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북북서 방향으로 6m/s.”

목표와의 거린?”

약 200m, 호위 병력은 넷.”

“..방해물은 딱히 없고.”

“..목표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죠.”

   

저격수의 미덕은 정확성도대담함도 뭣도 아니다먹잇감이 알아서 기어날 올 때까지 숨죽이고 기다리는 끈덕진 인내심단 한방으로 숨통을 끊기 위한 독사의 이빨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더러운 음지에 몸을 담군지 수년은 지났지만 총알이 대가리를 뚫고 지나가며 장기와 피가 튀기는 모습은 영 달갑지 못했다

   

여기는 M, 작전을 완료했다곧바로 복귀하도록 하겠다.”

여기는 S, 확인했다바로 이동수단을 제공하도록 하겠다.”

   

… … …

   

시발또 끈적끈적하잖아!”

내가 원해서 그런 줄 알아종족 특성이 그따구인 걸 어떡하라고.”

그럼 내 몸에서 떨어졌을 때 분해되면 안 되냐?”

불만만 많기는.. 그러다가 잡혔을 때 무기가 들키면?”

그건 그때 가서 보는 거지.”

되도 않는 소리 좀 그만해라나 없으면 밑천도 없는 놈이 아가리만 살아서.”

이 시발년이 뭐라고?”

둘 다 아가리 닥치고 보고나 해.”

   

내가 이래서 몬무스랑 일하는 걸 싫어하는 데특히 이놈의 쇼거스랑은 벌써 5년째 같이 일하고 있지만 이 끈적끈적한 종족 특성은 영 익숙해지지 않았다.

   

목표물 제거 완료현재 복귀 중입니다.”

좋아자네들만큼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들이 얼마 없단 말이야수고했네보수는 넉넉하게 챙겨주겠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고기 먹겠네.~”

넌 안 먹어도 상관없잖아.”

기분을 내는 거지 기분을.”

“..입만 살아가지고.”

   

항상 다투긴 해도 내 장사 밑천은 뭐로든 편히 바꿀 수 있는 이 보라색 젤리 괴물 덕분이니 항상 내가 말싸움에서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부잣집 딸래미를 이런 곳에 내던진 값은 톡톡히 치러야지~”

집안이 몰락한 지 벌써 수십 년이나 지났는데 뭔 부잣집이야 부잣집은..”

“...말을 참 싸가지 없게 하는 재능이 있다니까?”

됐고운전할 땐 앞이나 봐.”

어차피 이 차도 나니까이건 운전하는 행색이나 갖추는 거지 이거 봐

   

물컹물컹한 보랏빛 여인은 잡고 있던 운전대를 홱 놓아버리곤 스멀스멀 물 흐르듯 뒷좌석내 옆자리로 흘러왔다몸은 내 옆에 있는데 차는 또 알아서 움직이는 걸 보면 이거만큼 재밌는 게 없긴 했다.

   

너희 종족은 이럴 땐 참 편해 보이네.”

그래이거 어지간히 힘든 게 아닌데.”

.. .. 그거 때문에?”

   

나는 장난기 넘치는 웃음으로 자동차 시트와 창문 같은 것을 살살 간지럽히며 훑었다.

   

흐이익야 씨발운전 중이잖아!”

   

젤리는 화내면서 손가락질을 하며 날 말렸다언뜻 보면 멀쩡한 자동찬데 이렇게 의도를 가지고 건드리면 막 꾸덕꾸덕하게 녹아내리는 게 딱 동심이 가득할 때나 생각하던 아이스크림 차 같은 걸 타는 기분이었다.

   

씨발.... 하으.. .....만지지마.. 이거 들키면 공연음란죄야..”

사람 죽이고 도망가는 데 그런 게 대수냐?”

벌금..읏 내잖아 시발..”

오케이오케이 돈은 중요하지.”

   

음탕하게 자동차 내부를 훑는 것을 멈추자 녹아내릴 것 같이 요동치던 차체도 좀 잠잠해졌고 나의 팔뚝을 붙잡고 헉헉 거리던 인간형 육체도 그나마 진정한 듯 거친 숨만 내쉬었다.

   

“...시발..너 발정났냐?”

?”

“..오늘 함 해줄까?”

아니그건 싫은데?”

아 왜네가 먼저 건드려서 애태워 놓고 이건 또 뭐하자는 건데.”

너랑 떡치면 기분 이상하잖아오나홀이나 러브젤이랑 섹스하는 기분이라고.”

시발 종족이 이런 걸 어떡해.”

같은 메이드 출신인 키키모라는 기분 좋던데~”

“...?”

“....아냐거짓말농담 아아아아 취소취소오!!”

“..후훗.. 당연히 그래야지.”

   

지릴 뻔했다이래서 몰캉이들이란 참..

   

… … …

   

오빠오빠 그럼 오늘 고기 모글꼬얌?”

“..시발 그 역겨운 말투 좀 안 하면 안 돼?”

누군 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그냥 맞춰 눈치 없는 새끼야.”

“..으응당연히 우리 쇼거스랑 같이 먹어야죠~”

우와역시 우리오빠 최고오~”

   

좆같다진짜 좆같다이걸 시발 평범한 마트에 가서 장 보면서까지 이래야 하다니 만약에 자식 낳으면 자식한테는 절대로 음지에 입성하지 말라고 온갖 짓을 다 해서더라도 막을 거다.

“..고기 뭐 샀어.”

소고기한우 꽃등심 1++”

우와.. 가격 좆되는 거 샀네?”

언제 잡혀서 좆될지 모르는 인생이런 거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놔야지 안 그래?”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평균 수명 80세 필멸자님~”

허허.. 지는 안 먹어도 된다고 참 막하네?”

그야난 마음만 먹으면 그런 거... ~”

   

쇼거스는 잠시 몸에서 꾸물텅거리더니 봉지에 넣어둔 꽃등심이랑 똑같이 생긴 걸 떡 하니 만들어 놓았다.

   

근데넌 쇼거스 파트너가 있으면서 왜 밥이나 집 같은 건 꼭 돈으로 처리하는 거야뭐 꼬우면 그냥 음식이든 집이든 돈이든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잖아그래서 쇼거스 오너들은 죄다 부잣집이고.”

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중요시해서 말이야도깨비 몽둥이 마냥 나와라 뚝딱해서 나오는 건 좀 그렇잖아?”

너 자본주의니 시장경제가 뭔 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그냥 좆같아서뭔가 꺼림칙하잖아쇼거스한테서 나온 걸 먹는 게막 침식당하는 것 같고.”

뭔 중세시대 같은 소리를 하냐하 참 어이없게.”

   

쓸모없는 잡설들이 한 번 오가고 우린 조금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

갑자기 꼴려?”

아니뭔가.. 느낌이 싸하지 않냐?”

“...”

   

직감수세기를 걸쳐 가공된 인간감각의 결정체 한겨울의 추위 따위가 아닌 오싹함 그것이 본능적으로 등골을 휘어잡았다.

   

“..빨리 벗어나자 예감이 안 좋아.”

“...그래.”

안 좋은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쇼거스 소음기를 장착한 총소리이 더러운 세계에서 구르다보면 대충 무슨 소린지 귀가 뚫리게 되어있는데 그게 나한테서 나는 게 아니라 날 향해서 난다는 게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

“...이게 뭐람.”

   

내가 막 뒤를 돌아봤을 땐쇼거스가 날아오는 총알을 흡수해준 이후였다.

   

“...너 뭐야.”

Сожаление

“....”

키키모라..?”

   

새까만 정장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키키모라가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 하나를 내려놓으며 말했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들을 순 없었다.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목숨이 아깝거든 당장 꺼져.”

“...ШогусСледующего шанса не будет.”

Не делай глупостей

   

러시아 어로 한 마디씩 나누더니 둘은 한참 동안 서로를 노려다보다가 키키모라 쪽이 먼저 잽싸게 도망갔다.

   

“...저 새끼 뭐야.”

“...일단 빨리 돌아가자.”

....”

   

키키모라랑 쇼거스 그리 사이가 좋은 관계는 아닌 건 대충 알았는데 서로 총 겨누고 할 정도로 사이가 안 좋은지는 처음 알았다.

   

아는 놈 이야?”

“...나중에때가 되면 설명해 줄게.” 

“..알았어.”

   

뒷세계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이 한참 널려있는 게 분명했다.



공짜로 무기가 되어주는 쇼거스와 의문의 암살자 키키모라 그리고 습격당한 몬붕쿤 과연 그들의 운명은???

사실 2편은 생각도 안 한 단편이라서 나도 모름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