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이 없어서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7년 전에 카즈미 마기카 1~3권 식자분하고 번역했다가 제풀에 지쳐서 빤스런했던 역자 당사자 본인이야.

갑작스럽지. 나타나는 게 자랑도 아니고, 내내 안 나타난 주제에 이제서야 나타날 이유도 없고. 솔직히는 내가 나타난 이유도 내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었으니까 뭐라 할 말은 없어.

그치만... 여기에는 그때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몇 명은 남아있는 걸로 알고 있어. 특히 완장. 4~5권을 마저 번역해줘서 온전하게 일을 마무리지어줬던 사람. 내가 트롤 친 걸 수습해줬던 사람...

멋대로인 이기적인 이유로 찾아왔지만, 오랫동안 맺혀진 일, 진작에 했어야 했던 일을 풀고 싶어. 우쭈쭈 나 힘들었어요 하고 지껄이려고 온 건 아니니까 걱정 마...

대략적인 그때 상황이나, 별 심각한 것까진 아니었던 배경이랑, 그 이후에 여기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숨어갖고 지냈는지... 왜 굳이 이제서야 생색내며 찾아온 건지. 그런 것도 이야기하려고 해. 그러니 아마 모르고서 봐도 이해는 될 거야.
...그런 글을 쓰려 노력해볼게. 어그로는 미안해.


마마마 나오고 몇 년 뒤에 여기 입덕해서, 이 닉네임 내걸고 이런저런 활동같은 걸 하다가, 카즈미 마기카 스캔본 번역을 욕심내서 일을 벌렸었고, 고맙게도 선뜻 응해주셨던 분들이 계셔서... 내가 역자, 다른 분들이 식자를 맡으셨었지. (1권을 한 분, 2권부터는 다른 분이 쭉 맡아주셨을 거야. 기억이 맞다면)

근데, 계속 내가 번역을 점점 늦게 전달해드리다가, 열심히 한다면 이정도는 해야지 하고 목표랑 약속을 스스로 정했었는데, 그걸 또 미루고 부담된다고 안 하다가 달성하지 못해가지고... 그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 때문에 번역을 때려쳤던 거였어. 그런 일이었지.
내가 다치거나 뒤져서 그런 것도 아니었고, 저작권 크리로 신고빵을 먹는다는 것 따윈 더더욱 아니었어. 그냥 내가 약하고 한심해서 그랬던 거야. 그리고 그 점은 지금도 완전히 나아지지 않고선 여전히 지치거나 빌빌대거나 하는 문제고...


웃긴 건, 그때 맡은 번역 일을 그런 식으로 그만두는 대신 내가 골랐던 현실의 일을 잘 해내자 했던 다짐을, 비슷하게 똑같은 실수랑 탈주로 말아먹고 숨만 부지했고, 그 이후로는... 나중에 맏갤 열렸을 때 우연히 알아서 유동으로 계속 지냈어.

계속 있었지. 창작 설정 연재 제안도 하고, 히토미 얘기로 뭐 쓰려다가 또 그만두고. 영어 소설 번역 부탁했었는데 다른 누가 받아들여줘가지고 그거 완결까지 계속 연재되는 것도 읽고 그러고.
카즈미 마기카 4~5권 다시 번역되는 것까지 지켜봤었어. 내가 하긴 웃긴 말이지만, 재밌게 읽었지. 번역해줘서 고마웠어 완장. 내 번역보다 내용도 좋고, 더 빠르게. 책임감 있게 완결까지 연재해줬었으니까. 내가 안 도망치고 처음부터 책임감 있게 힘껏 끝까지 잘 해냈더라면, 그런 성취는 내 것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질투나 후회 비슷한 감정도 들고 그랬어. 근데 뭐 어떡함, 내가 던졌는데. 결국엔 그렇게 마무리지어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싸고 도망친 똥 네가 치워준 거, 진심으로 미안해. 5년만에 이런 말을 전하네. 욕해도 돼.


그 이후엔 뭐... 계속 여기 유동으로 있었어. 그러다 다른 인디게임 몇 개 재밌게 해서 거기 구경도 가고, 최근엔 여기랑 다른 인디겜 마갤 하나에 붙어 있으면서, 비슷하게 댓글 달고 얘기하고 감상 쓰고 그러고 있었으니까... 그런 식으로 7년이나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숨어있었어.
그러다 이렇게 닉 까고 내 잘못이오 하고 코스프레 하면서 찾아온 이유? 간단해. 내 닉이 다시 드러나게 될 것 같으니까 그거 더는 못 숨기겠어가지고, 죄인으로 고발당하느니 차라리 자수하는 게 더 뒤탈이 적을 것 같아가지고 찾아온 거야. 그런 계기를 만든 건, 사과랑 내 잘못이랑 멍정한 나 자신 직시 안하는 채로 계속 다른 데서 결백한 척 일 벌리고 만지작거리고 하다가, 일 하나를 거하게 말아먹은 전적이 더럽게 화려하디 화려한 주제에, 또 지금 이렇게나 시간이 지나서도 내가 일을 그렇게 잘 멀쩡하게 수행해내는 것도 아닌 주제에, 그렇게 다시 벌리는 일에서 내 닉네임 쓰다가 그게 들통나는 거리를 만들어서 그런 거고.


내가 병신이야. 너희들이 다른 여러 곳에서 봐 왔던 온갖 인터넷의 병신들처럼, 나도 그중 하나였던 거지. 애초에 그 옛날에 내가 그렇게 쉬웠던 일 하나 제대로 수행해내기만 했었다면, 나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은 없지 않았을까? 굳이 애꿎은 사람들 영문 몰라서 걱정하게 하고, 특히 완장 너한테는 일을 떠넘기는 덤터기를 씌웠었어. 그 사실을 7년동안이나 안 까발리고 나 스스로 인정하지도 않고, 내가 나아지면 이런 걸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겠거니 하기는 개뿔. 전혀 안 달라지더라 나란 사람은. 그런 생각도 결국엔 핑계였던 거야. 내가 그때 번역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 덕질은 중요해 가치있어 하고 망상하고 지껄였던 것처럼.


이 무게를 덜고 싶어. 너무나도 나중에서야 다시 마주하니까, 이런 걸 계속 안에 품고 덮어놓고만 있으면 내가 더 한심한 사람이 될 것 같아.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라면 이긴 병신이 되란 말 있잖아? 그리고 이런 썰 같지도 않은 주저리가 잘 읽혀질만한 글이라면, 만약 그 옛날의 일에 의문이나 불편함 같은 걸 갖고 있었던 사람에겐 그 일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어때, 완장아?

...이렇게 다시 찾아오는 글을 여기하고도, 그 7년 전에 나랑 같이 작업하는 걸 받아들여주셨던 식자님한테도 보냈어. 그분한테도 내 잘못의 판단과 결정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겼지만, 여긴 제3자의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니까... 너희가 보기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이 정도 어그로글이면 ㄹㅇ ㅆㅅㅌㅊ 아니냐?


그 옛날에 내가 번역에서 탈주할 때 다짐했던 게, 현생을 대신 열심히 살자는 거였어. 몇 년 전이니까, 대학교 원하던 과 들어갔으니 열심히 해야지 하는 그런 거. 망치고 잘 못했었지만, 그리고 그런 주제에 뻔뻔하게 거짓으로 익명으로 찾아와 그 덕질이란 걸 비겁하게 계속 오래오래 해왔지만, 애초에 마기아레코드도 정주행 막막해져서 귀찮아 안 하는 판에 덕질도 성실히 하긴 무슨ㅋ. 그런 식으로 계속 지내왔었으니...

닉도 까발렸겠다, 그 잘못은 별 것도 아닌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그렇게 망쳤었던 거겠다... 하니, 그렇게 모든 일을 망치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댓가로 다짐했던, 현생의 일을 온전히 제대로 살아간다는 게 내가 해야 할 책임이라고 생각해. 구체적으론, 휴학 계속 해왔던 몇 년간 졸업도 못한 대학 마무리짓는다던가. 그리고 그 다짐을 속이면서 유동으로 쭉 지내왔으니, 그것도 그만두고, 대학교를 마무리지은 다음이 되면 발을 다시 담근다던가 하는 것 말야. ...솔직히 '중간에 이정도는 여유롭다'는 합리화로 계속 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 또 비겁한 합리화면서 이 모든 계기의 시작이었지만, '다른 데서 벌려놓은 일을 마무리하고 이 덕질을 추가 없이 그만둔 다음 현실에 열중한다' 하는 식으로라면, 내가 치뤄야 할 댓가나 책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음. 폭주 망상이야. 자위하는 걸지도 몰라.

그치만 더는 나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아. 이미 한심하지만, 더 한심해지는 일은 최대한 막고 싶어. 이미 거짓말을 내내 해온 마당에, 다 까발리고 직면해서 하는 이런 다짐마저도 외면하고 안 지켜 도망친다면, 난 앞으로 몇 년간, 아니 평생 한심한 인간 종자로 살지 않을까? 두렵지만,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만은 알아. 뭐 그래서...

스스로 더는 거짓말 안 하게. 유동으로 결백하던 척 지내는 것도 그만둘거고, 내가 내린 다짐이나 그런 '현실에서 열심히 살겠다' 하는 책임 충실하고. 그렇게 지내고 싶어. 필요하다면,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게 옳은 일이라면, 내가 내 다짐 다 만회하기 전까진 중간에 전혀 다른 짓 하지 않을거야. 마마마에서든 다른 갤에서든. 그렇게 끝까지 잘 해낼 수 있다면, 노력하고 싶음.


...이렇게 하면, 내 잘못이랑 죄값을 온전히 치를 수 있을까? 애초에 나는 결국엔 덕질이든 현실이든 어느 한쪽도 떳떳이 내세울만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도 못했고, 그래서 내 미래를 어느 한쪽 키 붙잡고 쭉 나아가겠다 하지도 못하는 판인데, 그런 상황에서, 최소한 이거라도 잘 해낸다면... 그나마 나아질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아무리 머리 굴려봐도 모르겠더라. 몇 년 동안 계속 내내. 그동안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하는 얘기도 되지만ㅋ;


그래서, 일단 이거라도 진행하고 싶어서, 이번에 내 개인적인 일 계기 삼아갖고 7년이나 뒤에 지나서야 찾아온 거야.

...사실 여기까지 되면 마마마에 관련된 글도 아니지? 글이 불쾌하다면 말해줘. 그거 보고 나중에 삭제하든 어떡하든 할테니까.

내 이름 다시 쓰면서 해야 할 말이 있었다면... 그런 말을 담는 글을 쓰고 싶었음. 그런 글이었어.


여기까지 읽어줬다면 고맙고, 정말 미안해. 그동안 옛날부터, 모든 게 다. 나 때문에 상처받고 피해 입었던 사람들에게 모두.
그리고 내내 유동으로 지내면서 속였던 것도 정말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