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넬의 수기

손님의 이름은 큐브

애초에 이것은

이 시대, 이 지역에서의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 만났을 무렵

나는 큐브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으며

큐브 또한 나를 부를 땐

"헤르메스의 아이"라 부르길 좋아했다


마법소녀인 이상, 큐브와의 인연은

끊을 수 없지만

이때의 나와 큐브의 관계는 

말하자면 일종의 공범관계였을지도 모른다


큐브는 내가 그때 큰 관심을 보였던

크나 큰 "실험"에 대해서

보고를 하러 왔었다

페르넬

...경과 보고?


큐브

응,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어. 다만, 신경 쓰일 무렵일 것 같아서


동레미 마을의 "그녀" 에 대해선 딱히 진전이 없는 상태야


좀처럼 없는 소질을 가지고 있는데 마법소녀가 될 의지가 없는 것 같아


마을은 리즈가 지키고 있으니까, 이 2년간 계속 평화로운 그대로였고


페르넬

비스콘티 가문의 리즈...


하얀 용병 존 호크우드의 손녀인 그녀 또한


"그녀"를 둘러싼 커다란 인과를 짊어진 자 중 하나...


큐브

요 며칠 너와 여행을 했던 엘리자 또한 그 후보지


그 가능성을 느꼈기에


그 시절의 너는 트란실바니아까지 달려가


엘리자 첼리스카와 접촉했던 것 아니니?


페르넬

..............


소용돌이 치기 시작한 거대한 인과의


그 중심에 서있을 것이라 예측되는 최유력 후보가...


로마 황제비의 딸인 엘리자 아가씨도 아니며


그 하얀 용병의 자손인 리즈도 아니며


잔느, 혹은 자넷이라 불리는 평범한 시골 계집이라는 것은


...옆에서 보기엔 기묘하게 비치겠지

니콜라

...또 그 "실험" 얘길 하는 중이야?


페르넬

그래, 맞아. 애초에...


클로비스를 위해 야금 했던 검을 엘리자 아가씨와 찾으러 갔던 것도


그 실험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지


니콜라

새로운 신비로 그 검을 다시 단련한다고 했던가?


페르넬

그럴 생각이야


완전히 새로운 검이 아닌 클로비스의 검인 것에


굉장히 주요한 의미가 있어


페르넬의 수기

프랑크 왕국의 초대 국왕 클로비스 1세는

랭스의 땅에서 성별의 의식을 행했다 전해진다


1000년후인 현재도, 그 전설을 따라

프랑스의 왕은 랭스에서 대관식을 행하는 것으로

처음으로 진정한 국왕으로 인정 받는다


즉, 클로비스의 이래의 전통이

프랑스 왕의 정통성의 근거지가 되었다

니콜라

현재 프랑스에는 랭스에서 대관을 한 왕이 없어


그렇기에 이웃인 잉글랜드에게 왕권을 위협 받고 있고...


프랑스를 이 상황으로부터 구할 구세주가 될 소녀가


현재의 프랑스의 주춧돌을 세운 클로비스의 검을 지닌다면


"그녀"의 인과는 더욱 강해질지도 모른다


그런 이론이 되는 걸까?


페르넬

그래, 해보지 않는 이상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니콜라

그래서 실험이라고 하는 거구나?


페르넬

맞아


유래가 있는 성검도 나에게 있어선 단순한 실험도구


그 결과, 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뀌게 돼버린다 하더라도


나는 그저, 그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아마도,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말이야

페르넬

아무래도 난 너무 오래 살아버리고 말았던 걸지도 몰라


니콜라

페르넬...


페르넬의 수기

큐브들은 유사이전부터

우리들의 문명에 간섭해왔다

이것은 진실이다


역사에 전환기를...

사회에 변혁을 가져온 소녀들을

나는 이 눈과 귀로, 실제로 보고 들어왔다


그 중엔, 시나 예술의 분야에서

후세에 크게 영향을 미친 소녀도 있거니와


일국의 지배자가 되어

고향에 큰 번영을 가져온 소녀도 있다


훗날 프랑스 왕국의 기반이 되는 판도를

오빠와 함께 펼쳐나갔던 아우도플레다 아가씨도

그런 예시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기도 하나 하나가

곧 저주를 낳아

그녀들이 품은 희망을

깊은 절망으로 바꿔나갔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세기의 중반

흑해 근처의 케페 라는 항구도시에서 일어난

어떤 소녀의 비극을 떠올린다


그녀가 살던 케페는

몽골 제국의 침략을 받고 있었다


그것을 몰아내고 싶다는

소녀의 애절한 기도가 이뤄지며

그녀는 마법소녀가 됐다


그녀는 그 마법의 힘으로

몽골군에게 역병을 불러오는 것으로

침략자들을 격퇴했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 역병은

그녀가 구하고 싶었던 마을 또한 멸망시켜..

절망한 그녀는

유럽 전토에 역병을 흩뿌리는 마녀가 됐다


인구의 삼분의 일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무수한 거리나 마을을 파멸시킨 그 역병은

유럽 역사의 근간을 뒤바꿔

그야말로 암흑시대의 도래를 고하는 것이었다


그 역병은 페스트...

" 흑사병"이라 불리고 있다

페르넬

(...그래 내가 니콜라와 만난 것도)


(그 병이 맹위를 떨치기 얼마 전의 무렵이었지)


<14세기 중반>


<프랑스, 퐁트아즈>

니콜라

굉장히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구나


잠깐만 나에게도 읽게 해주지 않을래?


페르넬

...상관은, 없지만


이건 아랍어로 쓴 물건이라...


니콜라

으─응, 이건...


황산과 질산의 양을 일정의 비율로...?


앗, 금도 녹일 수 있는 물을 만드는 법이구나?


페르넬

──읏!?


니콜라

다른 책도 읽게 해주지 않을래?


...이 수은은


동방에서 쓰여지는 법을 고려하자면 다르게 볼 수 있어


이것을 다른 금속과 합쳐 부드러운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면


빠진 치아를 메우는 데에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 그래도 녹아 내리기 시작하면 위험할지도

페르넬

.........


넌 대체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니?


니콜라

에?


책을 정말 좋아하고, 다양한 책을 매일 읽었을 뿐이야


그저, 난 알고 싶을 뿐이야. 이 세계의 다양한 것들을


페르넬

..........


(...아아)


(...나와 같구나, 이 아이는)


페르넬의 수기

이것이 나와 니콜라의 운명의 만남이었다


겉잡을 수 없이 이야기가 탈선되는 것을

잠시 허락해줬으면 한다


여태까지 내가

마음 내키는대로 기록해온 "실험"의 이야기도

흑사병에 대한 것도, 니콜라와의 만남도...


전부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어 갈 테니까


그래, 사람의 행위가 자아내는

거대한 인과의 흐름과 같이


여태까지 나는

그저 「아는」 것을 계속하고 싶었다

합리를 기준으로, 효율적으로

가능하면 탐구를 계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알아가고 싶다

이 나와 같은 영혼을 지닌 사랑스러운 소년과


그렇게 느낀 것은

흑사병의 맹위에 습격 받은 퐁트아즈의 마을에서

니콜라를 구해낸 날의 일이었다


<프랑스, 퐁트아즈>


-결계 소멸

페르넬

...니콜라, 무사해!?


니콜라

응...저기...그 모습은...?


-페르넬 변신 해제

페르넬

마녀를 퇴치한 거야


이 마을에 흑사병을 흩뿌리던 저주받은 존재를...


니콜라

마녀...?


페르넬

그래, 이야기 하자면 길어질 거야. 그보다 이 땅을 떠나자


흑사병의 맹위는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


니콜라

하지만, 어디로...?


유럽에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어


페르넬

으─응, 글쎄...


..........

페르넬

...얘, 니콜라. 전부터 생각했는데


이렇게 된 거, 파리에 있는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우리 집이


프랑스...아니 유럽에서 제일 안전한 장소일 거야


니콜라

엣, 그건...무...무슨 의미로...

페르넬

(아...!)


(이래선 내가 니콜라에게 구혼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저, 저기, 딱히 그, 이상한 의미는 아니고


...그게, 이럴 때는 뭐라고 말해야 하더라


니콜라

..........그렇구나


너와 처음 공원에서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어


나는, 너와 일생을 함께하게 될지도 모른다 말이야

페르넬

후에엣?


니콜라

너와 만나고 알았어


이렇게나 닮은 영혼을 가진 존재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페르넬

엣...저기...그...

니콜라

결혼해주세요


페르넬

...........


페르넬의 수기

이렇게 우리는 파리로 이사했고

평온하면서도 충실한 나날이 시작됐다


우리들은 표면적으로는 사본업을 하는 부부를 위장하며

파리의 구석에서 조용히 연구생활에 들어갔다


만약에 이 기록이, 연금술사로서의

우리들 두 사람의 업적을 적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그 후의 수 십 년 간의 기록이야 말로

가장 많은 장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마법서의 힘을 빌려

연령을 위장하고 지내고 있다 하더라도

니콜라가 내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외견도 그 내면도 순수한 소년 그대로였다


...그리고 크나 큰 전환기가 찾아왔다


그것은 우리들 부부만이 아닌

유럽 그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재액의 방문을 고하는 것이었다


<1389년 8월 20일>


<프랑스, 파리>


<이자보 왕비, 즉위식>

와아아

페르넬

...굉장한 함성이네


니콜라

4년 전 국왕 폐하가


바이에른 공국에서 맞이한 이자보 님이


드디어 정식으로 왕비로서 파리에 입성하는 날이니까


...앗, 저쪽이야 생=드니 문에서!

이자보

..........


-마력 반응

페르넬

──읏!?


페르넬

(이건...이 감각은...?)


(...어둠...)


(끝을 알 수 없는...완전한...어둠...)


니콜라의 목소리

...넬?


...페르넬, 왜 그래...?


니콜라

저기, 왜 그래? 페르넬!

페르넬

...........!    


...아아, 잠깐 현기증이...

이자보

..........

페르넬

그녀 또한...마법소녀...?


니콜라

...그렇구나?


페르넬

그래...다만...그것만이 아냐


(그래...이 기척은, 마치...)

페르넬

악마(인큐브)...


니콜라

엣...?


페르넬

니콜라, 이대로는...


프랑스가...세계가 어둠에 삼켜질 거야

큐브

...꽤나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겨 있구나


페르넬

그래...떠올리고 있었어, 큐브


이 나라에 암운을 초래한


너와 같은 힘을 지닌 최악의 마법소녀


이자보 드 바비에르와 만난 날을


페르넬의 수기

이자보 드 바비에르...


겨우 14날에, 국왕과의 혼례를 위해

프랑스에 찾아온 그녀는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재능이 넘치는 소녀였다


그녀는 계약을 제안한 큐브에게

온갖 것을 캐물으며

그 구조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서

마법소녀가 되는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프랑스를, 그리고 온갖 나라를

자신의 것으로 하겠다는 야망을 품었다


「너의 모든 것을 원해」...


큐브에게 그렇게 빌었던 이자보는

마법소녀이면서도

큐브와 같은 힘을 지닌 존재가 됐다


곧이어 그녀는 "마녀"가 되어

더욱 손 쓸 수 없는 괴물로 변해가며


그것이야 말로, 훗날 프랑스 전토를 집어삼키는

압도적인 어둠의 근원이었다

페르넬

큐브와 마찬가지로


마법소녀와 계약해서 소원을 이뤄주는 힘을 지닌...


큐브가 「유해」하다고 단정할 정도의


두려운 마법소녀가 탄생한 것이


프랑스에 있어서 악몽의 시작이었지


큐브

우리들에게 있어서 유해한 것은 그 이유가 아냐


그녀가 만들어낸 마법소녀로부터는 에너지 회수가


가능하지 않다고 판명했기 때문이지


그녀가 세계의 모든 것을 손에 넣어 어둠의 세계가 찾아오면


이 별을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치가 없는 별이 되어버려


페르넬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도 연구대상의 상실을 의미하고


그렇기에 너에게 협력하기로 한 거야


큐브, 너의 계획에...아니..."실험"에


페르넬의 수기

큐브와 같은 존재인 이자보는

마법소녀의 잠재력을 결정하는

"인과"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있다


내가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에서

프랑스 왕비 이자보에 모인 인과는

더는 누구도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있었다


끝 없이 권세를 탐하는 괴물로 변한 이자보는

마침내 프라스 왕가를 어지럽히고

잉글랜드 프랑스 이중왕국을 탄생 시켰다


양국의 실질적인 지배자로서 군림하는 그녀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매국비" 이자보, 라고

큐브

태어나면서부터 짊어진 인과의 양을 따지자면


한 때 헤르메스 신의 연고가 있는 동굴에서 생을 부여 받은 너도


보기 드문 인과의 보유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말이지


페르넬

공교롭게도 나는


지금의 이자보를 능가할 정도의 인과를 가지고 있지 않아


설령 싸우면, 쓰러지지 않고 서있을 순 있다 하더라도


「쓰러트릴」 수는 없지...안 그래?


큐브

........


페르넬

승산은 미지수...


그래도...아니, 그렇기에 큐브, 너에게 협력한 거야


다가오는 인지를 뛰어넘은 위협을 사람들이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마법소녀를 만들어내서


이끌어낼 수 있을지, 를 보는 "실험"에...

니콜라

.........


페르넬

생각하면 참 우스운 이야기야


이 세계를 지키려고 하고 있는 나와 큐브를 움직이는 것은


숭고한 사명감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이해관계나 탐구심뿐이니까


오랜 세월을 살아가던 중 인간으로서의 나의 마음이 마모되어


큐브와 같아져 버린 걸지도 모르겠네


큐브

.........

니콜라

...페르넬


사실은 이런 소릴 해선 안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신의 가르침에도 위반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어 「알고 싶어」라는 마음이


...그러니까 말하겠는데,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곤 안 하겠지만


다만 지적 흥미가 남들보다 강하다는 이유로


페르넬이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고는


볼 수 없지 않을까?


페르넬

고마워, 니콜라


역시 너는 나에게 있어선 "똑같은 영혼"의 소유자구나


페르넬의 수기

『프랑스는 한 명의 여성에 의해 멸망하고

한 명의 소녀에 의해 구원 받는다』...


프랑스에는

오랜 현자가 퍼트린 예언이 있다


"한 명의 여자" 이자보에 의해서

멸망의 순간을 맞이할 프랑스에

빛을 가져올 "한 명의 소녀"...


그런 구세주를 갈망하는

프랑스의 사람들의 마음이 낳은 거대한 인과...


그 중심이 될 소질을 지닌

마법소녀의 후보를 찾는 것이

나와 큐브의 "실험"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엘리자 아가씨와 만나고

큐브는 하얀 용병의 피를 이은 소녀 리즈와 함께

구세주 후보를 찾아 온 유럽을 여행했다


이 기록에 처음 언급한

클로비스의 금을 다시 야금한 것도

구세주의 인과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도중에 예측하지 못한 사태는 몇 번이고 일어났으며

그때마다 우리들은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었다

매국비 이자보는 이미, 프랑스를 손에 넣어

그 권세는 유럽 전역으로

확대됟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그 과정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일 없이

그저 결과만을 추구했다면

우리들의 이 계획은

싹을 트기도 전에 무너져버리고 말았겠지


훗날 리즈와 만나

거대한 인과를 짊어진 동레미 마을의 소녀...

자넷을 그 최유력 후보로 판단하고

큐브는 마을의 감시를 계속했다


큐브가 "타루토"라고 부르는 소녀야말로

훗날 "오를레앙의 성처녀"라 칭송 받는

프랑스의 구세주가 될 마법소녀

잔느 라 퓌셀이었다


얼마 안 가 그녀는 마법소녀가 되어

리즈와 큐브와 함께 프랑스를 구할 여행을 나선다


내가 처음 "성처녀"와 말을 나눈 것은

그녀가 포위된 오를레앙을 구하는 여행의 도중...

신에게 인정받은 "성처녀"가 나타났단 소문이

프랑스 전토에 퍼져가던 그 도중


1429년 4월의 일이었다

페르넬 (음성첨부)

나는 당신들과 같은 뜻을 지닌 자


그리고...같은 적을 지닌 자



남편 자랑 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