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코

내 일상을

위협하듯이 나타난 검은 그림자...


그 그림자를 부정하면서도

마냥 거절할 수도 없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부정은 단순히 억지를 부리고 있던 내 마음의 표현


그럼에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존재가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소중한 것이 되어있었기 때문이겠지

오리코

...........

오리코

──읏!?


어, 어째서 여기에...!?


(검은...뭔가가...저건...저 내용물은...!)

오리코

...........


(잠이 안 와...)


(그 검은 무언가가 신경 쓰여서 어쩔 수가 없어...)


오리코

올바르게 인식할 수 없는 이유는

봐서는 안 되는 물건이니까...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니까...


오리코

(몰라도 돼...만지지 않는 것이 정답이야)


(그때, 아버님께서 돌아와주셔서 다행이었어)


(덕분에 만지지 않고 끝났으니까...)


아버님께 감사, 드려야지...


(그래...나에겐 아버님이 있어)


(아버님을 지탱하기 위해 난 여기 있는 거야)


(그게 내가 살아갈 의미)


(나의............)


오리코

정말로...?

정말로 그게 내가 살아갈 의미야?


그렇다면...

이 서늘한 감각은...


뭔가가 부족해...

가슴에 구멍이 뚫린 이 감각은 뭐야?


오리코

대체 왜 이러니, 미쿠니 오리코


(피곤할 뿐이야)


(그러니까...)

오리코

(그런 걸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거야...)


한심해, 피로 좀 쌓였다고 이렇게나 흔들리다니...


좀 더 강해져야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흔들림 없이 아버님을 지탱해드릴 수 있도록...


내가 살아갈 의미를 지키기 위해서...


정신 똑바로 차려. 나는 미쿠니 오리코야...

의사

「맹렬한 스피드로 차가 인도에 들이닥쳐서

피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손은 써봤습니다만...유감이군요」


오리코

『........어머ㄴ...』


오리코의 아버지

「우아아아아」


「유라코! 유라코오오!!

네가 없으면

난 대체 어떡하라고」

오리코

(그날 맹세했어...)


(백부님이나 고모님껜 의지하지 않아...)


(세간이 봤을 땐 성공했다 하더라도...)


(오만하고 냉정한 눈을 지닌 그 사람들은)


(다정한 아버님과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


(그러니까...)


(어머님을 대신해 아버님을 지탱해드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울기만 하던 어린애는 진작에 졸업했어)


(지금은 제대로 수면을 취하고 기력을 보충해야 해...)


...........


???

「.........코」


「저기.......코!」


부스럭...!


덜컹!

오리코

뭐야!?


(베개맡에 뭔가가 떨어졌어...?)

오리코

힉...!


-번쩍

오리코

...앗, 아아...


(나는...알고 있어)


(이 수기가, 무엇인지...사실은...알고 있어...)


(계속 모르는 척을 해왔을 뿐...)


(왜냐면...이건 내가 살아갈 의미를 빼앗는 것)


(결코 닿아선 안돼...)


(나는...아버님과 살아갈 거야...)


???의 목소리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죄를 잊어버린 그대로?


오리코

엣...?

???

사실은 알고 있잖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얼마나 죄가 깊은가


알고 있잖아?


오리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는 그저 아버님을 위해서...


???

그래, 아버님을 위해서


좋아, 그걸로 충분해


전부 잊어버리고 여기서 살아가자


사랑하는 아버님과 함께...그거면 돼


오리코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

...오리코

오리코

...!

오리코

팬 케이크가 시럽으로 축축해졌잖아, "   "


???

「이러는 편이 더 맛있어!」

오리코

(팬 케이크를 시럽으로 축축하게 만들고)


(하루에 몇 번이고 문자를 보내면서...)


(뭔가 내버려둘 수 없는 곤란한 아이...)


(그 애의 목소리야)


(나는 그 애랑...)

???

...아버님은 이제 됐어?


오리코

엣...?

???

오리코


오리코

앗...

???

아버님을 버리는 거야...? 있지...버리는 거야?


오리코

그렇지는...


???

하지만, 양 쪽 다 고른다는 편안한 선택은 없어


오리코

.........


???

오리코


오리코

(나는...선택해야만 하는 거구나)


(아버님인가, 너인가...)


(내 소원은.............)


-번쩍


???

「오리코...」


벌떡!

오리코

...하아...하아...


(방금 그건...꿈...?)

오리코의 아버지

오리코...


오리코

...아버님...?


(손에 들고 있는 거는...밧줄?)


오리코의 아버지

오리코...같이 죽자...


오리코

.........엣?


오리코의 아버지

같이, 어머님 곁으로 가자


오리코

.................


(아아...그렇지...아버님은...)

오리코

(...아버님, 괜찮으실까?)


(부정 의혹 때문에 괴로워 하고 계실 거야...)


(일단 상태라도 좀 보고 오자...)


오리코

『아버님...?

안에 계세요...?』


끼익...

오리코

──읏!?


아버님...!?

오리코

앗, 아아...어째서...아아아아아...


오리코

배신당했다


아버님은

혼자서 떠나버렸다..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놔두고 가버렸다

오리코의 아버지

자, 가자...


오리코

(....끄덕일 수 없어)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 내 소원이 이뤄져...)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두고 갔던 아버님께)


(배신당했다고 느꼈던 그날부터...)


(계속...바라고 있었는데...)


(그때, 아버님과 함께 하고 싶었다고...)


............


오리코의 아버지

왜 그러니? 같이 가자...


오리코

저는...


(끄덕일 수 없어...)


(어째서...?)


-번쩍

오리코의 아버지

...그래, 봤구나

오리코

아버, 님...?


오리코의 아버지?

그걸 읽어버린 거구나


오리코

무슨 소리야...?


오리코의 아버지?

자...같이 가자!

오리코

하, 하지 마세요...!


(억지로 내 목에 밧줄을...!)


(이대로 졸라서 죽일 셈...?)


오리코의 아버지?

오리코...내 수기를 읽어버린 거구나


오리코

아끅...아니야..나는...윽...!

유라코가 죽고 나서

오리코는 변해버렸다


울보였던 그 아이가

전혀 울지 않게 됐다


무엇이든 실수 없이 할 수 있게 됐으며


진학을 하고서는

많은 사람들의 인망을 모으고

사람들의 위에 서게 됐다


도저히 내 아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유능하게" 됐다


나는 무섭다

나는 알고 있다


능력이 있으며

인망이 있으며

미소 뒤에 냉정함을 품고 있는 저런 인간을


나는 이제 지쳤다

도망치고자 한다


이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한다


오리코

........아...


(그랬지...저 수기는 아버님께서 남기신 것...)


(내가 남겨져 버린 이유...)


???

「...........! ............!」


-번쩍

오리코

(바, 방이...이게 대체...?)


(아니야...원래부터 이랬던 거야...)


(나는 환각을...꿈을 꾸고 있었을 뿐...)


오리코의 아버지?

오리코. 너는 닮았어


우수하고 냉혹하며


형제들 중에서 유독 부족했던 나를 내다버린 내 아버지랑


오리코

(할아버님...?)


(하지만, 난 몰라...)


(나는, 그런 사람...만난 적 조차 없어...!)


오리코의 아버지?

...그래, 그렇겠지...


아버지에게 버려진 우리들은


미쿠니 가문의 문턱을 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오리코, 너는 그런 아버지랑 굉장히 닮았어


그런 네가 무섭고 무서워서 참을 수 없었어


언젠가 성장해서는 내 무능함이 들켜서 나를 내려다보게 되진 않을까 하고


오리코

(그런 짓 하지 않아...)


(나에게 있어서 아버님은 항상 소중한...)


오리코의 아버지?

그러니까 나는 위험한 다리를 건너려고 했고


...........그리고 실패했지


오리코

(그만해...)


오리코의 아버지?

도망친 거야, 나는


오리코

(이제 그만해...나는 그저 아버님을 위해서...)


오리코의 아버지?

인생으로부터가 아니야


오리코

(나는 아버님을 위해서 살아왔는데...!)

오리코의 아버지?

너로부터 도망친 거야!!

이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한다

오리코로부터 도망치고자 한다


오리코

앗...아아아아아...!


오리코의 아버지?

하지만 더는 널 두고 가지 않을게


오리코

(아버님...)


(이번에야 말로...데려가 주실 건가요...?)


(제 소망대로...함께, 저를...)


오리코의 아버지?

너는 이미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렸잖아

─오리코의 아버지?─

오리코, 너는 어떤 줄에 걸리고 싶니?


내 옆의...

하니, 같은 줄이 좋겠구나


부녀가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이

너의 소망이었으니까


오리코

그래...

확실히 그랬어...


그때, 아버님이

나를 혼자 두고 가버렸기에

나는 빌었어


아버님을 통해서 밖에 평가 받지 못하는 내가...

아버님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내가

어째서 살아있는가...


"살아갈 의미를 알고 싶어"

라고...

오리코

그러니까, 이대로...

끝내면 돼


???

「..........코!

오리코...!」

오리코

..........앗...

오리코 (음성첨부)

아버님과 함께 어머님 곁으로...어째서 끄덕일 수 없었던 걸까?

한때 바라던 것...

아버님께 버려져 혼자 남겨진 나

아버님과 어머님 곁에 가고 싶었던 나

그건, 나라는 존재의 의의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

이 밧줄에 몸을 맡기면 전부 보답 받을...지도 몰라


아버지에게 교수형 당하는 딸의 모습이

전용 컷씬+ 괴로워 하는 표정을 따로 그려서

뿌려주는 스마트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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