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을 키워야 하는 이유 - 몬무스 채널 (arca.live) -1


"펑! 펑!"

하늘에 불꽃이 수놓여지며 성년식의 시작을 알린다.


'벌써 세월이 이리 흘렀구나..'

씁슬한 마음을 삼킨채 조용히 하늘을 바라본다.


식의 순서를 기다리며 강당에 모여있는 아이들.

한껏 꾸민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것을 기대하며 저마다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무리는 있고, 무리에는 중심이 있는법.


'스물이 스물되는 날'

예쁘게 꾸며 글자를 붙인 판을 목에 건 스물을 둘러싼 무리가 꽃이나 인형따위를 건넨다.


"축하해 스물아~"

"스물아~ 사진 한장만 찍자!!"

"드디어 스물이가 어른이 되네 이 언니는 이제 마음이 놓인다"

"야 우리 다 동갑이거든?"

"순진한 우리 스물이 어른되서 남자들 꼬일생각에 눈물이 난다 눈물이 나"

"ㅋㅋㅋ 아리연 미쳣나봐"


주위를 둘러싼 친구들의 말들에도 대답도 안하고 그저 웃음으로 답하는 스물의 마음은 바쁘기 그지 없다.

"시간이 너무 안가... 20년보다 지금이 더 긴거같아.."

'오늘이야..오늘 집에 가서... 아니 집에 가기 전에 외식하자고 하고.. 어떡하지 어떡해'


몰래 사서 주머니에 숨겨둔 반지상자를 꼭 쥐며 스물이 고민하고 있을때, 그 아빠, 하온도 고민이 깊었다.

그 고민의 내용도 비슷한것을 알았다면 둘은 웃었을까, 울었을까.


'시간이 빠른 듯 더디구나. 20년의 세월은 그리 짧았는데 30분도 안되는 짧은 식이 이리 길줄이야.'

'오늘이구나... 오늘 집에 가서... 아니 집에 가기 전에 외식하자고 하고..후...어찌할꼬..'


"에...이제 아이들이 나오겠습니다. 보호자들께서는 아이들을 축복해주시고 바쁜하루를 즐겁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나오는구나, 스물이는 어디에 있지?'


딸을 찾으려 하던 눈에 보일 수 없는것, 찾아서는 안되는 것이 보였다.

검은머리에 검은눈. 그리고 잊었으나 잊히지 않았던 검은 호랑이의 문양이 새겨진 어깨.

더디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환호속에 조용히 사라진 두사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축하해~우리 딸~~한번 안아보자"

"오랜만에 외식할까~?"

"자 우리 딸 선물!"


곳곳에서 어른과 어린어른이 서로를 찾아내거나 찾으며 소란스러워졌다.


'아빠는 어딨지...?찾기 어려울까봐 일부러 밝은색으로 붙였는데..얼른 보고싶다'


꽃목걸이와 글자판을 목에 건 스물이 주위를 둘러본다.

하나가 둘이 되고, 셋,넷 그 이상이 되는데도 그속에서 하나인채로.


어느새 성년식이 열리는 연회장은 보이지도 않을만큼 멀어진 곳 에서 두 사람이 쫒고 쫒기고 있다.


'이쯤이면 되었겠지...'


연회장과 거리를 확인한 하온이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순식간에 사내뒤에서 나타난다.


"네가 왜 여기 있느냐, 내 뱉은 말을 어긴적이 없는데 그것을 확인하고 싶어 온것인가"

"여전하십니다. 일선에서 멀어지신지 족히 십수년은 되셨을텐데"

"반가운 사이에 할말을 건네는구나.허나 내 뱉은말은 지킨다 묵호.슬로슈제국에서 내 눈에 뜨이면 죽인다 했거늘"

"가르침을 받은대로 행할뿐입니다. 아라한제국의 뜻이기에."

"훌륭하구나. 스승은 꽤 뿌듯하다. 허나 제자를 죽여야 하니, 오늘은 뿌듯하고도 슬픈일이 두가지나 일어나는구나"


순간 두 남자의 모습이 사라지고 파편과 굉음과 빛이 난무한다.


"스물!! 아저씨는 아직이야? 이 언니랑 시간만들어주려고 그러나보네"

"어 연아! 찾기가 어려운가 봐.."

"할일도 있는데 마음 다 잡고 좋지 뭐! 일단 우리 가족이랑 있자! 계획도 다시 검토하고"

"계획...흫... 응!!"

"스물이구나 하온씨는 아까 봤는데 아직도 뭐하는거야, 연이 얘가 장난이 심하지?"

"안녕하세요! 저희 아빠가 조금 느긋하셔서.. 가끔 빼곤 항상 심해요~"

"야!"

'다행이다, 안온게 아니었어.. 맨날 느긋하고 느림보야 운동 좀 하라니까...아무래도 내가 오늘부터 운동시켜야겠어'


축제따위에서 동네사람들에게 항상 힘싸움을 밀려 상품을 놓치던 아빠를 생각하며 결심하는 스물이었다.





"그래도 나이를 드시긴 했나봅니다.나이를 드실수도 없는분이 이리 되신 연유가 궁금한데"

"내 누누히 말하지 않았느냐. 자신은 속여도 수련은 못 속인다고."


묵호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그러시군 하며 혼잣말을 한다.

"아흐레 전에 기별이라도 주지 그랬느냐"

"퍽 난감합니다, 예법을 버리신분이 예법을 찾으시니."

"예법보단, 실리의 문제이니라. 그랬다면 준비라도 하였을것을."

"그러셨다면 저를 이미 죽이시고도 남았겠지요. 단원들이 손쓰기도 전에"

"알고 부러 그랬느냐. 처음부터 대기시켜놓았으면서"

"들켰나 봅니다"


그림자들이 나타나 두 사내를 둘러쌋다.


"예전 대장이라더니, 비리비리해보입니다. 생각보다 어려보이고"

"도달한 곳이 높아 육체가 늙지 않으시기에, 그리고 과거 인류의 무력의 정점인분이셨다. 말을 삼가라"

"잡설을 하러 왔느냐. 함정이라고 파놓은것이 이러니...쯧"


말과 함께 사라졌다 잠시후 나타나니 서른이 넘던 그림자가 모두 사라졌다.


"많이 늘었구나, 다섯은 더 줄일 생각이었는데 열이나 보내게 막다니."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한 대가지요.그리고 목표는 열이었습니다."

"뭐라?"

"스승님은 두려운게 없으신 분이시죠. 적이 함정을 파놓으면 그 함정에 뛰어들어가 

천명을 찢어 죽이고 함정에서 걸어나오시던 분이시니 함정이 두려우실리가"

"헌데 두려움이 없으신 분이 두려운것이 생기셨습니다. 그럼에도 두려울것 없는것처럼 행동하시니 다행입니다."

"이용할수 있는것은 모두 이용하라. 가르침 잊지 않았습니다.해서, 조금 다르게 짜보았습니다."

"알아 듣게 말하거라"

"딸을 키우시더군요. 그 딸은 아버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답니ㄲ.."


"감히!!!!!"


짐승처럼 울려퍼진 포효와 함께 둘의 모습이 사라졌으나 근처의 건물들이 부숴지고 땅이 파이고 혈흔이 뿌려지는것으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먼지속에서 한 사내가 다른사내의 목을 한손으로 잡고 들어올렸다.

사내는 목이 잡혀 올려져도, 피를 토하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는다.


"그 아이에게 닿기 전에 열을 모두 처리하실수 있으시지요. 그러시면 이 나라의 모든이가 당신을 알게 되겠지만."

"...원하는게 무엇이냐"

"죽어주시지요."

"간단해서 좋구나. 아라한으로 가면 되겠느냐"

"예. 더불어 그 아이도 함께입니다.제가 받은 뜻은"

"...전부 죽고 싶은 게구나"

"다만, 아이는 아라한에서의 당신의 행동의 억제책입니다.일이 끝나면 제가 아이는 무사히 보낼테ㄴ.."

"약조하마. 내 뱉은말은 지킨다. 아라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겠다.다만 아이는 안된다."

"믿음직스러우십니다 정말로.다만 하늘께서도 그러실까요"

"가져가거라"

"진심이십니까, 이건.."

"다녀와라.그래도 믿지 않는다면 내 팔을 뜯어줄테니"

"알겠습니다."






"늦었구나...이미 끝났구나..."

"내 아비의 일을 끝내고 말하려 했는데...아비인채로 말하려 했는데... 아비도 아닌채로 원수가 되는 것인가..."


성년식이 열렸던 연회장에 서있는 하온의 말이 쓸쓸하게 울렸다.







시간은 거꾸로, 한창 하온이 분노를 터트리고 있을때였다.


"스물아 집에 가자 아저씨가 무슨일이 있나봐..."

"...아빠가 올거야. 어제도 온다고 그랬어. 다들 시작할때 우리 아빠 봤다고 그랬어..."

"스물아..."

"조금...늦는거야... 맨날 이런다니깐..."

"벌써 세시간째야...집에 가서 기다리자 응?"

"온다고 그랬다니까!!! 온다고...그랬다고...어흑..."


예쁘게 단장한것조차 잊은 채, 목에 걸었던 꽃에서 꽃잎들이 찢어지는것도 모른채 주저앉은 아이는 글자판을 껴안고 울음을 터트렷다.


"내가..흑.자꾸 아빠한테 부담줘서 그랬나봐...연아...흑"

"자꾸 안기고...흑...손 잡고... 그래서...그래서 아빠가 눈치챘나봐...내가 싫은가봐...으흐흑..."

"스물아...그게 아니라...후..."

"...스물아 잠깐만 나 잠깐만 다녀올게 여기 그대로 있어!"


연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한 소녀가 골목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소녀 주위로 그림자들이 나타난다.


"지금은 안돼요, 지금은.."

"네가 그자를 겪어 보았느냐. 그자가 돌아올 곳이 없어야 한다. 정신이 무너져야 한다. 아라한으로 도망치게, 죽음으로 도망치게 해야한다."

"얘 정신이 무너져요!! 아직 대장도 명령을.."

"대장이 지금 죽었을지 살았을지도 모른다!! 명령이다 비켜"

"내 친구가 울잖아 지금!!"

"아리연!!정신 차려라 임무다!! 마물에게 정을 준것이냐!?"


그림자와 소녀가 섞이고, 그림자가 소녀를 집어삼킨다.


글자판을 등으로 돌려놓고 무릎을 끌어앉은 소녀에게 그림자가 다가간다.


"너구나"


빨개진 눈으로 말을건 상대를 올려본다. 물이 차서 잘 보이지 않는다.그럼에도 보이는 검은머리와 검은 눈에 순식간에 마음이 들뜬다.


"아빠...?"


눈물을 닦고보니 다른사람이다. 하지만 아빠처럼 검은머리와 검은눈. 이 나라에서는 희귀한 외형에 기대를 걸었었지만 아니었다.


"너희 아빠는 아니지만, 너희 아빠를 아는사람이다."

"..진짜요? 아빠가 보냈어요? 지금 어디래요? 늦어서 미안하대요? 어디 아프대요? 무슨 일 있대요?"


아빠만큼 심하진 않지만 옛날말투까지 아빠와 비슷한것을 보고 친척이라고 지레짐작한 스물은 아무 의심없이 질문을 퍼부어댔다.


"너희 아빠에 대해서 알려주러 왔다"


그때 스물은 무언가 잘못되었단 느낌을 받았으나, 애써 무시했다.그리고 후에 무시한것을 죽도록 후회하게 된다.