, 더 섬세한 모습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무서운 외관과 커다란 몸과의 차이를 느껴. 그 사람이 귀엽게 느껴져버린 것이다. 요컨데, 커다란 대형견같은 느낌? 아니, 늑대가 더 가까울려나...


그리고, 만약  


이제는 그저 환상 속의 이야기에 불과하겠지만...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내가 아마다 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면. 아빠는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 아마다 씨라는 사람을 아빠가 안다고 한다면, 내가 아마다 씨를 사랑하는 걸 허락해 줬을까? 아마다 씨와 내가 이어지는 걸 축복해 줬을까? 아니면, 우리 두 사람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셨을까.


모르겠다. 지금의 나로썬. 두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는 한, 나로써는 어설프게 결과를 낼 수 없다.


아무튼, 이 사람은 매력넘치는 남자이고.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게 돼버렸다. 그게 내가 말하려던 것이다. 계속, 계속 곁에서 지켜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는거다.


하지만, 그건 무리였다. 꿈은 끝이 다가왔으니까.


오늘 이 사람은, 아프리카로 떠난다. 태양이 내려쬐는 열사(熱砂)의 나라로 향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이어질 것만 같던 꿈은, 어느덧 끝이 다가와 자신의 의식을 현실로 각성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 꿈을 계속 바라고, 계속 꾸고 싶어도. 다가오는 순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보내줘야지. 아무리 자신이 그의 곁에 있고 싶어도, 아무리 그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도. 나의 욕심에, 고집에. 이 사람이 고통받는 걸 원하지는 않으니까. 이 사람의 얼굴에 죄책감이 드러나는 걸 보기 싫으니까... 


그러니까, 보내줘야 한다. 이 사람을.


그러니까, 이별해야 한다. 잠시.


그러니까.


이 꿈이 다 깨기 전에...


" 사랑해요 "


지금 그에게 들리지 않을 고백을 뱉으며, 그의 뺨에 입술을 포갠다.


그러면서, 어젯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아무도 없는 신사에서 둘이서 신사에 빈 소원을 떠올린다.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 그였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신사의 세전에 있는 돈을 모조리 털어놓고서 자신과 함께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며 소원을 빌었다. 두 눈을 감고, 신사의 신에게 빌 소원을 간절하게 떠올리는 것에 집중하며.


소원을 비는 것을 끝내고, 자신은 그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너희들이 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오길."


정말이지, 그 다운 소원이여서. 무심코 미소를 지었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해졌다. 그가 스스로를 위하는 소원 같은 걸 빌지 않았기에, 스스로를 생각하지 않는 것만 같아서. 그렇기에 나는, 스스로가 빈 소원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스스로를 위하지 않는다면, 지금 그의 옆에 있는 나만이라도 그를 위해줄 수 있으니까.


"네 소원은?"


" 제 소원은-"


하지만, 그의 앞에서 말할 수는 없는 것이었기에.


" 비밀이에요."


장난스레 미소지으며, 그렇게 얼버무린다.


자신이 어제, 신사에 빈 소원은. 자신이,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가장 간절하게 빈 내 소원은-


"이 사람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길."


-


짐을 챙긴 자신은, 지프에 짐을 실고 운전석에 탑승했다. 자신의 옆자리에는 이미 미야후지가 약속이라도 한듯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녀오렴, 요시카."


"네, 다녀올게요!"


항구에서 아프리카까지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해 단숨에 아프리카까지 향한다. 배로 가면 몇 주는 걸릴 거리지만, 하늘의 길을 통해서 가면 그보다는 몇 배는 빨리 갈 수 있었으니까. 자신은 마지막으로 미야후지 진료소에서, 그녀가 차려준 밥을 먹고서, 미야후지의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내고. 그렇게 항구로 갈려고 했다. 혼자서.


하지만, 그런 자신의 옆에는, 자연스레 미야후지가 있었고. 자신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항구로 향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결국 헤어지는 것은 똑같은데, 굳이 나오지 말고 집에 있으란 말을 할 법도 한데. 자신은 그저 미야후지를 옆에 실은 채로, 항구로 달려갔다. 딱히 차 안에서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그녀는 그저, 운전하는 자신을 뻔히 쳐다볼 뿐.


항구에 도착해서, 신분증을 보여주며 진입해. 항공기 발착장 근처에 차를 댔다. 원래 빌린 물건이니 여기에 냅두면 알아서들 해결하겠지. 항공기 발착장 중앙에는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다른 비행기들과는 확연히 이질적인 모습의수송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야후지와 함께 수송기로 다가가면, 사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한다.


"윌리엄 아마다 대위님?"


"그렇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대위님은 아프리카까지 에스코트하게될 파일럿입니다."


"나도 만나서 반갑네."


악수를 하면서 말하는 우리. 이제 곧 출발할 것이니 수송기에 타라는 그의 말에, 잠시만 시간을 달라 부탁했다. 자신의 말에 의아해하던 그는, 이내 자신의 옆에 있던 미야후지를 바라보더니 이내 눈치있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제, 작별할 시간이었다.


" 미야후지."


"네 "


" 하아   그게 "


말이 영 나오지 않았다. 분명 어젯밤 잠자리에 들때는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작별의 말들을 한가득 떠올렸는데, 지금 이 자리에 서니 머릿 속이 백지가 되어버린듯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설령 떠올랐다 하더라도, 자신은 제대로 말하지 못했겠지.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은 뇌와 이성을 쥐어짜내 떠올리는 말들을 최대한 그녀에게 전했다.


" 그게   넌 좋은 애다   있을 동안에, 공부 열심히 해서 네가 원하던 의사   꼭 되고   무슨 일 생기면, 혹시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모르니까, 한 번씩 전화하면서   그러니까, 나 없는 동안에 건강하게-"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아이가 자신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직후, 자신의 몸에는 그 아이의 온기가 전해져오고 있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이 아이의 작디 작은 손의 감촉, 그것을 느끼자 자신은 이전 날 떠올렸던. 그 따듯하고도 포근한 냄새를 다시금 기억해냈다. 빛처럼 죄악과 어둠으로 가득찬 자신을 향해 빛춰주는 이것은, 나에게 다가온 이것은. 오래전에 느꼈던 바로 그 느낌.


태양이다, 태양의 냄새다.


"다녀오세요."


미야후지를 그렇게 말하며, 자신에게서 떨어져, 달려나갔다. 나의 시야에서 그녀의 모습이 점점 줄어들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자신은 간신히 이 땅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수송기 안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자신을 따라 수송기 안으로 들어온 파일럿은 나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누구였습니까, 대위님?"


그 물음에, 나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 채로 말했다.


"태양."


그렇게 나는, 태양에게서 멀어져간다. 


그렇게 나는, 그 소녀에게서 멀어져간다. 


마음 속에서 느껴지는 이 오만가지 감정을, 애써 무시하면서.


그렇게 나는, 나를 부르는 새로운 감옥으로 향했다.


죄인에게 어울릴, 그런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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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말하지만 궁금한게 있으면 댓글 달아주시면 답변드립니다.


올리면서 온점 세 개 못찍어서 다 수정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