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편 부터는 체리블로썸 에버가든 으로 써오겠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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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워..!'

혼수물품을 한아름 든 형님들과 함께 땀을 한가득 흘리며 타이가가 내뱉었다

이 놈의 류도사는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 인건지 언제 올라와도 돌계단이 한가득이다


'괜찮습니까 타이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20kg는 족히 넘어가는 짐이 눈깜짝할 새에 멀어진걸 느끼며 고개를 드니

평소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꾸민 메두사 씨가 눈 앞에 있었다

보아하니 입구에서 방문객 명단과 축의금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뒤이어 따라온 미노리 군도 조직 동생들이 짐 옮기는걸 도와주고 있다


'메두사 씨,제가 할테니 앉아계세요 그러다 다치시면 어쩌시려구요?

아,이거 많이 무거운 것 같으니 도와 드리겠슴다'

'감사합니다 미노리 형님,저보단 신입들이 많이 버거워하니 그쪽을 부탁 드립니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저보다 연상이시니 형님은 안하셔도 돼요'


류도사에서 하는걸로 정해진건 좋은데..참석 손님들 모두 이렇게 높은 곳 에서 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한건지 너도나도 꽉 맨 넥타이를 풀어헤친채 땀을 닦고 있다


메두사 씨는 영령이어서 그런건지 무거운 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옮기고 있는데

겉모습과의 차이 때문인지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뭐,아름다워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아,할아버지! 시로랑 사쿠라는 어디에 있어요?'

'오 왔느냐 타이가,시로는 주지스님과 아이들에게 옷단장을 부탁 했고

사쿠라는 린 이라고 했나? 언니라는 아이가 도와주고 있단다 

아마 친구들도 같이 있을게야'


주지스님? 아 잇세이 군의 아버지를 말하시는 구나

스님이랑 야쿠자인 할아버지가 친구라는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신랑 입장하게씀..아 이거 힘들구만 나 원~주례를 해본적이 있어야 말이지

어..신랑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신부를 사랑 하시겠습니까?

이 이렇게 하면 되는건가..?'

저 멀리서 평소에는 본 적 없는 승려복을 입은 잇세이 군이 대본을 손에 쥔 채

땀을 흘리는게 보인다,인터넷에서 주례 멘트 대본이라도 뽑아온 모양이다

(잇세이 군..힘내!)


먼저 신랑 준비실로 가보는 도중 여러 소리가 들려온다

'일단은 이거랑..저거랑..'

'주지스님,제 생각엔 넥타이는 흰색이 좋을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구두는 검은색이네,이건 양보할 수 없어'

'아 알았으니까! 일단 이 음식 좀 놔두고 오게 해주세요!'


음식..?

뭔가 싶어서 문을 열었더니

'아 왔어? 후지 누나 급하게 왔나 보네 얼굴이 땀 범벅이야'

'아..시로..'

어린 시절,키리츠구 씨가 있던 시절부터 함께 있었던 시로가 신랑으로써

정장을 차려 입은걸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다


'어 어라? 내가 왜 이러지 참..'

당황하며 소매로 눈물을 닦으려 하자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던 조직원 한명이 손수건을 주었다

'이걸 쓰십시오 타이가 아가씨'

'아 고..고마워'

'이 아이도 타이가 쨩이 없었다면 훌륭하게 자랄 수 없었을테지

정말 고생많았네'

이번엔 주지 스님이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새삼 스럽지만..지금까지 돌봐줘서 정말 고마워 후지 누나

나..반드시 사쿠라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부끄럽지 않은 신랑이 되도록 할게'

'시로..'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으면 오열을 할 것 같아 급하게 손수건으로 얼굴을 정리했다


'하하..나중에 봐 시로! 난 사쿠라 쨩을 보고 올게'

'응 나중에 봐 후지 누나!'

'그럼 마저 정리를 해봅시다 시로 도련님'

'아 그런데 이 구두도 안 쓰기엔 아까운데..'

'아 그러니까 음식 좀!!!'


시끌벅적한 모두를 뒤로 하고 신부 대기실로 간다


'움직이면 안돼 사쿠라,머리에 꽃을 꽂는게 훨씬 보기 좋으니까'

'에헤헤..간지러워요 언니'

'사쿠라 조금만 기다려줘,한쪽만 묶음머리는 난이도가 좀..'

'미츠즈리,리본은 이걸로 하지'

'사쿠라쨩 귀걸이는 이걸로 하자~'

'구두는 빨간색으로 하는게 좋겠지? 토오사카가 평소에 입는 옷하고도 매치되고'

'어머나 마키데라 치고는 좋은 아이디어 인걸'

'치고는 빼라구 치고는!'


시끌벅적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구나 라고 생각하며 문을 연다

(머리색깔은 갈색,눈색깔은 파란색으로 필터해서 봐주세요)

'아 후지무라 선생님 어서오세요!'

웨딩 드레스는 아니지만 그야말로 새신부라는 느낌밖에 안드는 차림의 사쿠라쨩


저번 온천여행을 다녀온 후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개명 및 염색을 했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었던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류도사 입구에 신랑-에미야 시로,신부-토오사카 사쿠라 라고 적혀 있었지..


'헤헤 어때요 선생님,누가 봐도 한눈에 반할 정도로 예쁘죠?'

사쿠라 못지않게 아름답게 차려 입은 린 쨩

손에 들고 있는건 오늘 준비된 음료수 인건가?

그러고보니 할아버지가 오늘을 위해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진을 모조리 고용해왔다고 하던데

류도사 주방 쪽에 사람과 식재료 박스가 쌓인건 그 탓 이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좀처럼 부르지 않는 헬기까지 준비하던 이유가 이거였나..


'어머나 린 쨩,잘보니 그 구두 색깔..사쿠라 쨩이 입던 원피스 색이랑 깔맞춤이야?'

'오 진짜네 토오사카~여동생 사랑하는 티 좀 그만 내라고 그렇게 말했잖아~'

'시 시끄러워..! 어 어쩌다보니 라고 어쩌다보니..'

미츠즈리를 비롯한 모두가 따뜻한 눈으로 린을 쳐다본다


'언니..'

자애로운 표정으로 린 쨩을 보던 사쿠라 쨩이 말한다

'그런 부분까지 신경 써주셔서 정말 기뻐요 언니,전..언니의 여동생으로 태어나서 정말 행복해요

구두 색깔에 불과하지만 다시 한번..언니와 재회 했다는 사실이 실감되서 정말 기뻐요'

'사쿠라..'


아 안돼겠다,이 이상 있으면 시로 앞에서 참았던게 물거품이 돼버려

어서 이 자리를 피해야겠어

똑같은 생각 이었던건지 린 쨩을 제외한 아이들 모두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한걸 자각하고

신속히 이 자리를 벗어나려 하기 시작했다


사쿠라 쨩과 마주보고 있는 린 쨩은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지 않고 사쿠라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지금은 안돼 지금은 어서 나가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신부 대기실에서 나갔다


'그..할아버지..'

'응? 왜 그러느냐 타이가'

'처음 계획을 들을떄부터 느낀건데 말이에요 이거..'

(이미지 사진으로써 첨부한 태양&민효린 결혼식장 사진)

'너무 호화로운거 아니에요..?

잇세이 군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례하는건데 이런데서 하면 기절한다구요 분명

게다가 분명 키리츠구 씨와 인연이 있었던 아인츠베른 가문?..의 성도 숲에 있을건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야외 결혼식장을 지은거에요'


'타이가,비록 키리츠구의 양자라고 해도 시로는 그 녀석의 아들이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키리츠구 녀석이 죽기전 까지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서

몇번이고 무리를 했고 시로를 통해서 그 녀석의 딸이 그 성에서 살았다는 것도 들었다


하지만..그러한 사람들이 살았던 곳에서 남겨진 자들의 축복을 바라는건 옳지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욱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그 성은 이미 흔적도 볼 수 없을정도로 박살나 있었다


난 시로와 사쿠라,그 녀석의 신부인 아이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지만

나의 소중한 손녀의 제자들이자 자식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의 결혼식이다

그렇다면 나의 자식들이 올리는 결혼식이나 다름없다는 소리지


그러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나의 전 재산을 털어놓더라도 결코 아깝지 않다

이건 호화로운게 아니야 타이가

오히려 저 아이들이 여태껏 겪어왔던 고통에 비하면 당연히 누려야 마땅할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지'


'할아버지..'

적잖이 감동하던 타이가는 문득 질문을 하고

'그런데요 할아버지..주지스님은 이거 뭐라고 하셨어요? 일단은 류도사 쪽 영토인데..'

'돈으로 해결했다'

적잖은 감동이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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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진행 및 피날레는 다음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