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펌프질하며 비를 뿜어내고, 하늘이 목청껏 번개를 내지른다. 오늘의 날씨는 제법 역동적이다. 어린 아이들이 돌을 던지듯 세차게 창을 때리는 빗소리에는 제법 심술이 묻어있다. 조금씩 비가 잠잠해지고, 햇빛이 거리마다 빼꼼 고개를 내밀 쯤, 문득 볼 수 없는 네가 생각이 났다.
날이 제법 많이 지났다. 어느덧 혼자 지내는 것도 익숙해져 그럭저럭 잘 살아가게 되었다. 속이야 여전히 진탕이지만, 겉보기에만 괜찮으면 뭐 나쁘지 않은 거 아닐까? 여전히 세상은 너의 색으로 물들어있지만, 비가 색을 칠하고, 다시 비가 내려 색을 덧칠하고, 여러 번의 채색이 끝난 뒤에는 흔적만이 남게 되겠지. 그 때는 너를 좀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차가운 늦가을 비가, 붉게 물든 거리를 실컷 적시고 나면 거리의 색이 조금은 흐려지겠지. 이윽고 겨울이 완연하겠지. 색을 잃은 거리는 이내 하얗게, 하얗게 다른 색을 묻힐 준비를 마치고 세상 모든 때들을 제 것인양 받아들이며, 거뭇해진 모습으로 때없이 녹아내리고 그렇게 네 흔적을 한 번 더 지워주겠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의 추억들이 녹이 슬 때 쯤, 네 색이 다 바래질 때 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쯤에야 다시 한 걸음 앞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내게 색을 입혀준 좋은 사람이었고, 네 덕에 얻은 색은 날 좀 더 빛나게 해주었다.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제 빛을 내는 그런 색. 네가 준 빛은 이젠 빚이 되어, 여전히 네 추억 값을 갚아 나가고 있다.
돌아가는 길 뚜벅뚜벅 네 보폭에 발을 맞추어 걷다가 문득 내가 원래는 어떻게 걸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보폭을 넓혀보기도, 빨리 걸어보기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보기도, 자세를 바꿔보기도 하며 이런저런 방법으로 걸어보았지만 마땅히 맞는 걸음이 생각나지 않아, 다시 너로 돌아왔다. 마음이 조금 편하지만 불편했다. 걸음이 조금 편하지만 불편했다. 앞이 조금 흐릿해져 불편했다. 조금은 아픈 눈을 비비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쩌면 채색을 끝마치기까지 한참이 걸릴 것 같다.
사실, 아직까지는 너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겠다 생각해본 적은 없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아직은 더 크다. 아직 나는 나의 색을 다 찾지 못했고, 너와 함께 새로운 색을 찾아가고 싶으니까
집에 돌아와, 괜히 흐린 하늘이 얄미워 커튼을 친다. 애꿎게도 밝은 색의 커튼이 흐린 하늘을 다 가려주진 못했지만, 조금은 마음을 진정시켜준다. 한숨 한 번에 감정 하나, 찌꺼기들까지 모두 뱉어낸 뒤 몸을 눕힌다. 오늘은 어쩐지 네가 꿈에 나올 듯하다. 여전히 사랑하는 네가 꿈에 나와 아직도 잊지 못한 웃음을 그려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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