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22장 지하에 묻힌 여한






무너진 동굴



그레니어 : 아파 죽겠네! 리자! 앞으로는 좀 차분해져라! 이런 식으로 갑작스레 일 내지 말고!



그레니어 : 리자... 리자!



그레니어 : 리——자——!



리자 : 뭘 그리 부르는 거야, 멍청아! 아래가 텅 빈 곳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구! 애초에 폭탄도 지면을 노린 거란 말이야.



리자 : 탈출 계획이었단 말이지! 게다가 매튜와 아멜다하곤 이미 눈빛을 주고받았었던 걸, 어떤 둔탱이 하나만 그것도 모르고...



그레니어 : 나는 네가 고개를 끄덕이길래 내 용감한 모습을 인정이라도 한 줄 알았지...




매튜 : 크흠, 어쨌든 간에 추격에서 벗어났으니 된 거잖아. 그런데 그레니어 너, 어째... 리자의 안전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아멜다 : 이런 이런, 설마하니 그레니어 네가...



그레니어 : 거, 거기까지! 이제 리자의 삼촌 일행과 합류할 방법을 생각해야지, 그 인원만으로는 절대 엘리시움의 병력과 맞설 수 없어!



미약한 목소리 : 사, 사...



매튜 : 그런데 우리 뭔가 잊고 있은 것 같지 않냐...



미약한 목소리 : 사... 살... 려줘요!



아멜다 : 애니 씨다! 저기 구덩이 안쪽이야! 괜찮아요!?



애니 : 고, 고마워요... 콜록콜록... 리자, 다음부터 싸울 때는 제발, 제발 저는 끌고 오지 마세요!



애니 : 당신들이 싸우는 방법은 부활 스크롤을 한가득 준비해도 모자랄 지경이에요. 뭐, 다음번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겠지만.



매튜 : 하지만 아직 페랄의 신전이 어디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잖아!



애니 : 아,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애니 : 이곳은 아무리 살펴봐도 자연적으로 구멍이 아니에요.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루시리스와 관련된 벽화를 발견할 수 있었을걸요.



매튜 : 저, 정말이네. 마나 파편도 빛을 내고 있어.



리자 : 그러면 여기가 바로 페랄의 신전! 야호! 아빠도 아마 여기에 계시겠지!



애니 : 음, 발자국을 보니 누가 왔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게다가 흔적도 선명한 게, 최근에 찍힌 거예요.



그레니어 : 좋아! 그러면 발자국을 따라가면 신전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겠네!



리자 : 서두르자! 마나를 소생시키고 삼촌을 구하러 가야 해! 페랄의 반격은 이제부터라구!



애니 : ...그런데 이 작은 발자국은 대체 누구의 것인지?







그레니어 : 발자국은 이쪽으로 향한 것 같은데... 여긴 한눈에 봐도 샘물이지?



애니 : 이렇게 거대한 샘구멍이라면... 이 샘물 덕에 페랄 전 지역의 수원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애니 : 재미있네요. 츠루야의 마나 교차점은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데 반해, 페랄은 땅속 가장 깊은 곳이라니. 하지만 모두 자연과 관련이 있어요, 제 기억에 따르면 란차의 교차점은...




아멜다 : 여기 싸운 흔적이 있어! 발자국처럼 선명해.



매튜 : 이전에 누가 여기에 왔던 걸까? ...그런데 누가? 게다가 싸움이라니...



리자 : 아버지세요!? 그러면 어서 나와 보세요!



리자 : 아버지...! 미스터 쥬다!



애니 : 그건 아닐 거예요, 리자 씨. 당신의 아버지가 여기 계실 확률은 굉장히 낮아요. 적어도 여기서 싸운 흔적은 당신의 아버지가 남긴 것이 아닐걸요.



리자 : 이유가 뭔데!?



애니 : 당신 아버지의 발자국이 이렇게 작았나요? 그리고 자국의 깊이로 보건대, 발자국의 주인은 당신과 비슷한 체중일 거예요.



리자 : 그러면 다른 누군가의 흔적이라는 거잖아!



애니 : 칼날 부채를 쓰는... 다른 누군가겠죠.



리자 : 칼날 부채라니... 그럴 수가.



매튜 : 그게 뭔데?



애니 : 하하, 사막의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칼날이 달린 춤 부채예요. 페랄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만이 다룰 수 있는 무기랍니다.



리자 : 하지만 그걸 다루는 기예는 진작에 실전되었다고 들었는걸.



애니 : 이런 무술은 놀라울 만한 유연성과 오랜 훈련을 거쳐야만 숙달될 수 있으니까요. 과거에도 한 특별한 부대만이 다룰 수 있었어요.



애니 : 자, 저기 조각상이 들고 있는 게 바로 그 칼날 부채예요.



부채가 어디?



매튜 : 조각상 아래에 뭔가 쓰여있는데... 페랄어로군.



리자 : 이곳에 그녀를 기리노라. 그녀는 페랄의 첫 번째 여제이자 부족 의회의 수장이며, 사막의 왕이자 춤추는 자...



리자 : 아샤메르!



리자 : 사막의 여제를 기리는 기념비야. 하지만 이런 건 본 적이 없는데.



그레니어 : 설마 저 조각상이 이 흔적을 남긴 건 아니겠지?



애니 : 아... 알겠어요. 매튜, 그 마나 파편이란 것 좀 빌려주시겠어요.



매튜 : 애니 씨... 이건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야.



애니 : 알고 있어요. 하지만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를 잡을 수 없어요. 게다가 우리로서는 다른 방법도 없는걸요.



애니 : 지금도 바깥에서 페랄인이 피를 흘리고 있어요, 우리가 서둘러 움직이지 않는다면...



매튜 : 알았어. 그러면 부탁할게, 애니 씨.



애니 : 하??압!



애니 : 우와, 이거 좀 무겁네요, 물수제비도 뜰 수 없네...



아멜다 : 물 속에... 던졌어.



아멜다 : 애니 씨, 지금 뭐 하는 거야아아아아!







애니 : 역시... 제 생각대로네요.



애니 : 오랜만이네요... 사막의 여제, 아샤메르...



매튜 : 여제가... 아직 살아 있다고? 여제와 마나 파편은 무슨 상관이길래...



애니 : 아, 그건 아니에요. 여제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는걸요. 다만 그녀의 집념이 남아, 이곳의 강력한 마나와 하나가 되었어요.



애니 : 그래서 지금처럼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은 거고요.



애니 : 흐음, 엘리시움이 페랄을 점거한 지 제법 되었지만, 지금까지 페랄의 마나 대부분을 얻지 못한 건 저자가 봉인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이군요.



애니 : 그랬던 거였어, 이걸로 연구 보고서를 마무리 지을 수 있겠네!



아샤메르의 그림자 : 이방인... 나의... 여한....





애니 : 우와!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아직 생전의 힘을 가진 걸까요?



그레니어 : 사막의 여제는 생전에 대체 어떤 힘을 갖고 있었던 거야!?



애니 : 생각해 보세요, 오랫동안 분열된 페랄을 평정하고 사막에 유례가 없던 황금기를 불러올 수 있는 지도자라면...



애니 : 얼마나 강대한 힘을 필요로 할지...



아샤메르의 그림자 : 으아아아!



아샤메르의 그림자 : 너는... 그때의 검사...



아샤메르의 그림자 : 쌍검을 쓰는... 이방인...



매튜 : 그, 그런 게 아닙니다, 아샤메르 폐하! 저는 그 검사의 후계자로, 페랄을 해방하기 위해 온 거라고요!



아샤메르의 그림자 : 으윽... 페랄... 아악! 나의 고향, 지금은 이미...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어... 절망스러워... 모든 것이 너무 늦은 거야!



애니 : 그녀를 진정시키세요, 매튜! 만약 그녀가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모든 페랄이 방금 그 파괴적인 힘에 휩싸이고 말 거예요!



매튜 :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아샤메르의 그림자 : 이방인... 너희는 페랄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런데 지금도 계속 악행을 저지를 셈이냐!?



아샤메르의 그림자 : 생전에 범한 과오를, 절대 다시 되풀이하지는 않겠다...!



아샤메르의 그림자 : 너희의 침략에 대한... 대가를 치러라! 다시 한 번...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것을 되갚아주마!






그레니어 : 이럴 수가,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잖아!



그레니어 : 그게 정상이에요! 어쨌든 저자는 실체가 없으니까요. 어떻게 유령을 죽일 수 있겠어요?



매튜 : 젤다가 있었다면... 그녀의 검이라면 분명 내게 길을 열어줬을 텐데.



애니 : 젤다가... 누군가요?



아멜다 : 매튜...



젤다 : 매튜... 어째서 또 젤다의 앞길에 나타난 거야.



매튜 : 너 진짜야...? 젤다,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거야?



젤다 : 젤다는 혼돈의 검이고, 타인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검을 휘둘러.



매튜 : 누가 널 여기로 보냈지? 설마... 웨탐!? 여전히 그 녀석의 명령을 따르며 혼돈의 부하로 있는 거야? ...네가 이렇게 된 것도 모두 내 탓이지.



젤다 : 젤다는 후회하며 자신을 원망하는 사람 따윈 보고 싶지 않아. 매튜 너, 지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애니 : 맞아요, 매튜. 당신과 이 소녀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당신이 동요할 때가 아니에요.



매튜 : 미, 미안해...



매튜 : 지금 중요한 건 페랄의 마나를 해방하고, 로스탐과 마크렌 일행을 지원하러 가는 거지!




아샤메르의 그림자 : 페랄... 마나는... 내가, 지킨다!




매튜 : 또 저거야... 마나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어, 이대로는 저걸 파훼할 수 없어!



젤다 : 젤다가 하겠어, 젤다가 검의 사명을 완수할거야!




애니 : 앗! 저 소녀의 검은 실체가 없는 존재도 베어낼 수 있군요... 흥미로워요, 논문 소재로 딱 맞겠는데요.



매튜 : 지금 논문 타령할 때가 아니잖아! 여제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게 도와줘!



애니 : 예, 예...









아샤메르의 그림자 : 난... 도 실패 한 건가... 난 정말, 이 땅을 통치할 자격이 없나 보구나...



아샤메르의 그림자 : 안녕... 내가 사랑하는 페랄이여... 나는...



리자 : 자, 잠깐만요, 아샤메르 폐하!



애니 : 접근하지 마세요! 그녀는 마나가 실체화된 존재라 지금 극도로 불안정해요, 언제라도 붕괴할 수 있다고요!



리자 : ...폐하. 저는 지금까지 폐하께서 페랄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싸워왔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런 실감도 나지 않았었죠.



리자 : 제게 있어 페랄은 그저 가슴 아프게 하는 고향일 뿐이었어요.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고통스러웠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몰랐고요.



리자 : 엘리시움은 너무나 강력해서, 뭘 하든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어요. 저는 그들을 증오하면서도 맞서 싸울 생각은 하지 못했죠... 그저 아버지를 찾고, 세상을 피해 살아갈 생각뿐이었어요.



리자 : 하지만 폐하와 싸우고 나서 깨달았어요.



리자 : 도망만 쳐서는 많은 것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요.



리자 : 그러니 저희는... 싸울 거예요.



리자 : 폐하께서 추신 전투의 춤은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있어요. 제가 그 열정을 이어갈게요!



리자 : 그러니 부디... 편히 쉬세요...



아샤메르의 그림자 : 고맙... 구나...








지하 호수 궁전



매튜 : 끝났다... 여제는 편히 잠들었겠지?



애니 : 사후 세계는 너무나 오묘해서 누구도 확실히 말해 줄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애니 : 페랄의 마나가 소생할 거라는 거죠.



아멜다 : 아... 샘물이 빛을 발하고 있어... 정말 따스하고도 거대한 빛이야.



애니 : 마나의 빛이란 정말 사람을 빠져들게 한다니까요.



젤다 : 젤다는 사명을 완수했어. 이제...



매튜 : 떠나려는 거니, 젤다...?



젤다 : 그래, 매튜... 젤다에게도 사명이 있어.



매튜 : ...



매튜 : 내가 반드시 웨탐을 막아낼 것처럼, 나는 널 찾아낼 거야!



젤다 : 그렇다면 매튜, 어째서 지금 젤다에게 오지 않는 거야.



매튜 : 아직 페랄의 동료가 나를, 도와주러 오길 기다리고 있으니까. 절대 그들을 포기할 수 없어.



매튜 : 젤다, 그러니 그때까지 기다려줘, 반드시 기다려야해!



매튜 : 반드시!



젤다 : 그럴게... 매튜. 그때가 되면 나는 널 쓰러뜨리고... 내 운명을 완성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