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히 발전해 가는 노익장의 끝은 어디인가


Vanden Plas도 이제 결성한지 40년에 가까워져오는, 베테랑을 넘어 노장에 반열에 슬슬 들기 시작하는 밴드이다. 독일의 남성 중위 연령이 2020년 기준 46.5세이니 9년만 지나도 밴드의 연차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절반을 넘게 된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멤버 변화가 거의 없이 음악을 해왔다면 한번 쯤 넘어질 만 하면서도, 여전히 그들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반덴 플라스 결성 37년만에 처음으로 멤버 변동이 생긴 후 낸 첫 앨범이다. 귄터 베르노가 나가고 그 자리에 Jorn의 키보드로 유명한 알레산드로 델베키오가 들어왔다. 물론 올해 3월에 들어온 만큼 합류 시점이 늦어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 지는 모르겠지만(크레딧에 작곡이나 이런쪽으로는 이름이 없으니 사실 거의 없을 것 이다), 기존의 노선을 잘 간직하면서도 살짝의 변화를 준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우선 가장 도전적인 시도는 바로 1번이자 타이틀 트랙인 The Empyrean Equation of the Long Lost Things 이다. 무려 8분에 달하는, 보컬은 중간에 몇 초 나오는게 전부인 인스트루멘탈 인트로나 다름 없는 곡은, 자칫하면 앨범의 진입장벽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요소임에도 뛰어난 작곡과 연주력으로 이를 무마한다. 들으면서 보컬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로 첫 4분을 흘려보낼 정도로 밀도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앤디 쿤츠의 짧은 보컬은 그야말로 곡의 하이라이트를 찍어준다.


두번째 트랙이자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My Icarian Flight 역시 훌륭했다. 가장 인상깊은건 역시 곡 중간에 나오는 솔로. Vanden Plas 특유의 그루브를 잘 살려내주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테크니컬한 속주가 감명깊었다. 이후 나오는 Sanctimonarium는 06년 Christ 0을 연상시키는 곡이었고, The Sacrilegious mind Machine은 다소 전형적인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모습을 보여준다. 역시나 기존 Vanden Plas의 곡들에 비하면 테크니컬한 솔로들이 나오는게 인상깊다. They Call Me God은, 앤디 쿤츠가 왜 뮤지컬 배우인지 명백히 보여주는 발라드 트랙으로, 애수어린 멜로디에 얹어진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힘찬 앤디의 보컬이 일품인 트랙이다. 1번트랙에서 안 보여준 만큼 이번 트랙에서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느낌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트랙은 역시 마지막 트랙인 March of the Saints.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들의 10분넘어가는 대곡에는 딱히 인상깊다고 할 만한 곡이 January Sun말고는 찾기 힘들다고 여겼는데, 이번에는 앨범내 최고의 트랙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16분 가까운 러닝 타임 내내 리프를 변화무쌍하게 바꾸면서 청자를 유혹한다. 기존의 앨범들보다 보다 많아진 듯한 파워 메탈의 요소 역시 흥미를 돋운다.  마지막 11분쯤의 카타르시스는 그야말로 압권. 이후 페이드아웃되어 잔잔한 피아노로 마무리되는 흐름은 그야말로 정석이요, 완벽에 가까운 알찬 구성이었다.


4년만에 나온 앨범이자, The Seraphic Clockwork이후 처음으로 시리즈물이 아닌 앨범이 되었는데, Vanden Plas가 건재함을 과시하는 그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96/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